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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71화 (271/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71화

27장 이 밤의 끝을 잡고(2)

“너, 여기 꼼짝도 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김우진 상병이 몸을 돌려 내무실로 갔다. 마침 오상진 역시도 내무실에 와서 설사로 힘들어 하고 있는 소대원 몇 명을 봤다. 오상진이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김우진 상병을 보며 물었다.

“우진아, 너도 그래?”

“뭘 말입니까?”

“설사.”

“아, 저도 한 번 하긴 했지만 지금은 좀 괜찮습니다.”

“그래? 다행이네.”

“그런데 소대장님. 현래가 좀 심합니다.”

“현래?”

“네. 지금 화장실에서 나올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얼마나 심한데?”

“그냥 좀 많이 심해 보입니다.”

오상진이 심각한 얼굴로 소대원들을 봤다. 이대로라면 야간 경계 근무를 서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그때 내무실로 노현래 이병이 들어왔다. 걸어오는 모습이 엉거주춤했다.

“현래야.”

“이병 노현래…….”

“괜찮아?”

“괘,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소대장이 보기엔 안 괜찮아 보이는데?”

“시, 실은 안 괜찮습니다.”

“물은?”

“물 먹으면 또 설사할 것 같습니다.”

오상진은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갑자기 왜 이러지?”

오상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노현래 이병 말고도 대부분의 소대원들이 배가 아프다고 하고, 몇몇은 설사를 했다.

“도대체 왜 이래? 뭘 잘못 먹은 거야?”

“오늘 먹은 건 밥이랑 닭튀김 말고는 없습니다.”

“닭튀김? 혹시 그게 문제였냐?”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닭튀김은 소대장님도 드셨고, 박 하사님도 드셨지 않습니까.”

“그렇지 먹었지. 그런데 나는 괜찮아. 박 하사도 괜찮은 것 같고. 그럼 닭튀김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소대원 대부분이 설사를 한다는 것이 좀 그렇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다가와 말했다. 오상진도 그게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취사장으로 달려가서 닭튀김에 문제가 있던 거 아니냐고 따져 물을 수도 없었다.

“일단 좀 더 지켜보자. 소대장이 약을 구해볼 테니까.”

“네.”

김일도 병장도 대답을 한 후 자신의 배를 살살 어루만졌다.

“갑자기 기름진 게 들어가서 위가 놀라서 그러나?”

그때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이 내무실로 들어왔다. 오상진이 이해진 상병을 보며 물었다.

“해진아.”

“상병 이해진.”

“너는 배 아프고 그러지 않냐?”

“저는 괜찮습니다.”

“강철이는?”

“저도 괜찮습니다.”

그러자 김우진 상병이 바로 말했다.

“해진이야 워낙에 위 자체가 터미네이터급이고 말입니다. 강철이는 아까 닭 얼마 먹지도 않았고, 맞지?”

“네. 한 조각 먹고 안 먹었습니다.”

“그래? 그럼 현래만 심하고 나머지는 배만 조금 아플 뿐인 거지?”

“네.”

그때 박중근 하사가 내무실로 들어왔다. 오상진이 바로 박중근 하사를 불렀다.

“박 하사.”

“네.”

“박 하사도 아까 닭튀김을 먹었는데……. 괜찮지?”

“괜찮습니다. 아무렇지 않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요? 누군 괜찮고, 누군 안 괜찮다니. 그보다 비슷한 증상이 여러 명 나타나고 말이죠.”

오상진이 살짝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박중근 하사에게 물었다.

“4소대장에게 가서 그쪽에 설사 환자 없는지 물어봐 주십시오.”

“네.”

박중근 하사가 4소대 내무실로 가서 물어본 후 바로 내무실로 돌아와 보고했다.

“4소대 애들은 멀쩡하답니다. 뭐, 제가 봐도 멀쩡했습니다.”

“어? 같이 먹었는데 멀쩡하다고? 그럼 닭이 문제 아닌가?”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에 잠겼다. 박중근 하사가 다가왔다.

“소대원들이 이 상태이면 오늘 근무 서는 것은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지금 당장 바꿀 수도 없습니다.”

오상진이 난감해했다. 그런데 그때 안동민 상사가 나타났다.

“소대장님, 근무 중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아, 행보관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혹시 오늘 근무 변경할 수 없죠?”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어떻게 바꿉니까?”

“그렇죠.”

오상진이 난감해하고 있을 때 지나가던 강 소위가 멈춰 서며 물었다.

“왜 그러죠?”

“애들 중에 설사 환자가 있어서 말이죠.”

그러자 곧바로 강 소위의 표정이 변했다.

“아이고, 정말 가지가지 하십니다. 설사 환자까지 나오고 말이죠.”

순간 오상진의 표정 역시 굳어졌다.

“이봐요, 강 소위.”

“왜요?”

“말이 좀 심한 것 아닙니까? 제가 그냥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참았는데……. 그리고 우리 애들이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겁니까?”

그러자 강 소위가 살짝 당황하며 말했다.

“그걸 그렇게 들으십니까? 조금 서운합니다. 그냥 저는 걱정되어서 하는 말인데.”

“아니, 그 말씀이 걱정되어서 하신 말씀입니까?”

오상진이 약간 언성을 높이자 중간에 안동민 하사가 끼어들었다.

“두 분 또 이럽니까? 그리고 오 소위님 이해하십시오. 저희 소대장님이 말씀을 좀 거칠게 하는 편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강 소위가 나섰다.

“와, 듣자 듣자 하니까 행보관님 말 이상하게 하시네. 제가 언제 말을 거칠게 합니까?”

“아, 진짜. 또 왜 나한테 그럽니까. 알았어요, 알았어.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그만하시죠. 제발 두 분 싸우지 좀 마시죠.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오상진도 더 이상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강 소위가 몸을 돌려 걸어갔다.

“에효, 말도 못 하겠네. 말도 못 하겠어. 내 부대인데…….”

그 말을 들은 오상진이 발끈했다.

“저 사람이 진짜…….”

“참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안동민 상사가 오상진 앞을 막아섰다.

“저 친구 성격이 좀 그렇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주십시오.”

“행보관님께서 말씀을 그렇게 하시니까. 이번만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보다 행보관님.”

“네?”

“혹시 비상약 없습니까?”

“있을 겁니다.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보다 근무 변경이 안 되어서 어떻게 합니까?”

“어쩔 수 없죠. 괜찮은 애들 위주로 최대한 해보겠습니다.”

“네.”

그나마 다행인 것은 4소대는 멀쩡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야간 경계 서는 데 크게 이상은 없었다. 그리고 배탈 사건은 이틀이 지나고서야 끝이 났다.

4.

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멍한 상태로 내무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때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던 최우석 상병이 말했다.

“소대장님.”

“왜?”

“주말인데 운동 안 합니까?”

“운동?”

“네, 축구나…….”

“축구?”

오상진이 힐끔 김일도 병장을 봤다. 사실 이곳에 와서 하는 것이라곤 내무실에서 주구장창 쉬든가, 또는 책을 보든가, 잠을 자는 것이 전부였다.

“너희들 안 피곤하냐? 17시면 우리 또 야간 경계 가야 해.”

“아직 3시간 정도 여유 있습니다. 한 시간만 바짝 축구 한 게임 하고 야간 경계 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몸이 너무 무겁습니다.”

김우진 상병도 거들었다.

“맞습니다. 솔직히 너무 심심합니다.”

“그래?”

오상진이 잠깐 고민하고 있을 때 밖을 보던 김우진 상병이 입을 뗐다.

“어? 쟤네들 축구 하는데 말입니다. 이참에 여기 소초와 우리 충성대대 1중대와 축구 시합 어떻습니까?”

김우진 상병의 뜬금없는 축구 시합 제안에 오상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슨 시합이야. 그냥 우리끼리 몸풀기 정도로 하자. 기다려 봐. 소대장이 축구공 빌려와 볼게.”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오상진과 김일도 병장이 연병장으로 나갔다. 한창 축구를 지켜보고 있는 강 소위 곁으로 다가갔다.

“강 소위님.”

“어? 오 소위님 무슨 일입니까?”

“혹시 축구공 남은 것 하나 있습니까?”

“축구 하시게요?”

“네, 애들이 축구를 하고 싶다네요.”

그러자 강 소위가 피식 웃으며 살짝 비꼬듯 말했다.

“이틀 전에 배 아프다고 빌빌거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그 말에 소초에 근무하는 녀석들이 피식피식 웃었다. 김일도 병장은 순간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다 이내 힘을 풀며 말했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그때는 뭘 잘못 먹어서 그런 것입니다.”

김일도 병장의 말에 강 소위가 말했다.

“야, 좀 잘해. 너희들이 그러니까, 너희 소대장 체면이 뭐가 돼. 어이구…….”

“전 괜찮습니다. 우리 애들 몸 건강해졌으니 됐죠, 뭐.”

오상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김일도 병장이 바로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남는 공 하나 없습니까?”

“축구공? 이것밖에 없는데.”

“그럼 저희랑 축구 친선전 한번 하시겠습니까?”

“축구를 하자고? 괜찮겠어? 우리 애들 축구 엄청 잘해!”

“저희도 축구 하는 애들 좀 있습니다.”

“그래? 그럼 하자. 그런데 말이야, 그냥 하면 재미가 없잖아. 내기를 걸자. 음료수 내기?”

김일도 병장이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이 앞으로 나섰다.

“보니까, 여기에 PX는 없는 것 같던데 말입니다.”

“아, PX는 없지만 일주일에 한 번 황금마차가 옵니다. 그런데 딱 오늘 토요일이고 황금마차가 오는 날이네요. 맞지?”

강 소위 뒤에 있는 자신의 소대원들에게 물었다.

“네, 오늘 옵니다.”

“어떻습니까? 오늘 황금마차 털기!”

오상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꼭 그래야 합니까?”

“왜요? 질 것 같습니까?”

“아니, 우리 애들이 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냥 친선전으로 하고 음료수는 제가 쏘는 거로 하면 안 됩니까?”

오상진은 괜히 경쟁을 부추기기보단 좋게좋게 게임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오상진의 말에 오히려 더 기세가 오른 강 소위가 오상진을 도발했다.

“에이, 딱 보니 그쪽 애들 축구 실력이 형편없나 봅니다? 이렇듯 발을 빼고 말이죠.”

“아니, 우리 애들 실력이 형편없는 것이 아니라…….”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황금마차 다 털기 하시죠.”

“…….”

강 소위 입꼬리를 올리며 계속해서 도발을 걸어왔다. 최대한 좋게좋게 넘어가고 싶은 오상진의 마음을 눈치챘으면서도 자꾸만 신경을 건드려왔다.

‘후우, 그래도 참자. 사고 치면 안 된다.’

오상진은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했다.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황금마차에 있는 것 해봤자 얼마나 하겠습니까? 고작 백만 원 나오려나? 그 정도는 해야 다 나눠 먹죠. 그리고 이긴 쪽만 먹습니까?”

“…….”

오상진이 입을 다문 채 가만히 있었다.

“왜요? 자신 없습니까?”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저희가 지면 제가 내겠습니다.”

“어이구야. 오 소위님 돈 많은가 봅니다. 그럼 저희가 지면 제가 내겠습니다.”

강 소위는 호기롭게 말했다. 어차피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돈을 낼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기면 그만이지!’

강 소위의 저 자신만만한 얼굴을 보던 오상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참으려고 했는데……. 한번 실력을 보여줘야겠네.’

오상진이 몸을 홱 돌렸다. 김일도 병장을 향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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