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10화
30장 잘 좀 하라니까(2)
“만약에 의무대 보내서 아무렇지 않다고 하면 어쩌실 겁니까? 그때는 1소대장이 책임지실 겁니까?”
“아니, 무슨 애를 가지고 책임 운운합니까?”
“아니, 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1소대장이 지금 우기는 거 아닙니까.”
“제가 지금 우긴다고 했습니까? 지금 애 상태로 보십시오.”
“아무튼 할 겁니까, 말 겁니까?”
2소대장이 강하게 나갔다. 오상진이 그런 2소대장을 보며 말했다.
“좋습니다. 합시다.”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
“제가 옷 벗으면 됩니까? 그걸 원하면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허…….”
장재일 2소대장이 그냥 웃고 말았다. 그러나 오상진은 눈을 매섭게 뜨며 말했다.
“하지만 만약에 이 아이가 정말 아픈 거라면 저도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오상진도 강하게 나갔다. 하지만 이은호 이병이 꾀병이라는 확신을 한 것일까. 장재일 2소대장은 코웃음을 쳤다.
“맘대로 하십시오.”
장재일 2소대장이 한발 뒤로 물러났다.
오상진은 곧장 이은호 이병을 부축해서 의무대로 데려갔다.
때마침 의무대에는 한대만의 후배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은호 이병은 여전히 괴로워하고 있었다.
“으으으윽…….”
“잠깐만 확인 좀 할게. 조금만 참아.”
의무장교가 진맥을 하더니 급기야 청진기를 대서 확인을 했다. 이곳저곳 진맥을 눌러보고 등에 청진기를 대며 확인을 하고선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상태가 좋지 않은데요. 일단 여기서는 어쩔 수가 없고, 외부병원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외부병원요?”
“네. 거기서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할 것 같아요.”
“아, 그래요? 많이 심각해 보입니까?”
“네. 제 소견으로는 장이 꼬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장이 꼬여요?”
오상진이 놀란 눈으로 이은호 이병을 봤다.
“혹시 앰뷸런스 준비해 줄 수 있어요?”
“네. 바로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의무장교가 수송대대에 곧바로 전화를 넣었다.
“나 의무장교인데, 의무대로 앰뷸런스 보내. 지금 당장!”
수송대대에서 앰뷸런스가 올 동안 장재일 2소대장이 들어왔다.
“뭐라고 합니까?”
“지금 바깥에 큰 병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네? 별것도 아닌데 밖에 큰 병원으로 갑니까?”
“이 친구 지금 장이 꼬였다고 합니다. 그걸 풀어 줘야 한다고 합니다.”
장재일 2소대장이 움찔했다. 하지만 그는 믿지 않고 바로 의무장교에게 물었다.
“확실합니까? 이 친구 장 꼬임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확실한 건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그래서 큰 병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한 것입니다.”
“뭡니까? 설마 두 분 서로 말 맞춘 거 아닙니까? 우리 내기 때문에?”
순간 오상진을 비롯해 의무장교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의무장교가 어이없는 얼굴로 말했다.
“이보세요, 장 소위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뭐가 어쩌고 어째요?”
오상진이 의무장교를 말렸다.
“진정하십시오.”
“아니, 지금 이 사람이…….”
의무장교가 말을 하려는데 장재일 2소대장이 손을 휙휙 저었다.
“아, 됐습니다. 됐어! 맘대로 하십시오.”
장재일 2소대장이 휙 몸을 돌려 가버렸다. 오상진은 그런 2소대장의 등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의무장교에게 말했다.
“그냥 그러려니 하십시오. 저 사람 잔뜩 모 난 사람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오 소위님하고 짜고 말했다는 것이…….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죄송합니다. 그냥 무시하십시오.”
“그럼, 저 사람 정체가 뭡니까?”
“소대장입니다.”
“소대장인데 자기 소대원 죽어간다는데 저딴 소리를 해요?”
“에효, 모르겠습니다.”
오상진도 한숨이 나왔다. 한편 이은호 이병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모든 것을 다 듣고 있었다.
“아무튼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너그럽게 이해해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의무장교가 말을 한 후 사무실로 갔다. 오상진은 앰뷸런스가 올 때까지 이은호 이병의 옆에 있어 주기로 했다.
“괜찮아?”
“아, 아직 많이 아픕니다.”
“조금만 참아, 곧 앰뷸런스 오면 바깥의 큰 병원 가 보자.”
“네. 그런데 혹시 저 죽을병에 걸린 겁니까?”
이은호 이병이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 오상진이 두 손을 흔들었다.
“절대 아니야. 그냥 장이 꼬였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힘들고 큰 병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단다.”
“아, 네에. 윽!”
또다시 느껴지는 고통에 이은호 이병은 자신의 배를 꼭 쥐었다. 마치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었다.
“장 꼬임은 간혹 나와. 근데 그걸 그냥 그대로 두면 나중에 장폐색증까지 올지 몰라.”
“네?”
오상진의 설명에 의무장교가 다가왔다.
“어? 맞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의학에 대해서 좀 아시는 것 같습니다.”
“아뇨. 제가 어떻게…… 그냥 어깨너머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대단하십니다. 대부분 장 꼬임을 얘기하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해서요.”
“아닙니다.”
“아무튼 오 소위님 대단하십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앰뷸런스가 도착을 했다. 오상진이 바로 운전병에게 말했다.
“부대 근처 큰 병원 응급실로 가자!”
“네.”
큰 병원에 도착해 서둘러 CT 촬영을 해본 결과, 다행히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지금 당장 부대로 복귀하는 것보다 며칠이라도 입원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소견이 나왔다.
오상진은 입원이라는 말에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전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친구가 군인이라, 여기서 입원은 그렇고 국군병원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다행히 병원에서 앰뷸런스를 준비해 줘서 어렵지 않게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그 외 전반적인 서류작업을 모두 다 마친 후 입원해 있는 이은호 이병에게 갔다.
“걱정 말고, 여기서 안정을 취하고 있어.”
“네.”
“그래. 그럼 소대장은 부대에 다녀올 테니까. 한숨 푹 자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4.
오상진은 부대에 복귀하자마자 중대장실로 향했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김철환 1중대장의 음성이 들려왔다.
“들어와.”
오상진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2소대장에게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도 하지 않고.”
“그게…….”
오상진이 한숨을 푹 내쉬며 오후에 있었던 얘기를 쭉 꺼냈다.
그럴수록 김철환 1중대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러고는 급기야 주먹으로 책상을 쾅 하고 내려치며 분노했다.
“장재일 이 개XX가! 그 자식 미친 거 아니야?! 아니면 나 엿 먹이려고 작정을 한 거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을 자꾸 저지르고 있어?”
김철환 1중대장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중대장실을 박차고 나섰다. 오상진은 그 뒤를 말없이 따랐다.
중대 행정반 문을 벌컥 연 김철환 1중대장이 소리쳤다.
“2소대장! 2소대장 어디 있어!
“조금 전에 퇴근했습니다.”
4소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뭐? 이런 미친 새끼가! 지금 지 새끼는 지금 아파서 입원해 있는데 퇴근을 했다고?!”
김철환 1중대장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그때 김철환 1중대장의 눈에 2소대 부소대장이 들어왔다.
“김 하사.”
“네.”
“2소대장 진짜 퇴근했어?”
“네, 그렇습니다.
“그 자식 당장 튀어오라고 해! 당장!”
“네.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잔뜩 성질을 내었다. 그 모습을 보며 김 하사는 한숨을 푹 내쉬며 낮게 중얼거렸다.
“내가 이 사달이 날 줄 알았어.”
그러면서 서둘러 장재일 2소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다가 잔뜩 눈치를 보며 김철환 1중대장에게 말했다.
“저기 중대장님.”
“왜? 그 자식 뭐래?”
“전화기가 꺼져 있습니다.”
“뭐? 꺼져 있어? 진짜 이 자식이 돌았나!”
김철환 1중대장은 분을 삼키지 못하고 몸을 홱 돌려 중대장실로 갔다. 오상진이 곧바로 뒤를 따라갔다.
“중대장님 진정하십시오.”
“인마,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이 자식을 그냥…….”
“중대장님…….”
오상진이 중대장실까지 쫓아가며 간신히 김철환 1중대장을 진정시켰다. 1중대는 김철환 1중대장의 언성에 무슨 일인지 기웃거렸다.
“왜 그래?”
“중대장님 엄청 화나셨는데?”
“네. 조금 전에 2소대장 찾고 난리 났습니다.”
“와, 2소대장 무슨 사고를 크게 쳤기에 그래?”
“아무래도 오후에 쓰러진 2소대 신병 때문 아닙니까.”
“아, 그 신병! 그때는 내가 봐도 상황 심각했는데……. 아무튼 2소대장님 좀 너무한 것 같긴 하더라.”
“하아,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내일 1중대 또 발칵 뒤집힐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럴 것 같다. 지금 중대장님 화나신 거 봐서는 징계로 끝날 것 같지 않아.”
“네? 그럼?”
“아무래도 전출 가지 않을까?”
“2소대장 말입니까?”
“내 촉이 그래.”
“에이, 아무리 그래도…….”
“사람 앞일은 모르는 거야.”
그렇게 중대원들은 서로 쉬쉬하면서도 열심히 쑥덕거리기 바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중대원들이 예상했던 대로 아침부터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특히 김철환 1중대장은 어제의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아침부터 고성이 들려왔다.
“야, 2소대장! 너 이 자식! 어제 뭐 했어? 왜 전화기를 꺼놓고 있었어!”
“어제 충전하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깜빡? 너 요즘 그냥 막 나가자고 작정을 했지?”
“아닙니다.”
“후우……. 그보다 너 어제 너희 소대 신병 국군병원에 입원한 거 알아 몰라?”
“몰랐습니다.”
“몰라?”
“네. 조금 전에 알았습니다.”
“너희 2소대 담당 아니야? 네가 그러고도 2소대장이라고 할 수 있어?! 뭔 새끼가, 책임감이 이렇게 없어! 그러고도 네가 간부야? 간부냐고!”
김철환 1중대장이 힘주어 말했다. 2소대장이 굳어진 얼굴로 입을 뗐다.
“전 정말 몰랐습니다. 그 녀석 원래부터 꾀병이 심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러니까…….”
“꾀병? 어제 1소대장이 군의관에게 들었던 얘기가 뭔 줄 알아?”
“…….”
“갑자기 그리된 것은 아니란다. 한동안 계속 아팠을 것이라고, 왜 그 상태로 지금까지 그냥 뒀냐고 하던데. 그리고 그 상태로 그냥 뒀다가 장폐색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이야. 그런데도 꾀병이라고?”
김철환 1중대장이 눈을 부라리며 장재일 2소대장을 노려봤다.
“이런 식이면 엄연히 넌 군 학대나 다름이 없어.”
“하, 학대 아닙니다. 전 진짜 꾀병으로…….”
“닥치지 못해! 그걸 진짜 말이라고 하는 거야!”
“전 진짜 몰랐습니다. 정말입니다.”
장재일 2소대장은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무섭게 노려보며 물었다.
“정말 몰랐다고? 넌 정말 몰랐던 거지?”
“네. 정말 몰랐습니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어?”
“네! 저는 맹세코 몰랐습니다!”
딱 봐도 발뺌하는 느낌이었지만 그걸 탓할 순 없었다. 여기서 삐끗하면 군 생활이 다 꼬일 테니까.
장재일 2소대장 입장에서도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보통 이렇게 나가면 상관이 못 이기는 척 넘어가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김철환 1중대장은 그럴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알았어. 너 여기 똑바로 서 있어.”
김철환 1중대장이 행정반을 훑어본 후 말했다.
“김 하사 불러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