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277화
27장 이 밤의 끝을 잡고(8)
그리고 그날 오후, 강원 소초로 차량 한 대가 도착했다. 위병소에서는 바로 차량을 세워 검문을 시작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오상진 소위를 만나러 왔습니다.”
“오상진 소위님?”
위병소 일병이 고개를 갸웃했다.
“강 상병님.”
“왜?”
“혹시 우리 부대에 오상진 소위님이 계십니까?”
“아니, 없지!”
“알겠습니다.”
솔직히 파견 나온 부대의 간부를 일일이 기억하지는 않았다. 일병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죄송한데 저희 소초에는 오상진 소위님은 없습니다.”
“어? 이상하네. 여기 맞는데…….”
김 형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가 바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맞다. 파견 오신 분요. 이곳에 파견 왔다고 들었는데요. 충성 대대에서…….”
“충성 대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일병이 다시 상병에게 다가가 말했다.
“충성 대대에서 파견 나오신 분이라고 합니다.”
“아, 그분. 잠깐만, 중대 행정반에 연락을 해볼게.”
상병이 곧바로 중대 행정반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오상진이 현재 이곳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말했다.
“확인되었어. 누군지 확인해 봐.”
“네.”
일병이 다시 가서 물었다.
“확인되었습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아, 저는…… 서울 중부 경찰서 강력계에서 나왔다고 전해주십시오.”
일병이 다시 몸을 돌려 상병에게 다가갔다. 상병이 곧바로 전화를 걸어 말했다. 그때 중대 행정반에 있던 안동민 상사가 전화를 받았다.
“그래, 알았다. 일단 대기하고 계시라고 전해줘.”
안동민 상사가 전화를 끊었다.
“서울 중부경찰서 강력계?”
안동민 상사의 중얼거림을 들은 강 소위가 궁금증을 가지며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아니, 서울 중부 경찰서 강력계에서 오 소위님을 찾습니다.”
그 순간 강 소위가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네, 그럴 줄 알았다니까.”
“뭐가 말입니까?”
“오 소위 말입니다. 딱 봤을 때부터 몽타주가 범죄자의 얼굴이었습니다.”
“와,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시오.”
안동민 상사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강 소위는 자신의 촉이 틀리지 않았다고 굳게 믿는 눈치였다.
“두고 보십시오. 바로 오 소위 잡아 갑니다.”
강 소위는 오상진에게 그동안 쌓인 것이 많았는지 막말을 던져댔다. 안동민 상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반박했다.
“강 소위님. 무슨 사고가 있으면 경찰이 아닌 헌병대가 먼저 찾아오지 않습니까?”
순간 강 소위가 움찔하더니 입을 열었다.
“어? 그런가?”
그러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튼 뭔가 있습니다. 두고 보십시오.”
강 소위의 믿음은 굳건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중대 행정실을 나갔다.
“어디 가십니까?”
“당연히 중대장님께 보고해야죠.”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안동민 상사는 강 소위가 이제 안쓰럽기까지 했다.
“무슨 소리입니까. 말씀드려야죠.”
그렇게 강 소위가 중대 행정반을 나갔다. 안동민 상사는 그런 강 소위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조용히 있는 편이 좋을 텐데……. 아니지, 나라도 가서 도와드려야지.”
안동민 상사는 곧바로 강 소위 뒤를 따라 중대장실로 갔다.
똑똑똑!
“…….”
안에서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강 소위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어디 나가셨나?”
그때 안동민 상사가 나타났다.
“왜 안 들어가십니까?”
“문을 두드렸는데 답이 없습니다. 오늘 중대장님 어디 가셨습니까?”
“아뇨, 제겐 따로 말씀 없으셨습니다.”
“그럼 뭐지?”
똑똑똑!
다시 한번 두드려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조용하시네. 진짜 말도 없이 어디 가셨나?”
강 소위가 중얼거리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런데 중대장이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
“어후, 중대장님 팔자도 좋으시네.”
강 소위는 혀를 한 번 찬 후 중대장을 불렀다.
“중대장님, 중대장님?”
순간 중대장이 고개를 홱 들었다. 문 입구에 강 소위를 보며 말했다.
“강 소위? 나 안 잤어. 잠깐 생각 좀 하고 있었던 거야.”
“아, 네에…….”
“무슨 일이야?”
“저기 경찰서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경찰서에서? 그곳에서 왜? 우리 소초에서 사고 터졌어?”
중대장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 사고를 친 거야? 휴가 나간 애들 중에 있는 거야?”
중대장이 다급하게 물었다. 그러자 안동민 상사가 나섰다.
“아닙니다. 저희 부대가 아니라 오상진 소위를 찾아왔습니다.”
“충성 대대 오 소위를?”
“네.”
“후우, 다행이다.”
중대장은 안심이 되는지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러면서 다시 물었다.
“오 소위는 왜 찾는 거래?”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그럼 어떻게 해? 내가 형사를 맞이해야 하나?”
“오 소위를 찾으러 왔는데 중대장님이 왜 그들을 맞이합니까?”
강 소위가 바로 말했다. 그러나 안동민 상사는 달랐다.
“아뇨, 중대장님께서 맞이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강원 소초 책임자신데 말이죠.”
“으음,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네. 그러시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형사들하고 좀 안 친한데.”
중대장이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내가 만나보지. 이쪽으로 모셔.”
“네.”
안동민 상사는 일단 밖으로 나가 형사들을 맞았다.
“일단 이곳에서 중대장님과 먼저 만나보십시오. 제가 오 소위님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아, 네에 부탁드립니다.”
이강진이 정중하게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안동민 상사가 다시 중대장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누구야?”
“중대장님 형사분들 오셨습니다.”
“안으로 모셔.”
“네.”
안동민 상사가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강진이 인사를 하고 중대장실로 들어갔다. 중대장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앞의 테이블로 안내했다.
“일단 이쪽으로 앉으시죠.”
네 명의 형사가 자리에 앉았다. 곧바로 중대장이 자기를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곳 강원 소초를 맡고 있는 중대장 김태진 대위입니다.”
“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중부 경찰서에서 나온 이강진입니다.”
이강진이 자신의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김태진 중대장이 명함을 받고 확인했다. 그것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후 물었다.
“그런데 오 소위는 왜…….”
“아, 여쭤볼 것도 있고, 협조 요청을 하려고 왔습니다. 그러니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네에…….”
14.
“바쁘다. 바빠.”
이강진 일행을 안내한 안동민 상사는 다시 1소대로 향했다.
1소대는 점심을 먹은 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몇몇은 잠을 보충 중이었지만 다행히도 오상진은 눈을 뜬 채 있었다.
“오 소위님.”
“어? 행보관님. 안 그래도 중대 행정반에 가려고 했는데……. 이렇듯 직접 오시고 말입니다.”
“그게…… 다름이 아니라 혹시 서울 중부 경찰서에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안동민 상사의 물음에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중부 경찰서요? 아, 네에. 있습니다.”
“그래요? 중부 경찰서에서 형사들이 왔는데.”
“형사요?”
“뭐, 협조 요청할 것이 있는지 좀 보자고 하네요.”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바로 복장을 갖춰 입었다. 박중근 하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대장님 무슨 일입니까?”
“어제 그 일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일단 다녀오겠습니다.”
“네.”
오상진이 복장을 다 차려입고 내무실을 나섰다. 중대장실 앞에 도착하고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을 봤다. 그런데 중대장실 분위기가 묘했다. 특히 중대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형사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때 이강진이 고개를 돌리며 오상진을 발견했다.
“어! 오 소위님 들어오십시오.”
오상진이 중대장실로 들어가며 경례를 했다.
“충성.”
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 소위 일단 이곳에 앉아봐!”
“예, 중대장님.”
오상진이 빈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러자 대뜸 중대장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네? 무슨…….”
오상진이 살짝 놀란 눈이 되었다.
“아니, 자네가 살인범을 봤다면서!”
“네? 살인범을 말입니까?”
오상진이 놀랐다. 그 모습을 보던 중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야?”
이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오 소위님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오상진의 시선이 이강진에게 향했다. 이강진이 바로 답변을 해줬다.
“어제 저녁에 보여줬던 사진 있지 않습니까.”
“네.”
“그 사람이 바로 어제 잡혔던 살인범입니다.”
“진짜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습니까? 애들이 혹시나 그 사람이 아닐까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아닐 거라고 말을 했는데……. 어후, 제가 무서운 사람을 봤네요.”
중대장이 다시 물었다.
“오 소위 확실히 본 것이 맞아?”
“아마 사진 속 사람이라면 제가 본 것이 확실합니다.”
김 형사가 바로 나섰다.
“확실히 맞죠?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것은 아니죠?”
“네. 확실합니다.”
“그럼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서 그 사람에게서 수상쩍었던 것이 있는지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오상진이 잠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곳은 민간인 통제구역이라 대부분은 그쪽으로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곳으로 차량이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저희 소대원이 차량을 막았고,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화장실이 급해서 온 건가 싶었는데 할아버지 산소에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오상진의 대화를 다 같이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특히 이강진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일단 낮에 다시 오시라고 말했지만 자기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다며 간곡히 부탁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단 할아버지 산소가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근처 어디라고 하더라고요.”
“그랬더니 뭐라고 합니까? 아니, 같이 산소로 올라갔습니까?”
“저희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극구 거부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차량에서 기다리고 홀로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손전등 하나와 검은 봉지 하나만 챙겨서 말이죠.”
“검은 봉지?”
이강진이 눈을 번쩍하고 떴다.
“검은 봉지 안은 확인했습니까?”
“아뇨.”
순간 이강진을 포함해 다른 형사들이 안타까운 탄성을 내질렀다.
“아…….”
“그걸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러자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내려올 때 확인했습니다. 그 안에 소주병이랑 과자가 있었습니다.”
“소주랑 과자? 그럼 진짜 할아버지 산소에 왔나?”
공 형사가 고개를 갸웃하며 혼잣말을 했다. 이강진은 공 형사를 째려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오상진을 봤다.
“어쨌든 혼자 산에 올라간 후에는요?”
“아, 그래도 저는 혹시나 싶어 밑에서 대기했습니다. 손전등을 들고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는데 어느 지점에서 멈추더라고요. 그래서 전 ‘아, 산소를 찾았구나’ 했죠. 그런데 이상한 것이 손전등 불빛이 좀 흔들리더라고요. 마치 뭔가 뒤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순간 공 형사와 김 형사의 눈빛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