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272화 (272/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72화

27장 이 밤의 끝을 잡고(3)

“1소대와 4소대 다 나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잠시 후 1소대와 4소대 소대원들이 나왔다.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어느새 활동복으로 갈아입은 김이중 상병이었다.

“소대장님 축구 내기한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간만에 킹리 김이중 상병 소환합니까?”

“그래! 오늘 넌 원탑이다.”

“오오, 이제야 원탑입니까? 후후후, 걱정 마십시오.”

그러면서 슬쩍 김일도 병장 곁으로 갔다.

“김 병장님 볼 배달 잘 부탁드립니다.”

“인마, 그건 걱정 말고 받아먹기나 잘해!”

“제가 또 받아먹는 것 하나는 끝장나지 말입니다.”

김일도 병장은 중앙에서 플레이메이커를 맡았다. 그리고 이재민 상병과 심도민 일병까지 미드필드 라인은 건재했다. 다만 수비와 골키퍼가 걱정이었다.

우선 수비라인에는 구진모 일병, 한태수 일병, 조영일 일병, 손주영 이병이 서고 골키퍼로는 최강철 이병이 섰다.

미드필드에는 최우식 상병, 김일도 병장, 이재민 상병, 심도민 일병, 하태중 상병이 섰다.

원톱으로 킹리 김이중 상병을 내세웠다. 이렇듯 라인업을 짠 후 오상진이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자, 작전은 그냥 재미나게, 신나게 놀다 와라.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소대장님!”

“그래, 가라.”

소대원들이 우르르 연병장으로 나갔다. 그 옆으로 4소대장, 박 하사, 한 하사가 나왔다. 4소대장이 물었다.

“내기 축구라고 들었습니다.”

“네.”

“이길 자신 있습니까?”

“이기고 지고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그냥 우리 애들 재미나게 놀면 되죠.”

“에이, 그래도 이기는 것이 좋죠?”

“그야 당연하죠. 다만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5.

잠시 후,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강 소위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소리쳤다.

“전방으로 날려! 날리라고! 그래, 좋았어!”

그렇게 시작한 지 4분 만에 강원 소초가 첫 골을 넣었다.

“우오오오!”

“그렇지 바로 그거야!”

강 소위는 4분 만에 나온 첫 골에 신나 했다. 반면 첫 골을 내준 김일도 병장은 박수를 치며 소대원들을 격려했다.

“괜찮아. 아직 초반이야.”

그러나 10분이 지난 후에 또 한 번 골을 내주고 말았다. 강 소위의 얼굴에 환한 빛이 떠올랐다.

“하하하, 잘한다. 잘해!”

강 소위가 큰소리를 치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자, 지갑 미리 꺼내 놓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그보다 아직 초반입니다.”

“초반에 두 골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넣겠습니까.”

“저희는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입으로는 누가 말을 못 합니까.”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때 이해진 상병이 나왔다.

“소대장님 골키퍼 제가 서겠습니다.”

“뭐? 네가?”

“네.”

“팔은?”

“끄떡없습니다.”

“팔에 금 간 거 붙은 지 얼마 안 됐잖아.”

“소대장님, 정말 괜찮습니다. 모르십니까? 저 이해진입니다.”

“알았다. 조심하고.”

“네. 소대장님.”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이 서로 교체를 했다. 그 후로 이해진 상병의 신들린 선방 쇼가 시작되었다. 강원 소초가 공격하는 족족 이해진 상병이 다 막아냈다.

“오오, 해진이 의외네.”

오상진이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야, 해진이가 저런 실력이 있었다니.”

“원래 골키퍼 선출 아닙니까?”

“아닌데. 저 녀석 야구부 출신이야.”

“네에?”

이해진 상병의 특기는 바로 달려드는 상대방을 향해 더 가까이 붙어버리는 것이었다. 그 어떤 기세에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더 덤벼들어서 상대방을 당황하게 했다. 드리블해서 다가오면 그대로 슬라이딩을 해서 공을 빼앗아 버렸다.

“야, 패스를 해야지. 거기서 무리하게 끌고 가면 어떻게 해!”

“인마, 옆에 내가 있었잖아.”

“뚫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보다 저 자식 뭡니까?”

“왜? 골키퍼가 이상합니다. 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강원 소초 애들이 깜짝 놀랐다. 반면 충성대대는 박수를 치며 이해진 상병을 격려했다.

“좋았어. 해진이 잘한다.”

“멋지십니다. 이해진 상병님!”

그렇게 골키퍼 하나로 분위기가 역전이 되었다. 결국 김일도 병장의 논스톱 패스를 받은 김이중 상병이 그대로 상대 팀 골망을 갈랐다.

그때부터 분위기는 완전히 충성 대대로 넘어왔다. 전반전에만 무려 5골을 연거푸 넣은 것이다.

충성 대대가 5:2로 앞서는 상황에서 전반전이 끝이 났다. 모두 물을 마시러 돌아왔다.

“봐봐라, 저 녀석들 초반 기세와는 달리 완전 주눅이 들었는데.”

박중근 하사가 박수까지 쳐대며 좋아했다. 4소대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오상진이 슬쩍 이해진 상병에게 다가갔다.

“해진아.”

“상병 이해진.”

“오늘 너의 또 다른 재능을 발견했다.”

“저도 저에게 이런 재능이 있다는 것을 오늘 알았습니다.”

“그래. 잘했고! 후반에는 살살 해.”

“네?”

“저쪽 팀 보이냐? 엄청 살벌하지 않아? 이대로 압도적으로 이겼다간 난리 나겠다. 적당히 해서 이겨!”

“에이, 경기에 임할 때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아니야. 이번에는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돼. 해진아.”

“상병 이해진.”

“몇 골만 줘. 그래, 두 골 차까지만 내주면 되겠다.”

“네.”

이해진 상병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오상진의 말처럼 이해진 상병은 후반전 설렁설렁하며 몇 골 내줬고, 7:5로 충성 대대가 강원 소초에게서 승리를 거두었다.

“우와아아! 이겼다.”

“역시 이길 줄 알았다니까.”

원톱으로 출전한 김이중 상병이 5골에 2개의 도움을 기록하는 전천후 활약을 했다.

“역시 충성대대의 킹리! 김이중 상병! 멋진 놈이야.”

“하하하, 감사합니다.”

오상진의 엄지손가락 칭찬에 김이중 상병이 어깨를 으쓱했다. 반면 강원 소초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5골을 넣었다고 해도 진 것은 진 것이었다.

“으으으, 제기랄…….”

강 소위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부르르 떨었다. 그런 강 소위의 마음도 모르고 황금마차가 도착을 했다.

“얘들아, 황금마차가 도착했다. 강 소위님께서 쏜다고 하니까. 다 털어와라!”

“네. 소대장님!”

소대원들은 신이 나서 우르르 황금마차로 뛰어갔다. 황금마차의 문이 열리자 음료수 및 과자가 푸짐하게 실려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 황금마차에 예전보다 더 많은 양이 실려 있었다.

“헉? 뭐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많아?”

강 소위의 중얼거림은 들은 황금마차에서 내린 관계자가 입을 열었다.

“아니, 파견 근무자들이 왔다고 해서 좀 더 많이 가지고 왔지요.”

“그래요?”

강 소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1소대와 4소대는 황금마차에 있는 모든 것을 다 털어서 가져왔다. 물론 먹는 것 위주로 말이다.

“120만 원 나왔네요. 카드로 결제할 거죠?”

“네? 배, 백이십만 원…….”

강 소위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다. 그것을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내밀었다.

“저기 12개월 할부로…….”

“알겠어요.”

그렇게 오상진의 얼굴에 승리의 미소가, 강 소위의 얼굴에는 굴욕감이 번졌다.

6.

이해진 상병의 형인 이강진은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있었다.

“하, 새끼! 연락이 올 때가 되었는데…….”

이강진은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반장이 이 자식 짼 거 아닙니까?”

형사 한 명이 이강진에게 말했다. 그러나 이강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그 녀석은 그럴 녀석이 아니야.”

“하지만 연락 올 때가 한참이나 지났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이강진은 주변 형사들을 달랬다. 사실 이강진은 살인사건을 수사 중이었고, 정보원으로부터 용의자의 은신처에 대한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지금 몇 시쯤 되었냐?”

“밤 9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하아…….”

이강진은 초조해졌다. 오늘 밤을 넘기면 범인을 놓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자식 빨리 연락을 준다고 해놓고…….”

그때 이강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지잉!

이강진의 눈빛이 반짝였다.

“왔습니까?”

“녀석입니까?”

형사들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강진이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발신 번호 제한으로 떠 있었다. 바로 정보원에게서 온 전화라는 것을 직감했다.

“모두 조용!”

이강진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형사님, 접니다.

“야, 이 자식아! 왜 이렇게 연락이 늦어!”

-녀석이 꼭꼭 숨어버리는 바람에 찾는 데 애를 좀 먹었습니다.

“그래서? 찾았어?”

-후후후, 제가 누굽니까. 당연히 찾았습니다.

“어디야?”

-지금 문자로 보내드렸습니다.

이강진은 휴대폰에 온 문자를 확인했다.

“문자 왔다. 고생했다.”

-그보다 이번 건에 대해서는…….

이강진은 끝말을 듣지도 않고 끊어버렸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형사들에게 말했다.

“확보하셨습니까?”

“그래. 출동하자.”

“네.”

형사들이 일제히 수갑과 제압봉을 챙겼다. 이강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형사는 관할 경찰서에 지원요청 넣고!”

“네!”

“어서 가자고!”

이강진을 선두로 형사들이 우르르 나갔다. 그로부터 약 30분 후 어느 주택가 골목에 이강진과 형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원은?”

“곧 온다고 했습니다.”

“주변 경계 확실하게 하라고 하고!”

“네.”

“박 형사와 임 형사는 날 따라오고.”

“네.”

“네.”

이강진은 정보원이 보낸 주소의 빌라로 갔다. 빌라 입구에서 이강진이 주변을 둘러봤다.

“빌라 주변 확실하게 막았지?”

“네. 쥐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알았다. 지금 진입한다.”

“네.”

이강진이 빠르게 빌라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계단을 밟고 4층까지 올라갔다.

“405호라고 했지?”

이강진은 정보원이 보내준 정보로 빠르게 405호 앞에 섰다. 문 양옆으로 형사들이 대기했다. 이강진이 형사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혹시 자해를 할지도 모르니까. 그에 대한 대비도 해놓고.”

“네.”

이강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

안에서 어떤 답변도 없었다. 이강진은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그런데도 안에서는 어떤 답도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강진은 앞에 있는 형사를 봤다.

“이 형사, 비상키 가져왔지?”

“네, 여기 있습니다.”

“문 따.”

“네.”

이 형사가 비상키로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이강진은 곧장 문손잡이를 잡고 재빨리 열어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홍영태!”

그러나 원룸 내부는 조용했다.

“아, 시발! 빨리 찾아봐!”

“네. 반장님.”

형사들이 재빨리 집 안을 확인했다. 원룸이라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없습니다.”

이 형사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강진은 잔뜩 인상을 썼다.

“제기랄!”

범인을 놓쳤다는 것이 화가 잔뜩 났다. 그때 화장실을 수색하던 임 형사가 다급하게 나왔다.

“반장님.”

“왜?”

“여기 좀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강진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하수구에 뭔가가 있습니다.”

“하수구에?”

이강진은 임 형사가 가리킨 곳을 확인했다. 하수구 구멍을 자세히 살펴보니 한쪽에 붉은 자국이 보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