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281화
27장 이 밤의 끝을 잡고(12)
-맞아, 그래야지.
“그래서 말인데 지금 바로 부대로 들어오실 수 있습니까?”
-당연히 들어가야지! 지금 바로 복귀할 테니, 너도 사단에 같이 갈 준비해.
“저도 말입니까?”
-그래. 네가 설명을 다시 잘 해줘야 할 것 아니야. 내가 사단장님께 보고를 하더라도 옆에서 보조도 해 줘야 하고.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곽부용 소령이 전화를 끊자 김철화 1중대장이 바로 물었다.
“대대장님께서 뭐라고 하십니까?”
“바로 들어오신데.”
“다행입니다.”
“그건 그렇고 말이야. 이번에도 오 소위야?”
“네. 그렇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곽부용 소령은 놀란 눈으로 말했다.
“아니, 오 소위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 무슨 큰일만 생기면 그곳에 오 소위가 있단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곽부용 소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철환 1중대장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아무튼 말이야. 1중대장!”
“예!”
“고생했어.”
“제가 한 것이 뭐가 있습니까.”
“수하를 잘 둔 것이 어디야. 오상진이 복덩이야, 복덩이! 아무튼 혹시 호출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퇴근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곽부용 소령의 머릿속에선 바로 계산이 되었다. 이 일로 인해 오상진과 그 위로 큰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거기에 곽부용 소령 본인도 살짝 숟가락을 얹을 생각이었다.
“네. 과장님.”
곽부용 소령이 미소를 지으며 작전과를 들어가고, 홀로 남은 김철환 1중대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제 내가 할 일은 끝난 거지?”
김철환 1중대장은 자기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20분 후 부대로 한종태 대대장이 도착했다. 중앙 현관에서 대기하고 있던 곽부용 소령이 바로 1호차에 올라탔다.
“준비는?”
“다 했습니다.”
“좋아, 그럼 사단에 가지.”
그러자 운전병이 말했다.
“출발하겠습니다.”
충성 대대 1호차가 출발하고 한종태 대대장이 뒤에 탄 곽부용 소령에게 물었다.
“자세히 설명해 봐.”
“네. 그러니까, 오상진 소위가…….”
곽부용 소령이 사단에 가는 내내 한종태 대대장에게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할지 설명해 줬다.
“그래, 알았어.”
한종태 대대장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를 했다. 그사이 사단에 도착하고, 한종태 대대장이 곧장 사단장실로 들어갔다.
자리에는 비서실장인 이관수 중령이 앉아 있었다.
“충성 대대장이 어쩐 일입니까?”
“지금 사단장님 계십니까?”
“물론 사단장님은 계시죠.”
“후우, 다행이다.”
“왜 그러시죠?”
“사단장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전해 주십시오. 급한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비서실장 이관수 중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단장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그래.”
“충성 대대장이 찾아왔습니다.”
“뭐? 충성 대대장이? 들어오라고 해.”
사단장실 문이 열리고 한종태 대대장이 들어갔다. 그 뒤를 곽부용 소령과 이관수 중령이 따라 들어왔다.
“충성!”
한종태 대대장이 곧바로 경례를 했다.
“그래. 충성 대대장이 무슨 일이야?”
“긴히 보고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뭔데?”
“그게 말입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자신이 들었던 내용을 보고해 올렸다. 좀 부족하다 싶으면 곧바로 곽부용 소령이 보충 설명까지 곁들이면서 말이다. 그러자 사단장이 눈을 크게 떴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어?”
이관수 중령도 그 같은 소식을 듣고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합니까? 시체가 발견되었다면……. 충성 대대장, 아까 중부 경찰서라고 했죠.”
“네.”
“그럼 중부 경찰서 일 아닙니까?”
그러자 김학래 소령이 바로 말했다.
“비서실장님, 제가 보기에는 경찰서에 맡기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뭐?”
“김 소령 무슨 말인가?”
사단장도 의문을 가지며 물었다. 김학래 소령이 사단장을 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사단장님 이번 일은 우리도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나서야 할 일이야?”
“일반적으로 경찰이 지원요청을 해 수색을 돕는 경우는 있지만 군인이 시체를 발견한 경우는 처음입니다.”
“그건 그렇군.”
“게다가 오상진 소위가 범인의 얼굴까지 본 상태입니다. 이러면 우리 사단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한마디로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공을 세우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이거 이대로 놔두면 모든 공이 경찰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사단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말이야. 우리가 나선다고 해서 뭔가 달라지나?”
“당연히 달라집니다, 사단장님!”
“어쨌어?”
“아마 조만간 이 사건이 TV 뉴스와 각종 인터넷 사이트, 신문에 오르락내리락할 겁니다. 그때 ‘56사단 충성 대대의 오 모 소위가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함’. 이런 뉴스와 ‘무슨 경찰서 암매장한 시체 발견, 주변 군부대의 도움을 받아 이번 사건 해결’ 이런 뉴스는 느낌이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김학래 소령의 얘기를 듣고 사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호라, 그렇군. 그래. 듣고 보니까 느낌이 확 달라지는군.”
“네. 만약 우리가 나서면 뉴스의 내용이 확 달라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김학래 소령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단장이 팔걸이를 ‘탁’ 하고 쳤다.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사단장님!”
“그럼 이렇게 있으면 안 되지!”
사단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때까지 한종태 대대장은 눈알을 굴리며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면 좋아?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하나?’
솔직히 머리 굴리는 건 소질이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남들보다 잘하는 게 있었으니.
“제, 제가 모시겠습니다.”
사단장이 일어나자 한종태 대대장 역시 빠르게 움직였다.
“그렇지. 우리 충성 대대장도 함께 움직여야지! 나랑 같이 갈 준비해.”
“네, 알겠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때 조용히 기회만 보고 있던 곽부용 소령이 나섰다.
“저기 사단장님.”
“뭔가?”
“기무대에 연락을 미리 넣어 놓는 것이 어떻습니까?”
“기무대에?”
“네!”
“아니, 왜?”
“저쪽은 형사가 나서는데 우리는 사단장님께서 직접 나설 수는 없지 않습니까.”
사단장이 그 말을 듣고 보니 또 일리가 있었다.
“하긴 또 맞는 말이긴 해.”
사단장이 김학래 소령을 봤다. 김학래 소령이 바로 말했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제가 기무대 쪽에 연락을 하겠습니다.”
“기무대 쪽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나? 우리 쪽에 협력을 해 줄 사람 말이야.”
“기무대 쪽은 모르지만 헌병대에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
“임 소령입니다.”
“아, 헌병 과장!”
“네.”
“알았어. 그쪽으로 연락을 넣어.”
“네!”
그리고 사단장은 밖으로 나와 준비된 차량에 올라탔다.
“출발하지.”
“네. 출발하겠습니다.”
사단장이 탄 차량이 출발하고 그 뒤에 한종태 대대장이 탄 차량이 출발했다. 곽부용 소령이 곧바로 말했다.
“대대장님.”
“왜?”
“1중대장도 데려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 1중대장은 왜?”
“오상진이 거기에 있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윗선임과 함께 있는 것이 여러모로 보기 좋지 않겠습니까?”
“에이. 내가 있는데 번거롭게 무슨.”
“……대대장님께선 사단장님 옆에 바짝 붙어 있어야 하시지 않겠습니까.”
“으음, 듣고 보니 그렇군. 전화해서 바로 강원도로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대대장님.”
김철환 1중대장이 연락을 받고 자기 차로 곧바로 출발했다. 어차피 강원도에서 바로 만날 생각이었다.
그 시각, 강원 소초의 중대장실에 강 소위와 중대장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휴대폰을 붙잡고 있는 강 소위의 표정이 매우 심각했다.
“중대장님.”
“왜?”
“아무래도 시체를 찾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알아?”
“저를 보고 형사들이 슬쩍 시선을 피하더란 말입니다. 그러고선 화장실로 들어가기에 제가 따라가 봤습니다.”
“그래서?”
“몰래 숨어서 형사들이 얘기하는 것을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수사가 어쩌고, 기자가 어쩌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시체를 찾은 것이 확실했습니다.”
“그래? 그런데 우리에게 말도 안 했단 말이야?”
“우리랑 공을 나누기 싫다는 것이 아닙니까.”
“아무튼 형사 녀석들……. 기껏 도움을 줬더니 말이야. 강 소위 어떻게 하지?”
“이제는 답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대대장님께 보고를 올려야 합니다.”
“이 일로 대대장님께?”
“저희 관할에서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그것도 살인사건의 피해자의 시체가 말입니다. 이런 큰 사건을 당연히 보고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말이야. 우리가 시체를 찾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가 직접 나서서 한 것도 아니잖아. 파견 나온 충성 대대가 다 한 것인데…….”
“중대장님, 저쪽은 우리 소초로 파견 나온 대대입니다. 그럼 어쨌든 우리가 책임지고 있는 대대 아닙니까.”
“하긴 그렇지?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하지 않겠지?”
“오히려 고마워 할 것입니다. 만약에 저희 대대장님께서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면 끝입니다. 딱 봐도 어리버리 한 것이 경찰 쪽으로 공 다 빼앗길 것이 분명합니다. 이럴 때 우리가 챙겨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강 소위. 자네 말이 맞아!”
중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럼 지금 당장 대대에 보고하러 들어갈 테니까. 강 소위는 조금이라도 상황이 바뀌면 즉각 연락해.”
“네, 중대장님. 충성!”
중대장은 차를 타고 강원 대대로 들어갔다. 곧바로 대대장실로 갔지만 대대장은 사단에 가 있었다.
“언제 오시는지 몰라?”
“오후 늦게 들어온다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알겠다.”
중대장은 대대장이 오기만 기다렸다. 그리고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대대장이 나타났다.
“대대장님.”
“오, 강원소초 중대장! 무슨 일이지?”
“긴박하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 무슨 일?”
중대장은 그간의 일을 설명했다. 설명을 다 들은 대대장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야, 인마! 그런 일이 있었으면 미리 나에게 보고를 했어야지!”
“……죄송합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우리 사단장님께 보고를 해야지.”
방금 사단에서 왔던 소대장은 사단장께 보고를 하기 위해 다시 한번 사단으로 향했다.
그 시각 56사단장이 강원 소초를 향해 빠르게 오고 있었다.
그로부터 4시간 후.
21시가 조금 넘은 시각. 강원 소초를 향해 차량이 다가왔다. 라이트 불빛을 확인한 위병소에서 곧바로 차량을 멈춰 세웠다.
“차량 정지! 차량 정지!”
차량이 정지를 했다. 한 명이 뒤에서 경계를 하고 다른 한 명이 조심스럽게 차량으로 다가갔다. 우선 차량 번호판을 확인하려고 했다. 그런데…….
“헉!”
번호판에는 번호 대신 별 두 개가 달려 있었다. 차량 문이 열리며 운전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단장님께서 타고 계신다.”
“아, 네!”
위병소 병사가 곧바로 바리케이트를 열어주었다. 차량이 소초 안으로 들어가고, 위병근무자가 크게 경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