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08화
29장 진급만이 살길이다!(11)
“자자, 모두 조용히. 시간 없으니까 빨리 시험 볼 수 있도록 하자. 뭐, 그리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진급시험 반영되니까. 잘할 수 있도록.”
4소대장은 간단하게 얘기를 하고 시험지를 나눠줬다. 부소대장 3명이 나와서 감독까지 했다.
“커닝하다가 들키면 죽는다. 그리고 이 녀석들아, 이건 기본이야, 기본! 커닝까지 할 필요도 없어.”
최강철 이병은 그래도 요점정리를 한 수첩을 꺼내 빠르게 확인을 했다.
“우리의 주적은 북한군이고,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최강철 이병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하나라도 더 외우려고 했다. 옆에 있던 이해진 상병이 그런 최강철 이병을 힐끔 보며 물었다.
“그거 뭐냐?”
“요점 정리한 것 보고 있었습니다.”
“그거 볼 필요 없어. 그리 어렵게 나오는 거 아니니까 대충 봐.”
“그래도 저 잘 보고 싶습니다.”
“괜찮다니까, 어지간하면 다 만점이야.”
“하지만…….”
최강철 이병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시험지가 나왔다. 그것을 본 최강철 이병의 눈이 커졌다. 이해진 상병 말대로 너무 쉽게 나와 있었다.
“와. 이거 너무 쉬운데.”
“그러게 말입니다.”
“빨리 끝나겠습니다.”
중대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문제가 너무 쉬워 10분 만에 모든 문제를 다 풀었다. 4소대장이 자리에 앉아 말했다.
“시험 다 봤냐?”
“네.”
“못 본 사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럼 뒤에서 시험지 걷어서 가지고 와라.”
“네.”
그렇게 시험지를 걷어 갔다. 다들 대대 식당에서 나오며 밝은 표정이 되었다.
“문제 너무 쉽지 않았습니까?”
“쉬웠지.”
“답 다 적으셨습니까?”
“적었지. 너는?”
“저도 다 적었습니다.”
김우진 상병이 최강철 이병을 보다가 노현래 이병에게 시선이 갔다. 어차피 최강철 이병은 시험을 잘 볼 것 같았다.
“야, 현래야.”
“이병 노현래.”
“너 답 다 적었어?”
“네. 다 적었습니다.”
“오오오, 그보다 약간 헷갈리는 것이 있던데 세계 4대 해전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3대 해전밖에 기억이 안 나던데.”
김우진 상병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러자 노현래 이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4대 해전이 아니라 3대 해전일 겁니다. 아무래도 소대장님이 문제를 잘못 낸 것 같습니다.”
노현래 이병이 당당하게 말했다. 순간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의 시선이 홱 돌아갔다. 김우진 상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맞지? 내가 생각하는 그거!”
노현래 이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 3대 해상대전! 한산도 대첩. 명량대첩. 노량대첩. 이렇지 않습니까.
“오오, 자식 똑똑하네. 나도 그렇게 적었는데…….”
순간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최강철 이병이 깜짝 놀라며 이해진 상병에게 말했다.
“지금 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말입니다.”
“아니야.”
“대박! 방금 말한 것은 이순신 장군 3대 대첩을 말하는 거지 않습니까.”
“맞아.”
두 사람은 서로 맞게 적었다며 기쁨을 표출했다. 그러다가 다른 중대원이 지나가며 한마디 했다.
“그건 이순신 장군 3대 대첩이잖아. 무식한 녀석아.”
바로 2소대 박대기 상병이었다. 김우진 상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시험지 안 봤냐? 세계 4대 해전이라고 하잖아. 세계!”
박대기 상병이 ‘세계’란 단어를 강하게 강조했다. 김우진 상병은 붉어진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뭐가 잘못되었다는 말씀입니까?”
“무식한 놈아. 어제 정신교육 하면서 나왔잖아. 1번, 살라미스 해전, 2번 칼레 해전, 3번 트라팔가 해전 4번 한산도 대첩. 이렇게 4개가 바로 세계 4대 해전이라고 하는 거야. 답답한 녀석아.”
박대기 상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김우진 상병이 고개를 홱 돌려 이해진 상병을 봤다.
“맞아?”
“네…….”
순간 김우진 상병의 얼굴이 굳어졌다.
“와이 씨! 그거였어? 어쩐지…….”
김우진 상병이 고개를 홱 돌려 노현래 이병을 바라봤다.
“야, 노현래.”
노현래 이병이 움찔했다.
“이병 노현래.”
“야, 맞다며.”
“마, 맞습니다.”
“이 자식아, 아니라잖아. 나 완전 다른 소대에 쪽 다 팔리고……. 아놔! 너 어제 정신교육 안 들었어?”
“드,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몰라?”
“…….”
김우진 상병은 어제 정신교육 때 잠을 자는 바람에 세계 4대 해전이 나왔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물론 노현래 이병도 꾸벅꾸벅 조느라 보지 못했다. 김우진 상병은 잔뜩 인상을 쓰며 말했다.
“너, 이 자식! 따라와. 죽었어!”
노현래 이병이 울상이 되며 김우진 상병에게 끌려갔다.
17.
오전 정훈교육시험을 마친 후 1소대원들은 점심을 먹은 후 오후 일과에 들어갔다. 오후 일과는 연병장에서 펼쳐지는 화생방 교육이었다. 그것도 방독면 착용 및 해체였다. 이 교육은 오상진이 직접 나와서 설명했다.
“자, 모두 나왔나.”
“네. 그렇습니다.”
“좋아, 모두 알다시피 오늘 교육은 방독면 착용 및 해제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오상진은 자신의 방독면을 꺼내 설명을 했다.
“자, 지금 소대장 손에 들린 것이 안면부다. 그리고 그 옆에 불룩 튀어나온 것이 방독면의 핵심요소인 정화통이다. 다들 정화통에 대해서 알고 있지?”
“네. 그렇습니다.”
“한태수.”
“일병 한태수.
“정화통의 기능에 대해서 말해봐.”
오상진의 물음에 한태수 일병이 우물쭈물거렸다.
“그러니까. 화학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입니다.”
“맞아. 그런데 뭘 그렇게 자신감 없게 말해.”
오상진은 한태수 일병에게 한소리 했다. 한태수 일병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휴대 주머니까지 설명했다. 그 외 부수기재는 설명하지 않았다.
“자. 그리고 방독면을 착용에 대해서 설명을 하겠다.”
오상진이 맨 앞에 있는 최강철 이병을 불렀다.
“최강철.”
“이병 최강철.”
“앞으로 나와.”
최강철 이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후다닥 나갔다. 오상진은 최강철 이병의 방독면을 꺼낸 후 설명을 시작했다.
“부대 주변 화학 폭탄이 터졌다. 그럼 제일 먼저 뭘 해야 할까?”
이해진 상병이 손을 들었다.
“그래, 해진이.”
“먼저 가스, 가스, 가스를 3회 외쳐서 주변에 알려야 합니다.”
“맞아! 역시 해진이야.”
오상진은 지식인 이해진 상병을 칭찬했다. 이해진 상병은 오상진의 칭찬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 뒤로 오상진은 설명을 이어갔다.
“자! 가스, 가스, 가스를 누군가 외쳤다. 그럼 일단 숨을 멈춘다. 그와 동시에 휴대주머니에서 방독면을 꺼낸 후 얼굴에 가져가 쓴다.”
오상진은 최강철 이병을 마루타 삼아 시범을 보였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지? 바로 총과 방탄헬멧이지. 이건 어떻게 해야 할까?”
오상진의 질문에 이해진 상병이 또 말했다.
“총을 무릎 사이에 고정시킨 후 방탄헬멧을 벗어 총구에 걸쳐 놓습니다.”
“해진이, 정답! 이해진 상병이 한 말이 정확하지?”
오상진은 설명을 하며 최강철 이병에게 자세를 알려줬다.
“간혹 다리에 힘이 없어 총을 놓치는데 그럼 죽습니다. 알겠죠?”
“네.”
“이러는 이유는 왤까? 해진이 말고 다른 사람이 말해볼까?”
조영일 일병이 손을 들었다.
“일병 조영일.”
“그래, 영일이.”
“바닥에 작용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오염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맞다. 영일이도 잘 알고 있네.”
“아무튼 꼭 이렇게 해야 해. 그런데 말이야. 이건 소대장의 개인적인 생각인데 어차피 이렇게 하지 않아도 작용제는 다 맞지 않나? 바람에 날아다닐 텐데. 안 그래?”
오상진의 의문에 소대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어차피 이건 극히 개인전인 소대장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이걸 안 하면 안 된다. 교범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그대로 해야 한다. 알겠나?”
“네.”
“좋아. 아무튼 얘기가 딴 길로 샜는데. 방독면을 착용한 후 여기 보이는 각 끈 3쌍이 확인했나?”
“네. 그렇습니다.”
“그래, 이 3쌍의 끈을 최대한 당겨 팽팽하게 조여주면 된다. 그리고 참고 있던 숨을 크게 내쉰다. 이때까지 숨을 멈추고 있으면 바보 멍청이겠지?”
오상진의 농담에 소대원들이 웃었다.
“하하하!”
“그다음은 정화통 공기 흡입구를 왼손으로 막은 채 숨을 들이 쉬어본다. 이때 숨을 쉴 수 있다면 방독면이 제대로 착용되지 않은 경우다. 이럴 경우에는 어떻게 조치해야 하지? 노현래.”
“이, 이병 노현래…….”
노현래 이병이 당황했는지 말을 하지 못했다. 오상진이 가만히 기다려 줬다. 그런데도 노현래 이병은 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 뒤에 있던 김우진 상병이 말했다.
“머리끈을 더 강하게 당겨서 조여주면 됩니다.”
“우진이가 정답! 자 다시 머리끈을 조여주면 되겠지. 그다음 가스, 가스, 가스를 다시 외친 후 방탄헬멧을 쓰고 총을 들어 사수경계를 하면 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치사하게 혼자 살겠다고 주변에 가스, 가스, 가스 구호를 외치는 것을 잊지 말고.”
“네.”
“좋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단계가 남았다. 그게 뭔 줄 아는 사람 손!”
오상진의 물음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최강철 허리에 있는 방독면 휴대주머니의 뚜껑을 닫았다.
“이게 제일 중요한 거다. 허둥지둥 뚜껑도 닫지 않고 달리다가 안에 있는 부수기재 다 흘린다. 이 점 꼭 명심할 수 있도록!”
“네,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최강철 이병의 시범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오상진의 말에 최강철 이병은 바짝 긴장했다. 오상진이 옆으로 물러나며 말했다.
“강철아, 할 수 있지?”
“할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럼 11시 방향에 가스 살포!”
오상진이 외치자 곧바로 11시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린 후 가스 구령을 외쳤다. 그리고 조금 전 시범 보였던 것을 성실히 수행했다.
“가스, 가스, 가스.”
오상진은 최강철 이병의 방독면 착용하는 모습을 보고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
“자, 최강철 이병이 방독면 착용을 참 잘 보여줬다. 시범을 보인 최강철 이병에게 박수.”
소대원들은 다시 한번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오상진이 소대원들에게 문제를 냈다.
“자, 여기까지 다 착용했어. 문제! 이걸 맞히는 사람은 소대장이 캔콜라 하나를 준다.”
순간 소대원들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밝아졌다.
“방독면을 다 착용하고 가스, 가스, 가스까지 외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오상진의 질문에 누군가 손을 들었다.
“일병 구진모!”
“그래, 진모. 몇 초?”
“10초입니다.”
“땡!”
“상병 김우진.”
“좋아, 우진이.”
“12초입니다.”
김우진 상병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런데 오상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땡!”
그러자 김일도 병장이 천천히 손을 들었다.
“병장 김일도.”
“그래, 우리 분대장.”
“9초입니다.”
“딩동댕! 역시 분대장!”
김일도 병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부연설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