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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96화 (296/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96화

28장 별빛이 내린다(13)

한소희의 일탈은 자기 표출이었다. 클럽을 다니면서 화려한 옷을 입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말했다.

오상진 역시 처음엔 한소희의 옷차림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녀만의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아서 어느 정도는 용인하는 편이었다.

“그 외는 종종 친구 집으로 쉬러 간다고 하지만 그게 어디 쉬는 건가? 눈치 보는 거지. 안 그래?”

“네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원룸을 구하자니 사람들 눈이 있고 말이야. 괜히 아버지가 아시게 되면 큰일 날 것 같고 말이야.”

“아, 예에.”

“그래서 말인데. 5층 구석에 작은 거로 사무실 겸 개인 공간 하나만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좋은 생각 같습니다.”

“그렇지? 공간에 방 하나 내고, 거기에 개인 화장실이랑 샤워실로 하나 두면 좋겠는데. 가만 화장실은 안 되나?”

한대만이 조용히 물었다. 오상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될 겁니다.”

“돼?”

“네. 저 건물 지은 지 얼마 안 되어서 건축 구조를 따로 빼놨더라고요. 큰 평수에 따라서 따로 화장실을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야, 좋네. 그럼 화장실을 따로 뺄 수 있다는 거네? 게다가 샤워실까지?”

“예예.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방 하나 만들어서 거기서 종종 데이트도 하면 좋잖아. 내가 해봐서 아는데 만날 호텔 가는 것도 돈만 비싸고 별로 재미가 없어.”

“네?”

순간 오상진은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데 한대만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뭐야? 그 표정은, 새삼스럽게!”

“아, 아니요.”

“뭐? 그럼 너희 둘은 어디서 하나? 설마 관사에서 했나?”

순간 오상진이 두 손을 크게 움직였다.

“아, 아뇨…….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오상진은 너무 부끄러웠다. 그러면서 슬쩍 생각했는지 얼굴색이 붉게 변하였다. 그것을 놓치지 않은 한 대만이었다.

“어? 자네 방금 음흉한 생각 한 거야? 난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닌데.”

“무, 무슨 생각 말입니까? 전 절대 그런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오상진은 곧바로 당황했다. 한대만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니까, 자네가 생각하는 그 생각이 뭔데?”

“혀, 형님!”

오상진이 버럭 했다. 그 모습이 한대만은 재미가 있었다.

“알았어! 알았어! 그만할게. 그보다 괜찮은 생각이지? 방 하나 만드는 거.”

“네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대만의 말처럼 5층에 한소희만의 공간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았다.

물론 첫 밤을 보냈다고 자신의 건물에 둘이 들락거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다만, 한소희에게 쉴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은 좋은 생각인 것 같았다.

가끔 나왔을 때 두 사람이 딱히 갈 곳도 없고, 거기서 만나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았다.

“네, 형님 말씀은 참고하겠습니다.”

오상진의 말을 듣고 한대만이 슬쩍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네.”

“거기 빌 때 우리가 가서 좀 써도 되나?”

“예?”

한대만이 순간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안 돼? 와, 진짜 치사하게……. 대실료 줄게. 500원? 1,000원?”

“왜 그러십니까? 거기 빌려드리는 것은 상관없는데, 오실 때 항상 미리 전화를 주십시오.”

“그거야 당연하지! 항상 소희 어디 있는지 체크하고 다니겠네.”

한대만의 표정이 어느새 확 풀려 있었다.

“그리고 형님.”

“왜?”

“아시겠지만 주변 정리는 확실하게 해주십시오.”

“뭐야? 모텔 업자야?”

한대만이 피식 웃었다. 오상진도 따라 웃었다. 그러다가 한소희에게 ‘지잉’ 전화가 왔다.

“혀, 형님. 소희 씨 전화요. 빨리 오라는 것 같은데요.”

그러자 한대만이 한소희 있는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무튼, 남자들끼리 대화하는 꼴을 못 봐요. 그래서 여자들은…….”

“어! 그 말씀은 좀 위험하신데.”

“그래서 여자들이 좋다고! 왜 그래.”

한대만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오상진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들어가시죠. 소희 씨 많이 기다리는데.”

“그래! 들어가자.”

한대만은 재떨이에 담배를 끄고 오상진의 어깨에 손을 둘렀다.

“아무튼, 우리 매제 말이야. 사람이 참 좋아! 내가 자넬 고른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

“하하핫, 저도 형님이 고맙습니다. 소희 씨처럼 예쁜 동생을 소개해 주셔서 말이죠.”

“그치? 날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해야 해.”

“물론이죠!”

그렇게 두 사람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저 멀리서 팔짱을 낀 채 눈을 흘기고 있는 한소희가 있었다.

20.

장재일 2소대장과 3소대장이 어느 술집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장재일 2소대장이 3소대장을 향해 주로 푸념을 늘어놓는 식이었다.

“정말 이럴 수는 없는 거야. 안 그래?”

“네, 맞습니다.”

“3소대장! 나도 열심히 했다고. 그런데 왜 오상진 그 자식만 조기 진급해? 안 그래도 꿀리는 판에 더 꿀리게 되었잖아. 아이 씨, 짜증 나!”

“그래도 1소대장은 나름대로 성과가 있으니까.”

“성과? 무슨 성과? 시체 찾고, 범인 얼굴 본 거? 운이 좋아서 그래. 운이!”

“운도 실력 아닙니까.”

3소대장의 말에 장재일 2소대장이 버럭 했다.

“뭐야? 지금 오상진 그 자식, 옹호하는 거야? 그런 거야!”

“에이,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사실이 그렇다는 거죠.”

“자식! 너 인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지 말고. 그냥 쉬엄쉬엄해.”

“제가 무슨 닭을 쫓는다고 그러십니까.”

“아냐?”

“아닙니다.”

“아니긴 1소대장에게 빌붙어서는…….”

“2소대장님 말이 좀 심하십니다. 제가 언제 1소대장에게 빌 붙었다고 그러십니까.”

3소대장의 언성이 올라갔다. 그리고 앞에 있던 소주잔을 들어 빠르게 마셨다.

탁!

“자식이 성질은……. 아무튼 내 말은 그냥 네 할 것만 하라고. 우리 같은 3사 출신은 명함도 못 내미니까. 그리고 말이야, 김현철 있지!”

순간 깜짝 놀란 3소대장이 주위를 빠르게 두리번거리다가 말했다.

“중대장님입니다, 중대장님! 이름을 함부로 부르십니까.”

“야, 인마! 뭐 어때! 여기 있어? 없잖아!”

“그래도 말조심하셔야죠.”

“시끄럽고! 그 자식 말이야. 자꾸 육사만 대우해 주는데 그러다가 큰코다칠 줄 알라고 해!”

“네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2소대장님 술 많이 취한 것 같습니다.”

“아냐! 아냐! 나 술 안 취했어. 괜찮아!”

“안 취하긴 뭐가 안 취했습니까? 딱 봐도 혀가 꼬였는데.”

“뭐? 혀가 꼬여? 안 꼬였다니까.”

“그러지 마시고. 자자, 인제 그만 일어나시죠.”

“3소대장. 한 병만 더! 한 병만 더 마시자.”

“아닙니다. 전 됐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취했습니다.”

3소대장이 장재일 2소대장을 어르고 달래서 술집을 나갔다. 물론 술값은 3소대장이 계산했다.

“야, 3소대장! 내가 내! 내가 낸다고!”

“아이고, 됐습니다. 이미 다 계산 다 끝냈습니다.”

“그래? 이거 참 미안해서 어쩌나.”

“괜찮습니다. 조심해서 가시죠.”

“어, 그래. 그래!”

장재일 2소대장과 3소대장이 나가고 구석에 엎드려 있던 한 사내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그는 방금 나간 두 사람을 살피더니 휴대폰을 꺼냈다.

“충성, 1중대장님. 접니다. 제가 방금 재미난 얘기를 들었는데 말입니다. 그게 말입니다.”

21.

그로부터 3일이 지났다.

“아으으으, 머리야.”

장재일 2소대장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했다. 출근을 한 3소대장이 그 모습을 보며 물었다.

“어제 또 술 드셨습니까?”

“내가 술 말고 요새 무슨 낙이 있겠냐.”

“이러면 내리 3일 동안 마시는 것 아닙니까?”

“이번 주 내내 마실 거다.”

“그러다가 진짜 탈 나십니다.”

“괜찮아. 괜찮아. 죽기보다 더하겠냐.”

장재일 2소대장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러다가 그의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니 사단에 있는 3사 선배였다.

“어? 선배님께서 무슨 일이지?”

장재일 2소대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충성.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선배님.”

-장 소위 잘 지냈어?

“저야, 뭐 죽지 못해 살고 있습니다. 선배님은 어떻습니까?”

-나야 똑같지.

“그런데 무슨 일로 이른 아침부터 전화를 주셨습니까?”

-아, 그게 말이야. 너 좀 잘해야겠다.

“네? 뜬금없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 이번에 진급자 명단에 없더라. 아무래도 이번 진급심사에서 탈락한 것 같은데.

“네? 무슨 소위에서 중위 올라가는데 진급 탈락입니까?”

-그래서 나도 당황스러워. 너 인마 너희 중대장에게 어떻게 보였기에…….

“네? 중대장님께서 뭐라 하셨습니까?”

-그건 말해줄 수 없는데……. 너 인마 소위로 그냥 옷 벗을 거야?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좀 정확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야, 이거 말해주면 안 되는 거 알잖아. 그리고 지금 내가 너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것도 위반이야. 아무튼, 너 이번 진급에서 누락되었으니까 그리 알고. 제발 좀 잘하자. 후배라는 녀석이 이래서야. 쯧쯧쯧.

급기야 선배는 혀까지 찼다. 장재일 2소대장은 믿을 수가 없었다.

‘왜 내가 진급 누락이지? 도대체 왜?’

장재일 2소대장이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2소대장님 어디 가십니까?”

3소대장이 물어봤지만 장재일 2소대장은 말없이 행정반을 나섰다. 그 길로 곧장 중대장실로 향했다.

똑똑똑.

“들어와.”

장재일 2소대장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때마침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장재일 2소대장이 들어오자 고개를 갸웃했다.

“2소대장 무슨 일이야?”

장재일 2소대장은 무서운 얼굴로 김철환 1중대장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말했다.

“왜 제가 진급에서 누락되었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진급 누락? 누가 그래? 아니, 누가 그런 소리를 해!”

“그게…….”

장재일 2소대장은 말을 하지 못했다. 자칫 잘못 말했다간 호의로 알려준 자신의 선배에게 불이익이 갈지도 몰랐다.

“아무튼, 제가 들은 것이 있어서 그런 겁니다.”

“네가 들었는데 뭘 어쩌라고? 나는 그것에 대해서 들은 적이 없어.”

“혹시 저의 대해서 안 좋은 평가를 올리셨습니까?”

“그게 왜 궁금해.”

“정말 그러십니까? 그럼 너무 하십니다. 만날 1소대장만 챙기시고……. 제가 뭘 잘못했기에 이러시는 겁니까.”

장재일 2소대장이 따지듯이 물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네가 왜 그 소리를 안 하는 줄 알았다. 2소대장, 넌 네가 잘못한 것은 생각 안 하고. 만날 불리할 때만 3사를 찾아? 그런 식으로 따지면 3소대장도 진급 못 하고, 4소대장도 진급 못 하겠네. 그런데 왜 이번에 너만 누락되었을까? 넌 그것에 대해서 생각 안 해봤니?”

장재일 2소대장이 속에서 울컥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오상진이 난처한 얼굴로 서 있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살짝 짜증 난 얼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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