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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17화 (31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17화

30장 잘 좀 하라니까(9)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이은호 이병이 자주 체하다 보니까, 어떤 때는 체한 상태로 훈련을 나갔습니다. 당연히 부대끼고, 힘들고, 체력적으로도 엄청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습니다. 그런데도 박대기 상병은 이상한 논리를 들먹이며 억지로 먹였습니다.”

“이상한 논리?”

“네. 갑자기 여기 이 밥과 반찬은 너희 부모님이 피땀 흘려서 낸 세금으로 하는 거다. 감히 그것을 먹지 않고, 버리냐. 그걸로 시작해서 밥을 먹지 않으면 전투력 손실이라고 행보관님이 주로 하는 말까지 꺼내면서 말했습니다. 그러니 제대로 되겠습니까. 정말 이은호 이병 토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때마침 2소대장이 왔었는데, 거기다가 박대기 상병은 이은호 이병이 식탐이 많아서 많이 먹다가 토하는 것이라고, 그런 식으로 말했습니다.”

당시 장재일 2소대장은 그 말만 믿곤 제대로 알아보려 하지도 않은 채 ‘아, 진짜. 무슨 저런 놈이 다 들어왔냐. 너 같이 미련한 놈은 살다 처음이네’라고 말하며 이은호 이병을 타박하기까지 했다.

이은호 이병은 당시 너무나도 억울했다. 소대장은 직접 확인도 하지 않고 자신을 타박하고, 자신의 사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찍소리도 못하고, 그에 기세를 탄 박대기 상병이 대놓고 놀려대니 억울하고 답답한 나날을 보내왔던 것이다.

“그렇게 됐던 겁니다.”

오진한 일병의 말은 여기였다. 오상진은 그 이후의 말은 들어보지 않아도 이은호 이병이 어떻게 괴롭힘당했을지 눈에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 그랬던 거구나.”

오상진이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당장에라도 욕을 쏴대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일병 앞에서 대놓고 박대기 개XX라고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는 없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니…….”

“네, 소대장님. 그런데 다른 상병들도 다 말했던 겁니까?”

“아니, 말 안 했다. 소대장은 아무 말도 안 했어. 무슨 말인지 알지?”

“아,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방금 면담에서 나왔던 말들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비친 것이었다. 오진한 일병은 그런 오상진의 말을 단번에 이해했다.

“알았다. 너도 아무렇지 않게 있고.”

“네. 소대장님.”

“그래, 그만 나가봐.”

오진한 일병이 나가고, 잠시 후 하영운 일병이 들어왔다.

“충성.”

“여기 와서 앉아.”

“네.”

하영운 일병이 맞은편에 앉았다. 하영운 일병은 오상진과 축구로 맺어진 관계라 매우 친했다.

“영운이 오랜만이네.”

“네. 소대장님.”

하지만 오늘 하영운 일병은 약간 긴장한 눈빛이었다.

“뭘 긴장하고 그래. 긴장하지 말고.”

하영운 일병이 어색하게 웃었다. 오상진은 캔 커피를 주며 슬쩍 말했다.

“소대장이 듣기론 박대기 상병이 이은호 이병을 먹는 거로 괴롭혔다면서.”

“예?”

“한 번 체하고 크게 토하기도 했다는데, 그때도 그냥 유야무야 넘어갔다며.”

“그걸 어떻게…….”

“소대장이 모르는 것이 어디 있어! 그러니까, 영운아 이제부터 네가 소대장을 도와줘야 해.”

“네?”

“너도 2소대가 이런 식으로 굴러가는 것을 원치 않지?”

“네.”

“그럼 말해봐. 소대장은 뭐든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이렇게 오상진은 2소대의 비밀에 하나씩 접근하기 시작했다.

13.

부아아앙!

지하주차장에 엄청난 배기음이 들려왔다. 최강철 이병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와, 오랜만에 들어보는 차량 배기음 소리! 진짜 듣기 좋다.”

하지만 몇 달 만에 잡아보는 자동차 핸들은 조금 어색했다.

“자리가 안 맞나? 왜 이렇게 어색하지.”

최강철 이병은 몇 번 자리를 맞췄다. 그리고 기어를 D에 놓고 천천히 액셀을 밟았다.

부우우웅.

차량은 빠른 속도로 지하주차장을 벗어나 도롯가로 진입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감각이 어느 순간 살아나며 여유가 느껴졌다.

그렇게 약 30분을 달려 어느 빌라 앞에 멈췄다. 잠시 후 빌라 문이 열리며 짧은 치마를 입은 강하나가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오빠!”

최강철 이병이 차창 문을 열었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강하나의 모습이 오늘따라 유독 예뻐 보였다. 강하나가 조수석 문을 열고 탔다.

“오빠, 오랜만이다.”

“어어, 그래…….”

그러면서 강하나를 쭉 훑었다.

“하나야…….”

“왜?”

“너무 예뻐졌는데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강하나는 그 말이 은근히 싫지 않았다.

“뭐야. 군대 갔다더니 예쁜 말만 배우고 왔나 보네.”

“아니야, 진짜 예뻐!”

그러자 강하나가 슬쩍 최강철 이병에게 다가오더니 붉은 입술로 물었다.

“오빠, 오늘 밤 나 얼마나 괴롭히려고 그래?”

“글쎄다. 안 그래도 오늘 밥 든든히 먹고 왔거든.”

최강철 이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강하나가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꼈다.

“그럼 그 배가 꺼질 때까지 열심히 해야겠네. 나도 준비 잘해야겠다.”

강하나의 유혹에 최강철 이병이 순간 불끈했다.

“좋아! 바로 출발하자.”

최강철 이병은 곧바로 출발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이 떠난 빌라 근처에서 검은색 세단 한 대가 나타났다. 그 안에는 우석이 타고 있었다.

“저것이 그냥……. 강하나 딱 걸렸어!”

최강철 이병의 포루쉐랑 비교는 되지 않았지만, 삼각뿔을 단 차가 미끄러지듯 그들의 뒤를 쫓았다.

최강철 이병은 얘기했던 신람 호텔에 도착을 했다. 미리 예약을 해뒀기에 간단하게 작성을 한 후 이동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선 최강철 이병과 강하나는 팔짱을 낀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빠, 우리 여기 정말 오랜만이다. 그치.”

“그런가?”

최강철 이병이 약간 뻘쭘했다. 군대에서 단체 생활을 하던 내무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곳이었다. 강하나는 그런 최강철 이병을 보고 피식 웃었다.

“오빠, 왜 이렇게 어색해해.”

“너도 군대 가 봐라.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오빠 웃겨, 여자가 무슨 수로 군대를 가.”

“왜 못 가. 지원하면 되는데.”

“에이, 나 같은 여자가 군대에 가면 난리 나지. 안 그래?”

강하나가 은근 자신의 얼굴과 몸매를 뽐냈다. 최강철 이병이 피식 웃었다.

“하긴, 그렇긴 하다.”

“그런데 오빠. 나 하나만 물어볼게.”

“뭐?”

“내가 아는 사람이 그러는데 군인들은 할머니만 봐도 그래?”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어? 나 아는 오빠가 그러던데 할머니만 지나가도 그런다고.”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뭐 이상한 소리를 듣고 와서는…….”

최강철 이병이 가만히 있다가 인상을 썼다.

“가만, 그 오빠가 누구야?”

“어?”

강하나가 당황했다.

“너, 설마…….”

“에이, 아니야. 나 막 남자 친구가 군대 갔다고 이 남자, 저 남자 만나고 그러는 여자 아니야. 오빠 왜 그래?”

“그래? 그런 거지?”

“그럼 내가 얼마나 조신하게 있었는데.”

그러자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돌려 피식 웃었다. 솔직히 강하나가 조신한 스타일의 여자는 아니었다. 때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땡!

“오빠 가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강하나는 팔짱을 꼈다. 순간 최강철 이병은 팔에 전해지는 뭉클한 느낌에 기분이 풀어졌다. 그리고 미리 예약해 둔 방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14.

한편 신람 호텔 1층에 도착한 우석은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와, 호텔을 와? 아놔, 모텔이라면 확 현장을 덮치려고 했더니.”

우석은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라운지에 마련된 소파에 털썩 앉았다.

“와, 그 자식 돈 많은가 보네. 포루쉐를 끌고 다니고 말이야. 번호라도 알아둘 걸 그랬네.”

우석은 혼잣말을 했다. 그때 우석의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누구야?”

친구에게서 온 전화였다. 우석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뭐냐?”

-야, 어떻게 됐냐? 하나 잡았어?

“확인했다.”

-인마, 확인을 했으면 연락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아무튼 네 말이 맞았다. 어떤 놈 차 타고 가더라.”

-얼굴은 봤어?

“몰라! 이 자식 엄청 부잣집인가 봐. 포루쉐를 끌고 가고, 무슨 호텔에 와 있다.”

-포루쉐에 호텔?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인데.

“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야, 너 몰라? 예전에 하나가 무슨 국회의원 아들을 만났다고 했잖아.

“국회의원 아들? 하나가?”

-기억 안 나?

우석이 잠깐 고민을 하더니 머릿속에 번뜩였다.

“아, 맞다. 군대 갔다던 그놈!”

-그래, 맞아. 그 자식이 만날 포루쉐 타고 다니지 않았냐? 그리고 호텔을 돌아다니며 즐긴다고 했는데.

“그랬냐?”

-가만 군대 갔으면 휴가를 나왔을 텐데……. 지금쯤이면 백일 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그런데 그 자식을 어떻게 조지지? 국회의원 아들이라…….

“야, 국회의원 아들 확실해?”

-그건 확실해. 에이, 그냥 너 그 녀석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마라.

“에이 씨, 기분 엿 같네. 하필 국회의원 아들이야. 그냥 다른 놈들이었으면 그냥 밟아버렸을 텐데.”

국회의원은 정치권이다. 정치 관련이면 경찰이 찍소리를 못한다. 막말로 국회의원이 경찰을 털어버리면 서장의 목이 날아가 버린다. 아무튼 지역 유지 국회의원도 건드리기에는 힘든 현실이었다.

-아무튼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

“야, 시발! 이걸 그냥 넘어가? 생각해 보니 열 받네. 자기가 무슨 국회의원 아들이면 다야? 우리 아버지도 나름 돈 잘 버는 사장이거든?”

-지난번에 얘기 못 들었냐?

“뭐?”

-클럽에서 시비 한 번 붙었는데, 너 철중 형 알지?

“알지.”

-그 철중 형이랑 시비 붙었잖아.

“철중 형 잘사는데, 나름 파워도 있고.”

-야, 끝까지 들어봐.

“미안, 계속해 봐.”

-아무튼 철중 형이랑 시비가 붙었는데 경찰이 왔거든 그런데 철중 형만 잡아가더라.

“뭐? 그게 말이 돼? 철중 형 혼자 잘못했어?”

-아니, 그냥 둘이 같이 시비 붙었는데 그래.

“야, 그게 가능해? 내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네.”

-그만큼 국회의원 파워가 세. 나중에 철중 형은 붙잡혀서 조사를 받고, 그 녀석은 변호사와 함께 나와 조사를 받고 갔단다. 철중 형이 그걸 보고 말하더라, 아무리 시비가 붙어도 절대 국회의원 아들과는 시비 붙지 말라고 말이야.

“와, 그 정도야? 아, 시발! 국회의원 아들 명함이 그리 센가?”

우석은 혼잣말을 하며 구시렁거렸다.

-우석아 괜히 할 것도 없는데 거기서 죽치지 말고 이쪽으로 넘어와라. 우리끼리 술이나 먹자.

“야, 하나는 어떻게 하고.”

-야! 너 솔직히 말해. 하나 좋아서 만나냐?

“그럼 하나 싫어해서 만나냐?”

-솔직히 말해봐. 너 하고 싶어서 만나잖아. 일단 하나는 몸매 좋고, 얼굴 예쁘니까, 안 그래?

“그건 뭐…….”

-아니면 하나랑 결혼할 거냐?

“이 자식아, 결혼은 무슨!”

우석이 발끈했다.

-그러니까, 어차피 국회의원 아들 군인이라며. 잠깐 휴가 나왔으면 들어가겠지.

“하긴 그러네.”

-그래, 그 녀석 들어가고 만날 사람 없으면 또 연락 오겠지. 아니면 너도 그사이에 딴 여자 만나면 되잖아. 그거 너 취미 아니냐?

“그럴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이 나쁜데.”

-됐고! 일단 와! 와서 얘기하자. 여기 물 좋고, 그리고 그거 들어왔다.

‘그거’라는 말에 순간 우석의 눈빛이 확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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