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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16화 (316/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16화

30장 잘 좀 하라니까(8)

“아줌마.”

“네?”

“잠시만요. 저 옷 갈아입고 나올게요.”

최강철 이병은 2층으로 뛰어올라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군대 가기 전 방하고 똑같이 되어 있었다. 깔끔하게 먼지 한 톨 없었다. 그 뒤로 도우미 아주머니가 뒤따라와 말했다.

“다른 건 정리 안 했어요. 청소만 해놨는데…….”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 전화 한 통만 할게요.”

“네. 그래요.”

도우미 아줌마가 내려갔다. 최강철 이병은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것을 확인했다. 차 키와, 카드, 그리고 휴대폰이었다.

“역시 누나야.”

최강철 이병이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들었다. 번호를 누른 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수화기 너머 강하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머나. 오빠 폰 푼 거야?

“응!”

-그래서 우리 언제 봐? 나 준비 거의 다 끝났는데.

“어, 그게……. 우리 저녁에 볼까?”

최강철 이병은 아줌마가 차려주신 집밥이 너무나도 먹고 싶어 약속 시간을 뒤로 미뤘다. 그러자 강하나는 그것을 다른 의미로 이상하게 받아들이고 말았다.

-어멋! 이 오빠 봐. 급했구나! 알았어, 내가 오늘 다 풀어줄게. 저녁에 어디서 볼까?

“저녁에? 으음…….”

최강철 이병이 어디서 볼지 고민을 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 강하나가 말했다.

-오빠! 뭘 그렇게 고민해. 난 오빠가 뭘 원하는지 다 알고 있는데.

“어어……그래?”

-예전에 우리가 항상 만나던 곳에서 보면 되지. 그 호텔 있잖아. 신람 호텔! 나 그 호텔 룸서비스가 먹고 싶네.

“그럴까? 그래, 알았어. 그럼 거기서 보자.”

-알았어, 오빠. 이따가 봐.

최강철 이병은 강하나와의 전화를 끊고 다시 최강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최강철 이병이 문자를 보냈다.

-누나, 나 집에 왔어. 카드 잘 쓸게. 고마워.

최강철 이병이 문자를 보내고 난 후 사복을 찾아 갈아입었다. 그사이 최강희에게서 답장이 날아왔다.

-그래! 그렇다고 너무 많이 쓰지 말고, 사고 치지 말고. 재미있게 놀아라, 내 동생.

최강철 이병이 피식 웃으며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잔뜩 신이 난 얼굴로 소리쳤다.

“아주머니. 저 밥 차려주세요.”

12.

한편,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던 오상진은 다시 면담을 이어갔다.

“이제부터 일병 차례인가?”

오상진은 팔과 목을 가볍게 푼 후 밖으로 나갔다. PX로 가서 캔 커피 10개를 사서 가지고 내려왔다. 다시 상담실에 자리를 잡은 오상진은 본격적인 면담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았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이제부터가 진짜 면담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김 하사가 나타났다.

“소대장님, 식사하셨습니까?”

“네, 먹었습니다. 김 하사는요?”

“네. 저도 방금 먹고 왔습니다. 그런데 안 피곤하십니까?”

“괜찮습니다.”

“바로 이어서 하시겠습니까?”

“네, 부탁드립니다.”

김 하사가 고개를 끄덕인 후 문을 닫았다. 잠시 후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오진한 일병이 나타났다.

“충성! 일병 오진한. 상담실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그래, 어서 와라. 여기 앞에 앉아.”

“네!”

오상진은 미리 준비해 둔 캔 커피 하나를 건넸다.

“긴장하지 말고, 이거 먹으면서 하자.”

“아, 네에.”

오진한 일병이 캔 커피를 손에 꼭 쥐었다. 오상진이 그 모습을 보곤 피식 웃으며 말했다.

“따서 한 모금 해.”

“네, 소대장님.”

오진한 일병이 캔 커피를 땄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시는데 오상진이 슬쩍 물었다.

“진한이 너 상병 언제 다냐?”

“다, 다음 달에 답니다.”

“오오, 그런 현재 네가 일병 왕고네.”

“네.”

“그런데 말이야. 도대체 2소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어…….”

오진한 일병이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괜찮으니까, 편하게 말을 해. 여긴 너와 나 둘밖에 없어. 그리고 오늘 소대장하고 면담한 내용은 소대장만 알고 있을 거야. 절대 너에게 불이익은 없을 거야.”

“…….”

그럼에도 오진한 일병의 입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오상진이 다시 조용히 말했다.

“그래, 말 꺼내기가 쉽지 않겠지. 네 선임들도 그랬다. 그런데 나도 너무 궁금하고,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래. 막말로 소대장도 들은 얘기가 있어. 그걸 믿어야 할지, 아니면 믿지 말아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그래. 그러니 우리 진한이가 말해줄 수는 없을까?”

오상진은 부드러운 어투로 오진한을 설득했다. 오진한 일병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 다 알고 있나? 누가 다 말했어? 상병 중에? 가만 강인한 상병님께서 말했나?’

오진한 일병은 혼자서 상상을 했다.

‘뭐지? 나에게는 입조심 하라더니…….’

오진한 일병이 혼자 생각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그게 말입니다. 실은…….”

김 하사가 왜 이은호 이병이 장재일 2소대장에게 찍혔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줬었다면, 오진한 일병은 이은호 이병이 박대기 상병의 눈 밖에 난 이유를 얘기해 줬다.

“이은호 이병에게 친누나가 있었습니다. 그 누나가 생각보다 예뻤는데 그걸 안 박대기 상병이 집적댔습니다.”

오진한 일병은 설명을 하며 그 당시의 일들을 떠올렸다.

박대기 상병은 언제나 그랬듯 신병이 오면 물어보는 단골 대사가 있었다.

“너, 누나나 여동생 있냐?”

이은호 이병이 첫 전입을 왔을 때도 박대기 상병은 똑같이 물었다. 이은호 이병은 누나가 있다고 했다.

“네. 있습니다.”

“예쁘냐?”

“예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몰라? 하긴 동생이니까. 내가 객관적으로 확인해 줄 테니까. 누나 사진 있냐?”

“이, 있습니다.”

순간 박대기 상병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 한번 보자. 꺼내봐.”

이은호 이병은 별생각 없이 지갑에서 누나 사진을 꺼내 주었다.

“우와! 신병!”

“이병 이은호.”

“너희 누나 맞아?”

“네. 맞습니다.”

“와, 너희 누나 겁나 예쁘네. 무슨 일 하냐?”

“교대생입니다.”

“뭐? 교대? 거기가 뭐냐?”

“저희 누나는 나중에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습니다.”

“아, 선생님. 이야, 얼굴도 예쁘고, 맘도 고우시네.”

박대기 상병은 이은호 이병에게 완전히 빠져 있었다.

“너희 누나 전화번호 어떻게 되냐?”

“네?”

“인마, 너 군 생활 편하게 해 주려고 그러는 거잖아. 누나 전화번호 대봐.”

“군 생활 편하게 하는 거랑 저희 누나 전화번호랑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이은호 이병은 전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박대기 상병이 순간 울컥했다.

“자, 내 말 잘 들어. 내가 누구야?”

“박대기 상병님입니다.”

“그렇지. 내 위로 누가 있어? 최강수 병장님밖에 없어. 그럼 최강수 병장님이 제대하고 나면 누가 실세지? 바로 나야. 이제 이해가 돼?”

박대기 상병은 약간 둘러서 얘기를 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은호 이병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놔, 이 자식! 그렇게 눈치를 줘도. 잘 들어, 이렇게 예쁜 누나가 있으면 고참에게 소개를 시켜주고. 너는 나를 믿고, 군 생활 편안하게 하면 되는 거야. 알겠어?”

박대기 상병은 약간 짜증난 얼굴로 얘기 했다. 그제야 이해를 한 이은호 상병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저희 누나 남자 친구 있습니다.”

“뭐? 이 자식이 봐라.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

“저희 누나 남자 친구랑 오래 사귀었습니다. 그 형이랑 결혼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가르쳐 드릴 수 없습니다.”

이은호 이병의 당당한 말투에 박대기 상병이 기분이 확 상해버렸다.

“너 이 자식!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너 군 생활이 어떤지 롤러코스터를 맛보게 해주마. 방금 한 말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줄게.”

이 사건 후 박대기 상병은 이은호 이병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자체가 꼴도 보기 싫었던 모양이었다.

“아무튼 저 자식. 마음에 안 들어! 딱 하나 걸리기만 해.”

그러고 있는 사이, 이은호 이병은 적응도 제대로 못 하고, 심지어 아프기까지 했다. 그런데 박대기 상병이 ‘저 자식 꾀병이다. 알았지? 꾀병이라고 말해!’ 이런 식으로 입단속을 시켰다.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배가 아픈데 먹는 거로 갈굼을 당하는 것이었다.

“야, 이거 다 처먹어라. 하나라도 남기면 뒤진다. 그리고 너희들도 이 자식 도와주지 마라.”

박대기 상병이 저녁을 먹고 온 후 PX에서 과자와 음식을 잔뜩 사 왔다. 그런데 그것을 소대원끼리 나눠 먹지 않고, 이은호 이병 혼자서 다 먹게 했다.

그걸 다 못 먹는 날에는 끊임없이 언어폭력이 이어졌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겹치니 점점 더 병은 악화되었다.

오진한 일병의 얘기는 여기서 끝이 났다.

“아마 그래서 박대기 상병이 억지로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그런 식으로 갈굼을 당한 것 같습니다.”

“가만, 억지로 먹였다고? 지난번에 내게 한 번 들켰잖아. 그 이후로 또 했어? 그게 처음이 아니었어?”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있었습니다. 워낙에 흔한 일이라서 말입니다.”

“어허, 그래.”

오상진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은호가 많이 힘들어했겠네.”

“네. 처음에 한 번은 버티던데. 크게 한 번 체하고 난 이후에 조금 힘들어했습니다. 하지만 훈련은 한 번도 안 빠지고 다 받았습니다. 딱 봐도 아파 보였는데 빼주지도 않았습니다.”

“당연히 아픈 몸을 이끌고 훈련을 받아도 제대로 하지 못했겠지.”

“네. 맞습니다. 또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고 욕을 먹었습니다.”

“이은호 이병 사수가 누구야?”

“박중훈 상병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박 상병이 말발이 조금 딸리고, 호봉도 낮아서 제대로 힘도 쓰지 못했습니다. 또 박중훈 상병이 워낙에 착했습니다. 첫 신병 때부터 박대기 상병에게 갈굼을 당해왔는지, 박대기 상병의 말이라면 찍소리도 못했습니다.”

“정말 아무런 말도 못 했어?”

오상진이 어이없어하며 물었다. 그러자 오진한 일병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 딱 한 번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은호 이병이 크게 체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은호 이병 엄청 아파했습니다. 그래서 박대기 상병에게 말했는데…….”

-박 상병님, 은호가 많이 아픕니다. 체한 것 같은데 의무대에 갔으면 합니다.

-이 자식아, 군대에서 체한 것이 한두 번이냐? 고작 체한 걸 가지고 이 호들갑이야. 아, 그럼 어떻게 체했냐고 그러면, ‘박대기 상병이 억지로 먹여서 체했습니다’라고 말하겠네.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런 소리를 나에게 하냐? 부사수 관리를 이따위로 해? 너 아직 멀었네. 너 상병 달고 한 번도 안 털렸지? 그래, 이번에 한 번 털려 볼래?

-아닙니다.

“……이렇듯 박중훈 상병도 찍소리도 못했습니다.”

“흐음…….”

오상진은 잔뜩 인상을 쓰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뒤로도 오진한 일병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한 번 터지니까,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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