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297화
28장 별빛이 내린다(14)
“야, 2소대장! 쓸데없는 소리 말고 할 말 없으면 나가!”
장재일 2소대장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곤 경례를 하고 중대장실을 나가 버렸다.
“충성.”
김철환 1중대장이 인상을 썼다.
“아, 저 자식이 진짜. 어떻게 하면 더 싫은 꼴을 보여줄까 연구하나?”
오상진이 살짝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별거 아니야.”
“방금 다 들었지 말입니다.”
“다 들었으면서 왜 물어봐, 자식아!”
김철환 1중대장은 짜증이 난 듯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럼에도 오상진은 다시 한번 되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진짜 안 좋은 보고 하셨습니까?”
“왜? 내가 그런 것 같냐?”
“중대장님이라면 안 그러실 분이죠.”
그런데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의 말을 듣곤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데?”
“예?”
오히려 당황한 쪽은 오상진이었다.
“나는 뭐, 소대장이 내 뒤에서 날 험담하고 무시해도 ‘허허’ 하고 웃어넘기는 보살인 줄 알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오상진은 뭔가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2소대장이 뒤에서 중대장님 험담했습니까?”
“몰라 인마! 아무튼, 저 자식 마음에 안 들어. 저 자식 괜히 받은 것 같다. 어휴!”
김철환 1중대장은 말을 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말이야. 고작 1차에서 누락된 거 가지고 뭘 그리 호들갑인지. 그냥 이번에 버릇 한번 고쳐주려고 그런 것이지.”
“그래도 주위 소대장들과 똑같이 올라가고 싶지. 몇 달간 못 올라가고 그러면 괜히 뒤처지는 것 같고 그렇지 않습니까.”
“아니면 너 같이 시체라도 찾던가!”
“아니, 여기서 시체 얘기가 왜 나옵니까.”
“왜 나오기는, 너 때문에 내가 인터뷰하게 생겼으니까. 그렇지.”
“인터뷰 말입니까?”
“그래. 이번 국방일보에서 나 취재하러 온단다.”
“네? 중대장님도 취재한다고 합니까?”
“나뿐만이 아니라. 대대장님도 하시고, 사단장님도 하신단다. 이러다가 군단장님까지 하신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김철환 1중대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오상진이 손을 흔들었다.
“에이, 너무 앞서가셨습니다.”
“하긴, 그렇지? 그보다 말이야. 이번 주부터 병 기본훈련인 것은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는데 이번 병 기본훈련에 진급시험도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줘.”
오상진이 눈을 번쩍 떴다.
“병사들 진급시험 말입니까?”
“그래! 사격, 제식훈련, 화생방, 안보 관련 필기시험까지. 모든 것을 총괄해 종합 점수를 매기는 것 같다. 이 중 하나라도 미달이 되면 진급시험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니까. 잘하라고 해.”
“아이고, 애들 또 난리 나겠습니다.”
“뭐. 그건 네가 알아서 하고. 아무튼, 이번 진급시험에 떨어지는 놈 있으면 가만 안 둔다고 해.”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태권도 심사도 있다고 하니까 그것도 알아서 잘하라고 말하고.”
“네. 중대장님.”
“너무 부 소대장에게만 맡기지 말고, 너도 곧 있음 중위 다는데 네가 주도적으로 해. 네가 언제까지 소대장만 하겠어?”
“그런데 중대장님. 저 중위 되면 소대장 못하는 겁니까?”
“못하는 건 아닌데 왜? 소대장 계속하고 싶어?”
“애들에게 정도 들었고, 게다가 제가 처음 맡은 소대 아닙니까. 그래서 할 수 있으면 좀 더 해보고 싶습니다. 소대장으로서 많이 못 해준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래? 나야 소대장으로 내 옆에 있어 주면 고맙지. 그런데 말이야. 인사권에 대해서는 내 권한이 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래. 네 녀석의 맘은 알았다. 혹시 위에서 얘기가 나오면 일단 내가 얘기는 해볼게.”
“네, 중대장님.”
오상진이 인사를 하고 중대장실을 나왔다.
다시 중대 행정반으로 들어간 오상진은 2소대장 쪽 자리를 바라봤다. 장재일 2소대장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2소대장 어디 갔습니까?”
“말도 마십시오. 갑자기 성질만 잔뜩 내고 나가버렸습니다.”
오상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일단 여러분께 공지할 것이 있습니다. 이번 병 기본훈련 중 병사들 진급시험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그 점 유의해서 시험에 임하라고 해주십시오.”
“네? 진급시험도 포함되어 있다는 말씀입니까?”
“네.”
4소대장이 눈을 번쩍 떴다.
“아이고, 애들 또 죽으려고 하겠네.”
“그러게 말입니다.”
3소대장도 동조를 했다. 오상진이 그들을 말을 듣고 입을 뗐다.
“아, 그리고 이번 진급시험에 떨어진 병사는 특별히 중대장님께서 가만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네? 중대장님께서 말입니까?”
“네.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이야, 애들 바짝 긴장하겠네.”
소대장들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3소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쨌든 이 사실을 애들에게 알려줘야죠.”
“어! 저도 같이 가죠.”
4소대장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소대장이 함께 행정반을 나갔다.
22.
1소대 내무실에도 이 사실이 전해졌다. 소대원들은 저마다 바짝 긴장했다. 특히 다음 달에 진급을 앞둔 노현래 이병은 울상이 되어 있었다.
“아이고 우리 현래 어떻게 하냐?”
김우진 상병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노현래 이병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말이야. 해진이가 운이 정말 좋네. 진급시험 전에 이미 진급을 해버려서 말이야.”
김우진 상병의 시선이 이해진 상병에게 향했다.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보다 진모도 다음 달에 진급이지 않습니까.”
“맞다. 구진모!”
김우진 상병의 시선이 구진모 일병에게 향했다. 구진모 일병 역시 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
“어떻게 하냐.”
“하아……. 모르겠습니다.”
“괜찮아. 평소처럼 하면 돼. 그리 어려운 것도 없어.”
김우진 상병은 나름 위로를 해준다고 한 거였지만 구진모 일병에게는 그리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때 김일도 병장이 입을 뗐다.
“자자, 어쨌든 정해진 일이고, 해야 할 일이다. 울상 짓지 말고 진급시험에 최선을 다해 임하자.”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이해진 상병을 봤다.
“참, 첫 번째로 뭘 하지?”
“일단 사격부터 시작입니다.”
“사격? 너희들 잘할 수 있지?”
김일도 병장이 소대원들에게 물었다.
“네. 잘할 수 있습니다.”
“그래, 어차피 만발을 원하는 것도 아니야. 주간 사격에 14발만 맞추면 되는 거야. 어렵지 않잖아. 안 그래?”
김일도 병장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네.”
“14발이라면 자신 있습니다. 완전 껌이지 말입니다.”
그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노현래 이병이었다.
“오오, 현래 많이 컸네. 사격 자신 있는 거야?”
“이병 노현래. 네, 자신 있습니다. 지난 사격에서 저 16발 맞혔습니다.”
노현래 이병이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김우진 상병이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에라이! 현래야. 16발은 사람이 아니야. 사람이! 16발 맞히고 되겠냐? 우리 부대는 기본이 사격인데 최소 18발 이상은 맞혀야지.”
“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꼭 만발 맞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김우진 상병이 이번에는 최강철 이병에게 향했다.
“강철아.”
“이병 최강철!”
“너 저번에 몇 발 맞혔냐?”
“저 사격 안 했습니다.”
“안 했어? 그럼 뭐 했냐?”
“영점만 맞췄습니다.”
“아, 맞다. 너 오전에 영점 못 맞춰서 오후에 또 올라갔지?”
“네, 그렇습니다. 전 이번에 실사격이 처음입니다.”
“그래? 너 이번에 14발 이상 맞힐 자신 있냐?”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4발 이상 맞히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노력해라. 그보다 우리 강철이 처음 왔을 때 총기 손질 못 해서 난리였던 적이 엊그제였는데. 많이 컸네, 컸어.”
김우진 상병의 말에 최강철 이병이 살짝 빈정이 상했다.
‘쳇. 날 뭐로 보고…….’
그때 노현래 이병이 최강철 이병을 노려보며 말했다.
“두고 봐, 최강철. 이번 사격에서 너보다는 잘 쏠 거야.”
“아, 네에.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말을 해놓고는 솔직히 불안했다. 지난 사격에서 영점만 맞추고 아직 실사격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걱정이 앞섰다. 최강철 이병은 살짝 눈치를 보다 사수인 이해진 상병에게 다가갔다.
“이 상병님.”
“왜?”
“사격 좀 알려 주십시오.”
“뭐? 조금 전에는 자신 있다며.”
“영점 사격밖에 못 해봤고, 전 실사격을 한 번도 하지 않았지 말입니다. 게다가 노현래 이병은 몇 번 실사격을 해보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두 번밖에 안 했어. 따지고 보면 너랑 별반 차이 없어.”
“어쨌든 두 번 하지 않았습니까. 저 갑자기 지기 싫어졌습니다. 아니, 놀림 받고 싶지 않습니다.”
“어이구, 알았어. 어차피 내일 단독군장 차림으로 훈련 있으니까. 그때 알려줄게.”
“네. 알겠습니다.”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다음 날, 김일도 병장이 중대 행정반으로 향했다.
“충성, 병장 김일도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오상진 앞으로 갔다.
“충성.”
“어, 일도 왔어?”
“네.”
“오늘 훈련이 야외 훈련이지?”
“그렇습니다. 단독군장 차림으로 제식훈련 및 총검술 연습을 할 예정입니다.”
“그래, 알았다. 총검술에 대해서는 소대장이 직접 나가서 확인할 테니까. 잘 연습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보다 다른 것은 별일 없지?”
“없습니다. 그리고 소대장님.”
“응?”
“중간에 사격에 대한 연습도 좀 했으면 합니다.”
“사격?”
“네. 이번 진급시험에 사격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 때문인지 약간 불안해하는 소대원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따로 시간을 빼서 호흡부터 총 쏘는 자세까지 알려주려고 합니다.”
“그래. 괜찮은 생각이네. 분대장이 알아서 해.”
“네. 그리고 또 있습니다, 소대장님.”
“뭐?”
“우리 소대 신병은 언제 들어옵니까?”
“왜? 한 명이 부족하니까 힘들어?”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신병이 들어와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안 그래도 인사과에 계속 얘기는 하고 있는데 조만간 신병을 보내준다고 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네.”
“어이구, 우리 일도 이제 진짜 분대장 다 되었네.”
그 소리를 옆자리에서 듣던 박중근 하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상병 때는 뺀질거리더니. 분대장 달더니 사람이 확 달라졌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입을 열었다.
“원래부터 이랬습니다.”
“웃기지 마. 인마.”
“넵!”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오늘 훈련은 그렇게 하고! 김 분대장이 알아서 잘 해봐.”
“네.”
그리고 연병장으로 나가 훈련에 임했다. 제식훈련을 간단히 한 후 총검술을 다시 한번 실시했다.
최강철 이병은 신교대 때 배웠던 총검술을 시도했지만 중간중간 많이 잊어버렸다.
“야, 인마 신교대 때 안 배웠어?”
“배웠습니다.”
“자식이, 그런데 그새 잊어버려!”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잘 봐!”
한태수 일병이 총검술 시범을 보였다.
“여기서 찔러! 그리고 돌려쳐!”
한태수 일병이 차근차근 설명하며 시범을 보여줬다. 최강철 이병이 다시 한번 똑똑히 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총검술 훈련까지 마친 최강철 이병은 이해진 상병의 부름에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