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267화
26장 은혜는 갚아야지(11)
“오늘 초소 확인 잘해. 내일부터 나도 없을 테니까.”
“어디 가십니까?”
“소대 훈련 보내놓고 안 가 볼 수 없잖아.”
“아! 네.”
그렇게 오상진과 4소대장은 2시간 가까이 초소를 둘러보고 돌아왔다.
13.
16시가 되고 내무실에 불이 켜졌다.
“자, 모두 기상!”
오상진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소대원들을 깨웠다. 오랜만에 만끽하는 달콤한 낮잠이라 그런지 쉽게 잠에서 깨지 못했다.
“빨리 일어나라. 준비해서 나가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소대원들은 매트와 이부자리를 정리한 후 탄띠와 방탄 헬멧을 착용했다.
“해진아.”
“네.”
“넌 무전기랑 야간 투시경 배터리도 확인하고.”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세수하고, 저녁을 먹은 후 17시 30분까지 연병장에 집합한다.”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4소대로 향했다. 4소대 소대원들도 휴식에서 깨어나 분주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4소대장.”
“네.”
“17시 30분까지 저녁을 먹고 준비해서 연병장에 집합시키도록 하시죠.”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중대 행정반으로 향했다. 보고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는 사이 1소대 최강철 이병은 이해진 상병을 도와 통신 장비 확인을 했다.
“이 상병님 이제 저희 경계 임무에 투입합니까?”
“그런가 보네.”
“뭘 준비하면 됩니까?”
최강철 이병의 질문에 이해진 상병이 잠시 두리번거리며 무엇이 필요한지 살피곤 최강철 이병에게 말했다.
“강철아.”
“이병 최강철.”
“PRC-999K 배터리 예비분 좀 가져다줄래?”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도 이해진 상병을 도와 소대 통신병 교육을 받았었다. 그래서 대략적인 통신 관련 장비들은 알고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딸딸이(TA-312)도 확인해 보고.”
“네, 예비분 포함 4개 확인했습니다.”
“P-85K는?”
이해진 상병이 묻고 최강철 이병이 일일이 확인을 하는 식이었다.
“확인했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통신 장비를 다 확인한 후 더플백에 넣었다.
“강철아, 너 잊지 말고 이거 잘 챙겨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PRC-999K를 등에 메고 연병장으로 나갔다.
“참! 강철아. 암구호는? 전파했어?”
“네, 했습니다.”
“그래, 잘했다. 우리 강철이 이제 일병 달아도 되겠는데?”
“그럼 이 상병님이 달아주시는 겁니까?”
“자식이, 넉살은. 암튼 가자.”
“넵.”
잠시 후 오상진이 나왔다.
“준비 다 되었냐?”
“네.”
“저녁은 맛나게 먹었고?”
“그렇습니다.”
오상진은 소대원들의 복장을 일일이 검사하는 것과 동시에 소대원들의 상태를 살폈다.
“어디 아픈 사람은 없지?”
“없습니다.”
“그래.”
오상진이 일일이 확인을 마칠 무렵 박중근 하사가 뭔가를 들고 나타났다.
“다녀왔습니다.”
“탄창 제대로 확인했습니까?”
“네.”
그때 4소대 부소대장인 김영민 하사가 뒤늦게 뛰어왔다. 김영민 하사는 부대에 전입 온 3개월 차 부소대장이었다.
“김 하사, 부식은?”
“네, 차량에 실었습니다.”
“수고했어요.”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소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자, 모두 차량에 탑승!”
“탑승!”
소대원들은 덮개를 벗긴 육공트럭에 올라탔다. 제일 마지막으로 박중근 하사가 올라타며 연결 바를 고리에 걸었다. 그리고 차량을 쾅쾅 치며 소리쳤다.
“출발!”
오상진도 조수석에 올라타며 말했다.
“출발하지.”
“네.”
그렇게 파견 근무지에서 첫 야간 경계 근무지를 향해 출발했다.
소대원들을 태운 육공트럭은 도로를 약 20분, 비포장도로를 10분 정도 달려 어느 작은 산 아래 공터에 도착했다.
조수석에서 오상진이 내렸다.
“자, 도착했다. 모두 하차!”
소대원들이 오상진을 따라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비 잊어버리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짐까지 모두 하차를 한 후 오상진이 운전병에게 말했다.
“내일 6시 전까지 이곳에 도착해야 해.”
“네.”
오상진이 선두에 서서 본부초소로 이동했다. 약 5분을 걸어 초소에 도착했다. 초소의 크기는 약 5평 정도 되었다. 책상과 의자가 있고, 한곳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침상이 있었다.
“해진아.”
“상병 이해진.”
“중대 쪽과 통신 개통해.”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곧바로 PRC-999K를 내려서 책상 위에 놓았다. 그리고 곧바로 수화기를 들어 중대와 연락을 취했다.
“치익! 알파 나와라, 알파! 여기는 올빼미. 치익!”
잠시 후 수화기로 음성이 들려왔다.
-치익. 올빼미, 올빼미. 여기는 알파. 치익!
“올빼미 현 시간부로 둥지에 안착, 올빼미 현 시간부로 둥지에 안착. 입감했는지.”
-알파, 입감 완료.
중대와의 통신 연결을 완료한 이해진 상병은 곧장 고개를 돌려 오상진에게 보고했다.
“소대장님 중대와 통신 연결했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그리고 4소대장과 박 하사는 인원별로 나눠서 초소 경계 임무 투입시키시죠.”
“네, 알겠습니다.”
“네.”
“아, 그리고 초소에 투입되면 곧바로 보고할 수 있도록.”
“네.”
각 초소별로 TA-312와 P-85K를 하나씩 건넸다. 그리고 인원별로 나눠 돌아가며 2시간씩 교대로 투입시키는 것으로 했다.
소대 통신병으로는 4소대 심도민 일병이 먼저 남기로 했다. 그리고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이 초소에 투입됐다.
“자, 여기에 1조 투입.”
1조가 투입되었다. 박중근 하사가 주의사항을 말했다.
“졸지 말고, 경계 잘 서! 그리고 조금이라도 이상징후가 보이면 보고하는 거 잊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그래, 수고해라.”
박중근 하사는 다음 초소로 이동했다. 그렇게 각 초소별로 인원을 배치한 후 본부초소로 돌아왔다.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도 위치에 도착했다.
초소라고는 하지만 그 흔한 지붕도 없이 그저 돌벽으로 앞을 가로막은 곳이었다.
“자, 일단 본부초소에 보고부터 하자.”
“네.”
최강철 이병은 곧바로 일명 딸딸이(TA-312)를 자리에 내려놓았다. 그곳엔 미리 본부초소에서 가져온 전선이 있었다. TA-312에 전선을 연결한 후 전화기 옆의 있는 손잡이를 돌렸다.
딸딸딸딸딸!
본부초소의 TA-312가 울리자 심도민 일병이 곧바로 받았다.
“통신보안 본부초소입니다.”
-5-3초소 투입 완료했습니다.
“네,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모두 투입 완료와 통신개통을 확인한 후 오상진에게 보고했다.
“소대장님.”
“그래.”
“모든 초소 통신개통 및 투입 완료했다고 합니다.”
“그래. 알았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초소를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 초소 넘어 넓디넓은 바다가 보였다. 그리고 어슴푸레 어둠이 내려앉았다.
14.
밤 12시경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은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두 번째 초소 투입을 했다.
“와, 너무 어둡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말했다.
“그러게 오늘은 달빛이 밝지 않네.”
이해진 상병이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이 보였다. 그중 초승달이 중앙에 떠 있었다.
최강철 이병이 총을 든 채로 넓은 밤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이해진 상병이 야간 투시경을 내밀었다.
“너 이거 써 볼래?”
“이게 뭡니까?”
“이거 야간 투시경.”
“오오, 밤에도 밝게 보이게 한다는 그 기계 아닙니까.”
“맞아. 한번 봐봐.”
“네.”
최강철 이병은 신기해하며 야간 투시경을 썼다. 그런데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 상병님 그런데 하나도 안 보입니다.”
최강철 이병이 손을 허우적거리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던 이해진 상병이 피식 웃었다.
“인마, 전원을 켜야 보이지.”
“아, 전원 말입니까?”
“가만히 있어 봐.”
이해진 상병이 야간 투시경 중앙에 있는 스위치를 눌렀다. 순간 최강철 이병의 눈앞에 녹색 스크린이 보였다.
“와, 보입니다. 이야, 신기하네.”
최강철 이병은 군인이 아니라면, 아니, 해안경계에 투입되지 않았다면 경험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해진 상병은 연신 감탄을 내뱉으며 신기해하는 최강철 이병의 모습이 귀여워 보여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저기 이 상병님.”
“왜?”
“야간 투시경은 어떻게 보이는 겁니까?”
“빛의 증폭이야.”
“네? 빛의 증폭?”
“그래. 우리가 시각으로 물체를 보는 것은 사실 빛이 물체에 반사되는 것을 감지하는 것이야. 그런데 밤에는 그 빛이 없으니 잘 보이지 않는 거고.”
“아…….”
“그런데 말이야. 아무리 밤이라도 완전한 어둠은 극히 드물어. 희미하게나마 별빛이나, 아니면 달빛에 빛이 부딪쳐서 반사되어 보이는 경우가 있어. 그 반사된 빛을 수천, 수만 배 증폭시키는 장비가 바로 야간 투시경이야.”
“역시 이 상병님.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어깨를 으쓱했다.
“난 한 번 보고 겪은 일은 다 기억해. 이번 파견 근무는 해본 적이 없어서 알지 못했던 거지.”
“네.”
최강철 이병은 대답을 한 후 한참이나 야간 투시경을 통해 보이는 초록색 밤바다를 즐겼다.
만약 이해진 상병의 한마디가 없었다면 근무가 끝날 때까지 착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배터리 아껴야 한다.”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은 다시 멍하니 밤 경계를 섰다.
하지만 익숙지 않은 밤 경계다 보니 여러 가지 고충이 있었다.
모기와의 전쟁이 그중 하나였고, 무엇보다 가장 큰 전쟁은 바로 졸음과의 전쟁이었다.
현재 새벽 2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원래라면 이 잠을 자고 있을 시각이었다.
꾸벅꾸벅!
“강철아.”
“네?”
“졸면 안 돼.”
“아, 안 졸았습니다.”
“안 졸긴…….”
“죄송합니다. 그런데 진짜 졸음 참기가 너무 힘듭니다.”
“후후후…….”
이해진 상병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렸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 봐. 만약 너가 졸음을 못 참겠다고 살짝 조는 틈에, 우리가 경계하는 곳에 간첩이 쳐들어왔다고.”
이해진 상병이 상상을 하게끔 만들었다. 최강철 이병이 눈을 번쩍 떴다.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렇지? 그러니 경계 똑바로 서!”
“넵!”
하지만 그 결심은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깨졌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바로 눈꺼풀이라고 했던가. 최강철 이병의 눈꺼풀이 계속 무너져내렸다.
최강철 이병은 머리를 흔들어가며 정신을 차려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한 번 내려가기 시작한 눈꺼풀은 쉽사리 올라가지 않았다.
이해진 상병도 그런 최강철 이병을 더 이상 깨우려 하지 않았다. 자신만 정신을 차리고 있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밤 근무도 적응만 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최강철 이번만 봐준다.’
이해진 상병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최강철 이병이 꾸벅꾸벅 졸다 못해 앞으로 쓰러지려고 했다.
“어쭈!”
그렇게 몇 번 휘청거리던 최강철 이병의 몸이 앞으로 꼬꾸라지려 했다.
“어어?”
최강철 이병이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 그런데 그만 균형을 잃고 앞으로 넘어졌다. 그때 이해진 상병이 최강철 이병의 팔을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