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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99화 (29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99화

29장 진급만이 살길이다!(2)

“참, 김 병장님. 우리 소대장님 이번에 진급한다는 소식 들으셨습니까?”

“당연히 들었지. 그럼 그 정도로 했는데 당연한 거 아냐?”

“그렇죠? 조기 진급한다는데…… 사실 소위에서 중위 진급은 그냥 되지 않습니까?”

“1년 되면 그냥 달지. 아마도 떨어지는 사람 없을걸. 아니, 못 올라가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그렇습니까? 그럼 어차피 우리 소대장님은 중위 다는 거였지 말입니다. 다만 몇 개월이 좀 앞당겨지는 것뿐이지 않습니까?”

“맞아. 그런데 이게 또 달라. 조기 진급자는 그다음 대위 진급할 때 다른 사람보다 앞선다는 거지. 그 말의 의미가 뭔 줄 알겠지?”

“아……. 그렇구나.”

김우진 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와중에 김우진 상병의 파트너인 구진모 일병이 움찔하며 바둑알이 툭 떨어졌다.

“인마, 바둑알 떨어졌잖아. 집중 안 해?”

“죄송합니다.”

김우진 상병이 떨어진 바둑알을 들어 총구 위에 다시 올렸다.

“잘 조준하고. 격발해봐.”

“…….”

구진모 일병이 집중하고 있는지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틱’ 하는 소리와 함께 격발이 되었다. 다행히 바둑알은 그대로였다.

“오오, 안 떨어졌어. 제법인데.”

“후훗, 제가 좀 하지 말입니다.”

“시끄럽고 다시 해봐.”

“넵!”

구진모 일병이 다시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 김우진 상병은 다시 김일도 병장에게 말을 걸었다.

“김 병장님. 그런데 말입니다. 중위 달면 월급도 오르지 않습니까?”

“당연히 오르지! 소위 월급이랑 중위 월급은 확연히 다르지.”

“이야, 우리 소대장님 월급 오르면 한턱내시겠지 말입니다.”

“인마, 원래 한 달에 한 번씩 PX 쏘시잖아.”

“하긴 그렇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떠드는 소리가 계속해서 장재일 2소대장의 심기를 건드렸다. 담배를 물고 있던 장재일 2소대장이 고개를 홱 돌렸다.

“이 자식들이 진짜!”

급기야 참지 못한 장재일 2소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옆에 있던 부소대장이 말했다.

“제가 조용히 시키겠습니다.”

“됐어!”

장재일 2소대장이 손에 있던 담뱃불을 손가락으로 툭 쳐서 꺼뜨린 후 1소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동작 그만!”

1소대원들이 장재일 2소대장을 바라봤다. 장재일 2소대장은 잔뜩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야, 김일도!”

“병장 김일도.”

“너…….”

장재일 2소대장은 오상진의 조기 진급 얘기가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는 얘기니 닥치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순 없었다. 그래서 괜스레 다른 말로 큰소리를 쳤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죄송합니다.”

“너 이 자식 엎드려뻗쳐! 사격장에서 누가 그렇게 떠들라고 했어.”

순간 김일도 병장은 썩은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분대장에게 엎드려뻗쳐라니.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장재일 2소대장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는지라 김일도 병장은 마지못해 상체를 숙였다.

1소대원들은 그 광경을 보며 모두 표정이 굳어졌다.

“기상!”

장재일 2소대장은 시간이 좀 지난 후 김일도 병장을 기상시켰다.

“이 자식 봐라. 표정 안 풀어? 기분 나빠?”

“아닙니다.”

“내가 편히 쉬게 해줬더니 고마운 줄 모르고. 오냐, 내가 제대로 된 PRI를 보여주지. 진짜 피 나고, 알 배기고 이 갈리는 것이 뭔지 제대로 확인시켜 줄게. 모두 기상!”

장재일 2소대장이 1소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1소대원들은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섰다.

지금 장재일 2소대장의 기분은 무척 더러웠다. 안 그래도 진급에서 밀린 것 때문에 기분이 언짢았는데, 1소대원들의 눈치 없는 대화로 인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장재일 2소대장이 교장 중앙에서 섰다.

“모두 전진무의탁 대형으로 펼쳐!”

1소대원들은 장재일 2소대장의 갑작스러운 PRI 교육에 어리둥절했지만 현역병답게 신속하게 대형을 만들었다.

“자, 지금부터 PRI 교육을 실시한다. 준비된 사수로부터 200사로 봐!”

곧바로 1~2보 빠르게 전진해 앉아 쏴 자세를 취한 후 교장 중앙에 마련된 표지판에 격발을 했다.

틱! 티티티티틱!

그리고 다시 일어나 뒤로 1~2보 빠지며 전진무의탁 자세를 잡았다.

“100사로 봐!”

다시 후다닥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무릎 쏴 자세를 취했다. 격발을 한 후 뒤로 물러났다.

“250사로 봐!”

이번에는 엎드려 쏴 자세를 잡았다. 순간 모래 먼지가 사방으로 피어올랐고, 그 모래 먼지가 고스란히 콧속으로 들어갔다. 소대원들은 모래 먼지를 마시지 않기 위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코로만 숨을 쉬자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그 탓에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동작 봐라. 고작 3발 쐈다. 그런데 왜 벌써 동작이 흐트러져! 전진무의탁 자세 똑바로 잡아!”

장재일 2소대장은 처음과 달리 정말 FM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다시 250사로 봐!”

후다다닥!

그렇게 약 20발은 쏜 후에야 장재일 2소대장 입에서 ‘바로’가 나왔다.

“하악, 하악…….”

고작 20발을 쏜 것뿐인데 벌써부터 숨이 차올랐다. 쌀쌀한 가을 날씨임에도 어느새 이마에서는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와. 갑자기 왜 저러시냐?”

김우진 상병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일도 병장이 한마디 했다.

“조용히 해, 그래야 빨리 끝나.”

“……네.”

장재일 2소대장이 시계를 확인하더니 다시 소리쳤다.

“다시 사격 준비!”

“에?”

“다, 다시…….”

1소대원들은 고작 1분의 짧은 휴식시간이 끝나고 다시 전진무의탁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200사로부터 20발의 총알을 새로 쐈다. 이것이 진정한 PRI였다. 정말 피가 나고, 알 배기고, 이가 갈리는 일이었다.

“으으윽…….”

“하아, 하아.”

여기저기서 힘들다는 신음 소리가 나왔지만 장재일 2소대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후로 무려 1시간 동안 PRI를 마치고 탄약을 배분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 앞에는 박중근 하사가 탄약을 주기 위해 서 있었다.

“야, 모두 탄창 두 개씩 꺼내!”

“네에…….”

단독군장에서 빈 탄창을 꺼낼 준비를 했다. 그런데 모두 조금 전 PRI로 많이 지쳐 있었다. 그래서 대답하는 것에 힘이 없었다. 박중근 하사가 목소리를 듣고 살짝 인상을 썼다.

“이 자식들이 목소리…… 응? 너희들 뭐냐? 사격하고 온 거냐?”

“아닙니다.”

김일도 병장이 말했다. 박중근 하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전투복이 왜 그래?”

“방금 전까지 PRI 교육 받고 왔습니다.”

“뭐?”

박중근 하사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PRI 교장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도대체 애들을 어떻게 굴렸기에…….”

그리곤 1소대원들을 바라봤다.

“괜찮아?”

“아뇨. 지금 힘 다 빠졌습니다. 총도 간신히 들고 있습니다. 우리 어떻게 합니까?”

김우진 상병이 앓는 소리를 했다. 박중근 하사는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너희들 그래 가지고 총 쏠 수 있겠어? 알다시피 이번 사격 진급시험도 포함되어 있다.”

“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중근 하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돌려 사격장을 바라봤다. 조금 있으면 다음 조 사격이 끝날 판이었다.

“일단 탄창부터 받아. 총알 확인하고!”

“네.”

김일도 병장이 먼저 나가서 탄창을 받아 확인했다.

“우 상탄 이상 무!”

“다음!”

“우 상탄 이상 무!”

그렇게 1소대원에게 모두 탄창을 나눠줬다. 박중근 하사가 소리쳤다.

“모두 노리쇠 후퇴 고정!”

“노리쇠 후퇴 고정!”

“이동!”

“이동.”

모두 총을 우측에 세우고 사격장으로 내려갔다. 1소대원 모두의 얼굴에는 피로가 만연했다. 사격장 좌측 사로에 오상진이 흰 깃발과 붉은색 깃발을 들고 서 있었다. 1소대원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표정이 밝아졌다.

“어서 와라.”

그런데 오상진이 순간 놀랐다.

“너희들 얼굴이 왜 그래?”

“저희 PRI 훈련을 지금까지 받고 왔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려 죽겠습니다.”

“이대로 사격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소대원들의 하소연에 오상진은 인상을 쓰며 PRI 교장 쪽으로 시선이 갔다.

“아, 진짜……. 누구야. PRI 교장 담당이.”

“2소대장입니다.”

“2소대장? 진짜 왜 저런대. 하아…….”

오상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소대원들을 보니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사격이 실시될 수 없었다.

“일단 이곳에 앉아서 대기 해.”

“네.”

오상진이 곧바로 사격장 상황실로 갔다. 김철환 1중대장이 물었다.

“왜 그래? 준비 안 시켜?”

“저기 중대장님…….”

오상진이 김철환 1중대장에게 귓속말로 상황을 전달했다. 순간 김철환 1중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고개를 홱 돌려 PRI 교장을 봤다.

“2소대장이네.”

“네.”

“참네, 밉다, 밉다 하니까 진짜 미운 짓만 골라서 하네. 알았어. 5분…… 아니, 10분 쉬어.”

“그러면 다른 중대도 뒤로 밀리는데…….”

“아, 됐어! 내가 중대장이고, 여기 통제권은 내게 있는데 뭘 어쩌라고! 상관 말고 10분 쉬어. 그렇지 않아도 화장실 가고 싶었는데 잘됐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중대장님.”

김철환 1중대장은 화장실이 급하지 않은데도 1소대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기 위해 상황실 자리를 비웠다. 오상진이 자리로 되돌아 왔다.

“중대장님 화장실 다녀오신단다. 그동안 좀 쉬고 있어.”

“네.”

1소대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와, 타이밍 죽이네.”

“맞습니다. 중대장님 화장실 가시고 말입니다. 저희 때문에 일부러 가신 거 아닙니까?”

“야, 떠들 시간에 호흡 골라, 잡담하지 말고!”

“넵!”

김일도 병장의 한마디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사실 김일도 병장은 상당히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모두 자리에 앉아 호흡을 고르고 있을 때 김우진 상병이 다가왔다.

“김 병장님, 화 푸십시오.”

“화? 야, 내가 지금 대놓고 까여서 기분 나쁜 줄 알아!”

“그럼 왜 그럽니까?”

“야, 2소대장이 왜 우리를 그렇게 빡세게 굴렸을 것 같아?”

순간 김우진 상병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설마 그것 때문입니까? 우리 엿 먹이려고?”

“그렇지 인마. 2소대장 최대 라이벌이 누구야?”

“우리 소대장님입니다.”

“만날 우리 소대장님과 트러블 있지 않았냐. 그런데 이번에 우리 소대장님이 조기 진급하신다고 하니 얼마나 기분 나쁘겠어.”

“아, 어쩐지 오늘 빡세게 시킨다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번에 개판으로 쏴봐. 우리 소대장님 얼굴이 뭐가 되겠어. 우리 자존심은 또 어떻게 되겠어!”

김일도 병장이 다시 소대원을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대로 앉아서 호흡 골라! 지금부터 말도 하지 말고 체력 보충해.”

“네, 알겠습니다.”

그들의 대화를 함께 들은 소대원들은 모두 호흡을 고르는 것에 집중했다. 탄창을 수거하기 위해 내려왔던 박중근 하사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오상진 옆으로 가서 조용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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