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291화
28장 별빛이 내린다(8)
13.
김철환 1중대장은 회의를 통해 오상진이 다음 달에 진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이야, 좋겠습니다. 1중대장님.”
“오 소위가 그렇게 뛰어납니까?”
“소위부터 조기 진급이라니……. 이러다가 내년에 대위까지 그냥 논스톱으로 다는 거 아닙니까?”
“에이, 아무리 그래도 진급을 하려면 최소한의 근속을 채워야 하지 않습니까.”
“하긴 그렇지.”
“아무튼 1중대장님, 축하드립니다.”
“아, 그래. 고마워.”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 때문에 다른 중대장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이에 싱글벙글거리며 1중대 행정반으로 내려왔다.
“야, 다들 모여봐.”
김철환 1중대장이 간부들을 소집했다.
“오늘 우리 1중대에 기쁜 일이 있다. 다음 달! 우리 1소대장 오상진 소위가 중위로 진급한다!”
“네. 벌써 말입니까?”
4소대장이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1소대장님. 역시 저는 1소대장님이 빨리 진급할 줄 알았습니다. 이제부터 오 중위님이라고 불러야 합니까?”
“에이, 아직은 아닙니다. 정식으로 진급 신고를 마치면 그때 해야죠.”
3소대장이 곧바로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정작 오상진은 얼떨떨한 상태였다. 그래서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3소대장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아, 네에…….”
장재일 2소대장은 한쪽 구석에서 잔뜩 인상만 구기고 있었다.
‘에이, 시부랄. 완전 엿 같은 세상이네. 육사 아닌 놈은 서러워서 살겠나.’
장재일 2소대장은 속으로 말했다. 그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
“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습니다.”
장재일 2소대장은 갑자기 아파오는 배에 급히 행정반을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4소대장이 조용히 말했다.
“2소대장 분명 1소대장님이 진급한다고 하니까 배 아파서 그럴 것입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3소대장이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일리가 있는 말처럼 들렸다.
“아니, 한두 번 그랬어야죠.”
4소대장이 이번에는 목소리를 높였다. 3소대장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도 인정을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4소대장이 생각 난 듯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저 말입니다. 우리 1소대장님께 감동 받았지 뭡니까?”
4소대장의 뜬금없는 말에 3소대장과 오상진이 눈을 크게 떴다.
“4소대장 갑자기 무슨 말입니까?”
오상진이 궁금증을 가지며 물었다. 그러자 4소대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에이. 1소대장님 아시면서 그럽니까.”
“어떤…….”
4소대장이 3소대장에게 시선을 두며 말했다.
“솔직히 말입니다. 파견 나가서 모든 일을 1소대장님 혼자 다 하지 않았습니까. 전 그저 애들 봐준 것 받게 없는데 말이죠.”
4소대장의 말을 듣고 오상진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짐작이 되었다.
“아, 4소대장. 그만하죠. 당연한 일을 가지고…….”
“어? 아닙니다.”
“그래도 하지 마십시오.”
오상진의 제지에 4소대장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1소대장님 안 계실 때 말하겠습니다.”
그러자 참지 못한 3소대장이 입을 뗐다.
“뭡니까? 잔뜩 사람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말입니다.”
“아니, 1소대장님께서 부끄러워하시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4소대장이 오상진에게 눈치를 주자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알았습니다. 제가 자리를 피해 드리겠습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행정반을 나갔다. 그러자 4소대장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게 말이죠. 시체를 찾고 그다음 날 사단장님께서 직접 강원 소초에 나타나셨는데 말입니다…….”
4소대장의 얘기를 듣는 3소대장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
14.
행정반을 나온 오상진은 부대 밖으로 나갔다. 진급 소식을 누군가에 전하고 싶었다.
“소희 씨에게 먼저 알릴까?”
오상진은 제일 먼저 한소희가 떠올랐다. 곧바로 전화를 걸려고 하다가 손가락을 멈췄다.
“아니지. 엄마에게 먼저 해야겠지.”
오상진은 한소희 번호를 뒤로 미루고 ‘신순애 여사’라고 적힌 번호를 눌렀다.
-상진이니?
“네, 엄마. 지금 뭐 하세요?”
-엄마? 지금 가게에 나왔는데. 인테리어가 얼추 되었다고 들어서 말이야.
“아, 그래요? 엄마가 원하는 대로 잘 되었어요?”
-으응, 괜찮게 되었어. 이 사람들 일 잘하네.
“다행이에요.”
-그보다 무슨 일이니? 지금 부대 아냐?
“네. 맞아요.”
-그런데 무슨 일로?
“엄마. 나 진급해요.”
그때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수화기 너머 들려왔다.
-뭐? 잘 안 들려.
“나 진급한다고요.”
-자, 잠깐만 여기 너무 시끄럽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안 들려.
“그럼 조용한 곳으로 가세요.”
-잠깐 기다려 봐.
신순애가 가게 밖을 나갔다. 좀 조용한 곳으로 가서 다시 전화를 받았다.
-아들! 뭐라고 했니?
“엄마 저 진급한다고요.”
-진급? 벌써? 너 장교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원래 진급이 그렇게 빨라?
“네. 이번에 일이 잘 풀려서요. 그래서 중위로 진급하게 되었어요.”
-어머, 우리 아들 너무 잘 됐다. 축하해.
“고맙습니다.”
-그래. 언제 집에 올 거니?
“이번 주 주말에 넘어갈게요. 어차피 인테리어도 봐야 하고요.”
-알았어. 그럼 그때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알았어요.”
-어서 들어가.
“네.”
오상진이 전화를 끊었다.
한편, 신순애는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상진이 아버지, 보고 있어요? 우리 큰아들 상진이가 벌써 중위래요. 지금처럼만 우리 상진이 도와줘요. 그럼 먼저 간 것에 대한 원망하지 않을게요.”
신순애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때 가게 안에 있던 인부 한 명이 소리쳤다.
“사모님, 사모님!”
“네네, 여기 있어요.”
신순애가 씨익 웃으면서 가게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15.
사실 원래대로라면 파견을 나갔다 온 소대에게 주어지는 휴식은 하루 정도였다. 중대장 재량으로 말이다.
“1소대랑 4소대는 오늘 하루는 개인 정비로 시간을 보내도록.”
김철환 1중대장이 이 얘기를 한종태 대대장에게 보고했다.
“하루? 고작 하루 가지고 되겠어? 이틀 더 쉬어!”
그렇게 대대장의 명으로 3일 동안 개인정비만 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3일 내내 일체 훈련 없이 휴식을 보장받은 셈이었다. 이는 전례 없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말이 3일이지 토요일 일요일까지 합치면 무려 5일이나 되었다.
“저기 우리 뭐 합니까?”
갑작스레 5일간의 휴식을 명받은 1소대, 4소대원들은 뭘 할지 난감했다.
“뭐 하긴. 파견 나가서 쓴 장비 정리하고. 군장이랑 그 외 장비들도 살균해야 하고 말이야.”
김일도 병장이 하나하나 설명을 해줬다.
“그리고 그다음은 뭐합니까?”
“그다음은……. 아 몰라, 인마! 소대장님께서 무슨 지시를 내려주시겠지.”
“네.”
“그리고 이참에 우리 1중대 창고 좀 정리하자. 지난번에 보니까, 아주 엉망이더만.”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리하는 김에 개수도 체크해서 보드판에 적어놓고!”
“넵!”
“그리고 나머지는 오랫동안 비워둔 내무실 청소도 말끔히 하자. 그 뭐냐, 왁싱 어때?”
“왁싱 말입니까?”
“그래!”
“하아…….”
김우진 상병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싫어?”
“아니, 싫은 것이 아니라…….”
“싫은 것이 아니면 뭐? 귀찮다는 거냐?”
“귀찮다기보다는…….”
김우진 상병이 우물쭈물거렸다. 김일도 병장이 씨익 웃었다.
“우진아, 잔말 말고 하자! 아니면 애들 데리고 창고 가든가.”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김우진 상병이 바로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김일도 병장이 피식 웃었다.
“자식…….”
그리고 이해진 상병을 향해 말했다.
“해진아.”
“상병 이해진.”
“진모는 창고에 올라가지?”
“네.”
“그럼 네가 강철이 데리고 치약 좀 풀어 와라.”
“네.”
“빗자루도 가져오고! 걸레랑!”
“알겠습니다. 김 병장님.”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이 곧바로 움직였다. 김우진 상병은 6명을 데리고 건물 뒤편에 있는 1중대 창고로 향했다.
이해진 상병이 치약 푼 물을 바닥과 침상에 뿌렸다. 침상에 있는 최강철 이병이 걸레를 들고 빠득빠득 문질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현래 이병이 말했다.
“강철아.”
“이병 최강철.”
“너 침상 닦는 법 가르쳐 줬잖아. 그렇게 하지 말고 위에서 아래로 한 번에 쫙!”
노현래 이병이 시범을 보여줬다.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시도를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설펐다.
“강철아. 너 이래서 되겠니?”
“네?”
“너 이등병 단 지 얼마나 되었냐?”
“이제 4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래! 4개월이나 되었어. 이제 좀 있으면 네 밑에 후임도 들어 올 건데 이래서 되겠어?”
“어쭈, 노현래.”
한태수 일병이 지켜보다가 웃으며 불렀다.
“이병 노현래.”
“곧 일병 단다고 이제 막 가르치고 그런다?”
“아닙니다.”
“아니긴, 요새 좀…….”
한태수 일병이 말하려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다. 열심히 해.”
“네.”
그 모습을 최강철 이병이 힐끔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요새 노현래 이병님이 자꾸 선임병님들 앞에서 나에게 선임병 노릇을 하시네. 물론 선임병이 맞지만 예전에는 저러지 않았는데…….’
그때 옆으로 이해진 상병이 와서 툭 건드렸다.
“이병 최강철.”
최강철 이병이 깜짝 놀라며 관등성명을 댔다.
“강철아, 현래가 괴롭히냐?”
“아닙니다.”
“혹시 모르니까, 부조리한 것이 있으면 바로 말해. 내가 네 사수인 것을 잊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이 상병님. 참 언제 신병 들어옵니까?”
최강철 이병의 물음에 이해진 상병이 씨익 웃었다.
“왜? 너도 후임이 있었으면 좋겠어?”
“네. 솔직히 후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야! 신병을 받고 가르치려면 너부터 잘해야지. 너도 이등병인데 뭘 가르치겠냐. 그리고 가르치더라도 어리버리 했다가 오히려 후임에게 우습게 보이면 어쩌려고!”
“안 그럽니다.”
“안 그러긴…… 아무튼 후임에게 밉보이고 쉽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은 다시 열심히 걸레질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해진 상병이 중간중간 다시 가르쳐 줬다.
“강철아,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했지. 다시 해봐!”
“네.”
“어허, 그렇게 말고. 이런 식으로 해야지.”
“넵!”
그런 와중에 박중근 하사가 들어왔다.
“너희들 뭐하냐?”
“지금 왁싱 중입니다.”
“왁싱? 쉬라고 했더니 갑자기 무슨 왁싱이냐?”
“개인정비 하라고 해서 말입니다. 그래도 오랫동안 내무실을 비워서 한 번쯤은 대청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차근차근 말했다.
“그래, 뭐……. 알았어.”
박중근 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행정반으로 갔다. 그리고 오상진에게 가서 말했다.
“소대장님.”
“네.”
“애들 지금 왁싱하고 난리도 아닙니다.”
“아, 그렇습니까? 하긴 부대에서 그냥 쉬는 것도 어렵죠.”
“아무래도 몸이 근질근질 한 것 같은데 차라리 밖에 나가서 연병장 주위에 있는 화단 잡초나 뽑으라고 시키는 것은 어떻습니까?”
박중근 하사의 말에 오상진이 가만히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