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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03화 (303/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03화

29장 진급만이 살길이다!(6)

“4소대장은 아직 안 끝났습니까?”

“벌써 끝났죠.”

“그럼 퇴근하시죠.”

“에이,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먼저 퇴근을 합니까. 기왕 이렇게 남은 거 같이 하는 게 좋지 않습니까?”

“저는 좀 남았는데……. 1소대장님?”

3소대장의 부름에 오상진이 고개를 들었다.

“네?”

“아직 많이 남으셨습니까?”

“아, 네에. 정리할 것이 좀 남았습니다. 저는 괜찮으니까 먼저들 퇴근 하십시오.”

“어제도 늦게까지 계셨지 않습니까.”

4소대장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었다.

“이래저래 정리할 것이 많습니다. 아참, 4소대장.”

“네.”

“이번 안보교육과 시험 맡으셨죠?”

“네.”

“시험 문제는 다 만들었습니까?”

“아뇨, 아직입니다. 하지만 내일까지 마무리 지을 생각입니다.”

“미리미리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중대장님 검열도 받으셔야 하지 않습니까.”

오상진의 말에 퇴근을 준비하던 4소대장은 금세 시무룩해져 가방을 도로 내려놓곤 노트북을 펼쳤다.

“왜 도로 앉습니까? 안 갑니까?”

“하아……. 1소대장님 말씀 들으니까 지금 마무리해야 할 거 같습니다.”

4소대장이 조용히 말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3소대장을 봤다.

“3소대장도 아직 남았습니까?”

“전 거의 다 끝났습니다. 이제 퇴근해야죠.”

“아, 네에. 수고하셨습니다.”

“네.”

3소대장은 가방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4소대장이 부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정말 퇴근하십니까?”

“네!”

“좋겠습니다.”

“3소대장님도 얼른 끝내고 퇴근하십시오. 그럼 1소대장님. 먼저 가 보겠습니다.”

3소대장이 오상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내일 뵙겠습니다.”

“네. 수고하십시오.”

3소대장이 퇴근을 하고 오상진이 고개를 들어 2소대장 자리를 봤다.

“그런데 2소대장은 벌써 퇴근했습니까?”

“끝나자마자 바로 가방 들고 퇴근하셨죠. 아무튼 대단하신 분입니다. 그렇게 중대장님께 야단을 맞고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습니다.”

“집에 무슨 일이 있나 보죠.”

“일은 무슨! 저렇게 일찍 퇴근하는 일이 어디 한두 번입니까? 게다가 이번에 진급도 누락되었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벌써 중위로 올라가고 자기만 3개월 미뤄졌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저러고 있으니…….”

4소대장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곤 다시 노트북 화면에 집중했다. 오상진은 4소대장의 말을 듣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리고 2소대장 자리를 바라보다가 이내 자신의 업무에 집중했다. 1소대장으로서 2소대장이 마음을 다잡도록 챙겨야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먼 길을 온 기분이 들었다.

그때였다. 책상 위에 올려둔 오상진의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한소희였다. 오상진은 한소희의 전화에 표정이 환해졌다.

“네. 소희 씨!”

-상진 씨 뭐해요? 퇴근했어요?

“아뇨, 아직 부대입니다.”

-왜요? 일이 많아요?

“정리할 것이 좀 남아서요. 그러는 소희 씨는 어디에요?”

-저는 학교 도서관 휴게실요. 지금 시험기간이라 공부중이요.

“아, 시험기간이구나.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

-……가끔 보면 상진 씨 참 서운하게 말하는 거 알아요.

“네? 제, 제가요?”

한소희의 뾰로통한 목소리에 오상진은 당황했다.

-아니, 전화를 꼭 일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 왜 매번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요?

“아, 제가 그랬나요? 워낙에 습관이 되어서……. 미안해요, 소희 씨.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요.”

-괜찮아요. 이해는 하는데……. 이럴 때는 조금 서운하네요.

“정말 미안해요. 소희 씨. 제가 어떻게 하면 기분이 풀리려나.”

-그건 간단한데.

“어떻게요?”

-얼굴 보여주는 거!

“아! 지금요?”

-지금 올 수 있어요?

한소희의 물음에 오상진이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어, 씻고 준비하고 하면 시간 좀 걸릴 것 같은데요. 빨리 가 볼게요.”

오상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아, 아니에요. 오지 마세요. 저 시험기간이라고 했잖아요. 지금 도서관인데 상진 씨 목소리도 듣고 싶고, 보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투정부린 거예요.

한소희가 솔직하게 말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구나.”

오상진은 속으로 안도하며 도로 자리에 앉았다.

“미안해요, 소희 씨. 저 만나기 힘들죠.”

-네! 힘들어요.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못 보니까. 또 훈련 들어가면 한동안 보지도 못하고.

“…….”

오상진은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괜찮아요. 참을 수 있어요.

한소희는 해맑게 말했지만 오상진은 아니었다. 마음 한구석이 무척이나 아팠다.

-하지만 괜찮아요. 제가 선택했고, 제 선택에 대해서 후회는 하지 않아요. 그냥 오늘처럼 제가 투정부리는 거 받아주기만 하면 돼요. 다른 거 없어요.

한소희는 정말 솔직한 여자였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맘속에 있는 말을 꺼내면서 그동안 참았던 그리움을 푸는 듯했다.

“네. 마음껏 하셔도 돼요. 제가 다 받아줄게요.”

-에이, 또 그렇게 나오니까. 재미없다! 그만할래요.

“소희 씨…….”

오상진은 더 미안했다. 하지만 한소희는 이런 식으로 부담을 주기는 싫었다.

-전 괜찮으니까. 오늘 한 말은 잊어주세요. 공부하느라 약간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런 거라 여겨줘요.

“네. 그보다 시험 언제까지 봐요?”

-내일 보면 끝이에요.

“그럼 내일 볼까요?”

-정말요? 내일 평일인데 볼 수 있어요?

한소희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우리 소희 씨가 보고 싶다는데 당연히 봐야죠.”

-그럼 제가 부대 근처로 갈까요?

한소희의 당돌한 말에 순간 오상진이 당황했다.

“어어……. 오면 좋긴 한데…….”

-그럼 제가 갈게요. 완전 예쁘게 하고 가야지.

“와, 완전 예쁘게요? 굳이 그러지 않아도…….”

오상진이 말을 더듬었다. 오상진이 이렇듯 당황하는 이유는 한소희가 평소 밖에서 입는 옷 스타일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요. 오지 마세요. 만약 소희 씨가 부대 오면 난리 나니까. 그냥 제가 갈게요.”

-칫, 내일은 얌전하게 입을 건데요.

“그건 제가 싫습니다.”

-그게 뭐예요!

“아무튼 소희 씨의 예쁜 모습은 저만 보고 싶다는 말입니다.”

-치이……. 알았어요. 아무튼, 내일은 제가 시간 맞춰서 부대 근처로 갈게요. 내일 봐요.

“알겠어요. 오늘도 공부 열심히 하시고, 남은 시험 잘 봐요.”

-그래요. 그럼 전 이만 공부하러 들어갑니다.

“네.”

오상진은 전화를 끊고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래. 평일 날도 가끔 데이트를 하는 것도 좋지.”

오상진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가만, 내일 무슨 요일이지?”

오상진이 신나 하며 달력을 확인했다. 그런데 수요일이었다.

“어? 수요일이네. 수요일은 세나 과외 날인데…….”

오상진은 순간 ‘아차’ 싶었다. 솔직히 지난주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과외를 빼 먹었다. 이번까지 빼 먹으면 2주 연속으로 빼먹는 것이었다.

“과외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오상진은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잠깐 고민을 하던 오상진이 세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세나야. 공부 잘하고 있니?

그러자 곧바로 답 문자가 왔다.

-어? 오빠! 안 그래도 문자 보내려고 했는데.

-그래? 무슨 일로?

-저 당분간 과외 못할 것 같아요.

순간 오상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 당분간? 무슨 일 있어?

-형부한테 못 들었어요?

-???

-저 오디션 합격한 거 연습생으로 기획사 합숙소로 들어가기로 했어요.

-뭐야, 정말?”

-네. 이게 다 오빠 덕분이에요. 오빠가 저 과외 봐 주신 덕분에 오디션을 보게 되었구요. 그리고 오빠가 잘 말해줘서 형부가 언니 설득해 줬잖아요.

-아니야, 내가 뭐 한 일이 있다고.

-오빠가 그랬다면서요. 언니한테 세나는 최고의 아이돌이 될 것 같다고요.

순간 오상진이 눈을 크게 떴다.

-그건…… 그냥 해본 소리였는데. 내가 뭘 안다고.

-그런데 우리 언니는 되게 진지하게 받아들였어요.

-형수님께서 그랬어?

오상진은 깜짝 놀랐다. 오상진의 한마디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결정했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김선아는 오상진의 안목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오상진 하고 엮여서 모든 것이 다 잘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잘 되었네. 그럼 언제 들어가?

-이번 주에 들어가요. 이것저것 준비 다 하고요. 그래서 이번 주부터 과외 안 오셔도 돼요.

-그래? 그런데 과외 안 한다니까 기분 좋아 보이는 것 같다. 착각이지?

-무, 물론이죠. 오빠! 착각이에요.

-알았다. 기숙사 가서도 공부하는 것은 잊지 말고. 오빠가 체크할 거야.

-알았어요. 알았어. 은근 잔소리꾼이야.

-인마, 그건 다 미래의 톱스타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지.

-까악, 톱스타! 기분 좋아라.

-쓸데없는 생각 말고, 오빠가 시키는 대로 해.

-넵!

-알았다. 어디서든 항상 응원할게.

-네, 감사합니다.

오상진은 그렇게 문자를 주고받고 휴대폰을 닫았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당분간 세나 얼굴 못 보겠네.”

오상진이 혼잣말을 하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가만 엔젤스가 언제 데뷔를 했더라. 2년 후인가? 내 느낌상으로는 그런 것 같은데.”

오상진은 달력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럼 세나는 2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해야겠네. 고생이 많겠다. 그런데 우리 상희는 오디션 잘 보고 있으려나?”

오상진은 문득 막냇동생인 오상희가 떠올랐다.

7.

한편, 1소대 내무실에서는 소대원들이 태권도 수업에 맞춰 태권도 도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야, 도복 언제 빨았냐?”

“작년에 빨고 창고에 넣어뒀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말했다. 그러자 김우진 상병이 잔뜩 인상을 썼다.

“에이, 그럼 일광욕이라도 시켜 놓던가. 꿉꿉하잖아.”

“죄송합니다.”

앞에 있던 김일도 병장이 조용히 말했다.

“우진아, 그냥 좀 입어라. 어차피 이번 주만 입고 또 창고행인데.”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작년에 태권도 단증 왜 못 땄냐?”

“그때 갑자기 배탈이 나는 바람에 못 땄지 않습니까.”

“그랬냐? 배탈이 났었어?”

“네.”

“몰랐네. 아무튼, 우진이 네가 애들 잘 데리고 가서 꼭 단증 받고 와라. 알았지!”

김우진 상병이 힐끔 후임병들을 봤다. 이해진 상병, 한태수 일병 조영일 일병, 손주영 이병, 노현래 이병, 최강철 이병이 있었다.

“하아, 미치겠네. 내가 저 녀석들이랑 함께 단증을 따야 한다니.”

“그러게 작년에 땄어야지.”

“배탈이 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김우진 상병이 버럭 했다. 그러자 김일도 병장이 실실 웃었다.

“그래, 그래. 알았다. 그래도 열심히 해. 그보다 해진이도 단증 없냐?”

“네. 작년에 근무 때문에 못했습니다.”

“그랬구나. 아무튼 열심히 해.”

“알겠습니다.”

김우진 상병이 도복으로 환복을 다 한 후 소리쳤다.

“야, 빨리 가자! 다른 중대원들도 다 모였나 보다.”

“네. 알겠습니다.”

김우진 상병을 비롯해 단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후임병들이 우르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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