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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88화 (288/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88화

28장 별빛이 내린다(5)

‘쉽지는 않겠지만, 못 나가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되겠지.’

오상진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지금 걱정하고 싶지 않았다.

“네. 그래요. 해외 어디가 좋을까요?”

“발리요! 요새 발리가 그렇게 뜨더라고요.”

“발리? 알았어요. 발리 가요.”

“아잉, 좋아라.”

한소희가 활짝 웃었다.

8.

그 시각.

1소대원들의 표정은 심각했다. 특히 김일도 병장과 김우진 상병의 얼굴에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지금 몇 시나 되었냐?”

“오, 오전 10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10시?”

“네.”

“그러니까, 10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소대장님은 들어오시지 않았단 말이지?”

“…….”

김우진 상병이 벌떡 일어났다.

“게다가 외박까지 했습니다. 아예 들어오지 않았단 말입니다. 야, 구진모!”

“일병 구진모!”

“너 확실하게 들었어? 소대장님 어제저녁에 들어오신다고 말이야.”

“네, 확실하게 들었습니다.”

김우진 상병이 구진모 일병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 자식이! 그런데 안 들어오셨잖아! 왜 거짓말해. 왜 거짓말을 하냐고! 소대장님께서 외박을 하셨잖아!”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전 그렇게 들었는데…….”

“닥쳐! 넌 입도 뻥긋하지 마!”

김우진 상병이 구진모 일병에게 소리쳤다. 구진모 일병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김일도 병장을 보며 말했다.

“김 병장님 어떻게 합니까? 소대장님께서 어제 안 들어오셨습니다.”

“그래, 나도 알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을 그냥 넘겨서는 안 돼!”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런 배신 행위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그때 노현래 이병이 뛰어들어왔다.

“소대장님 복귀하셨습니다.”

“그래?”

김일도 병장과 김우진 상병의 눈빛에서 살기가 맴돌았다.

한편 오상진은 4소대장을 먼저 만났다. 4소대장이 음흉한 눈빛으로 물었다.

“으흐흐, 어떻게 여자 친구랑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까?”

“아, 네에. 뭐…….”

“어쩜 그렇게 보내기 싫었나 봅니다. 급하게 전화로 저녁에 못 들어온다고까지 하시고 말입니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그건 그렇고 우리 애들 사고는 치지 않았습니까?”

“전혀요. 괜찮습니다. 다만…….”

“다만 뭡니까?”

“분위기가 아주 살벌했습니다.”

“네?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무슨 일 같은 건 전혀 없었다니까요. 다만 여자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살벌한 기운을 뿜어냈을 정도?”

4소대장의 얘기를 듣고 오상진은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그, 그러니까 우리 애들은 괜찮다 이거죠?”

“네. 일단 내무실로 가 보십시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무사하시길 빕니다.”

“네?”

“아, 아닙니다. 일단 가 보십시오.”

“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가려다가 손에 든 치킨 두 마리를 건넸다.

“맞다. 이거 좀 애들이랑 드십시오.”

“오오, 치킨! 잘 먹겠습니다.”

“네. 나중에 4소대장님께는 제가 따로 술 한 잔 사겠습니다.”

“네!”

4소대장과 얘기를 나눈 후 내무실로 갔다.

“얘들아 잘 지냈냐?”

“…….”

오상진은 내무실에 들어가자 자신도 모르는 무거운 공기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김일도 병장이 살벌한 눈빛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했다.

“충. 성. 아주 잘 못 지냈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무겁게 말을 했다. 오상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하……. 왜 그래?”

그러자 이번에는 김우진 상병이 나섰다.

“왜 그럴 것 같습니까? 소. 대. 장. 님!”

“우, 우진아…….”

오상진이 깜짝 놀라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하. 하. 하. 어제 볼일이 여. 자. 친. 구 만나는 거였습니까?”

“그, 그게 말이야.”

“됐습니다. 구차한 변명은 사절입니다.”

김우진 상병이 몸을 홱 돌렸다. 오상진은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으응, 그게 여자 친구가 갑자기 찾아와서 말이지.”

“아. 그러셨구나. 소대장님 여자…… 친구분 만난다고 아주 재미있으셨겠습니다. 저희는 하루 종일 TV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야, 왜 그래?”

그때 암울한 기운을 품어대고 있는 김일도 병장이 매서운 눈길로 오상진을 바라봤다.

“소대장님, 저희가 왜 그럴 것 같습니까? 배. 신. 자!”

“야, 배신자라니…….”

“그럼 저희만 이곳에 두고 예쁜 여자 친구를 만나고 오신 소대장님께서는 양심의 가책도 못 느끼십니까?”

“그, 그건…….”

“됐습니다. 이제 어떻게 소대장님을 대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소대원들은 하나였고, 하나여서 믿고 있었는데…….”

김우진 상병이 말도 끝맺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오상진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이, 이 녀석들아…….”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소대원들을 봤다. 소대원들 모두 실망한 얼굴로 오상진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때 최강철 이병이 한마디했다.

“어? 치킨이다!”

“뭐? 치킨?”

“이렇게 기름진 냄새가 치킨이었습니까?”

“와, 치킨이 있는 줄 몰랐네.”

오상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안 그래도 너희들 주려고…….”

오상진이 치킨이 든 봉지를 들었다. 그러자 구진모 일병이 재빨리 낚아챘다.

“김 병장님 치킨이 확실합니다.”

“좋았어. 치킨 먹자!”

“넵!”

소대원들은 오상진을 뒤로하고 치킨을 뜯기 시작했다. 김우진 상병은 치킨을 뜯으며 한마디 했다.

“절대 치킨 사 주셨다고 오늘 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와, 치킨 죽이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닭 다리를 하나 들고 외쳤다.

“배신자! 두고두고 기억할 것입니다.”

“야, 좀 봐 주라. 이렇게 치킨도 사 왔잖아.”

“고작 치킨 두 마리로 이 일을 그냥 넘어갈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옳소!”

소대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외쳤다. 오상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 부대 복귀하면 소대장이 회식 쏜다!”

“에이, 회식 한 번은 좀 …….”

김우진 상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상진이 살짝 인상을 썼다.

“좋아. 3일!”

그러자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들어 딜을 시도했다.

“일주일!”

“5일!”

“콜!”

김일도 병장이 외쳤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김일도 병장에게 말했다.

“자식, 협상 좀 할 줄 아네.”

“제가 좀 합니다.”

그렇게 오상진의 배신자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물론 5일치 회식이라는 내상을 입긴 했지만…….

오상진이 맛있게 치킨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내무실을 나왔다. 그때 오상진의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어? 은지 씨네.”

휴대폰 발신자 표시에 박은지가 나타났다. 오상진이 곧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은지 씨!”

오상진은 박은지와 통화를 하면서 부대 밖으로 나갔다.

오상진은 오랜만에 연락이 온 박은지의 전화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밖으로 나온 오상진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여보세요?”

-상진 씨. 저 박은지예요.

“네, 알아요.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저 상진 씨에게 따질 것이 있어서요.

“네? 따져요? 뭘…….”

오상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게다가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박은지의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차갑게 느껴졌다.

-상진 씨!

“네, 은지 씨.”

-우리 친구죠?

“물론이죠. 누가 친구 아니래요?”

-아뇨!

“그런데 갑자기 왜 그건 물어보시고…….”

-아무래도 누군 절 친구로 생각 안 하는 것 같아서요.

“무, 무슨 소리예요. 제가 왜 친구로 생각을 안 합니까! 절대 그렇지 않아요.”

오상진은 박은지의 뜬금없는 말에 순간 당황스러워 말까지 더듬어버렸다.

-그럼 내가 하나만 물어볼게요.

“네, 물어보세요.”

-지금 뉴스나 기사로 나오는 이 사람! 상진 씨 아니에요? 맞죠?

순간 오상진은 아차 했다. 기자인 박은지에게 제일 먼저 알려줬어야 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오상진이 약간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도와준 박은지였다. 그런데 이번 같이 큰 사건을 다른 매체를 통해 들어야 했다. 솔직히 많이 서운할 것이었다.

‘나라도 서운하겠다. 내가 정신이 없었긴 없었나 보다.’

오상진은 바로 자기 잘못을 인정했다.

“미안해요, 은지 씨. 사실 그게 말이죠.”

오상진이 변명을 하려는데 박은지기 바로 말을 잘랐다.

-됐어요. 솔직히 저 너무 서운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상진 씨가 어떻게 제게 그럴 수가 있죠?

“충분히 이해합니다. 네, 많이 서운하실 거예요. 그런데 변명을 하자면 정말 너무 경황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경황이 없어도 그렇지. 그 상황에서 기자 친구인 저한테 제일 먼저 연락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다는 것이 상당히 실망이에요.

“미안합니다. 사단장님까지 나서시는 바람에 제가 뭘 어떻게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요. 어떻게 하면 은지 씨 기분이 풀릴까요?”

-칫, 됐어요! 정말 너무해요.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오상진이 진심으로 마음을 담아 사과를 했다. 그 마음이 박은지에게 전달되었을까? 박은지의 목소리에 약간 화가 누그러져 있었다.

-그럼 이렇게 해요.

“어떻게요?”

-상진 씨가 저에게 단독 인터뷰를 해주는 겁니다.

“네? 단독 인터뷰요?”

-네. 상진 씨가 다 봤다면서요. 시체도 찾고, 범인까지 말이에요. 지금 경찰서에 있는 범인 말이에요. 그 사람 시종일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는데, 시체를 찾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술술 얘기를 한다고 해요. 이게 다 상진 씨가 시체를 찾은 덕에 범인 입도 열린 거라고요. 게다가 다른 여죄까지 밝히는 중이래요.

“아, 그렇습니까?”

-네! 그런데 이대로 가면 상진 씨만 묻힐 것 같아서요. 그건 또 제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죠. 그러니 나랑 인터뷰해요.

결론만 놓고 보자면 박은지는 사실 오상진을 걱정한 것이었다.

오상진은 그런 박은지의 마음을 알아차리곤 너무나도 고마웠다.

하지만 군인의 신분으로서 무턱대고 인터뷰를 할 수도 없었다. 가뜩이나 시체 찾은 군인이란 소리가 나도는 상황에서 여기서 더 관심을 끄는 것도 부담이었다.

잠깐 고민을 하던 오상진이 입을 열었다.

“그럼 말이에요. 저 인터뷰 하기 전에 다른 분들 인터뷰부터 해 주면 안 될까요?”

-다른 분이요? 누가 또 있어요?

“먼저 중부 경찰서 강력계 이 반장님하고, 다른 형사분들 인터뷰부터 했으면 해서요.”

-형사분들을요? 왜요? 그렇게 하면 상진 씨 공을 뺏길 수도 있는데요?

“그럴 분들은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그리고 저야 운 좋게 시체를 찾은 것에 불과하지만 그분들은 오랫동안 범인을 쫓고 있었다고 하니까요. 진짜 고생한 건 형사분들이 맞다고 생각해요.”

-이번 사건으로 너무 관심을 받는 게 부담스러운 거죠?

“하하. 들켰네요.”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형사분 중에 혹시 아는 사람 있어요?

오상진의 말 몇 마디만으로도 박은지는 대번에 눈치를 챘다. 오상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역시 은지 씨 눈치 하나는 정말 대단해요.”

-에이, 아시면서 새삼스럽게요.

“네, 맞아요. 혹시 말이에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전에 저희 부대 군인이 폭행당한 사건이 있었죠.”

-아, 네에. 기억나요.

“그 친구 친형이 거기 반장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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