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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64화 (26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64화

26장 은혜는 갚아야지(8)

한소희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오상진과 한 사장은 그런 한소희의 말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야, 역시 우리 사모님. 미리 다 준비를 해오셨구나. 이거 제가 나설 필요가 없겠어요.”

“그냥 여러 건물들을 조사하면서 이랬으면 좋겠다 하고 구상한 것뿐이에요.”

“어휴. 그런 구상을 아무나 하나요? 사모님 같으신 분들이나 하시는 거죠.”

한 사장이 너무 추켜 세워주니까 한소희가 살짝 민망한지 멋쩍게 웃었다. 그러자 한 사장이 따라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모님이 말씀해 주신 구상에 맞출 수 있도록 제가 최대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그리고 빌딩 관리 사무실은 어디에다가 두실 생각이신가요?”

한 사장의 물음에 한소희가 바로 답했다.

“5층 구석진 곳이 좋지 않을까요? 어차피 4층, 5층은 사무실로 개조할 생각인데. 구석진 곳을 관리실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한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사모님이 똑소리 나십니다. 별생각 없는 분들은 1층에 관리 사무실을 두곤 하는데 그럼 오가는 사람들도 많고 경비실로 착각하는 이들도 있고 해서 업무에 집중하기가 힘이 듭니다.”

“생각해 보니까 그렇겠네요.”

“그리고 사장님께서 이번에 매입하신 빌딩이 비록 5층이지만 작은 편은 아닙니다. 이게 컨셉만 잘 잡고 가시면 수입도 괜찮을 겁니다. 그전 건물주가 이런저런 소송 때문에 건물을 놀리는 바람에 워낙에 공실이 많았고, 주변 상권도 약간 불안전한 면도 없잖아 있었는데 사모님 말씀처럼 확실한 컨셉을 잡고 가면 충분히 해볼 만할 겁니다.”

한 사장의 말에 한소희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오상진을 바라봤다.

“어때요, 상진 씨. 나도 좀 쓸 만하죠?”

“네, 역시 우리 소희 씨가 최곱니다.”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던 한 사장이 다시 물었다.

“참, 공사는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급한 대로 1층 식당부터 리모델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가 빨리 식당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식당부터 먼저 공사를 하고, 공실은 우리 소희 씨가 말한 것처럼 맞춰서 진행하도록 하죠.”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언제까지 입주를 시키면 되겠습니까?”

“시간은 상관없습니다. 대신 충분히 업종에 맞게 검토를 한 후 계약해 주세요. 저도 가능하면 좋은 세입자를 만나고 싶으니까요.”

“아, 시간도 넉넉하게 주시고 하시니 제가 맘이 편해집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제가 꼼꼼하게 알아보고, 좋은 세입자분들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주십시오.”

“네.”

한 사장이 다시 한번 다이어리에 메모를 한 후 인사를 했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네, 수고해 주십시오.”

오상진도 인사를 했다. 부동산 한 사장과 만남을 끝내고, 1층에 내려가니 바른 인테리어 공 사장이 도착해 있었다.

“아, 공 사장님 오셨습니까?”

“네, 사장님. 먼저 빌딩 구매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저를 부르신 것은 여기 빌딩 인테리어를 전부 저희에게 맡기시려고…….”

공 사장이 바로 영업에 들어갔다.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 일단 1층 식당부터요. 그곳을 잘해주시면…….”

그러자 공 사장이 냉큼 오상진의 손을 잡았다.

“물론 잘해드려야죠. 물론 건물이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새 건물이나 다름 없지만 또 느낌이라는 게 그렇지 않으니까요. 맡겨만 주시면 제가 완벽하게 뜯어서 새 건물처럼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네, 알겠습니다. 일단 식당으로 가시죠.”

“네. 사장님.”

오상진이 웃으며 1층 매장으로 공 사장을 안내했다. 45평 규모로 어머니가 국밥집을 할 곳이었다. 오상진은 어머니가 말한 대로 공간 공간의 활용도를 설명했다.

“이곳이 부엌이 되고요. 그다음 이곳이 카운터, 이곳은 앉아서 먹게 마루로 만들고, 저곳부터 여기까지 테이블과 의자를 놓았으면 합니다.”

오상진은 어머니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얘기해 줬다. 그 옆에서 한소희는 다이어리에 꼼꼼히 메모했다. 공 사장 역시 메모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식당 경험이 있는 어머니가 효율적인 동선을 정해 준 덕분에 한소희도 딱히 끼어들 만한 게 없었다.

그래서 한소희는 깐깐한 안주인 노릇을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공 사장님. 꼼꼼히 잘 해주실 거죠?”

공 사장이 한소희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물론입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불러야…….”

공 사장의 시선이 오상진에게 향했다. 그러자 오상진이 잠시 고심하더니 한소희를 위해 적당히 둘라댔다.

“아,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하고 결혼할 사람입니다.”

“아, 사모님 되실 분이군요. 아이고, 반갑습니다.”

공 사장이 바로 인사했다. 한소희도 인사를 하며 슬쩍 입을 열었다.

“네. 반가워요, 공 사장님.”

“사모님이 이렇게 미인이신 줄 몰랐습니다.”

“호호. 고마워요. 그래도 공사 대충 하시면 안 돼요, 제가 자주 들러서 확인할 거예요.”

“물론 그러셔야죠. 그러시는 것이 저희도 편합니다. 나중에 다 했는데 맘에 안 든다고 하시면 오히려 난감합니다. 중간중간에 확인하시고 바로바로 말씀해 주셔야 수정하기 편합니다.”

“아, 그래요?”

“네. 사실 엉덩이 무거운 분들이 종종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분들은 꼭 저희보고 알아서 다 하라고 말을 해놓고 막상 완성된 것을 보면 불만을 제기합니다. 다 끝내놓고 수정하면 저희도 힘들고, 고객님들도 짜증이 나지 않겠습니까?”

공 사장의 말을 듣고 한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께서 말씀하신 게 참 마음에 드네요.”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공사 단계가 끝날 때마다 사모님 의견을 꼭 여쭙도록 하겠습니다.”

화기애애해진 분위기 속에서 공 사장은 오상진의 요구사항을 차근차근 되짚어 보았다.

“이렇게 준비해 달란 말씀이시죠?”

“네, 사장님이 경험이 많으셔서 그런지 한 번에 이해하시네요.”

“어이구. 이 정도도 못하면 이 일 하지 말아야죠. 알겠습니다. 그럼 설계도 잡히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주십시오.”

공 사장도 떠나고 오상진이 한소희 손에 들린 기기를 봤다.

“소희 씨, 그건 뭐예요?”

“아, 이거요? 녹음기예요.”

“녹음기는 왜요?”

“이렇게 녹음을 해놔야 나중에 딴소리 못 하잖아요. 오리발 내미는 업체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제가 이 많은 것을 다 기억할 수는 없으니까 안전장치로 녹음해 두는 게 좋겠다 싶어서요.”

한소희가 조용히 말했다.

“아, 그렇구나.”

“아무튼 이곳은 저에게 맡겨둬요. 제가 종종 와서 확인해 볼 테니까요. 어차피 상진 씨 파견 가면 못 오시잖아요.”

“그렇긴 한데…….”

오상진이 살짝 미안한 얼굴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한소희가 입을 뗐다.

“또 그 표정! 전 괜찮다니까요.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 그런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 어떻게 해요.”

“그냥 힘든 일을 다 맡기는 것 같아서요.”

“에이, 어차피 저도 공부도 되고 좋죠.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고마워요.”

오상진은 한소희가 너무나 예뻐 보여 그만 살포시 안아버렸다.

“어멋!”

한소희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다가 피식 웃으며 같이 끌어안았다.

“파견 잘 다녀와요. 여기 걱정은 하지 말고.”

“네.”

그렇게 다시 보름의 시간이 훌쩍 지나 파견의 날이 다가왔다.

11.

오상진은 새벽 일찍 일어나 부대로 출근했다.

부대는 아침 점호가 한창이었다. 오상진은 잠깐 아침 점호를 바라보다 바로 중대행정반으로 갔다.

“어디 보자.”

오상진은 파견 나갈 강원도 중대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 그리고 정리해 놓은 리포트를 가방에 넣고 일어났다.

때마침 박중근 하사가 행정반에 들어왔다. 박중근 하사의 어깨에도 커다란 가방이 들려 있었다.

“충성. 소대장님 일찍 오셨습니다.”

“박 하사 왔습니까.”

“참, 지금 연병장에 운송대대에서 지원 나온 버스가 도착해 있다고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박 하사는 내무실로 가서 애들 빨리 연병장에 집합시키시죠. 저는 중대장님 출근하셨는지 확인하고 보고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박중근 하사가 중대 행정반을 나가 1소대 내무실로 향했다. 그때 4소대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 4소대장.”

“네.”

“4소대는 어떻습니까?”

“방금 출근하면서 확인했습니다. 소대원들이 준비 다 끝냈다고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저 지금 중대장님께 보고하러 가니까. 4소대도 연병장에 집합시키도록 하시죠.”

“네.”

“아, 그리고 행보관님께서 아침 식사로 전투식량을 준비시켰으니까, 차량에서 먹는 거로 하죠. 12시 전까지 강원도에 도착해야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4소대장도 행정반을 나갔다. 오상진도 한 번 주위를 둘러본 후 행정반을 나섰다.

한편, 그 시각 1소대 내무실에서는 소대원들이 파견 나갈 군장을 꾸리고 있었다.

“모두 군장 다 차렸지?”

“네. 그렇습니다.”

“자신의 관물대 다시 한번 확인하고! 보름 동안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꼼꼼히 확인해라.”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완전군장 차림으로 말했다. 소대원들은 관물대에 있는 물품을 군장에 다 넣었다. 그때 내무실 문이 열리며 구진모 일병이 박스 하나를 챙겨서 가져왔다.

“전투식량 챙겨 왔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박스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자, 군장 빨리 정리하고 전투식량 하나씩 챙겨라. 그리고 한태수.”

“일병 한태수.”

“태수는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 좀 받아오고.”

“네, 알겠습니다.”

한태수 일병이 주전자를 챙겨서 나갔다. 그사이 조영일 일병이 상황실에서 총기 거치대 열쇠를 가져와 열었다.

“총기 거치대 열었습니다.”

“모두 총 챙겨라.”

“넵!”

“자자, 시간 없다! 모두 서둘러!”

김일도 병장이 독려하는 사이 내무실 문이 열리며 박중근 하사가 들어왔다.

“준비 다 되었냐?”

“충성! 네. 그렇습니다.”

“그럼 모두 연병장에 집합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한태수 일병이 주전자를 들고 나타났다.

“물 가져 왔습니다.”

“군장 다 정리한 순서부터 전투식량에 물 붓고 고무밴드로 잘 동여매서 방독면 안에다가 넣어놔. 차량 탑승 후 아침 식사를 한다고 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의 지시에 소대원들은 다들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으로 구진모 일병이 끝까지 남아 최종적으로 내무실을 확인했다.

암막 커튼을 치고 뭐 하나 빠진 것이 없는지 확인한 후 내무실 불을 껐다.

그렇게 1소대는 구진모 일병이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나갔다.

연병장에는 어느새 완전군장 차림의 1소대와 4소대가 모였다.

박중근 하사가 최종적으로 인원을 점검했다.

“간밤에 환자 거수?”

김일도 병장이 확인했다.

“없습니다.”

“좋아. 이대로 대기하도록.”

박중근 하사도 자신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기다렸다. 잠시 후 오상진이 김철환 1중대장과 함께 나왔다. 그리고 간단한 신고식을 끝냈다.

“모두 무사히 잘 다녀오길 바란다.”

김철환 1중대장의 간단한 인사말을 끝으로 군장과 짐들은 육공트럭에 다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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