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268화 (268/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68화

26장 은혜는 갚아야지(12)

“야, 인마!”

이해진 상병의 호통 소리에 번쩍 눈을 뜬 최강철 이병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놀랍게도 눈앞엔 정말 커다란 바위 하나가 있었다.

이해진 상병이 최강철 이병을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바위에 얼굴을 크게 부딪힐 뻔한 것이다.

“정신 차려!”

깜짝 놀라 낮게 소리치는 이해진 상병의 목소리에 최강철 이병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최강철 이병이 당황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죄송합니다.”

그 후로 최강철 이병은 잠이 확 달아났다.

15.

순찰을 마치고 본부초소로 오상진이 들어왔다. 4소대장이 바로 일어났다.

“1소대장님 다녀오셨습니까.”

“네.”

“어떻습니까?”

“첫날이라 그런지 애들 전부 졸고 있었습니다.”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4소대장이 피식 웃었다.

“역시, 그럴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때 본부초소로 소대원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조금 전 임무 교대를 한 소대원들이었다.

“충성.”

“그래, 고생했다. 저쪽으로 가서 좀 쉬고 있어라.”

“네.”

“야, 탄약 반납해야지.”

“아.”

늦은 새벽이라 그런지 다들 비몽사몽 했다. 탄창을 박중근 하사에게 반납한 후 총을 거치대에 걸었다. 그리고 한쪽에 마련된 침상으로 가서 누웠다.

“아, 진짜 힘들다.”

“맞습니다. 밤 경계 근무 서는 게 이렇게 지루하고 힘들 줄 몰랐습니다.”

“이런 일을 보름간 해야 해.”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소대원들이 조용히 소곤거렸다. 4소대장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소대원들에게 갔다.

“사발면 안 먹냐?”

“맞다, 사발면!”

휴식을 취하려던 소대원들이 벌떡 일어났다.

“수통에 물 채워왔지?”

“네.”

“저기 전기 포트 있으니까. 물 넣어서 끓여라.”

“네.”

부식 담당 김영민 하사가 소대원들에게 사발면을 나눠줬다. 그래도 밤 근무를 서면 부식은 빵빵하게 나왔다. 좀처럼 먹을 수 없는 사발면이 나오니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새벽 6시가 되었다. 오상진이 시계를 확인했다.

“다들 복귀하라고 했지?”

“네. 조금 있으면 올 겁니다.”

잠시 후 하나둘 소대원들이 본부초소로 들어왔다. 소대원들은 복귀하면서 설치를 했던 TA-312를 회수해서 가져왔다. 이해진 상병은 통신 장비부터 확인했다.

“딸딸이 확인했어?”

“네.”

“P-85K는?”

“개수 다 확인했습니다.”

“야간 투시경은?”

“확인 끝났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심도민 일병에게 말했다.

“도민아.”

“일병 심도민.”

“중대 상황실에 아무 이상 없고, 복귀한다고 알려.”

“네.”

심도민 일병이 곧바로 무전을 때려서 복귀를 알렸다.

“자, 오늘 첫날인데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임무 마치느라 수고했다. 중대로 복귀하자.”

“네.”

그렇게 첫 밤 근무를 무사히 마치고 중대에 복귀했다.

16.

고된 하루를 보낸 1소대원들이 내무실로 들어왔다. 총을 거치대에 걸고 장구류를 벗은 후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졸립다.”

“그래도 밥 먹고 자야 합니다.”

“알아!”

김일도 병장이 수건을 챙겨서 화장실로 갔다.

“난 밥 안 먹는다. 진모야.”

“네.”

“그냥 우유 하나만 챙겨서 가져와라.”

“알겠습니다.”

나머지 소대원들도 밥보다는 잠을 선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상진이 내무실에 와서 말했다.

“다들 고생했고. 세면 후 아침 식사 하고 잠을 잘 수 있도록 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그때 김우진 상병이 손을 들었다.

“소대장님.”

“왜?”

“우리 몇 시에 기상합니까?”

“12시!”

“네?”

소대원들이 깜짝 놀랐다. 지금 당장 7시에 잠들어도 5시간밖에 못 자는 시간이었다.

“12시부터 점심 아니냐. 그리고 점심 먹고 야간 근무 투입 전까지 휴식 시간이니까. 그때 잠을 보충하면 되고.”

“아…….”

김우진 상병은 곧바로 이해했다. 그러자 오상진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시간은 간다. 어서 아침 먹고 잘 준비해.”

“네.”

소대원들은 서둘러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빛이 들어오지 않게 암막 커튼을 쳤다. 오상진은 잘 준비를 마친 소대원들을 바라보며 간단히 인원 체크를 했다.

“고생했고, 잘 자라.”

“안녕히 주무십시오.”

오상진도 자리를 펴서 누웠다. 그렇게 첫날이 무사히 지나갔다.

‘아, 피곤하다.’

오상진은 눈을 감자마자 곧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누군가 바로 불을 켰다.

“일어나십시오. 기상입니다.”

오상진은 순간 짜증이 확 밀려왔다.

17.

최강철 이병이 눈을 감다시피하곤 수건을 들고 세면장으로 향했다. 소대원들 전부 거의 비몽사몽 한 얼굴이었다.

오상진도 마찬가지였지만 애써 정신을 차린 후 중대 행정실로 향했다.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보고서 작성도 해야 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지 알아봐야 했다.

“어제 어땠습니까?”

강 소위가 어느새 다가와 오상진에게 물었다.

“아, 괜찮습니다.”

“괜찮다라……. 많이 피곤할 텐데. 뭐, 육사라 괜찮은 건가?”

강 소위는 괜히 또 한 번 오상진을 건드렸다. 오상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밤 경계 근무랑 제가 육사 나온 거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러십니까?”

“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강 소위가 기분 나쁘게 웃고는 중대 행정반을 나갔다. 오상진은 순간 울컥했다.

‘저, 저 사람 왜 저래?’

그때 중대 행보관 안동민 상사가 다가왔다.

“후후, 그냥 그러려니 하십시오.”

“도대체 강 소위 왜 저럽니까? 제가 뭐 크게 잘못한 것이 있습니까?”

“하하, 아닙니다. 그냥 자격지심이라 생각하십시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꼬인 게 많아 보입니다.”

오상진의 한마디에 안동민 상사가 웃었다.

“참, 오늘 부식은 맛 스타랑 빵입니다.”

“네.”

18.

1소대와 4소대는 점심을 먹으러 와서 밥을 깨작거렸다. 다들 졸음이 쏟아져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정말 너무 피곤합니다.”

“그래도 먹어야지. 적응하면 괜찮을 거야.”

“굳이 밥 먹어야 한다고 깨워야 합니까?”

구진모 일병이 볼멘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김우진 상병이 국에 밥을 말아서 몇 숟갈 뜨며 말했다.

“인마, 행보관님이 항상 말을 하잖아. 밥을 굶는다는 것은 엄청난 전투력 손실이라고 말이야. 그러니 잔말 말고 억지로라도 먹어둬.”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국에다가 밥을 말아 먹고 싶어도 똥국은 언제 어디서 먹든지 맛이 없습니다.”

“그건 나도 인정!”

“저는 다시 내무실로 가서 자고 싶습니다.”

“나도.”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소대원들은 짬밥을 거의 반 이상 버려야 했다.

강원 초소 부소초장이 짬통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짬이 생각보다 많이 쌓여 있었다.

“뭐야? 짬이 왜 이렇게 많이 쌓였어. 반장! 취사반장!”

“네.”

취사반장이 나왔다. 부소초장이 짬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짬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지? 요새 중대에서 짬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는 걸 몰라?”

“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짬은 저희 소대가 아닙니다.”

“그럼?”

“이번에 새로 파견 나온 아저씨들입니다.”

“뭐라고!”

부소초장이 눈을 크게 떴다.

“이것들이……. 아무리 그래도 이러면 안 되지!”

부소초장이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쫓아가서 따지지는 않았다. 다만 눈을 가늘게 뜨며 분노를 곱씹었다.

“다음에 또 이런 식이면 가만있지 않을 테다.”

19.

둘째 날도 어김없이 야간 경계 근무를 나갔다. 그리고 셋째 날, 넷째 날도 이어졌다.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다. 계속해서 야간 근무만 서다 보니 적응이 되었다.

“이제 좀 적응이 된 것 같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말했다.

“그렇지?”

“네.”

“그런데 오늘은 달빛도 없고 별빛도 없네.”

“네, 날이 어둡습니다.”

“밤하늘에 구름이 잔뜩이네.”

“네, 바람도 좀 세게 부는 것이 아무래도 비가 오려는 것 같습니다.”

“일기예보에 비 예보가 있었긴 했어.”

“아, 그래서 판초 우의를 준비하라고 하셨구나.”

“그래. 여기 바닥에 깔아서 잠을 자라는 용도가 아니라.”

이해진 상병의 농담 식 말에 최강철 이병이 눈을 반짝였다.

“어라? 그런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합니까?”

“자는 용도는 아니지만 겨울에 판초 우의를 바닥에 깔고 경계를 섰던 기억이 있었어. 그때 판초 우의가 땅속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아 줬거든.”

“오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기능이 있지.”

이해진 상병은 판초 우의의 뛰어난(?) 성능에 대해서 열변을 토했다. 최강철 이병은 또 하나 배워간다는 듯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우려했던 대로 비가 쏟아졌다.

“야, 판초 우의 써.”

“네.”

하지만 판초 우의를 뒤집어써도 돌풍을 동반한 비를 다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소대원들은 전부 다 비 맞은 생쥐 꼴로 소초에 복귀했다.

“하아, 오늘은 몇 배로 힘들었습니다.”

“누가 그랬습니까? 파견 근무 가면 좋다고 말입니다.”

“왜, 좋잖아. 훈련을 나가, 누가 터치를 해. 야간 근무 빼고는 전부 휴식이잖아.”

김우진 상병이 말했다. 하지만 다른 소대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야간 근무 외에 다른 훈련을 하지 않아서 좋았지만 이 야간 훈련이 너무 힘들었다.

오상진이 말했다.

“어제 비도 오고, 몇 배로 힘들었을 거다. 고생했고, 행보관님이 특별히 말해서 샤워실을 이용하도록 했다. 다들 따뜻한 물에 샤워한 후 취침에 들 수 있도록 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 고생했다. 해산!”

그때 김일도 병장이 손을 들었다.

“소대장님.”

“그래 일도야.”

“다들 비에 전투복이 젖어서 빨아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곳 세탁기를 이용할 수 있습니까?”

“세탁기? 내가 행보관님께 얘기해서 조치를 취해놓도록 하마.”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행보관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그날 오후 14시에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자, 전투복 모두 꺼내 놔라.”

“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일병과 노현래 이병이 세탁물을 받아 움직였다. 그리고 곧장 세탁기로 가서 세탁했다.

구진모 일병이 세탁기가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내무실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조금의 시간이 흘렀을 때, 세탁기 주인이 나타났다.

“어? 세탁기 사용 중이네.”

“누가 사용 중이지?”

“야, 지금 이 시간 우리가 사용할 시간 아냐?”

한 상병이 말했다. 임 일병은 자기 소대 세탁물을 내려놨다.

“원래 이 시간이면 우리 2소대가 세탁할 시간인데…….”

“야, 누구 건지 확인해 봐.”

“네.”

임 일병이 확인을 해 보니 충성대대 전투복이었다.

“한 상병님 파견 나온 아저씨들 겁니다.”

“뭐? 저 녀석들 거?”

“네.”

“이 자식들은 누구 허락을 받고……. 야, 꺼내!”

“네?”

“꺼내라고!”

“하지만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 자식이! 내가 꺼내라면 꺼내! 뒤질래?”

“아, 아닙니다. 진짜 꺼냅니다.”

“괜찮아 꺼내! 이 세탁기 우리 거지, 쟤네 거냐?

“알겠습니다.”

임 일병이 세탁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아직 세탁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전투복을 꺼내려는데 김일도 병장이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그 모습을 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