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05화
29장 진급만이 살길이다!(8)
“어떻게 알긴? 네 소문이 파다했어. 네가 동기들에게 본부중대는 편하고 좋고. 1중대는 훈련이 빡세다고 가기 싫다고 했다며.”
“그게…….”
최강철 이병은 당황하며 말을 못 했다. 주위에 있던 소대원들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그랬어? 그럼 진짜 실망인데.”
“이야, 우리 강철이가 그랬단 말이지.”
“강철아! 네가 그런 생각을 가졌다니. 서운하다, 야.”
“아, 아닙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를 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절대 아닙니다. 1소대가 너무 좋습니다.”
최강철 이병은 너무 당황해 말까지 더듬어가며 열심히 변명했다. 사실 모든 걸 알고 있는 고참들은 그런 최강철 이병의 모습이 귀여워 크게 웃고 말았다.
“농담이야.”
“아무튼 넌 1소대니까. 여기에 뼈를 묻는다는 각오로 임해!”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앞으로 나섰다.
“그래도 적응 잘 해줘서 고맙다. 그보다 백일 휴가 언제 갈래? 어디 보자, 다음 주 월요일이 딱 백일이던데.”
“아, 그렇습니까?”
최강철 이병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그럼 이날 갈래? 가려면 내가 행정계원에게 말해 놓고.”
“네. 가고 싶습니다.”
“알았다.”
오상진이 고개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 최강철 이병이 번뜩 뭔가가 생각이 났는지 바로 입을 열었다.
“아. 소대장님.”
“왜?”
“제가 가고 싶은 날짜에 가도 됩니까?”
“그래!”
“그럼 다음 주 수요일 날 가고 싶습니다.”
“수요일 날?”
“네.”
“알았어. 그렇게 말해놓을게.”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대원들에게 말했다.
“자, 오늘 야간 사격 잘하자. 꼭 만발 맞힐 수 있도록 해.”
“네.”
오상진이 내무실을 나가자 그 뒤를 따라 소대원들이 연병장으로 향했다. 이해진 상병이 곧바로 최강철 이병 옆에 붙었다.
“짜식. 좋겠다. 벌써 백일 휴가네?”
“하하. 네. 그렇게 됐습니다.”
“아무튼 축하하고 부모님에게는 미리 백일 휴가 나간다고 전화 드려 놔.”
“아, 집에 말입니까?”
“그럼. 너 백일 휴가 나가는 거 부모님도 아셔야지. 가끔 말 안 하고 휴가 나갔다가 휴가 기간 동안 집이 텅텅 비어 있었던 적도 있대. 가족들끼리 휴가 가는 바람에 말이야.”
“정말입니까? 그런 적이 있었습니까?”
“그래! 내가 알기론 4중대에 그런 병사가 있더라고.”
“아, 진짜 있었구나.”
“더 심한 경우에는 아예 이사를 간 적도 있는데 뭘.”
“에이, 그건 좀 심하셨습니다.”
“심하긴. 생각해 봐. 아들이 집에 전화도 잘 안 해서 휴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휴가 날짜 맞춰 이사할 수는 없는 거잖아.”
“아, 또 그런 겁니까?”
“그래. 그러니까, 전화 한 통화 해.”
“네. 알겠습니다.”
“아무튼 오늘 야간 사격 잘해.”
“네.”
9.
저녁을 먹은 소대원들은 야간 사격을 하러 이동했다.
야간 사격 장소는 영점 사격장이었다. 야간 사격 방식은 50미터 앞에 타깃을 세워놓고 총 10발을 쏘는 것이었다.
물론 불빛은 있다. 다만 사격할 때는 전부 불을 끄고 오직 감에 의존해 쏴야 했다.
1소대가 도착을 했을 때 이미 주위는 어두컴컴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작은 전등 불빛에 의존해 움직였다.
“자, 다들 대기하고 있도록.”
인솔을 하던 박중근 하사가 대기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후 총소리가 퉁, 퉁, 퉁, 퉁퉁퉁 하고 들려왔다.
“야, 벌써 시작되었다.”
최강철 이병이 이해진 상병에게 물었다.
“야간 사격할 때 어떻게 하면 잘 쏠 수 있습니까?”
“그건 말이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기억해. 초반에 표적지를 향해 불을 켜서 확인을 해. 그때 미리 총구를 그쪽에 맞춰 놓고 고정을 시키는 방법이 있어.”
“네? 어떻게 말입니까?”
“일단 총을 거치대에 놓잖아. 그리고 조준을 해. 그때 탄창 있지? 그 부분을 바닥에 고정시키는 거야. 그럼 총구가 흔들리지 않아.”
“와,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그래.”
“역시 우리 이 상병님은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후후후, 기본이지.”
이해진 상병의 어깨가 으쓱했다. 그리고 잠시 후 야간 사격 1소대가 올라갔다. 탄창을 건네받고 다음 조가 끝날 때까지 그 뒤에서 대기했다.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 시작!”
김철환 1중대장님의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퉁 하고 사격이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중간에 불빛을 동반한 총알이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어? 저건…….”
일명 야간탄이라고 해서 10발 중 5발째에 야광탄을 집어넣어 놓았다.
“이 상병님 저게 뭡니까?”
최강철 이병은 여지없이 질문을 했다. 이해진 상병이 주위를 살짝 두리번거리고는 조용히 말했다.
“야광탄! 아마 네가 쏠 때도 하나 있을 거야.”
“우와.”
최강철 이병은 엄청 신기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야광탄은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앞 조가 끝이 났다. 몇 발을 맞혔는지 확인하러 간 사이에 탄창이 전달 되었다.
“우 상탄 이상 무.”
탄창에는 딱 열 발의 총알이 들어 있었다. 야광탄 포함해서 말이다. 앞 조가 확인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다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야, 인마. 도대체 얻다가 쏜 거야? 하나도 맞은 곳이 없어.”
“조준 잘했지 말입니다.”
“잘했는데 저래? 그리고 넌 왜 14발이나 맞혔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아…….”
야간 사격은 일단 표적이 안 보이기 때문에 그만큼 합격률이 낮았다. 그래서 정말 잘 쏴야 했다.
“다음 조!”
최강철 이병이 속한 조가 들어갔다. 건물 지붕 위에 서치라이트가 환하게 켜져 있었다. 50미터 앞 표적이 잘 보였다. 그때 옆 사로에 있던 이해진 상병이 불렀다.
“강철아.”
“이병 최강철.”
“지금 표적을 잘 보고 맞춰놔. 그리고 총 쏘기 전에, 아니, 서치라이트 꺼지지 전에 일단 눈을 감아. 사격 시작 소리가 들리면 그때 눈을 떠! 그러면 어둠 속에 있는 표적지가 잘 보일 거야.”
이것 역시 팁이었다. 사실 밝은 곳에 있다가 어두운 곳에 가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둠 속에 계속 있다 보면 눈이 차츰 익숙해진다. 그래서 어둠에 적응한 눈빛에 의해 간혹 표적지가 잘 보일 때가 있었다.
최강철 이병은 이해진 상병이 알려준 대로 표적지를 세팅한 후 탄창을 바닥에 뒀다. 그 상태로 총구가 흔들리지 않게 한 후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김철환 1중대장의 음성이 들려왔다.
“자,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 시작!”
그 소리와 함께 최강철 이병이 눈을 떴다. 어둠이 내려앉아 있지만 이미 표적지를 조준해 놓은 상태라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퉁! 퉁, 퉁퉁퉁퉁.
총 10발을 사격했다. 노리쇠가 후퇴 고정되면서 멈췄다.
“사격 끝! 탄창 분리! 총 내려놓고 대기!”
곧바로 뒤에 있던 다음 조가 소리쳤다.
“6사로 사격 끝!”
곧이어 다른 사로에서도 사격이 끝났음을 알렸다.
“전 사로 사격 끝! 표적지 확인!”
“표적지 확인!”
최강철 이병이 뛰어갔다. 표적지 있는 곳에 도착하자 박중근 하사가 다가왔다.
“확인해 보자.”
“넵!”
하얀 매직을 들고 표적지에 뚫린 구멍을 찾아서 체크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열.”
“어라?”
박중근 하사가 놀란 눈으로 최강철 이병을 봤다.
“10발이네.”
“네. 그렇습니다.”
최강철 이병의 표정이 밝아졌다.
“잘했다.”
박중근 하사가 칭찬을 했다. 그 뒤로 다른 소대원들도 확인을 마쳤다. 그런데 최강철 이병과 구진모 일병, 이해진 일병 외 나머지는 0발을 맞혔다.
“아니, 이럴 수는 없어. 분명히 잘 조준했는데.”
“저도 이상합니다.”
“인마, 넌 옆의 것을 맞혀서 두 사람 다 0점으로 처리되었잖아.”
“그건 모르지 말입니다.”
그렇게 티격태격거렸다. 어쨌든 최강철 이병은 야간 사격을 만발로 끝내며 무사히 끝을 냈다. 오상진이 다가왔다.
“모두 고생했다. 일단 여기서 대기하도록.”
“네.”
소대원들이 자리에 앉아서 대기했다. 그렇게 다른 중대들의 야간 사격이 이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사격장이 소란스러웠다.
“야! 제대로 확인해 봐. 안 맞아?”
“네. 하나가 부족합니다.”
“아놔, 진짜! 어쩐지 초반에 잘 된다고 하더니…….”
다른 중대원 중 한 명이 탄피를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오상진이 1소대로 뛰어왔다.
“너희들 탄피 찾으러 가야겠다. 손전등 있는 사람!”
9명이 손을 들었다.
“너희들 따라와라. 나머지는 대기해.”
“네.”
오상진의 안내를 받고 전 중대원들이 탄피 찾기에 돌입했다. 탄피를 잃어버린 일병은 안절부절못했다.
“너, 이 새끼. 꿍쳐둔 거 아니야?”
“아닙니다.”
“아무튼 탄피 못 찾으면 부대 복귀 못 할 줄 알아!”
“…….”
중대장의 으름장에 일병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1소대원들도 탄피 찾기에 돌입했다.
“아, 잘 좀 하지. 이제 부대 복귀해서 쉬나 했더니.”
“그러게 말입니다. 아니, 이 한밤중에 탄피를 잃어버립니까.”
다들 얼른 부대에 복귀해서 쉬고 싶었는데 탄피를 찾르라 부대 복귀가 늦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다들 신경이 날카로웠다. 특히 김철환 1중대장의 신경이 예민해졌다.
“야, 아직 못 찾았어?”
“네. 그렇습니다.”
“야, 그 새끼 이리 오라고 해!”
일병이 뛰어갔다.
“머리 박아!”
일병이 후다닥 머리를 박았다.
“너 인마 탄피 찾을 때까지 그러고 있어.”
김철환 1중대장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 상태로 온 중대가 나서서 탄피를 찾았다. 그로부터 약 40분 후 누군가 소리쳤다.
“찾았습니다!”
“뭐? 찾았어?”
“네. 여기 있습니다.”
“어디? 어디 있었냐?”
“바로 언덕 아래 수풀에 숨어 있었습니다.”
“아, 거기로 튀었냐? 아무튼 다행이다.”
그렇게 40분 동안 탄피를 찾아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탄피를 찾은 사람은 그날 영웅이 되었다.
10.
야간 사격을 마치고 내무반으로 복귀한 최강철 이병은 환복을 하고 공중전화 부스 쪽으로 향했다.
다음 주에 백일 휴가를 나가야 해서 미리 부모님께 전화를 드릴 참이었다. 그런데 주변에 다른 중대 고참들이 많아서 선뜻 다가가질 못하고 있었다.
“이해진 상병님께는 이미 허락을 받아서 괜찮은데 괜히 긴장되네.”
최강철 이병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대로 공중전화 부스로 가서 줄을 섰다. 다른 중대 상병이 최강철 이병을 봤다.
“너 뭐야?”
“이병 최강철입니다.”
“이병인 줄 누가 몰라?”
그 상병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너 왜 여기 있어?”
“전화하려고 왔습니다.”
“왜 혼자야? 너희 소대 고참 없어? 아니면 이등병이 겁도 없이 혼자 온거야?”
“아닙니다. 이해진 상병께 허락받고 왔습니다.”
“아, 허락 받았어? 근데 누구한테 전화하려고? 여자 친구?”
“아닙니다. 부모님께 백일 휴가 나간다고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아, 백일 휴가야? 그럼 전화해야지. 자식, 좋겠다.”
“네.”
“그래, 전화 잘해라.”
오지랖 부리던 상병이 그곳을 떠나고 잠시 후 최강철 이병 차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