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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89화 (28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89화

28장 별빛이 내린다(6)

-아, 그래요? 어쩜 또 이런 인연이 있죠?

이해진 상병이 강대철 이병의 사주로 폭행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기사를 써준 게 다름 아닌 박은지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오상진이 멋쩍게 웃었다. 솔직히 강원 초소에 이강진 형사가 찾아왔을 때까지만 해도 이런 일을 겪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알겠어요. 상진 씨 말대로 그쪽부터 먼저 인터뷰해 볼게요. 그보다 상진 씨는 언제쯤 부대로 복귀하세요?

“화요일 오후에 복귀합니다.”

-그래요? 그럼 수요일쯤에 정식으로 인터뷰 요청 넣을게요.

“알겠어요.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는 거예요. 담에 또 이러면 알죠?

“네, 알겠습니다. 다음에는 꼭 은지 씨에게 먼저 알려드릴게요.”

-알겠어요. 그럼 일 보세요.

“네. 은지 씨도 수고해요.”

오상진은 박은지와 통화를 마쳤다.

“하아, 은지 씨도 화를 내니 무섭네.”

오상진이 피식 웃고는 내무실로 복귀했다. 소대원들이 어느새 야간 경계 근무 나갈 준비를 마쳤다.

“벌써 준비 끝났냐?”

“네, 소대장님.”

김일도 병장이 말했다. 그런데 누군가 한마디 했다.

“하아, 하루 쉬었다고 너무 하기 싫다.”

최우식 상병이었다. 김우진 상병이 공감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찬가지야. 이제 겨우 이틀 남았는데…….”

“제 말이 그렇습니다.”

오상진도 장비를 다 갖춰 입고 몸을 돌려 박수를 쳤다.

짝짝짝!

“자자, 이제 이틀 남았다. 남은 이틀 동안 사고 없이 경계 임무에 충실하자. 그리고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자. 알겠냐!”

“네, 알겠습니다. 소대장님.”

“자, 그럼 근무지로 가자!”

오상진이 장구류를 착용하고 나갔다. 그 뒤를 소대원들이 따랐다. 연병장에는 이미 4소대원들이 나와 있었다. 4소대장이 오상진을 발견했다.

“이제 나오십니까?”

“네. 4소대 인원은 이상 없습니까?”

“이상 없습니다.”

“아픈 애는요?”

“없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출발하죠.”

“네. 자자 모두 차량에 탑승한다.”

소대원들 모두 육공트럭에 올라탔다. 그리고 위병소를 빠져나가 근무지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각자 자신들의 자리로 이동했다. 본부초소 앞으로 온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이대로 각 조별로 근무지로 이동한다.”

“네.”

오상진이 본부초소로 들어가고 곧바로 통신병인 심도민 일병이 강원 소초와 통신을 연결시켰다. 그사이 근무자들은 각 초소로 이동했다.

“야, 조심해라.”

“네.”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도 근무지에 도착했다.

“강철아, 통신 연결해라.”

“이병 최강철.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은 짊어지고 온 통신 장비를 바로 연결했다. 그리고 이해진 상병 옆에 섰다.

“통신 연결했어?”

“네.”

“그래, 오늘 이틀 동안 경계 서면 화요일 오후에 부대 복귀다.”

“벌써 그렇게 됐습니까?”

“벌써라니? 너무 오래 걸린 것 같은데.”

“그렇습니까? 저는 시간이 금방 지나간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하긴 이등병 때는 그렇지. 파견 나오면 고참들 터치도 거의 없고. 밥 먹고 쉬고, 너무 좋지?”

“아, 아닙니다. 전 그런 뜻에서…….”

“됐어, 인마! 다 알고 있어.”

“……네.”

최강철 이병은 속내를 들키자 살짝 머쓱해졌다. 이해진 상병이 피식 웃으며 정면을 쳐다봤다. 그러기를 잠깐, 최강철 이병이 옆에서 뭔가를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뭐하냐?”

“아, 야간 투시경 건전지 교체하고 있습니다.”

“야간 투시경? 그거 보게?”

“네.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많이 봐둬야죠.”

최강철 이병이 건전지를 교체한 후 바로 착용을 했다. 그것을 보던 이해진 상병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물었다.

“인마, 벌써부터 착용해? 아직 어두워지지도 않았는데?”

“에이, 이정도면 충분히 어둡죠. 조금 있으면 더욱더 어두워지지 않습니까. 게다가 오늘 달도 딱 보니 그리 밝지 않고 말입니다.”

“그래. 열심히 야간 투시경 뚫어지라 봐라. 근데 강철아.”

“이병 최강철.”

“갑자기 왜 그렇게 열심히야? 이틀 후면 떠나는데.”

이해진 상병의 물음에 최강철 이병이 말했다.

“혹시 간첩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뭐? 간첩? 야, 간첩이 나 여기 있소 하고 너에게 잡혀 준대?”

“그건 아니지만 혹시 압니까.”

“눈 먼 간첩이라도 잡게?”

“잡으면 좋지 말입니다. 헤헤.”

최강철 이병이 웃었다.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서라, 아서! 아무리 그래도 넌 소대장님이 될 수 없어!”

“갑자기 소대장님이 왜 나옵니까?”

“인마, 소대장님께서 이것저것 성과를 올려서 너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냐?”

“아닙니다. 그리고 전 소대장님처럼 될 생각도 없습니다. 그냥 갑자기 해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정말 그게 다냐?”

“네. 진심입니다.”

“그래, 그래. 알았다. 열심히 찾아봐라.”

최강철 이병은 의욕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런 최강철 이병의 모습을 보며 이해진 상병은 그저 웃기만 했다.

9.

하루가 지나가고 마지막 근무까지 다 끝난 화요일 오후. 소대원들은 점심을 먹고 곧바로 내무실로 왔다.

“모두 복귀할 준비를 서둘러라.”

“네, 소대장님.”

“일도는 애들 챙기고, 소대장은 중대장님 만나고 올 테니까.”

“네. 다녀오십시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내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강원 소초 중대장실 문 앞에 섰다.

똑똑똑.

“들어와.”

오상진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강원 소초 중대장이 오상진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오, 어서 오게, 오 소위.”

“충성.”

“그래. 무슨 일인가?”

“오늘 저희 부대로 복귀하는 날입니다.”

“맞다. 오늘 복귀지? 그동안 수고했다.”

강원 소초 중대장이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오상진 역시 환한 미소와 함께 악수를 했다.

“그동안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불편한 점은 없었지?”

“네, 중대장님 배려 덕분에 불편함 없이 지내다 갑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감사는 무슨……. 오히려 내가 해야지.”

“중대장님께서 무슨…….”

“그냥 여러모로 다!”

강원 소초 중대장은 뭔가를 생각했는지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곧바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밖에 버스 와 있더라.”

“네, 확인했습니다.”

“부대 가서도 잘 하고!”

“네.”

“그래, 그만 가 봐.”

“네, 중대장님. 충성!”

“충성.”

서로 경례를 주고받은 후 오상진은 중대장실을 나왔다. 그 길로 중대 행정반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감사 인사를 해줄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안동민 상사였다.

“행보관님 감사합니다. 지난 15일간 우리 애들 신경 써주셔서요.”

“제가 하는 일인데요. 아무튼 고생 많았습니다. 조심히 복귀하십시오.”

“네. 그럼!”

오상진이 인사를 하고 중대 행정반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안동민 상사가 나섰다.

“아, 강 소위님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나갔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오상진은 살짝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동민 상사가 입을 뗐다.

“제가 잘 말해놓겠습니다.”

“네.”

오상진은 암만 이래저래 해도 인사는 하고 떠나고 싶었다.

“아쉽네.”

오상진은 그 한마디만 남기고 다시 내무실로 갔다.

내무실에서는 소대원들이 군장을 다 싼 상태로 대기 중이었다.

“잊어버린 물건 없는지 제대로 확인해라.”

“네.”

“그리고 군장 다 싼 사람은 연병장에 있는 차량에 싣고!”

“네, 알겠습니다.”

“자자, 서두르자.”

김일도 병장이 군장을 메고 밖으로 나갔다. 그 뒤를 소대원들이 따랐다. 오상진이 구진모 일병을 불러 세웠다.

“진모야.”

“일병 구진모.”

“넌, 맨 나중에 나오면서 여기 내무실 정리 다시 한번 체크하고!”

“알겠습니다, 소대장님.”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연병장으로 나갔다. 연병장에는 4소대원들이 나와 있었다.

“자자, 군장 다 실었냐?”

“네. 그렇습니다.”

“그럼 인원 체크하고 버스에 다 올라타라.”

“네, 소대장님.”

오상진의 지시에 하나둘 버스로 올라탔다. 그 옆으로 4소대장이 다가왔다.

“1소대장님.”

“네.”

“어디 불편하십니까?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아, 어제 잠을 좀 설쳤더니…….”

4소대장이 피식 웃었었다.

“여자 친구 분하고 데이트는 어땠습니까? 좋았습니까?”

“네, 하하하…….”

오상진이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오상진의 머릿속으로 한소희와 보냈던 첫날밤이 떠올랐다.

‘아, 미치겠네. 눈만 감으면 소희 씨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네. 나 완전 미쳤나 봐.’

오상진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래도 소희 씨 너무 보고 싶네.’

오상진은 자꾸만 솟아오르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4소대장은 뭔가 멍해 보이는 오상진에게 다시 말했다.

“1소대장님, 1소대장님.”

“네?”

“어서 버스 안 타고 뭐 하세요?”

“아, 네네. 지금 탑니다.”

그렇게 오상진은 버스를 탔다. 인원도 다 체크를 했고, 이제 출발할 일만 남았다.

“다들 이상 없지?”

“네.”

“그럼 부대로 복귀하자!”

오상진의 그 한마디에 소대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부대로 복귀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표정들을 살피던 오상진도 어느새 미소를 머금고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이제 진짜 부대 복귀입니다.”

4소대장이 다시금 말했다. 오상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출발하자.”

오상진이 운전병에게 말했다. 운전병이 문을 닫고, 버스를 출발시켰다. 그렇게 강원 소초에서의 근무가 끝이 났다.

오상진은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충성 대대 연병장에 도착을 한 상태였다.

“이야, 드디어 도착했다!”

소대원들도 이미 버스에서 내릴 준비를 마쳤다. 오상진이 일어나 소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자, 모두 버스에서 내려서 군장부터 내려라.”

“네, 알겠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소대원들이 육공트럭에 실린 군장들을 내리고 줄을 섰다. 잠시 후 중앙 현관을 통해 김철환 1중대장이 내려왔다. 오상진이 1소대원과 4소대원들이 줄을 다 섰다는 것을 체크 한 후 중앙에 섰다.

“충성!”

“충성!”

“신고합니다. 1중대, 오상진 소위 외 25명은 2003년 10월…….”

오상진이 그렇게 복귀 신고를 했다. 김철환 1중대장은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동안 야간 경계 임무 선다고 고생 많았다. 그리고 무사히 대대로 복귀해 줘서 고맙고. 중대장이 오랫동안 설교하면 지겹겠지. 여기까지 하자, 이상!”

오상진이 경례를 하며 복귀 신고를 마쳤다. 김철환 1중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건물로 들어갔다.

김철환 1중대장이 가는 것을 확인한 오상진은 몸을 돌려 소대원들에게 말했다.

“자, 내무실로 들어가서 군장 풀고, 저녁 먹을 준비하자!”

“네, 알겠습니다.”

1소대원들이 군장을 들고 내무실로 향했다.

“와, 드디어 우리 내무실에 들어왔다.”

김우진 상병이 군장을 내려놓고 그대로 침상에 누웠다. 그동안 사람의 온기가 없었기 때문인지 약간 싸늘했지만 그래도 1년간 넘게 함께해온 내무실이었다. 너무나도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집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

1소대원들은 곧바로 군장을 풀며 부대에 복귀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5일간의 파견 근무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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