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293화
28장 별빛이 내린다(10)
“떡볶이랑 순대, 그리고 튀김도 1인분씩 주세요.”
“네.”
잠시 후 주문한 떡볶이, 순대, 튀김이 나왔다.
한소희는 먼저 떡볶이를 찍어 먹었다.
“오오, 맛있다.”
한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젊은 부부의 아내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좀 맵긴 한데, 완전 맛있는 매움인데요.”
한소희는 매우면서도 계속해서 떡볶이를 먹었다. 입에 불이 난 것처럼 ‘하아, 쓰읍!’을 연발하면서 말이다. 오상진 역시도 떡볶이가 참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많이 매워하는 한소희에게 어묵 국물을 주었다.
“소희 씨 많이 매우면 어묵 국물을 좀 먹어봐요.”
“네.”
한소희는 어묵 국물을 호호 불어 한 모금 마시고는 또다시 떡볶이를 먹었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말했다.
“많이 매운 거 아니에요?”
“매운데 맛있어요. 자꾸 손이 가요.”
그러자 젊은 부부 중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이 떡볶이 소스 저희가 개발했어요.”
“아, 그래요? 어쩐지. 뭔가 독특하다 했어요.”
한소희가 놀라며 말했다. 그러자 아내가 바로 입을 뗐다.
“사실 드시는 분들 다 많이 매워하시는데, 나중에는 이 매운맛을 잊지 못하고 또 찾아오시더라고요.”
“그래요?”
한소희는 대답을 하고 슬쩍 푸드 트럭을 바라봤다. 차량에서 팔기 때문에 한곳에서 고정으로 팔지 않는 모양이었다.
“혹시 이곳에서 계속 장사하시나요?”
“아뇨. 저희는 이동하면서 장사를 해서요. 계속은 못 있고 일주일 정도 장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만약에 신고가 들어가면 당장 내일부터 자리를 옮겨야 할지도 몰라요.”
남편이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어, 그러면 안 되는데, 일주일이요?”
한소희는 정말 아쉬워하는 얼굴이 되었다. 매번은 아니지만 떡볶이를 먹으려면 여기서 먹고 싶었다. 그렇다고 일주일 동안 떡볶이만 먹을 수는 없었다.
그러는 사이 오상진은 떡볶이를 먹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맛이 좀 익숙한 것 같은데…….’
오상진은 떡볶이 모양도 확인했다.
‘가만 예전에 먹었던 상어 떡볶이랑 유사한데…….’
오상진은 예전 회귀하기 전에 떡볶이를 많이 먹었다. 관사 아파트 바로 옆에 상어 떡볶이집이 있어서 그곳을 많이 애용했다. 그런데 지금 먹어본 떡볶이 맛이 그 상어 떡볶이집과 거의 흡사했다.
그러는 사이 한소희는 많이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하지? 이 떡볶이 계속 먹고 싶은데. 혹시 연락처 있어요?”
“전화번호는 있는데……. 하하, 떡볶이 먹으러 찾아오시게요?”
“왜요? 그렇게 해서라도 먹고 싶은데요.”
그러자 남편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곧바로 아내가 말했다.
“사실 종종 전화번호 물어보시는 분이 있어요. 근데 물어보시고 오시는 분들은 별로 없더라고요.”
“아니에요, 불러 주세요. 저는 꼭 갈 거예요. 그리고 전 다른 사람이랑 달라요. 이렇게 맛있는 떡볶이는 처음이에요.”
“하하, 정말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한소희가 휴대폰을 꺼냈다. 살짝 당황하던 남편이 조용히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그런데 여기 상호가 뭐예요?”
한소희의 물음에 남편이 말했다.
“그냥 상어 떡볶이라고 합니다.”
“아, 상어 떡볶이.”
한소희가 휴대폰 이름에 저장을 했다. 그런데 오상진이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상어 떡볶이라고 했습니다.”
순간 오상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맞았어. 내가 먹었던 상어 떡볶이가 맞았어. 어쩐지…….’
오상진이 실실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어 떡볶이는 아주 유명한 프랜차이즈였다. 떡볶이의 떡은 쌀로 만들어졌고, 아무도 모르는 비법 양념에 튀김 역시도 비법으로 만들어진 튀김가루였다. 그래서 그런지 상어 떡볶이는 인기를 엄청 끌었다.
오상진이 곧바로 물었다.
“상호가 정말 상어 떡볶이 맞아요?”
“네. 그렇습니다. 만약에 가게를 차리면 상어 떡볶이로 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왜 상어 떡볶이죠?”
“아, 그게. 저희 아이가 상어를 무척 좋아해서요. 그래서 집에 상어 인형도 많고, 게다가 아이스크림도 상어바만 보면 환장을 했어요.”
“벌써 아이도 있으세요?”
“네. 유치원 다니고 있어요.”
“어머나, 그래요? 애가 정말 귀엽겠다.”
한소희가 박수까지 치며 말했다.
“혹시 아기 사진 있어요?”
“아, 그럼요. 보실래요?”
“네!”
아내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아이를 찍은 사진을 보여 주었다.
“너무 귀엽게 생겼다. 이름이 뭐예요?”
“준이에요. 이준!”
“이야, 이름도 멋지다.”
“정말요?”
“네. 호호호. 그런데 자리 잡고 가게 낼 생각이 없으세요?”
“가게요? 기회가 된다면 내고 싶어요. 그런데 아직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네요.”
그러자 한소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기는 어때요? 저 건물 1층!”
“아, 저기 새로 지어진 건물요?”
“네.”
“저기는 목 좋죠. 지나가다가 봤는데 내부도 괜찮고요. 그런데 새롭게 단장한 건물이라 비싸지 않을까요?”
“아닐걸요? 뭐, 상담 한번 받아보세요.”
한소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아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혹시 저 건물주를 아세요?”
“네, 잘 아는데……. 혹시 말이에요. 저 가게 싸게 나오면 들어오실 생각 있으세요?”
“저희야 당연히 좋죠. 그런데 많이 비쌀 텐데요. 안 그래도 이 주변 가게 시세를 알아봤거든요. 근데 대부분 다 비싸서 엄두도 내지 못했어요.”
아내가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남편도 거들었다.
“사실 저 건물 가게를 어느 부동산 사장님께서 소개를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어? 그래요?”
“네. 그 부동산 사장님이 말하길 저 건물주님과 얘기를 하면 어쩌면 좀 싸게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욕심이 났습니다.”
으뜸 부동산 한 사장이 이미 얘기를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 근처에서 장사를 좀 하고 있었고요.”
“아, 그렇구나.”
한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오상진을 보았다. 잠자코 듣고만 있던 오상진은 곰곰이 생각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왠지 운명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우연히 훗날 크게 성공한 프랜차이즈가 될 상어 떡볶이의 시초를 만났는데, 지금 이 시기에 오상진이 그 발판이 되어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오상진의 표정이 짐짓 진지해졌다.
“그럼 사장님, 저기서 장사 한번 해보실래요?”
“네?”
그러자 한소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저희 저 건물주와 잘 안다고요.”
“그럼 혹시…….”
남편이 눈을 크게 뜨며 말을 얼버무렸다. 한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 남…….”
한소희는 말을 하다가 말았다. 여기서 ‘저기 건물주가 내 남자 친구예요’라고 말하는 건 왠지 너무 없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큰마음 먹고 말했다.
“남편이에요.”
오상진은 한소희 대담한 발언을 들으며 그냥 실실 웃었다. 반면 젊은 부부는 눈을 크게 떴다. 아무리 봐도 자신들보다 어려 보이는데 저 큰 건물의 주인이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저, 정말입니까?”
“네, 맞습니다.”
그 순간 아내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어쩐지 두 분 딱 나타나는 것을 보고 신혼부부라는 것을 느꼈어요. 어쩜 두 분 이렇게 잘 어울려요.”
젊은 부부 아내는 역시 현명한 여자였다.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바로 태세 전환을 한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어 떡볶이라……. 괜찮을 것 같은데.’
오상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18.
“사장님. 저 오상진입니다.”
-어이구, 사장님. 그렇지 않아도 전화드리려고 했는데 잘 됐네요.
“혹시 어디신가요?”
-저야 늘 사무실이죠. 혹시 건물 보러 나오셨습니까?
“네. 얼굴 뵙고 드릴 말씀이 있는데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어이구. 사장님이 보자시는데 당연히 가야죠.
오상진은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부동산 한 사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한 사장이 후다닥 달려왔다.
“아이고, 사장님 여기 계셨습니까?”
한 사장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혹시 말입니다. 이분들께 우리 건물 자리를 말해주신 겁니까?”
“아, 네에. 며칠 전에 오셔서 가게 할 만한 자리를 물으셔서, 15평이고 딱 맞을 것 같아 소개를 해줬습니다. 그리고 어머님께서 국밥집 하실 것 아닙니까. 냄새로 봤을 때 떡볶이집을 해도 될 것 같아서 말이죠. 그런데 제가 사장님께서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 건지 몰라서 나중에 찾아뵙고 한번 말씀을 드려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이분들을 만나셨네요.”
“네, 우연히요.”
“그럼 그 자리에 떡볶이집이 들어가도 괜찮다는 생각이시죠?”
“아, 네에. 이 집 떡볶이 먹어봤는데 상당히 맛이 있더라고요. 특히나 우리 소희 씨가 좋아하네요.”
“아, 사모님이요?”
한 사장이 한소희를 보며 웃었다. 그러곤 젊은 부부를 향해 말했다.
“이야, 양 사장님. 성공했네, 여기 사모님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말입니다.”
양 사장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처음엔 너무 매워하시는 거 같아 걱정했는데, 맛있게 맵다며 정말 맛있게 드셔주셔서 제가 뿌듯하기까지 했습니다. 몇 년간 고생해서 만든 소스의 맛을 알아주는구나 싶어 보람을 느꼈습니다.”
“아, 잘 되었네요.”
“그런데 정말 맛있긴 했어요.”
한소희가 말했다. 양 사장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떡볶이를 보며 물었다.
“사장님, 혹시 말입니다. 소스 특허를 내셨습니까?”
“소스 특허요?”
“네. 당연히 특허를 내야죠. 그래야 사장님 양념이 오롯이 사장님께 되는 걸요. 다른 사람은 절대 흉내 내지 못하게 말이에요.”
“에이, 굳이 그렇게까지…….”
양 사장이 민망한 듯 말했다. 그러자 한소희가 나섰다.
“무슨 소리예요. 사장님께서 몇 년간 힘들게 노력해서 만든 것을 다른 사람이 가져가 봐요. 그리고 그 소스를 그쪽에서 특허 내버리면 사장님이 이제 못 만들어요.”
“네? 그런 겁니까?”
한소희의 말에 양 사장과 그의 아내가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그 모습에 한소희가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 걱정 말고 꼭 특허청에 신고를 하세요. 도움이 필요하면 제게 말씀해 주세요. 도와드릴 테니까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정말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양 사장은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한 사장이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럼 사장님, 임대료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오상진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이 주변 시세가 보통 얼마인가요?”
“보통 저 정도 사이즈면 보증금 3천에 월세 3백 정도 합니다. 대부분 이 주변에는 평당 최소 20만 원 정도 받는다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아, 그렇군요.”
오상진은 별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양 사장 부부는 표정이 굳어졌다. 말이 좋아 3백만 원이지, 한 그릇에 몇천 원 안 하는 떡볶이를 온종일 팔아봐야 10만 원을 겨우 벌 정도였다. 그렇게 한 달 내내 일해도 3백만 원을 벌 수 있을지 확신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죄송한데 3백까지는 힘듭니다. 저희 하루에 떡볶이를 팔아봤자 겨우 10만 원을 버는데…….”
양 사장의 말을 듣고 오상진이 살짝 고민했다. 하지만 상어 떡볶이는 분명 잘될 것 같았다.
‘그래, 이건 미래에 대한 투자야.’
오상진이 결심을 하고 슬쩍 말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