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01화
29장 진급만이 살길이다!(4)
“야, 조영일! 너 시작 전에 누르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
“이게 말이 안 돼. 내가 진짜 12초를 끊거든. 그런데 17초라니. 이건 말이 안 된다.”
김우진 상병은 현실을 부정했다. 초반에 살짝 손이 빠져서 1, 2초 정도 더 걸릴 거라 예상은 했지만 15초도 아니고 17초라니. 분명 조영일 일병이 장난을 친 거라 여겼다.
“그, 그럼 다시 해봅니까?”
“그래. 다시 해.”
김우진 상병이 눈을 부릅뜨며 분해했던 총기를 다시 끼워 맞췄다. 그리고 총기를 다 조립한 후 대기했다.
“자, 준비 끝!”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시작해.”
“시이작!”
조영일 일병이 신호와 동시에 초시계를 눌렀다. 김우진 상병은 이를 악물며 분해에 들어갔다. 그리고…….
“끝!”
총기가 분해되기가 무섭게 초시계를 눌렀다.
“몇 초냐?”
“15초입니다.”
“15초? 12초가 아니라?”
“네. 15초입니다.”
조영일 일병이 초시계를 보여줬다. 김우진 상병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야, 다시 재봐! 분명 12초 끊었는데…….”
그때 김일도 병장이 피식 웃었다.
“그만해! 15초면 커트라인이지.”
“아닙니다. 저 12초 끊습니다.”
그때 구진모 일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 병장님은 얼마나 나옵니까?”
“짜식이 지금 분대장 똥개훈련 시키려고 그러냐?”
“에이. 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겁니다.”
“글쎄다. 난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네.”
“한번 해보십시오.”
“됐어!”
김일도 병장이 거절했다. 하지만 다른 소대원들도 궁금했다.
“한번 보여주십시오.”
“네, 보여주십시오.”
“자식들이…… 그럼 한번 해볼까?”
김일도 병장도 이런 식의 오락도 괜찮을 것 같아 한번 해볼까 생각이 들었다. 소대원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반면, 김우진 상병은 긴장한 눈빛이었다.
‘에이, 설마 김 병장님…….’
김우진 상병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일도 병장이 자신보다 빠르게 총기를 분해하진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사이 김일도 병장이 손을 풀었다. 조영일 일병이 초시계를 들고 대기했다.
“준비되셨습니까?”
“그래.”
“그럼 시작!”
신호와 동시에 김일도 병장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부드러운 손 놀림과 딱딱 분해 되는 총. 그리고 총열이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외쳤다.
“끝!”
그와 동시에 초시계도 멈췄다. 조영일 일병의 눈이 커졌다. 다른 소대원들의 시선이 모두 조영일 일병에게 향했다.
“어떻게 됐냐?”
김일도 병장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12초입니다.”
“뭐? 진짜? 하하하.”
김일도 병장은 솔직히 12초가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 평소에는 14초와 15초 사이를 오갔으니까. 조금 서두른다고 해서 그 시간이 크게 줄어들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12초라는 결과를 받아드니까 그저 웃음이 나왔다.
반면 김우진 상병은 믿어지지 않는 듯 맨발로 침상에서 내려와 초시계를 확인했다.
“어디 보자!”
초시계에 정확하게 12초 97로 찍혀 있었다.
“에이, 이 정도면 13초지.”
“어쨌든 앞 숫자는 12초지 않습니까.”
“뒷자리가 97이면 13초나 다름이 없지.”
“뭐, 그래도 김 상병님보다는 빠르셨는데 말입니다.”
“…….”
순간 김우진 상병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가 재빨리 자신의 자리로 가서 말했다.
“아니야. 이건 절대 아니야.”
김우진 상병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자세를 잡고 말했다.
“영일아, 초 재!”
“또 하시게 말입니까?”
“야, 나 원래 진짜 12초야. 아까는 뭔가 운이 좋지 않아서 그랬고.”
“알겠습니다. 그런데 김 병장님 대단하지 않습니까? 12초라니. 이래서 짬밥은 무시하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시끄럽고 빨리 준비나 해.”
김우진 상병은 어떻게든 명예회복을 하고 싶었다. 그러자 김일도 병장이 말했다.
“야, 그만하고 총기손질이나 해.”
“아닙니다. 저 진짜 12초 나옵니다.”
“알았어, 인마 12초 나왔다고 할 테니까. 총기 손질하라고. 자식이 이상한 걸로 고집이 세네.”
“딱 한 번만 하겠습니다. 딱 한 번만!”
“그래, 알았다. 네 맘대로 해라.”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우진 상병은 자신의 총을 바라보며 집중력을 높였다.
“잘 봐. 이번에 꼭 성공할 테니까. 영일아, 준비되었지?”
“네!”
“그럼 간다!”
“시작!”
그 모습을 보던 최강철 이병은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총을 손질했다. 딱 봐도 이번에도 12초는 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그건 이해진 상병도 마찬가지였다.
“저쪽에 신경쓰지 말고 총기 손질이나 해.”
“네. 그러는 중입니다.”
최강철 이병이 피식 웃으며 가지런히 분해되어 놓인 총을 봤다. 그리고 꼬질대에 손질포를 잘 말아 윤활유를 살짝 바른 후 제일 먼저 총열을 쑤셨다. 그런데 최강철 이병이 소염기 쪽으로 넣어서 닦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이해진 상병이 바로 말했다.
“강철아!”
“이병 최강철.”
“야, 꼬질대를 소염기 쪽으로 넣으면 어떻게 해.”
“네? 여기 아닙니까?”
최강철 이병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이해진 상병이 한숨을 내쉰 후 최강철 이병 손에 들린 꼬질대를 뺐었다.
“꼬질대로 총열을 닦을 때는 소염기 부분으로 집어넣으면 안 돼. 여기 약실 쪽 있지.”
“네.”
“이곳으로 넣어야 해. 소염기 쪽으로 넣으면 총열이 확장될 우려가 있어서 피해야 해.”
“총열이 확장됩니까?”
“그래.”
“아…….”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로 이해진 상병의 총기손질에 대해서 몇 가지 설명을 해줬다.
“꼬질대로 총열을 닦다 보면 가끔씩 안 빠지는 경우도 생겨 이럴 때 다른 꼬질대로 소염기 쪽으로 밀어서 빼내면 되는 거야.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도 너무 윤활유를 많이 바르지 마. 그냥 녹이 슬 부위에만 가볍게 발라.”
“네.”
이해진 상병은 최강철 이병에게 다시 한번 총기 손질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그런 와중에 김우진 상병은 끝에 12초 진입에 실패했다.
“쩝! 그세 손이 굳었나 보다. 손이 굳은 거야.”
현실을 부정하며 김우진 상병은 총기 분해를 그만두고 총기 손질을 시작했다.
“네네, 잘 알겠습니다.”
조영일 일병도 피식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다시 총기 손질에 집중할 때 김우진 상병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런데 참 이상하단 말이지.”
“또 뭐가 말입니까?”
“내가 원래 만발 사수 아니냐. 그런데 한 발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
“한 발 빠지신 거 아니었습니까?”
“분명히 20발 쏴서 타깃이 다 넘어가는 것을 확인까지 했거든. 내 두 눈으로! 그런데 19발이야. 이 한 발의 미스터리는 어떻게 풀지?”
그 소리에 건너편에 있던 김일도 병장이 말했다.
“혹시 현래 한 발 보태준 거 아니냐?
“가만, 현래가 제 바로 옆에서 쏘지 않았습니까?”
김우진 상병의 시선에 곧바로 노현래 이병에게 향했다.
“그래. 현래가 4사로고. 네가 5사로 아니었냐?”
“아, 맞네! 그렇지. 야, 노현래.”
“이병 노현래.”
노현래 이병이 움찔하며 관등성명을 댔다.
“너 인마! 내 한 발 네가 가져간 거 아니야?”
“아, 아닙니다. 제가 다 쐈습니다.”
“확실해?”
“네, 확실합니다.”
“아무래도 수상한데……. 너 지난번에는 몇 발 맞혔어?”
“지난번에는 17발 맞혔습니다.”
“17발? 대박! 그런데 바로 20발을 맞힌다고?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아? 아무래도 내 한 발 네가 가져 간 것 같은데.”
가만히 듣던 구진모 일병이 말했다.
“에이, 김 상병님. 그럴 수가 없지 않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김 상병님이 현래를 도와준 꼴이 아닙니까.”
“그래! 내가 도와준 것일 수도 있네.”
“억지입니다!”
노현래 이병이 강하게 나섰다. 자동으로 넘어오는 과녁에 신경을 집중하기도 모자란데 옆쪽의 과녁을 맞힌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김우진 상병도 정말로 그랬다고 여기고 말을 하는 건 아니었다. 사격 만발을 놓친 데 이어 총기 분해마저 망신을 샀으니 그런 식으로 분위기를 풀려는 것뿐이었다.
“억지는 무슨! 아무튼 나 때문에 현래 너 20발 맞혔으니까. 음료수 하나 사!”
“네? 으, 음료수 말입니까?”
노현래 이병이 당황했다.
“그래, 인마! 너 나 때문에 만발 맞혔잖아. 세상에 어느 군인이 군 생활 중에 사격 만발을 맞힐 영광을 얻냐? 안 그래?”
“아, 그건 맞습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다른 소대원들도 총기손질을 하며 동조했다. 그러자 순진한 노현래 이병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래서 노현래.”
“이병 노현래.”
“너 음료수 살 거야 말 거야!”
“사겠습니다.”
“그래, 진즉에 그래야지! 나 콜라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김일도 병장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러자 상병들 전부 손을 들었다. 물론 이해진 상병은 들지 않았다. 다들 재미로 노현래 이병을 놀린다지만 그 놀이에 굳이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최강철 이병은 후임이라 당연히 제외됐고.
“하아. 알겠습니다.”
만발 한 번 맞췄다가 졸지에 음료를 사게 된 노현래 이병은 울상이 되며 고개를 끄덕였다.
3.
한편, 그 시각 사격장에서는 2소대가 사격장으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박중근 하사가 탄창을 나눠주고 있었다.
“우 상탄 이상 무.”
2소대가 탄창을 들고 섰다. 박중근 하사가 피식 웃으며 박대기 상병을 불렀다.
“대기야.”
“상병 박대기.”
“너 병장 언제 다냐?”
“다음 달에 답니다.”
“그럼 지금 사격 잘해야겠네.”
박대기 상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 원래 사격 잘하지 말입니다. 아니, 우리 소대는 말입니다.”
“그래? 그래도 우리 소대는 못 이길걸. 이번에 우리 1소대 엄청 잘 쐈어.”
“1소대 몇 발 나왔습니까?”
“우리? 어디 보자, 만발 세 명에 19발 7명, 18발 1명 이렇게 나왔지.”
박대기 상병의 표정이 굳어졌다.
“진짜입니까? 뭐, 오늘 다들 사격이 잘 되나 봅니다. 전반적으로.”
박대기 상병이 별로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고는 사격장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내려가는 박대기 상병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져 있었다.
1소대 내무실에서는 한창 총기손질에 열중이었다. 김우진 상병이 입을 열었다.
“우리 다음이 2소대였죠?”
“다음, 다음이지 아마!”
“그럼 지금쯤 시작했겠네.”
김우진 상병이 총을 조립한 후 거치대에 놓았다. 그리고 침상에 걸터앉아 김일도 병장에게 말했다.
“김 병장님. 그런데 말입니다. 박대기 상병 좀 별로이지 않습니까?”
“박대기 상병? 가만. 너랑 동기 아니냐?”
“아닙니다. 저보다 한 달 빠릅니다. 그래도 진짜 재수 없는 것 같습니다.”
“너도 느꼈냐? 원래 그 자식이 좀 싸가지가 없어.”
“좀이 아니라 많이 없지 말입니다.”
“진짜 그놈 우리 소대였으면 내가 제대로 정신교육시켜 주는 건데.”
“아쉽지 말입니다.”
“그런데 우진아. 너 나 없으면 어떻게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