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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12화 (312/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12화

30장 잘 좀 하라니까(4)

“인한아,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강인한 상병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장재일 2소대장에게 겁을 먹은 것 같았다.

“소대장님, 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걱정 마. 네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오상진의 시선이 이번에는 박대기 상병에게 향했다.

“박대기.”

“상병 박대기.”

“너 아까 재미있는 소리 했더라.”

“네?”

박대기 상병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듯했다.

“네가 이은호 이병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것 같은데, 하마터면 장폐색으로 죽을 뻔했어. 알기나 해?”

“네에?”

오상진이 잔뜩 겁을 줬다. 박대기 상병도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이 일 절대로 그냥 안 넘어가! 이은호 이병이 왜 저렇게 아팠는지 밝혀낼 거니까. 그때 너 이름 안 나오게 해라. 만약 너 이름 나오면 내가 널 가만 안 둘 것 같거든.”

오상진이 살벌한 눈으로 박대기 상병에게 말했다. 박대기 상병이 파르르 떨었다. 눈동자도 급격하게 흔들렸다.

‘제, 젠장. X됐다!’

오상진이 이렇듯 공개적으로 말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오상진이 이렇게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박대기 상병이 이번 사건을 은근슬쩍 은폐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렇듯 공개적으로 2소대장과 박대기 상병을 날리면서 2소대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알린 것이었다. 박대기 상병 편을 들어봤자 좋을 것 하나도 없다는 그런 뜻으로 말이다.

“그리고 강인한 상병 건드리지 마라. 내가 딱 지켜보고 있다.”

2소대를 나서면서 오상진이 경고하듯 말했다.

“네.”

덩달아 박대기 상병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6.

한편, 그 시각.

김철환 1중대장은 대대장실로 들어갔다.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었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병사 한 명을 죽일 뻔한 일이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착잡한 마음으로 한종태 대대장에게 보고했다. 모든 이야기를 다 전해 들은 한종태 대대장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뭐야, 이건!”

한종태 대대장이 김철환 1중대장을 올려다봤다.

“1중대장.”

“네.”

“도대체 뭐냐, 너희 중대는?”

“죄송합니다.”

“아니, 오 소위가 있는 중대에 어떻게 이런 또라이 같은 자식이 있을 수가 있지?”

“그게 저도…….”

“이 자식 몇 기야?”

“육사 출신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육사 아냐? 그럼 3사?”

“네.”

“가만, 이 자식 그 녀석 아냐? 3중대장이 맘에 드는 소대장이 있다면서 말한 그 녀석 말이야.”

“맞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핫, 미친 녀석! 이 자식이 그러니까, 일부러 너 엿 먹이려고 그랬단 말이지.”

한종태 대대장도 대충 눈치를 챘다.

“그래서, 애는 어떻게 됐어?”

“다행히 오 소위가 수습을 잘해서 괜찮습니다. 지금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또 오 소위야? 하아, 너나 나나 오 소위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

“죄송합니다.”

“아, 됐고! 장 소위 어떻게 할 거야?”

“전 이대로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가 몇 번이나 참고 있었는데…….”

“그래서 이번 일 키워서 그 녀석 날려 버릴 심산이야? 그런 거야?”

“…….”

김철환 1중대장은 차마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저 심각한 얼굴로 있을 뿐이었다. 사실 이 일을 공론화해 버리면 한종태 대대장의 입장에서도 약간 곤란해지긴 했다.

그렇다고 한종태 대대장도 이번 일을 덮자고 말하지 못했다. 오상진이 있는 중대가 1중대니 오상진의 덕을 봤다면 1중대의 덕을 본 꼴이기 때문이다.

“하아, 그래서 넌 감당 못 하겠다는 거지?”

“네.”

“알았어. 일단 가 봐. 참, 장 소위는 어떻게 조치했어?”

“지금은 그냥 2소대장 직위를 해임하고, 행정반에 대기시켜 놓겠습니다.”

“재고의 여지는 없고?”

“죄송합니다. 대대장님.”

“알았어. 1중대장 뜻대로 해.”

한종태 대대장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대장님.”

김철환 1중대장이 나가고, 한종태 대대장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작전과장을 불렀다.

“작전과장. 내 사무실로 인사장교와 함께 와.”

잠시 후 곽부용 소령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곧이어, 인사장교도 눈치를 살피며 들어왔다. 한종태 대대장이 두 사람을 본 후 곽부용 소령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작전과장 장 소위 얘기는 들었어?”

“네, 좀 전에 들었습니다.”

한종태 대대장과 달리 부대 곽부용 소령은 부대 돌아가는 사정에 빠삭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사실 장 소위에 관한 얘기는 그동안 저도 많이 들었습니다. 예전부터 장교로서, 간부로서 올바르지 못하다는 얘기를 말입니다.”

“그랬어?”

“일단 1중대에서는 더 이상 안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중대로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인사장교를 봤다.

“인사장교 가능해?”

“저희 대대 내부에서 보직을 옮기시는 거라면 가능합니다. 그런데 어느 중대로 보냅니까? 1중대에서 사고를 쳤다면 다른 중대에서도 똑같을 텐데 말입니다.”

“으음, 보낼 수는 있다는 거지?”

“네. 대대장님.”

“알았다.”

한종태 대대장이 고개를 끄덕인 후 3중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대장이다.”

-충성! 3중대장입니다.

“3중대장 혹시 장재일 소위라고 알지?”

-네, 그렇습니다.

“너 지난번에 장 소위 달라고 했지? 이번에 보낼 테니까, 관리 잘할 수 있지?”

순간 3중대장은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어, 대대장님.

“왜?”

-지금 당장 말씀드리기는 곤란하고, 제가 지금 작전 중이라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뭐?”

-죄송합니다.

“알았어, 작전 끝나고 연락해!”

한종태 대대장도 3중대장이 수도방위사령부로 작전을 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자기보다 먼저 끊으려고 하는 이대우 3중대장을 이해했다.

하지만 정작 3중대장은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대우 3중대장은 한종태 대대장과 연락을 끊고 생각에 잠겼다.

“뭐지? 갑자기 왜?”

이대우 3중대장이 의문을 잔뜩 가졌다. 그래서 5중대장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했다.

“5중대장. 혹시 1중대에 장재일 2소대장 무슨 일 있어?”

-저도 잘……. 제가 알아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래 부탁해.”

약 30분이 흐른 후 5중대장에게 연락이 왔다.

“어, 그래? 무슨 일이래?”

-장 소위 사고 친 것 같습니다.

“사고? 무슨 사고?”

-자기 소대 신병 한 명이 잘못되어 지금 국군병원에 있다고 합니다.

“그게 왜?”

-알고 보니 장 소위가 일부러 방치를 한 모양입니다. 오 소위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나중에 큰일이 생길 뻔했답니다.

“일부러? 일부러가 확실해?”

-네, 하마터면 장폐색까지 올 뻔했답니다.

“와, 미친 자식! 그런데 이 폭탄을 나에게 보내겠다는 거야? 이건 아니지!”

-네?

“아니야. 아무튼 고마워. 들어가면 한잔하자!”

-네.

이대우 3중대장이 전화를 끊고 곧바로 한종태 대대장에게 연락을 했다.

“충성, 3중대장입니다.”

-어, 그래. 작전 끝났어?

“네. 방금 끝났습니다.”

-아까 하던 얘기로 들어가서! 장 소위 받을 거야, 말 거야.

한종태 대대장의 입장에서는 이대우 3중대장도 장재일 2소대장을 원했었고, 장재일 2소대장 역시 3중대로 가길 원했었다. 그래서 서로 붙여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대우 3중대장이 거절했다.

“대대장님, 지금은 받을 자리가 없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 소대장 다 있는 거 말입니다.”

-소대장을 바꾸면 되지.

“이미 다 소대원과 인사 다 나누고. 한참이 되었는데 바꾸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소대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말입니다. 그리고 장 소위는 아직 1중대 소속 아닙니까.”

-지난번에 달라고 했잖아.

“지난번이야, 우리 소대장 한 명이 전출 가기로 되어 있어서 그랬던 거고 말입니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진짜야?

“네. 그 말씀 못 들은 거로 하겠습니다.”

-야, 이대우 대위.

“죄송합니다, 대대장님!”

-허! 알았어!

한종태 대대장은 전화를 끊고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곽부용 소령이 물었다.

“뭐랍니까?”

“싫다는데.”

“아무래도 3중대장 귀에 벌써 들어간 것 아닙니까?”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럼 어떻게 하지?”

한종태 대대장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인사장교가 조용히 말했다.

“그럼 뭐, 저희 사단 연대로 보내시죠.”

“가능하겠어?”

“제가 사단으로 내려가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래, 인사장교 자네만 믿는다. 제발 이 자식 우리 대대에 없었으면 좋겠다.”

“네. 알겠습니다.”

인사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나서서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시킨 결과.

“이런 X팔!”

장재일 2소대장의 인사명령이 떨어졌다.

장재일 2소대장은 자신의 인사명령서를 확인하고 손을 부르르 떨었다.

쾅!

“이런 X팔!”

순간 중대 행정실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3소대장과 4소대장은 잔뜩 긴장된 눈으로 장재일 2소대장을 바라봤다. 저러다 다 뒤집어엎고 난리를 피울까 봐 걱정됐던 것이다.

하지만 때마침 오상진이 들어오면서 장재일 2소대장의 폭주는 멎었다.

장재일 2소대장은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고,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중대 행정반을 나갔다.

“와. 살 떨려. 방금 2소대장 표정 봤습니까?”

4소대장이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3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봤습니다.”

“괜찮…… 겠죠?”

“……모르겠습니다.”

3소대장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4소대장은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사고는 안 치겠죠?”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다만 뭡니까?”

“아, 아닙니다. 저 이만 훈련 때문에…….”

3소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대 행정반을 나가는 그의 표정이 많이 어두웠다.

‘설마 자살 뭐 그런 것은 하지 않겠지?’

3소대장은 너무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사이 장재일 2소대장의 전출 명령서가 내려졌다는 소문이 온 중대에 퍼졌다. 중대원들은 저마다 놀란 반면, 1중대 2소대원들은 의외로 담담함을 유지했다. 어쩌면 소대장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걸 다들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날.

장재일 2소대장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중간에 잠깐 김철환 1중대장을 찾아가 전출 신고를 하고 사라졌다는 소식은 전해졌지만 누구 하나 장재일 2소대장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2박 3일 휴가를 간 후 곧바로 전출 받은 곳으로 출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저녁 사라졌던 장재일 2소대장이 이대우 3중대장이 살고 있는 아파트 입구에 나타났다.

퇴근을 하고 온 이대우 3중대장이 장재일 2소대장을 발견하고 움찔했다.

“자, 장 소위.”

장재일 2소대장이 고개를 들어 이대우 3중대장을 봤다. 그런데 장재일 2소대장의 눈이 살짝 풀려 있었다. 게다가 근처에 가니 술 냄새가 확 풍겨왔다.

“장 소위, 낮술 했냐?”

“네, 했습니다. 맨정신으로는 살 수가 없습니다.”

“술을 먹었으면 일찍 들어가서 쉬어. 여기서 이러지 말고. 내일 맨정신으로 얘기해.”

이대우 3중대장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스쳐 지나가려고 했다. 그때 장재일 2소대장이 비틀거리며 힘겹게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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