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11화
30장 잘 좀 하라니까(3)
“제가 불러오겠습니다.”
박중근 하사가 벌떡 일어나 행정반을 나갔다. 잠시 후 김 하사가 뛰어왔다.
“저 부르셨습니까?”
“김 하사.”
“네.”
“자네, 똑바로 말해. 그 신병 말이야. 아픈 거 알았어, 몰랐어!”
그 순간 장재일 2소대장이 고개를 홱 돌려 김 하사를 노려봤다. 마치 ‘말하면 죽여 버리겠다’는 듯이 말이다. 그 눈빛을 본 순간 김 하사는 움찔했다.
‘젠장…….’
김 하사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냥 이대로 조용히 넘어갈 것인지, 아니면 솔직하게 다 말할 것인지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지금 장재일 2소대장의 편을 들어봐야 딱히 자신에게 이로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 하물며 김철환 1중대장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래, 솔직하게 말하자.’
김 하사가 결심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실은…….”
“실은 뭐?”
“이은호 이병이 계속 아프다고 절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왜 의무대에 안 보냈어?”
“2소대장이 보내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때 장재일 2소대장이 눈을 크게 뜨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언제! 김 하사! 똑바로 말 안 해?”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홱 돌려 장재일 2소대장을 노려봤다.
“2소대장, 내가 입 닥치라고 했다.”
“하지만 중대장님…….”
“한 번만 더 입 열어봐.”
“…….”
장재일 2소대장이 마지못해 입을 다물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돌려 다시 김 하사를 봤다.
“정말 2소대장이 그랬다고?”
“네.”
“확실한 거지?”
“그렇습니다.”
“증명해 줄 수 있어?”
김철환 1중대장이 물었다. 김 하사가 잠깐 생각을 하더니 누군가를 댔다.
“박대기 상병도 들었고 말입니다. 4소대 부소대장 한 하사도 들었습니다.”
“한 하사? 그럼 한 하사도 불러와.”
잠시 후 한 하사가 뛰어왔다.
“부르셨습니까?”
“한 하사, 김 하사가 신병 의무대 보내야 한다고 2소대장에게 말했던 적이 있다고 하던데, 맞아?”
“네? 아, 네. 기억납니다. 그때 김 하사가 의무대 보내려고 했는데 2소대장이 저 녀석 꾀병이라고 보내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 꾀병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장재일 2소대장이 어이없어했다.
“중대장님, 진짜 억울합니다. 저 그런 적 없습니다.”
“쓰읍! 내가 입 다물고 있으라고 했다. 한 번만 더 주둥이 나불거려봐. 평생 입 못 열게 만들어줄 테니까.”
장재일 2소대장은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김 하사와 한 하사를 보며 말했다.
“알았다. 두 사람은 볼일 봐.”
“네.”
김 하사와 한 하사가 가고 김철환 1중대장은 곧바로 2소대로 향했다. 그곳에서 훈련 나갈 준비를 하던 박대기 상병이 움찔했다.
“충성! 2소대 훈련 준비 중.”
김철환 1중대장은 경례를 받는 둥 마는 둥 터벅터벅 박대기 상병에게 다가갔다. 김철환 1중대장이 어깨의 녹색 견장을 발견하고 말했다.
“네가 여기 분대장이야?”
“상병 박대기. 네, 그렇습니다.”
“너 위로는 없어?”
“얼마 전에 최강수 병장이 제대를 했습니다. 그 밑으로 저밖에 없습니다.”
“그래? 너 이은호 알아 몰라?”
“압니다.”
박대기 상병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김철환 1중대장이 왜 찾아왔는지 바로 알았다.
“이은호 이병 아픈 줄 알았어? 아니면 몰랐어?”
“그게…….”
박대기 상병이 슬쩍 장재일 2소대장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어딜 쳐다봐! 중대장이 물어보는데.”
박대기 상병이 곧바로 시선을 김철환 1중대장에게 뒀다.
“죄송합니다.”
“다시 묻는다. 이은호 이병 아팠다는 거 알아 몰라?”
박대기 상병은 짧게 분위기를 살폈다. 그리고 박대기 상병은 잘못된 선택을 했다.
“이은호 이병, 종종 아프다고 했지만 멀쩡해 보였습니다.”
“뭐? 아프다는데 멀쩡해?”
“네.”
“그걸 네가 어떻게 판단해?”
“만날 아프다고 했는데 조금 지나면 괜찮아졌고, 밥도 잘 먹고, 훈련도 잘 받고 해서 그리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게 괜찮다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허, 이런 미친 자식…….”
김철환 1중대장은 박대기 상병을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분대장이라는 녀석이…….”
그때 강인한 상병이 들어왔다. 김철환 1중대장의 시선이 곧바로 강인한 상병에게 향했다.
“야, 너 여기 2소대야?”
“상병 강인한. 네, 맞습니다.”
“좋아. 그럼 너에게 묻겠다. 너 2소대 신병 알지? 이은호 이병 말이야.”
“네, 알고 있습니다.”
“그 녀석 아팠던 거 알고 있었어?”
“네?”
갑작스러운 질문에 강인한 상병이 눈을 치떴다.
설마하니 중대장이 그걸 물어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해. 알고 있었어, 모르고 있었어?”
“그게…… 종종 아팠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마, 아픈 걸 알았다면 의무대에 보냈어야지.”
“저, 저는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왜?”
“그게…….”
“솔직히 말하라고 했지?”
“바, 박 상병에게 얘기를 해도 안 된다고 하고. 소대장에게 얘기를 해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김 하사에게 몇 번 얘기를 꺼냈지만 그때마다 어렵다고 했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잔뜩 성이 난 얼굴로 장재일 2소대장을 바라봤다.
“너 애를 아주 잡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아닙니다, 저 그런 적 없습니다.”
그러면서 강인한 상병을 노려보며 말했다.
“야, 강 상병! 너 똑바로 말해. 나에게 언제 말했어? 언제 말했냐고!”
강인한 상병 역시 장재일 2소대장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저번 주에도 말씀드렸고, 저저번 주에도 말씀드렸습니다. 그때마다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이은호 이병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닌데 피해가 오면 가만 안 두겠다’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김철환 1중대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너 이 자식 아주 끝을 보는구나. 아무튼 너 가만 안 둬! 징계 먹을 각오하고 있어.”
김철환 1중대장이 크게 소리친 후 2소대 내무실을 나갔다. 장재일 2소대장의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김철환 1중대장은 다시 중대 행정반으로 갔다.
“3소대장.”
“네.”
“자네, 지금부터 2소대장 철저히 감시해.”
“2소대장 말입니까?”
“그래!”
3소대장이 장재일 2소대장을 힐끔 쳐다보고는 대답했다.
“어디서 무슨 짓을 하든 아무것도 못 하게 해.”
“알겠습니다.”
“2소대장.”
“네.”
“넌 지금부터 아무것도 하지 말고, 행정반에 대기해. 너의 징계는 대대장님께 보고 후 결정하도록 하겠다.”
“…….”
장재일 2소대장이 잔뜩 굳은 얼굴이 되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몸을 홱 돌려 대대장실로 향했다.
5.
장재일 2소대장은 초조했다.
‘이래서는 안 돼. 내가 수습을 해야 해.’
장재일 2소대장이 생각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3소대장이 깜짝 놀라며 장재일 2소대장 앞을 막아섰다.
“2소대장님, 어디 가십니까?”
“야, 나와!”
“어디 가십니까!”
“지금 상황 심각한 거 안 보여?”
“그러니까, 어디 가십니까?”
“야, 3소대장. 너까지 왜 그러냐? 나 옷 벗는 꼴 볼래?”
“그러니까 어디 가시냐는 말입니다.”
“미친 자식아. 어떻게든 수습해야 할 거 아니야? 나도 이대로 죽을 수는 없잖아!”
“그럼 저랑 같이 가시죠.”
“뭐?”
3소대장은 단호했다. 장재일 2소대장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아씨! 아, 몰라! 따라오든지 말든지 네 마음대로 해!”
장재일 2소대장이 곧장 간 곳은 2소대 내무실이었다.
“야, 강인한이 어디 있어?”
“바, 밖에 나갔습니다.”
“당장 찾아와!”
일병 하나가 눈치를 살피며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때마침 강인한 상병이 들어왔다.
“충성,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은 개XX야. 너 때문에 나 징계 먹게 생겼는데 그런 소리가 나와?”
장재일 2소대장이 당장에라도 강인한을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렸다. 3소대장이 곧바로 나타났다.
“그만하십시오. 지금 이게 무슨 추태입니까?”
“뭐, 추태? 너 말 다 했어?”
장재일 2소대장이 눈을 부라렸다. 3소대장이 낮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여기 부대입니다. 병사들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진정하십시오.”
장재일 2소대장이 주위를 살폈다. 어느덧 다른 중대 병사들까지 기웃거리고 있었다.
“하아, 일단 넌 빠져! 나중에 얘기하자.”
“못 빠집니다. 저랑 행정반으로 가시죠.”
“빠져!”
“조금 전 중대장님 말씀 못 들으셨습니까?”
지금 장재일 2소대장은 폭주 상태였다. 아무리 중대장님 명령이라고 해도 그냥 가만히 있으면 남는 것은 보직해임이었다. 이런 상태다 보니 뭐든지 해야 했다.
“지금 네가 날 감시하겠다고? 감히 날?!”
눈에 뵈는 게 없는 장재일 2소대장이 권위로 3소대장을 찍어 누르려 들었다. 그때 오상진이 나타났다.
“2소대장 지금 여기서 뭐 합니까?”
장재일 2소대장이 오상진을 힐끔 보며 말했다.
“1소대장은 빠지십시오.”
그러면서 다시 강인한 상병에게 눈을 부라렸다. 오상진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2소대장! 지금……. 하아. 2소대장!”
오상진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장재일 2소대장을 바라봤지만 장재일 2소대장은 무시했다. 그러자 오상진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야, 장재일!”
오상진의 언성을 높이며 장재일 2소대장의 이름을 불렀다. 순간 장재일 2소대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바,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장재일! 내가 지금까지 한 살 많다고 봐주고 오냐오냐 해줬더니. 어디 위아래도 모르고 소대원에게 뭔 짓이야!”
장재일 2소대장은 어이가 없는지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허,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조금 전 중대장님이 자리에 대기하라고 했어, 안 했어!”
오상진이 강하게 나갔다. 그러자 장재일 2소대장이 당황했다.
“…….”
“대답 안 해!”
오상진이 계급으로 찍어 누르자 장재일 2소대장이 잔뜩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했습니다.”
“그런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중대장님 말씀이 우스워? 지금 중대장님 말을 어기는 거야? 명령 불복종이야?”
“…….”
오상진이 강하게 소리치자 장재일 2소대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계급이 같다 해도 1소대장인 오상진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처지였다. 하물며 오상진은 지금 중위 대우를 받고 있었다.
오상진의 시선이 3소대장에게 향했다.
“3소대장, 중대장님이 뭐라고 했어.”
“2소대장 감시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면 다야? 지금 3소대장도 똑같아!”
“…….”
3소대장 역시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오상진은 무서운 눈으로 말했다.
“지금 당장 2소대장 데리고 행정반으로 가 있어.”
“네.”
3소대장이 장재일 2소대장 팔을 끌며 말했다.
“가시죠.”
장재일 2소대장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중대 행정반으로 갔다. 오상진이 강인한 상병에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