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290화 (29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90화

28장 별빛이 내린다(7)

10.

오상진은 15일 만에 관사에서 부대로 출근했다. 겨우 15일 동안이었지만 왠지 조금 낯설기는 했다. 그리고 또 새로운 기분도 들었다.

“이야, 느낌이 참 이상하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부대 복도에 들어섰다. 소대원들이 오상진을 발견하고 경례를 했다.

“충성.”

“그래.”

“충성.”

“좋은 아침.”

그렇게 중대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행정반에 도착했다. 행정반 문을 열자 제일 먼저 4소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말입니다…….”

오상진이 행정반에 들어서며 인사를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다들 잘 지냈습니까?”

오상진이 먼저 환하게 인사했다. 그런데 장재일 2소대장은 잔뜩 인상을 구기며 오상진을 힐끔 바라봤다. 그러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3소대장은 놀란 눈으로 오상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와, 1소대장님 정말입니까?”

“네? 뭐가 말입니까?”

“아니, 시체 찾았다는 소식 말입니다. 와, 저는 뉴스를 보고 설마 1소대장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오상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냥 어쩌다 보니 그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지켜보는 장재일 2소대장은 배알이 꼬였다. 그래서 그런지 여전히 좋은 말은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이구, 1소대장은 좋겠습니다. 파견 근무 가서 시체도 찾고.”

“아, 네에.”

오상진은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장재일 2소대장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런데 근무는 제대로 섰습니까? 시체 찾는다고 제대로 하지 않은 거 아닙니까?”

오상진이 바로 말을 하려는데, 4소대장이 먼저 나섰다.

“1소대장님 근무 제대로 섰습니다. 게다가 1소대장님은 많이 쉬지도 못했습니다. 하도 형사들이 1소대장에게 도와달라고 사정을 해서 말이죠. 그래서 잠깐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쪼개 찾은 겁니다.”

“흥! 그걸 어떻게 믿습니까.”

“그럼 제 말을 못 믿겠다는 뜻입니까?”

4소대장이 순간 발끈했다. 장재일 2소대장이 눈을 크게 떴다.

“이야, 4소대장 많이 컸다. 이제 나에게 성질도 낼 줄 알고.”

“제,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제가 한 말을 곱게 듣지 않으시니 드리는 말씀이죠.”

“아, 그래. 알았어. 했다고 쳐. 알았어.”

“아니, 무슨 그런 말씀이 어디 있습니까. 했다고 치다니…….”

그러자 중간에 있던 3소대장이 나섰다.

“그만하시죠. 4소대장도 그만해요. 그냥 오해를 한 것뿐입니다.”

“오해요? 지금 2소대장이 저보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아니, 내가 언제 거짓말을 했다고 했어. 그냥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지.”

“그 말이 그 말 아닙니까.”

“됐습니다. 그만하시죠.”

오상진이 참다못해 나섰다. 그러자 4소대장이 입을 다물었다.

“아, 그래. 미안해. 이야, 4소대장 겁나서 이제 말도 함부로 못 하겠네.”

장재일 2소대장은 끝까지 상대를 비꼬았다. 오상진은 그런 장재일 2소대장을 보고 나직이 말했다.

“어떻게 2소대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긴 그것 때문에 오래 살 것입니다.”

“네?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아닙니다. 그만하시죠.”

오상진은 아예 신경을 안 쓰기로 했다. 사실 뭔 말만 하면 시비조로 말을 하는데 어떻게 상대를 할 수 있겠나. 장재일 2소대장이 인상을 썼다.

“흐흠…….”

사실 장재일 2소대장은 1, 4소대가 파견 갔던 동안 3소대와 함께 시가전 훈련을 했다. 그런데 파견 간 것도 모자라, 그곳에서 큰 성과를 얻고 왔으니 오죽 빈정이 상할까. 그래서 뭐라도 꼬투리를 잡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 오상진이 공에 환장에 근무도 내팽개치고 시체 찾는 데만 열중하지 않았나 생각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4소대장은 아니라고 하고, 오상진 역시 정색을 하자 입을 다문 것이었다.

“에이, 그냥 물어본 것뿐인데, 다들 날 못 잡아서 먹어서 안달이네.”

“아니, 그게 물어본 것입니까? 그냥 아예 시비를 거는 말투지.”

“4소대장 그만하라니까.”

3소대장이 살짝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상진도 참지 않았다.

“3소대장. 4소대장이 못할 말 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자 3소대장이 당황했다.

“1소대장님…….”

오상진이 장재일 2소대장에게 시선이 갔다.

“2소대장. 그렇게 불만이 많습니까? 내가 시체를 찾은 것이 그렇게 잘못한 것입니까?”

“…….”

“솔직히 저도 기분이 그닥 좋지 않습니다.”

장재일 2소대장이 조금 당황한 눈빛이 되었다.

“아, 아니. 내가 그러려고 물어본 것이 아닌데……. 미안합니다. 제가 또 괜히 행정반 분위기를 흐렸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는 행정반을 나갔다. 그 모습을 4소대장은 못마땅하게 바라봤다.

“아니, 기분 좋게 출근했는데 2소대장 때문에 완전 기분 잡쳤습니다.”

그러자 3소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4소대장 이해하십시오. 이번 주까지 내내 시가전 전술훈련도 잡혀 있고. 저번 주에는 또 훈련이 생각보다 잘되지 않아 중대장님께 좀 깨졌습니다.”

그 말에 4소대장이 다소 화가 누그러지며 말했다.

“아니, 그건 그거고. 자기 성질난다고 왜 우리에게 화풀이를 하냐 이 말입니다.”

“뭐, 2소대장이 저러는 것이 어디 한두 번입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십시오.”

3소대장의 중재에 4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보다 3소대는 어땠습니까? 시가전 훈련 잘하셨습니까?”

“저희야 뭐…….”

3소대장이 피식 웃었다. 그 웃음만 봐도 훈련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역시 3소대장입니다. 이러다가 우리 소대는 만날 3소대에게 지는 거 아닙니까?”

“에이,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냥 훈련 성과가 좋게 나왔을 뿐입니다.”

“그 말이 그 말이죠!”

3소대장이 미소만 지었다. 그러다가 4소대장이 다시 오상진에게 시선이 갔다.

“그런데 이번 일로 1소대장 조기 진급하지 않겠습니까?”

오상진이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고작 그 일로 조기 진급이라니요. 그건 아닐 겁니다.”

4소대장이 펄쩍 뛰었다.

“고작 그 일이라니요. 엄청난 일을 했지 않습니까. 연일 뉴스에 나왔는데. 게다가 사단장님까지 직접 나서지 않았습니까. 그럼 조기 진급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들었는데 거기 수사했던 형사들 전부 1계급 특진이라고 합니다.”

“아, 형사는 형사고, 저희랑 다르지 않습니까. 제가 간첩을 잡은 것도 아니고, 그저 살인사건의 피해자 시체를 찾은 것이 전부입니다.”

3소대장이 가만히 듣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 그런 겁니까? 하긴 듣고 보니 1소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런가?”

4소대장은 살짝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11.

한편 그 시각, 사단 회의실에서는 사단장과 참모들이 앉은 자리에서 회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자, 다음 안건은 충성대대 오상진 소위의 참모총장님 표창장에 관한 얘기입니다.”

그러자 참모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또 참모총장님 표창입니까? 예전에도 한 번 받지 않았습니까? 너무 받는 것 같습니다.”

백 소장이 가만히 듣다가 입을 열었다.

“이봐, 한 번 받았다고 해서 또 받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나? 줄 만하니까, 주는 것이지. 아니면 자네도 못 받은 참모총장님 표창장을 일개 소위가, 그것도 두 번이나 받아서 질투라도 나는 것인가?”

백 소장의 일침에 참모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닙니다.”

“아무튼 밑에 후배가 잘하면 꼭 선배들이 질투를 해요.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말은 못 해줄망정. 쯧쯧쯧!”

백 소장이 혀를 찼다. 괜히 말을 꺼낸 그 참모는 얼굴을 제대로 못 들었다. 그러다가 김학래 소령이 바로 분위기를 바꿨다.

“그렇다면 오 소위를 조기 진급시켜도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조기 진급해야지.”

“그런데 오 소위 임관한 지가 8개월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중위 진급하려면 1년 차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진급 얘기가 나오면 형평성에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 인사참모.”

“네.”

“중위 달려면 1년이 지나야 하지?”

“네. 그렇습니다. 사단장님.”

“그래도 예외라는 것이 있지 않나?”

“물론 조기 진급을 시킬 수 있지만……. 8개월 정도 되었으니, 다음 달이면 진급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는군.”

백 소장이 조금 전 말한 참모를 보며 말했다.

“……네.”

“자, 그럼 오상진 소위를 조기 진급 리스트에 넣고, 일단 진으로 만들어놓으면 되잖아. 안 그래?”

“네, 맞습니다.”

인사참모가 대답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진급에 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몇몇 참모들이 있었다. 그것을 알기에 백 소장이 입을 열었다.

“다들 고작 소위 나부랭이가 큰일을 해서 표창장도 받고, 조기 진급까지 하니 다들 배가 아픈 모양이야.”

“아, 아닙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참모들이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백 소장이 피식 웃었다.

“아니긴, 얼굴에 다 드러나는구만.”

“…….”

참도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백 소장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보게들! 한참 자라나는 새싹이네. 우리가 밑거름이 되어줘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오 소위는 우리 사단, 아니, 군을 위해서 저렇게 모범적인 행동을 하는데 그걸 그냥 둬? 이런 식으로 따지면 어느 군인이 군을 위해 충성을 다 하겠나. 안 그런가?”

“네. 사단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국방부에서 아니라고 해도 저희 사단에서 강하게 밀어붙여야 합니다.”

이제야 참모들이 한마음이 되었다. 백 소장은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인사참모를 봤다.

“그리고 인사참모.”

“네.”

“우리 사단에 자리 하나 없나?”

12.

오상진 조기 진급 소식이 충성 대대에 전해졌다. 한종태 대대장도 인사장교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오상진 소위 조기 진급시킨다고?”

“예, 사단장님께서 이번에 밀어붙이신 모양입니다.”

“아놔, 거참……. 사단장님도 이런 거 어지간히 좋아해. 그보다 오상진 소위 진급할 때인가?”

“내년이면 2년 차니까, 슬슬 진급할 때는 되었습니다.”

“하긴 그렇지.”

한종태 대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장교 진급은 최저 근속 기간을 별도로 규정되어 있었다.

소위에서 중위 진급은 1년 정도로 이루어지는 반면 중위에서 대위는 2년에서 3년이 걸리고 대위에서 소령은 6년에서 11년이 걸린다고 한다.

소령에서 중령은 5년에서 17년이 걸리고 중령에서 대령은 4년에서 22년. 대령에서 준장은 3년에서 26년. 준장에서 소장은 1년에서 8년 사이로 규정되어 있었고 중장 진급부터는 별도의 기간이 정해지지 않았다.

“하긴 대위 특진은 최저 근속 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으니까.”

한종태 대대장의 말에 인사장교가 바로 말했다.

“네. 소령부터 특진하려면 최저 근속 기간의 3분의 2를 채워야 하죠. 아무리 특진 대상자가 되었더라고 해도 기간을 채울 때까지는 진급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 그럼 오상진의 조기 진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거네.”

“네. 사단장님께서 이미 허락을 했고, 오상진 소위가 그동안 우리 충성 대대의 이미지에 공헌한 바가 크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을 것입니다.”

“알았다. 이 문제는 자네가 알아서 하게.”

“네. 그렇게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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