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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76화 (276/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76화

27장 이 밤의 끝을 잡고(7)

“잠깐만……. 혹시 이 사람이냐?”

이강진의 품속에 넣어 두었던 사진 하나를 꺼냈다. 이해진 상병은 그 사진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는 내가 없었지. 난 다른 곳에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는데…….”

“그래?”

이강진의 얼굴에 다소 실망감이 번졌다.

“그럼 누가 했어?”

“김우진 상병님하고 노현래 이병이 했을 거야.”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돌려 노현래 이병을 봤다.

“현래야, 네가 그때 검문했지?”

“네. 그런데 저도 자리를 지킨다고 잘 못 봤습니다.”

“진짜 잘 못 봤어?”

“네. 음…… 그럼 누가 알지?”

“김우진 상병님 아니면 소대장님께서 알고 계실 겁니다.”

때마침 김우진 상병이 들어왔다.

“어, 김 상병님 오십니다.”

이강진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김우진 상병은 약간 의아한 얼굴로 이강진을 바라봤다. 이강진은 그런 김우진 상병에게 대뜸 몽타주를 내밀었다.

“이 사람 본 적 있어요? 이틀 전에 이곳에 차를 몰고 나타났다고 하던데.”

김우진 상병은 뜬금없는 상황에 당황스러워하다가 이내 이강진이 내민 몽타주를 확인했다.

“으음, 아닌데. 그 아저씨 이렇게 안 생겼습니다.”

“확실해요? 잘 좀 봐요.”

이강진이 다시 몽타주를 내밀어 자세히 보라고 했다.

“에이, 제가 좌우 시력 2.0인데 아닙니다.”

“그래요?”

이강진은 실망한 얼굴이 되었다.

“아니, 사진을 보여주면 확실할 텐데……. 왜 몽타주를 가지고 오셨어요?”

“아, 급히 출발하느라.”

그때 4소대에 음료수와 햄버거를 가져다준 오상진이 들어왔다.

“소대장님 오셨습니다. 소대장님도 그때 같이 계셨습니다.”

노현래 이병이 말했다. 오상진은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인데?”

“이틀 전에 할아버지 산소 찾는다는 그분 있잖아요.”

“아, 그분. 왜?”

“지금 형사님 손에 들린 몽타주가 그 아저씨 맞냐고 물어보십니다.”

“그래?”

오상진이 이강진에게 다가갔다.

“몽타주 한번 보여주십시오.”

이강진이 몽타주를 보여줬다.

“자세히 잘 살펴보십시오. 물론 어둠 속이라 얼굴이 익숙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강진이 매우 조심스럽게 말했다. 만약 오상진마저 아니라고 하면 이번 강원도행은 헛걸음치는 것이었다.

“으음……. 몽타주라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이랑 몽타주랑 매치가 안 됩니다. 사진이라면 확실하게 알 수 있을 텐데…….”

오상진마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강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솔직히 이강진도 사진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사진을 쉽게 보여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직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말입니다. 대충 인상착의 정도는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뭐랄까……. 솔직히 좀 이상했습니다. 분위기도 매우 음침했고…….”

오상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그때 봤던 아저씨의 얼굴을 기억해내려 애썼다.

‘눈, 코, 잎 그리고 뺨……. 입술…… 눈 밑에 점. 점?’

오상진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아, 눈 밑에 점 하나 있었습니다.”

“눈 밑에 점?”

이강진은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었다.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공 형사, 난데 그 녀석 사진 좀 보내줘 봐. 지금 당장!”

그리고 곧바로 이강진 형사의 휴대폰으로 사진 하나가 전송되었다.

“혹시 이 사람 맞습니까?”

오상진이 그 사진을 보더니 눈이 번쩍하고 뜨였다.

12.

중부 경찰서 취조실엔 내연녀 살인범인 임춘재가 수갑을 찬 채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그 앞의 김 형사는 임춘재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핏대를 세우며 강력하게 취조를 하고 있었다.

“임춘재! 너 진짜 대답 안 할 거야? 계속 묵비권을 행사할 거냐고!”

“…….”

“아, 미치겠네. 지금 봐봐! 증거가 명백하게 나와 있잖아. 이래도 입 안 열 거야?”

김 형사는 증거 자료를 들이밀며 임춘재를 압박했다. 하지만 임춘재는 미동조차 없었다.

“임춘재. 그렇게 입 꾹 다물고 있다고 사건이 끝나는 것이 아니야. 이미 명백하게 범행 정황이 드러났고, 증거도 있어! 네가 내연녀를 살해한 것이 확실시된 상황이야. 그런데도 입을 안 열 거야?”

“…….”

“게다가 10월 10일 밤 22시경, 자네가 살고 있는 원룸으로 내연녀와 함께 들어가는 것이 CCTV에 찍혔어. 그런데 그다음 날까지 내연녀는 나오지 않고 11시경, 자네 혼자 방을 나오는 것이 목격됐어. 그것도 커다란 가방 하나와 함께 말이야. 그런데도 할 말이 없어?”

“…….”

김 형사가 강하게 언성을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춘재는 눈을 감은 채 입을 꾹 다물었다.

“진짜 말 안 할 거야?”

“…….”

“이 자식이 진짜…….”

김 형사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만히 임춘재를 노려보던 김 형사는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진짜…….”

그때 김 형사의 뒤쪽 검은색 창에서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 형사가 서류를 챙겨서 일어났다.

“잠깐만 쉬고 있어. 그리고 잘 생각해 봐. 계속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을 것인지. 순순히 얘기해 줄 것인지 말이야.”

김 형사가 취조실을 나왔다. 그 뒤 다른 문을 통해 이강진도 나왔다. 김 형사가 머리를 팍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저 자식 진짜 독종입니다. 증거가 명확한데도 입을 안 열지 않습니다.”

“아마 시체를 찾지 못할 것 같아서 저러는 것이지.”

“도대체 얻다가 시체를 묻었을까요? 진심 궁금합니다.”

“그건 나도 궁금하다.”

이강진도 정말 궁금했다. 그래도 어젯밤 무리해서 다녀왔던 것이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다.

“그보다 어제 반장님은 어디 다녀오셨던 겁니까?”

“그냥 어디 좀…… 그보다 진짜 건진 것이 하나도 없어? 뭐라고 하나 있다고 말해봐.”

김 형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저렇게 입에 자물쇠라도 달아놓은 듯 꾹 다물고 있으니 미칠 노릇입니다.”

“아, 저 자식. 사람 여럿 힘들게 하네. 그래도 조만간 입 열게 되어 있을 거야.”

이강진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순간 김 형사는 그 미소의 의미를 눈치채곤 물었다.

“뭐 있죠? 어제 안 보이시더니 뭔가 얻어왔죠?”

김 형사의 추리에 이강진이 피식 웃었다.

“그래, 맞아. 어제 조사를 좀 했지.”

“뭡니까? 빨리 말해주십시오.”

“내가 전에 말했지. 내 동생이 군인이라고 말이야.”

“네, 그랬죠.”

김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진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임춘재가 잡힌 곳이 어디지?”

“강원도 경포대 쪽이었죠.”

“맞아. 그런데 알고 보니 말이야. 내 동생이 바로 임춘재가 잡혔던 그 근처로 파견을 갔지 뭐야.”

이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순간 김 형사의 눈이 반짝였다.

“그 말씀은……. 뭐라도 건져 왔다는 겁니까?”

“후후후, 내가 누구냐. 절대로 빈손으로 오지는 않았지.”

“역시, 우리 반장님! 뭔가 해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뭡니까? 어떤 중요한 단서를 가져오신 겁니까?”

김 형사는 눈을 반짝이며 재촉했다.

“그게 말이야. 경포대로 갔어. 임춘재가 붙잡힌 곳으로 갔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딱 내 동생이 경계를 서고 있네.”

“그래서요?”

“그래서 혹시나 싶어서 임춘재 몽타주를 보여줬지. 그런데 몽타주를 보더니 다들 모른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사진을 보여줬더니 바로 봤다고 하더라고!”

“네? 정말입니까?”

김 형사가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그래, 인마. 그것도 우리가 붙잡기 바로 전날에!”

“저희 허탕 쳤던 그 날 말입니까?”

“그래!”

“어디서 봤다고 합니까? 시체는! 시체는 봤다고 합니까?”

“아니. 시체는 못 봤다고 하던데. 대신 이런 일이 있더라고…….”

이강진은 자신이 알아온 이야기를 김 형사와 잠시 후에 합류한 공 형사에게 해줬다. 두 형사는 동시에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반장님, 그럼…….”

“그곳에 어쩌면 시체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 그쪽 어딘가에 시체를 묻었다는 소리지.”

이강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 김 형사는 이제 되었다며 기뻐하는 반면 공 형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서 진지한 얼굴로 입을 뗐다.

“그런데 어떻게 그곳에 시체가 있다고 확신을 하십니까? 그날 아무 일 없이 그냥 돌아갔다면서요.”

그러자 김 형사가 바로 말했다.

“공 형사, 그건 아니지. 그냥 간 것이 아니라, 그날 밤 주위를 살펴본 것일 수도 있지. 적당히 시체를 묻을 장소를 말이야. 아마 그다음 날 낮에 다시 와서 어딘가에 묻었을 수도 있잖아.”

“아…….”

공 형사는 곧바로 이해가 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김 형사가 이강진을 봤다.

“반장님, 어떻게 그쪽을 한번 찾아봅니까? 아니, 지금 당장 애들 데리고 가시죠. 잠깐만 훑어보면 답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한데……. 그곳이 말이야…….”

이강진이 살짝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13.

새벽 6시에 오상진과 소대원들이 경계 임무를 마치고 산에서 내려왔다. 공터에는 육공트럭이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자, 장비 다 챙겼지?”

“네.”

“아픈 사람 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자, 모두 승차!”

하나둘 차에 올라탔다. 오상진은 이번에 뒤쪽 짐칸에 올랐다. 조수석은 4소대장에게 양보했다.

소대원들이 모두 빠짐없이 육공트럭에 올라탔고, 모두 다 탄 것을 확인하자 육공트럭이 출발했다.

“출발!”

덜컹거리는 차량 뒤쪽에는 소대원들이 고개를 푹 숙이며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차가 그토록 흔들림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때 김우진 상병이 조영일 일병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영일 일병이 물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제 저녁때쯤에 해진이 형님 되시는 분이 오시지 않았습니까.”

“그래, 왔지. 왜?”

“그분 왜 오신 겁니까?”

“글쎄다. 왜 왔지? 우리 햄버거 사 주러 왔나?”

김우진 상병의 말에 조영일 일병이 고개를 흔들었다.

“에이, 말도 안 됩니다. 고작 햄버거 사 주러 거기까지 왔겠습니까?”

“그럼 무슨 이유인지 넌 알아?”

김우진 상병의 되물음에 조영일 일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건 제 생각인데 말입니다. 어제 오후에 봤던 뉴스 기억하십니까?”

“뉴스?”

“네. 살인범 말입니다.”

“아, 그 살인범 그 사람이 왜?”

“그저께 밤에 할아버지 산소에 왔다는 그 남자 아닙니까?”

김우진 상병이 바로 펄쩍 뛰었다.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무리 살인범이라고 해도 태연하게 우릴 보고 가겠냐고. 저 멀리 다른 곳으로 도망이나 쳤겠지.”

“뭐, 그렇긴 합니다.”

조영일 일병이 또 바로 수긍을 했다.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가 들었다. 그런데 박중근 하사도 얘기를 들어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오상진에게 물었다.

“소대장님.”

“네.”

“애들 말이 사실일까요?”

“사실이겠습니까? 그냥 흘려버리십시오.”

“하지만 이해진 상병 형님이 직접 여기까지 와서 사람을 찾는 거라면…… 뭔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에이, 설마요. 아닐 겁니다.”

오상진은 그저 웃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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