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00화
29장 진급만이 살길이다!(3)
“소대장님, 일도가 제법입니다.”
“그런데 설마하니 애들 말처럼 2소대장이 정말로 그랬을까요?”
“에이, 그러고도 남을 사람입니다. 잘 아시면서 그러십니까.”
“뭐, 어쨌든 애들 사격 제대로 안 나올까 봐 걱정이었는데 다행입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오상진은 내심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약 10분이 흐른 후 김철환 1중대장이 나타났다.
“1소대장. 이제 됐지?”
“네.”
“그럼 시작하자!”
김철환 1중대장이 상황실로 들어가 마이크를 잡았다.
-각 조 사로 입장!
1소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사로 입장이라는 소리에 사로의 좌, 우측으로 이동했다.
“1사로!”
“2사로!”
“3사로!”
그리고…….
“11사로 이상 끝!”
-총기 거치대에 놓고 대기!
-탄창인계!
“우 상탄 이상 무!”
다시 11사로까지 모두 외쳤다. 김철환 1중대장이 확인한 후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모든 사로 이상 무. 탄창결합!
“탄창결합!”
-노리쇠 전진!
“노리쇠 전진!”
착, 착착착착!
-조정간 반자동.
“조정간 반자동!”
-사격 준비!
“사격준비!”
1소대원들 모두 전진무의탁 자세를 잡았다. 오상진이 확인을 다 마친 후 흰 깃발을 펄럭였다.
“좌 사로 이상 무!”
“우 사로 이상 무!”
-모든 사로 이상 무, 지금부터 준비된 사로로부터 200사로 봐!
김철환 1중대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격이 실시되었다. 2초가 흐른 후 200사로의 타깃이 덜컹하고 올라왔다. 그리고 동시에 후다닥 뛰어가 앉아 쏴를 실시했다.
탕! 타타타타탕!
총구에서 불꽃이 튀며 총알이 발사되었다. 총성 소리가 심장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하지만 놀랄 시간도 없었다. 재빨리 다시 자세를 취해야 했다.
김일도 병장의 당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1소대원들은 이 악물고 사격에 임했다.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높였다.
100사로에서 250사로로. 다시 100사로…….
이렇듯 타깃은 정신없이 올라왔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20발을 쏘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틱.
총의 노리쇠가 후퇴 고정되고 나서야 다들 사격이 끝났음을 인지했다.
“좌 사로 사격 끝!”
“우 사로 사격 끝!”
-전 사로 사격 끝! 노리쇠 전진!
“노리쇠 전진!”
철컹!
-격발!
“격발!”
틱, 틱틱틱틱틱!
“이상 무!”
-노리쇠 이삼 회 후퇴전진!
“노리쇠 이삼 회 후퇴전진!”
-격발!
“격발! 이상 무!”
“좌 사로 이상 무!”
“우 사로 이상 무!”
-전 사로 이상 무! 노리쇠 후퇴고정 후 뒤에서 대기!
모든 사격이 끝이 나고 소대원들은 잠시 대기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1사로부터 시작해 11사로까지 맞힌 횟수를 불러 주었다.
-1사로 19발, 2사로 19발, 3사로 18발, 4사로 만발…….
김철환 1중대장은 결과를 보며 만족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1소대원들 대부분이 18발 이상을 쐈다.
1소대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좋아했는데 특히 최강철 이병은 19발을 맞힌 후 신이 나서 옆에 있는 이해진 상병을 봤다.
“이 상병님!”
“왜?”
“방금 들으셨습니까? 저 19발입니다.”
“오, 잘했어!”
이해진 상병은 환한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그때 김철환 1중대장이 말했다.
-총 어깨 위에 올려!
다들 총을 어깨 위에 올렸다.
-그 상태로 퇴장!
“퇴장!”
1소대원들은 환한 얼굴로 사로에서 나갔다. 위로 올라가서 탄창을 반납한 후 모두의 얼굴에 기쁜 빛이 떠올랐다. 박중근 하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야, 우리 1소대 고생 많았다. 18발이 최저더라. 잘했다. 잘 했어!”
“다들 이 악물고 열심히 했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대표로 말했다. 1소대원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고생했다. 내무실 복귀해서 총기 손질하고 점심 먹을 준비해라.”
“네. 알겠습니다.”
1소대원들은 두 줄로 선 후 사격장을 떠났다. 그리고 내무실로 복귀하자마자 신이 난 듯 얘기들을 했다.
“다들 수고했다.”
김일도 병장이 제일 먼저 말했다.
“아닙니다.”
“14발 이하로 맞힌 사람 없지?”
“아까 들으셨잖습니까. 전원 18발 이상입니다.”
“혹시나 내 귀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해서 물어본 거야.”
“하하, 네. 없습니다.”
“잘했다. 그보다 최강철!”
“이병 최강철!”
“너 몇 발이냐?”
김일도 병장의 물음에 최강철 이병은 뿌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19발입니다.”
이해진 상병이 기뻐했다.
“이야, 축하해. 첫 사격에 19발이면 진짜 잘 쏜 거야.”
“최강철. 너 다시 봤다. 첫 사격에 19발이면 다음에는 만발 쏘겠네.”
“네. 만발 맞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선임자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는 동안 최강철 이병보다 더 뿌듯한 얼굴로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노현래 이병이었다.
“참, 아까 들어보니까. 누가 또 만발 맞혔던데. 누구야?”
김우진 상병이 물었다. 그러자 노현래 이병이 씨익 웃으며 손을 들었다.
“이병 노현래.”
“그래 현래야. 누구야?”
김우진 상병이 노현래 이병에게 물었다. 노현래 이병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접니다. 후후후.”
“장난치지 말고. 누구야?”
김우진 상병은 믿지 않았다. 솔직히 노현래 이병의 사격 솜씨가 그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노현래 이병이 다시 말했다.
“제가 만발입니다.”
“이 자식이, 죽을래!”
“네?”
“아무리 만발 맞추고 싶어도 그렇지. 네가 무슨 만발이야.”
“진짜입니다. 제가 만발 맞혔습니다.”
김우진 상병의 말에 억울하다는 듯 노현래 이병이 소리쳤다. 그제야 김우진 상병을 비롯한 다른 소대원들도 눈을 번쩍하고 떴다.
“진짜?”
“네. 진짜입니다. 제가 만발 맞혔습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현래 네가 그 숨어 있던 만발이라니…….”
“말도 안 돼. 아까 김우진 상병님 한 발 놓쳤다고 해서 누군가 했는데 그게 현래였다고?”
소대원들 모두 믿기지 않았다. 그러자 김일도 병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맞아. 현래가 만발이야. 내가 바로 옆 사로에 있었거든.”
“대박! 노현래!”
“현래야!”
“축하한다. 네가 만발이라니…….”
“감사합니다. 사실 우리 충성대대는 20발은 기본 아니겠습니까.”
노현래 이병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김우진 상병이 노현래 이병의 뒤통수를 ‘탁’ 하고 쳤다.
“인마, 만발 맞추니까, 좋냐?”
“아닙니다.”
“아니지, 좋겠지. 만발인데.”
“솔직히 기분 좋지 말입니다.”
“그런데 현래야. 나는 한 발 놓쳤는데. 그럼 나는 충성대대 1중대 1소대 아냐?”
“아닙니다.”
“그럼 여기가 안이지, 밖이냐?”
“아닙……. 죄송합니다.”
김우진 상병이 기다렸다는 듯이 노현래 이병을 놀렸다. 처음으로 만발을 쏘고 신이 난 건 이해했지만 그래도 선임들 앞에서는 말조심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화가 난 건 아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노현래 이병이니까. 악의 없이 한 말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김우진 상병이 실실 웃어대니까 살짝 눈치를 보던 소대원들도 하나둘 분위기에 동참했다.
“하하핫! 현래야. 괜찮아. 지금 김 상병님 널 놀리시는 거잖아.”
“그래. 만발이면 오늘 하루 큰소리쳐도 돼. 아니지 당당하게 어깨에 힘줘! 대신 딱, 오늘만 허락한다! 내일부터는 다시 어리바리 노현래로 돌아와. 알았지?”
이해진 상병에 이어 김일도 병장까지 나서서 장난을 받아주니 살짝 주눅이 들었던 노현래 이병의 얼굴에도 다시 웃음이 번졌다.
“진짜입니까?”
“그럼 진짜지!”
“가, 감사합니다.”
그러자 또 김우진 상병이 짓궂게 굴었다.
“어쭈! 그래서 어깨에 힘주게?”
“네?”
“김 병장님이랑 오래 있냐? 나랑 오래 있냐? 누구랑 오래 군 생활 하는지 잘 기억해라.”
김우진 상병의 으름장에 노현래 이병은 바로 울상이 되었다. 그 표정에 김우진 상병이 피식 웃었다.
“농담이야, 인마! 쫄기는……. 분대장님 말처럼 오늘 넌 어깨에 힘주고 있어도 돼. 괜찮아! 만발은 원래 그런 거야. 그리고 사격이라는 큰 산 하나 넘겼네. 진급에 문제없겠어!”
“이병, 노현래! 감사합니다.”
노현래 이병이 환하게 웃었다.
김일도 병장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점심 전까지 시간 있으니까, 그전에 총기손질 해놓자.”
“네, 알겠습니다.”
“진모야.”
“일병 구진모.”
“총기손질하게 손질 도구함 좀 가져와라.”
“알겠습니다.”
구진모 일병이 답을 하고 몸을 돌리는데 눈치 빠른 최강철 이병이 미리 준비해서 꺼내놓았다. 그 모습에 구진모 일병이 미소를 지었다.
“오오, 최강철. 빠른 행동 좋아! 이제야 좀 군인다워지려고 하네.”
“아, 아닙니다.”
최강철 이병이 부끄러운 듯 자신의 자리로 후다닥 뛰어갔다. 김일도 병장이 시계를 확인하더니 말했다.
“30분 안에 총기손질 마무리 짓자!”
“네, 알겠습니다.”
모두 자신의 자리에 앉아 총을 분리했다. 최강철 이병은 어제 한 번 해봤다고 무리 없이 총기를 분리했다.
먼저 가스 조절기를 빼내고, 복좌용수철 및 밀대 뭉치의 심지를 풀어 분해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이해진 상병이 피식 웃었다.
“이야, 강철이 어제 한 번 해봤다고 이제는 무리 없이 분해할 줄 아네.”
“이제는 껌이지 말입니다.”
개인 정비 시간마다 총기 손질을 해서일까.
최강철 이병도 이제 총기 분해에 자신 있었다.
“그럼 15초 안에 총기 분해 가능해?”
“15초 말입니까?”
“그래!”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김우진 상병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너희들은 무슨 15초 가지고 난리냐? 난 12초까지 끊을 수 있는데.”
“진짜입니까?”
“그럼 진짜지!”
“우와! 진짜 대박입니다.”
조영일 일병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김우진 상병이 어깨를 으쓱했다.
“왜 한번 보여줄까?”
“네.”
“좋았어. 그럼 어디 한번 해볼까?”
김우진 상병이 자신 앞에 총을 두고 손가락을 풀었다. 김일도 병장은 그런 모습을 보며 그저 피식 웃기만 했다.
한때 자신도 저런 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했으니까.
자신과 두 달 차이밖에 나지 않아서 분대장 노릇을 거의 하지 못하는 김우진 상병이니까 이 정도쯤은 눈감아 주고 싶었다.
“야, 조영일.”
“일병 조영일.”
“초 재!”
“네, 지금 준비 중입니다.”
“좋았어. 준비 끝!”
“시작!”
조영일 일병이 초시계를 눌렀다. 그와 동시에 김우진 상병이 재빨리 총기 분해에 들어갔다.
소대원들 전부 총기 손질은 하지 않고, 김우진 상병의 총기 분해에 집중했다.
김우진 상병은 평소보다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그렇게 총기를 분해하고
“끝!”
다급히 소리치자 조영일 일병이 초시계를 눌렀다.
김우진 상병은 잔뜩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
“몇 초냐?”
“그, 그게 말입니다.”
조영일 일병이 당황했다.
“뭔데? 몇 초냐고!”
김우진 상병이 다급하게 물었다. 조영일 일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17초입니다.”
“뭐? 진짜야? 어디 줘봐.”
김우진 상병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초시계를 낚아챘다. 그곳에는 17초가 찍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