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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83화 (283/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83화

27장 이 밤의 끝을 잡고(14)

“왜? 무슨 용무라도 있어?”

“그래도 제대로 인사라도 드려야 하는데…….”

“됐어, 천천히 해. 천천히! 굳이 그렇게 할 필요 없어. 함께 파견 나왔다는 4소대장이 지금 열심히 대대장님 보필하는 중이니까 걱정 말고.”

“아, 그렇습니까?”

“그보다 자네 아주 큰 일을 했어! 이번 건 말이야, 참모총장님에게까지 올라갔어.”

“이 건이 말입니까? 어떻게…….”

“그건 나중에 천천히 듣고, 일단 몇 가지만 확인하겠네.”

“말씀하십시오.”

“시체는 확실히 자네가 찾은 것이 맞지?”

“네.”

“같이 찾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

“찾긴 제가 찾았습니다.”

“시체를 판 것은?”

“그건 형사들하고 함께 팠습니다.”

“그건 뭐 어쩔 수 없고……. 그러면은 범인을 봤다는 얘기는 뭐지? 일단 오면서 대충 얘기는 들었는데.”

“아, 그건 말이죠.”

오상진은 전날에 있었던 얘기를 상세하게 풀어서 얘기를 해줬다. 임규태 소령은 얘기를 다 듣고 난 후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이야, 이거 뭐…… 자네의 눈썰미 덕분에 잡은 거네.”

“그런 건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겸손할 때와 아닐 때를 알아야지. 이건 겸손할 필요가 없다고. 아무튼 자네가 확실히 한 것이지?”

“네.”

“좋아, 그건 형사들도 인정하는 거지?”

“그렇습니다. 아, 그리고 이강진 형사라고 있습니다.”

“이강진?”

“네, 중부경찰서 강력계 반장입니다.”

“그 사람이 왜?”

“저희 소대원 중 한 명의 형입니다.”

“아, 그래? 잠깐 이강진?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아마 그럴 겁니다. 지난번 강대철 사건 때…….”

“아아, 그 형사분!”

“네.”

“흠……. 그럼 저쪽도 어느 정도는 챙겨줘야 한다는 소리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가 듣기에는 저쪽도 오랫동안 쫓은 사건이어서 이쪽에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어. 그럼 우리가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봐야겠군. 아무튼 시체 찾은 것으로 무조건 자네를 거론할 거야. 그건 알고 있게.”

“네, 알겠습니다.”

“그래, 알았네. 이제 좀 쉬게.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겠네.”

“네, 고생하십시오.”

“고생이랄 것이 있나.”

임규태 소령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내무실을 나와 중대 행정반으로 향했다.

20.

임규태 소령이 나가고, 곧바로 박중근 하사가 뛰어 들어왔다.

“소대장님.”

“왜 그러죠?”

“지금 빨리 나가시죠. 사단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아, 네에.”

오상진이 박중근 하사를 따라 나갔다. 백 소장은 차를 타고 잠시 밖에 나가 있다가 최 소장이 떠나고 다시 강원 소초로 들어온 것이다.

“어이구, 오 소위. 또 보니까 반갑네.”

백 소장이 달려온 오상진을 보고 매우 반갑게 맞이했다. 이에 오상진은 딱딱한 표정으로 경례했다.

“충성! 소위 오상진.”

“됐어, 우리 사이에 굳이 관등성명까지 할 필요 없어.”

“아닙니다.”

오상진은 바짝 긴장한 채로 백 소장을 만났다. 하지만 백 소장은 오상진을 살갑게 대했다.

“오 소위. 이리 가까이 와봐.”

“네.”

오상진이 백 소장 옆으로 갔다. 백 소장은 그런 오상진을 좀 더 가까이 오라고 했다.

“좀 더 옆으로 오라니까.”

오상진은 백 소장의 바로 앞까지 갔다. 백 소장은 환한 얼굴로 오상진을 덥석 안았다.

“오 소위, 고맙네. 고마워.”

“아, 아닙니다.”

백 소장이 오상진의 등을 토닥여 준 후 물러났다. 그 뒤에 있던 한종태 대대장도 뿌듯한 얼굴로 오상진에게 다가갔다.

“오상진!”

“네.”

“잘했어.”

한종태는 안아주는 대신 악수를 청했다. 그렇게 악수를 한 후 마지막으로 김철환 1중대장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상진아.”

“네.”

“고생했다.”

김철환 1중대장은 그저 등을 두어 번 토닥여 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곽부용 소령 역시 오상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생했다.”

그러다가 한종태 대대장이 나섰다.

“오 소위, 어디 한번 시원하게 말해봐. 어찌 된 거야? 우리 사단장님도 무척이나 궁금해하신다.”

“아, 그게 말입니다.”

오상진은 또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장황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중간중간 약간의 과장도 섞어가면서 말이다. 그 과정에서 있었던 형사들과의 공조 역시도 빼먹지 않았고, 특히 4소대장의 역할도 강조해서 말했다.

“4소대장도 백업을 잘 해줬습니다. 특히 현장 지원을 할 때마다 소대원들을 관리하며 제가 시체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그렇게 얘기를 쭉 듣던 백 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이구, 고생했네. 그런데 어떻게 범인 얼굴을 기억했던 거야?”

“그게…… 대대장님께서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경계근무를 설 때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민간인이라 할지라도 인상착의를 잘 기억해 두라고 말입니다.”

오상진은 슬며시 한종태 대대장을 띄워주었다. 그런 이야기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지만 사단장의 관심이 자신에게만 쏠리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들은 한종태 대대장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백 소장이 힐끔 한종태 대대장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아, 그랬어?”

“아, 예. 일전에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충성 대대장, 한 건 했네?”

한종태 대대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것이 다 사단장님께 배운 것을 실행한 것뿐입니다.”

“하하핫, 나에게 또 뭘 배웠다고…….”

백 소장이 씩 웃었다. 남들은 군대의 악습이라 볼 수도 있지만 그는 아래서 밀어주고 위에서 챙겨주는 이런 관례를 좋아했다.

한종태 대대장도 옆에 앉은 김철환 1중대장의 무릎에 손을 올렸다.

“1중대장 잘했어.”

“제가 한 것이 있습니까. 다 오 소위가 알아서 한 것이죠.”

그리고 4소대장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사실 자신을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취급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상진이 잊지 않고 자기를 거론해 주자 기분이 좋았다.

‘역시 1소대장님. 고맙습니다.’

4소대장이 속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때 백 소장이 4소대장을 바라봤다.

“가만 4소대장이라고 했나?”

“네.”

“자네 육사 몇 기인가?”

“죄송합니다. 육사를 나오지 않았습니다. ROTC입니다.”

“그게 무슨 죄송할 일이야! 이런 큰일을 한 것이 대단한 것이지. 앞으로 우리 오 소위를 도와서 1중대를 잘 이끌어 주게.”

“네, 알겠습니다.”

그때 기무부대장인 이강호 중령이 나타났다. 곧바로 백 소장과 따로 만남을 가졌다.

“어? 그렇게 하기로 했나?”

“예.”

“그럼 얘기는 다 끝난 거지?”

“예, 끝났습니다.”

“그럼 나도 슬슬 사단으로 복귀해도 되나?”

“예, 돌아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남아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잘 부탁하네. 우리 오 소위 빼놓지 말고.”

“걱정 마십시오. 이미 보고는 충성 대대 오 소위가 큰일을 한 것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럼 됐어! 계속 수고해 주게.”

“네.”

백 소장은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자, 그럼 우린 가지.”

백 소장은 참모진들을 데리고 사단으로 복귀를 했다. 백 소장을 보낸 후 한종태 대대장이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오상진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오 소위.”

“네.”

“표정이 많이 어두워. 요즘 잠을 못 자나?”

“아닙니다.”

그러자 곽부용 소령이 바로 끼어들었다.

“아마 시체 찾느라 정신이 없었을 겁니다.”

“하긴 그렇지? 우리 오 소위하고, 파견 나온 병사들 하루쯤 쉬게 하지.”

“그게 지금 파견 중이라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하루쯤 휴식을 줄 수 있으면 줘. 사단장님의 명령이야.”

백 소장은 차에 오르기 전에 한종태 대대장을 따로 불러 당부했다.

“우리 오 소위, 고생했는데 하루 휴식을 줄 수 없나? 줬으면 좋겠는데.”

“네,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가능하겠나?”

“가능하게 만들겠습니다.”

“그래, 그래. 충성 대대장만 믿고 가네.”

“네. 충성!”

한종태 대대장은 그 말을 떠올리며 곽부용 소령을 봤다. 곽부용 소령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네.”

“그럼 자네가 수고 좀……. 아니지, 아니야. 이런 건 내가 말해야지. 여기 중대장 어디 있어?”

한종태 대대장이 이내 말을 바꿨다. 본인 스스로도 뭔가 생색을 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말할 테니까. 걱정 마.”

한종태 대대장이 자신만만하게 말을 하며 오상진을 봤다.

“언제 복귀라고 했지?”

“다음 주 화요일입니다.”

“그럼 주말에 잠깐 시간 괜찮겠네.”

“네.”

한종태 대대장은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걱정 말고 푹 쉬게.”

“네. 대대장님.”

“그래.”

한종태 대대장이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종태 대대장과 곽부용 소령, 김철환 1중대장이 부대로 복귀했다.

21.

모두 정리가 되고, 강원 소초 중대장이 슬그머니 오상진을 찾았다.

“오 소위.”

“네.”

“고생 많았어.”

“고생이랄 것까지 있겠습니까. 그보다 중대장님, 죄송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아니야, 어쩔 수 없지. 그건 그렇고 자네 대대장님께서 자네와 소대원들에게 하루 휴식을 주라고 하는데 말이야.”

“아, 괜찮겠습니까?”

“어쩌겠어. 자네들 고생한 것도 있는데 토요일 날 휴식을 취해.”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래! 다행히 훈련 갔던 애들이 복귀를 하니까. 괜찮을 거야. 토요일은 푹 쉬어.”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강원 소초 중대장이 가고, 4소대장이 눈치를 살피며 오상진에게 왔다.

“1소대장님,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오상진이 어리둥절했다. 요 며칠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다. 약간의 정리가 필요했다.

“아무튼 1소대장님 감사합니다.”

“예?”

“좋게 말씀해 주셔서 말이죠.”

“뭘 좋게 말해줬다고 그럽니까. 전 사실만 말했을 뿐입니다.”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가 4소대장이 매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사실 말입니다. 1소대장님이 육사 출신이어서 ROTC 출신인 저를 안 챙겨주실 줄 알았습니다.”

“무슨 그런 말을 합니까. 육사 출신이면 어떻고, ROTC 출신이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군복 입으면 똑같지 않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다 같은 1중대 아닙니까.”

오상진의 말에 살짝 감동을 받은 4소대장이 입을 열었다.

“솔직히 아까는 감동이었습니다. 앞으로 진짜 저는 1소대장님만 보고 가겠습니다.”

“에이, 또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1소대장님 보고 가면 안 됩니까?”

“그런데 그 비슷한 말, 지난번에도 하지 않았습니까? 혹시 한눈판 겁니까?”

“크흠. 그게…….”

“하하. 농담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훈훈하게 얘기를 나눴다.

그다음 날, 오랜만에 잠을 푹 잔 오상진은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사건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형사들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듯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모든 짐을 내려놓은 오상진은 편안한 얼굴이었다.

그런 와중에 모두의 시선이 TV 아침 뉴스에 집중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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