인생 리셋 오 소위! 318화
30장 잘 좀 하라니까(10)
“야, 그걸 왜 해?”
-왜 하긴……. 아무튼 지난번과 비교도 되지 않는 거래. 이거 여자들 먹으면 그냥 뿅 가버린대.
“하아, 나 그거 안 해.”
-인마, 누가 너 하래 병신아!
“그럼?”
-이거 술에 타면 여자들 그냥 휙휙 쓰러진다니까.
“이 자식들아. 너희들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냐?”
-와, 이 자식 봐라. 너는 잘나서 그렇잖아. 잘 사니까 여자들이 줄줄이 달라붙지? 우리는 안 그래. 없어서 이런 식으로라도 하고 싶어서 그런다.
“알았다. 그만 지껄이고, 갈 테니까. 룸 잡고 있어.”
우석이 휴대폰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 호텔을 나서려다가 고개를 돌렸다.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석은 차를 타고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러면서 혼잣말을 했다.
“아, 이 자식은 무슨 물뽕이야. 물뽕은! 그거 잘못 걸리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우석이 고개를 흔들며 운전을 했다. 그리고 신호등에 걸려 잠시 정차를 했다. 손가락을 핸들에 톡톡거리다가 뭔가 번뜩 떠올랐다.
“가만! 국회의원이면 아들놈도 물뽕은 안 되겠지?”
순간 우석의 입가로 사악한 미소가 지어졌다.
15.
늦은 저녁.
모든 중대원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오상진은 2소대와 면담을 마치고 홀로 중대 행정반에 있었다. 다이어리에 적어 놓은 면담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아, 박대기 상병…… 이 녀석이 문제네. 애들을 너무 괴롭혔어.”
오상진이 혼잣말을 중얼거릴 때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상진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누, 누구야?”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2소대 강인한 상병이었다.
“충성, 상병 강인한.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어, 왔어? 이리와 앉아.”
“네.”
오상진은 강인한 상병이 불침번인 것을 알고 따로 잠깐 불렀다.
“인한아.”
“네.”
“너 소대장에게 할 말 없어?”
“예?”
강인한 상병이 당황했다.
“소대장에게 할 말 없냐고.”
“어, 그게…….”
강인한 상병이 고개를 숙였다. 오상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인한아. 네가 소대장에게 솔직하지 못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야. 소대장이 다 알아보니까, 너무 실망스럽다. 솔직히 이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강인한 상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변명 같겠지만 용기가 없었습니다.”
“널 탓할 일은 아닌데. 이 일이 이렇게 되기 전에 누구 하나만 제대로 말해줬어도……. 그리고 내가 지난번에도 말했잖아. 무슨 일 생기면 말하라고.”
“죄송합니다.”
“아니다, 아니야. 네가 무슨 죄가 있겠니.”
오상진이 한숨을 내쉬자 강인한 상병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소대장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저도 노력한다고 했는데,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 하사에게 말씀을 드렸는데 전 소대장이 때문에 아무 말씀도 못 하셨습니다. 그저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좋아질 거라고 그 말만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게 최선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오상진은 그 얘기를 또 가슴이 답답했다. 솔직히 김 하사도 자신의 잘못이 있다고 얘기를 했다. 관리를 잘 못 했다고 인정까지 했다. 중대장에게 말했던 김 하사는 소극적인 저항만 했을 뿐이었다. 오상진은 나름 적극적으로 저항을 할 거라 생각을 했고 말이다.
오상진은 김 하사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러면서 한편으론 김 하사가 이해가 되었다. 자신도 열심히 노력하고 싶지만 위에서 막아버렸다. 그렇다 보니 점점 자신의 무력해지고, 어차피 해봤자 묵사발 날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 실정이니 어떤 사람이 제대로 하겠는가. 그래서 이번 사건은 조금씩 일을 키워 갔던 것이었다. 누구 하나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말이다.
한마디로 댐의 작은 구멍을 그냥 무시하고 놔뒀더니 나중에 큰 구멍으로 커져 버려 걷잡을 수 없게 되어 버린 것과 같았다.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오상진이 혼잣말을 했다. 그런데 불현듯 오상진의 예전 생각이 떠올랐다. 최용수 병장과 강대식 상병 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도 부사관 한 명이 두 사람 편을 들다가 좌천되었던 적이 있었다.
“아니, 그런 일이 있는데 사람들은 왜 달라지지 않지?”
오상진은 이런 것이 답답했다. 물론 군대가 폐쇄적인 생활과 상명하복이라는 명목하에 많은 것들이 행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조금만 바꿔서 생각하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군대도 조금만 배려심이 있다면……. 상명하복의 중요성도 있지만 간부라면 무엇보다 병사들을 깊게 생각해 주면 안 되는 걸까?”
오상진은 혼자만의 푸념을 늘어놓았다. 강인한 상병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오상진은 강인한 상병을 봤다.
“소대장도 참 할 말 안 할 말 다 해버렸다. 미안하다.”
“아닙니다.”
“소대장도 너무 답답해서 그런다. 답답해서 2소대장도 너무 권위의식에 빠져 있지는 않았는지…….”
“…….”
강인한 상병은 말이 없었다. 오상진은 더 이상 강인한 상병을 붙잡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 인한아. 소대장이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나 보다. 어서 나가서 불침번 근무 서라. 당직사령이 찾을지도 모르겠다.”
“네, 소대장님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충성.”
“수고해라.”
강인한 상병이 나가고 오상진도 대충 정리를 한 후 중대 행정반을 나갔다. 불침번 근무자가 작은 목소리로 경례하는 것을 뒤로하고 1소대 내무실로 들어갔다.
“자식들 잘 자고 있나?”
오상진이 자고 있는 소대원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후후, 잘도 자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소대원들 하나하나를 살폈다. 그런데 마지막 노현래 이병까지 보고 뭔가 이상했다.
“가만 뭔가 허전한데.”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재빨리 인원을 체크했다.
“하나, 둘, 셋, 넷……. 열?”
“열? 왜 한 명이 비지?”
오상진은 당황하며 인원을 다시 체크했다. 그런데 진짜 한 명이 없었다.
“불침번 근무자는 없고, 당연히 외곽 근무자도 없는데…….”
오상진은 깜짝 놀라며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누가 없는지 빠르게 확인했다. 알고 보니 최강철 이병이 없었다.
“강철이? 강철이 어디 갔지?”
그러다가 번뜩 머릿속에 오늘 아침 최강철 이병이 자신을 찾아와 백일 휴가를 간다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제야 오상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머리를 툭 하고 쳤다.
“아, 이런 정신머리 하고는. 강철이 휴가 나간 줄도 모르고.”
그러면서 휴대폰을 확인했다. 0시가 거의 가까웠다. 이때까지 최강철 이병에게서 연락 온 것은 없었다.
“연락이 없으니 아무 일도 없는 거겠지. 하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했으니……. 그래도 휴가 나가서 잘 지내고 있으라나? 뭐, 강철 녀석이야, 무슨 사고 칠 녀석도 아니니까. 아무튼 무사히 휴가 마치고 복귀해라.”
오상진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1소대 내무실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16.
최강철 이병은 다음 날 아침 일어나 강하나와 본격적인 데이트를 시작했다. 호텔을 나서는데 강하나가 슬쩍 최강철 이병을 툭 쳤다.
“오빠 어제 완전히 짐승이더라. 나 어제 너무 힘들었던 거 알지?”
“알았어.”
“그럼 나 빽 하나 산다.”
최강철 이병이 움찔했다.
‘아, 이거 누나 카드인데…….’
최강철 이병은 잠깐 강하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잠시 여기 있어 봐.”
한쪽으로 가서 휴대폰을 꺼내 최강희에게 문자를 보냈다.
-누나, 누나 카드로 뭐 좀 사도 돼?
잠시 후 최강희로부터 답장이 왔다.
-맘대로 써! 대신 천만 원은 넘기지 마라.
-오케이, 고마워 누나.
최강철 이병이 당당한 걸음으로 강하나에게 갔다.
“야, 나 군인이라 돈 없는 거 알지?”
순간 강하나의 표정에 실망감이 드러났다.
“그래서 나 못 사주는 거야?”
“아니, 담에 휴가 나오면 사 줄 테니까. 이번에는 저렴한 거로 사자.”
“그래 알았어. 오늘은 오랜만에 오빠도 봤으니까, 300만 원 선에서 골라볼게.”
강하나가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최강철 이병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 가자!”
“히힛!”
강하나가 웃었다. 잠시 후 호텔 앞으로 최강철 이병의 포루쉐가 도착했다.
“손님, 키 여기 있습니다.”
“고마워요.”
최강철 이병이 팁을 건넨 후 차에 올라탔다. 그 길로 강남에 유명한 백화점을 향했다.
백화점 쇼핑을 마친 최강철 이병과 강하나. 근처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러 갔다. 그런데 자꾸 강하나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 귀찮게 왜 자꾸 전화질이야.”
“왜? 누군데?”
“어, 있어. 친구!”
“친군데 안 받아?”
“그런 친구가 있어. 안 친한 앤데 이번에 결혼하나 봐.”
“뭐? 네 나이가 몇인데 친구가 벌써 결혼을 해? 와, 빠르다.”
“오빠는 요즘 내 친구들 일찍 결혼하려고 난리던데.”
“20살, 21살 아니야? 그런데 벌써 결혼한다고? 이해가 안 되네.”
“그런데 오빠는 언제쯤 결혼할 생각이야?”
“나? 내 나이에 무슨 결혼이야. 나 군대 제대하고 복학해서 졸업하고 하려면 아직 한참이지.”
“요즘은 결혼해서 군대 가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거는 사고 쳐서 결혼하는 거고.”
“칫, 아쉽네. 나는 오빠랑 일찍 결혼할 생각도 있는데.”
최강철 이병이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 또 슬슬 시작이네.’
솔직히 최강철 이병이 강하나에게 질렸던 이유 중 하나가 나이도 어린데 미래에 대해서, 그러니까 결혼에 대해 얘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한창 연애하고 싶은 나인데, 강하나는 그런 것보단 선물만 받으려고 하고 자꾸만 결혼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지금은 그저 즐겼으면 하는데 말이다. 그것이 부담스러웠다.
“하나야,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바로 요리 나올 텐데…….”
“괜찮아, 너 먼저 먹고 있어.”
그러면서 최강철 이병이 자리를 피했다. 강하나가 입술을 툭 내밀며 말했다.
“뭐야.”
그런데 또다시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아, 진짜! 짜증 나네.”
강하나가 휴대폰을 받았다.
“그래, 뭐? 왜 자꾸 전화질이야.”
-강하나 너 어디냐?
“알아서 뭐하게.”
-너 강남백화점 갔었지?
순간 깜짝 놀라 강하나가 레스토랑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뭔데? 너 나 미행하냐?”
-너 국회의원 아들놈이랑 있지?
“어떻게 알았어? 진짜로 미행하는 거야?”
-야! 강하나.
“뭐?”
-그 자식한테 뜯어낼 것 다 뜯어냈으면 이번에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뭐라는 거야!”
-너 이런 식으로 나가면 재미없다. 그 자식 군인이잖아. 휴가 끝내면 부대 복귀할 건데 몇 개월 동안 기다릴 거야? 그럼 네 방세는 누가 내줄 건데? 오늘 선물 받은 가방 팔 거야?
“재수 없다.”
-잘 생각해 이년아!
강하나는 눈살을 찡그리며 고민을 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클럽 제우스 알지? 제우스로 데려와.
“이 오빠, 클럽 안 좋아하는데.”
-그건 네가 알아서 데려와. 그리고 내가 말한 방에다가 데려다 놓으면 돼. 그럼 내가 오늘 바람피운 거 없었던 거로 해줄게.
“뭐라는 거야. 그럼 오빠는 이런저런 여자 막 만나고 다녔잖아.”
-그러니까. 난 안 들켰잖아. 억울하면 너도 증거를 가지고 오던가.
“와, 치사하네.”
-아무튼 내 말대로 하는 거다. 알았지?
“알았어.”
강하나가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최강철 이병이 화장실에서 돌아왔다. 그런데 표정이 좋지 않은 강하나를 봤다.
“왜 그래?”
“아니, 하도 전화를 해서 내가 한마디 했어. 그래서 기분이 좀 안 좋네.”
“그래?”
그때 직원이 요리를 가지고 나왔다.
“식사 나왔습니다.”
넓은 테이블에 스테이크와 레드와인이 나왔다. 두 사람은 말없이 스테이크를 썰었다. 그런데 강하나가 나이프와 포크를 놓으며 말했다.
“오빠, 우리 있잖아. 밥 다 먹고 클럽 갈래?”
“클럽?”
최강철 이병은 원래 클럽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최강철 이병은 군인이었다.
“아하, 클럽이라…….”
군에 묶여 있어서 그런 것일까? 클럽이라면 질색을 하던 최강철 이병의 표정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