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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61화 (261/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61화

26장 은혜는 갚아야지(5)

“안 타세요?”

“아, 먼저 올라가세요. 전 수현이 엄마랑 얘기 좀 할게요.”

“네. 그럼 저 먼저 올라갈게요.”

신순애가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곧바로 정수현 어머니를 불렀다.

“수현 엄마.”

“응?”

“아까 그 사람 아는 사람이야?”

“몰랐어? 우리 여기 펜트하우스 사시는 분.”

“어? 정말? 펜트하우스 산다고?”

“그렇게 보지 마.”

“아니, 옷이 펜트하우스랑은 너무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저분이 워낙 검소하게 사시는 분이라 그래. 말하는 것 보면 기품이 철철 넘치시잖아.”

“그런가?”

“무엇보다 우리 수현이네 반장 알지?”

“아, 전교 1등!”

“그래, 그 애가 저 집 둘째 아들이야.”

“아, 그래?”

“그래서 우리 딸이 저 집 가서 공부하잖아.”

“뭐야, 그래서 이번에 수현이 성적이 올라간 거야?”

“그렇지.”

정수현이 엄마가 실실 웃었다. 그러자 성진 엄마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뭐야? 그런 고급 정보는 나한테도 알려줬어야지.”

“고급 정보가 왜 고급 정보겠어.”

“그러지 말고 나도 다리 좀 놔줘. 우리 성진이도 함께 공부 좀 하게.”

“에헤이. 왜 이러실까? 성진이 엄마 그렇게 안 봤는데…… 좀 그렇다.”

“아니, 왜?”

“우리 수현이랑 둘이서 오붓하게 공부를 한다는데 끼고 싶어? 해도 너무하네.”

“뭐 어때? 공부할 때 겸사겸사 같이하자는 거지.”

성진 엄마는 정수현이 오정진과 단순히 스터디 모임을 하는 것뿐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수현 엄마는 오정진을 딸 수현이의 공부 친구로만 보지 않았다.

“아무튼 난 못 들은 거로 할게.”

그러면서 정수현 어머니가 음식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그 모습을 성진 엄마가 바라보며 팔짱을 꼈다.

“뭐야, 진짜. 아주 혼자만 잘났지.”

그러면서 힐끔 엘리베이터 층수를 확인했다. 꼭대기 층인 25층에 멈춰 있었다.

“저 아줌마가 펜트하우스에 산다고? 이거 좀 친해져 봐야겠는데.”

성진 엄마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7.

다음 날.

2소대장이 행정반에 들어오자 3소대장이 입을 열었다.

“2소대장님. 소식 들으셨습니까?”

“뭘?”

“저기 강원도 무슨 대대더라? 아무튼 거기서 우리 대대에 파견 근무 요청이 왔습니다.”

“그래?”

장재일 2소대장의 눈빛이 환해졌다.

“그런데 파견 건이 우리 중대에 떨어졌어?”

“네. 다른 중대는 훈련이다 뭐다 해서 여력이 없다고 우리 1중대가 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 흠……. 그렇단 말이지?”

잠시 고심하던 장재일 2소대장은 행정반으로 들어오는 4소대장을 밀치며 김철환 1중대장실로 향했다.

똑똑!

“응, 들어와.”

장재일 2소대장이 들어오며 경례를 했다.

“충성.”

“어, 무슨 일이야?”

“파견 근무 요청 왔다고 들었습니다.”

“왔지. 왜?”

“저희 2소대가 가면 안 됩니까?”

“거기 파견 근무 가 봤자 별거 없을 텐데. 해안 경계 근무야. 낮과 밤이 완전히 바뀔 텐데…….”

“그래도 가고 싶습니다.”

“그래? 기다려 봐.”

김철환 1중대장이 각 소대 훈련 일정표를 확인했다. 그런데 파견 근무 날짜와 2소대 훈련 날짜가 겹쳤다.

“2소대장, 너희 소대는 안 되겠는데.”

“네?”

“그날 너희 소대 훈련 잡혀 있잖아. 몰랐어?”

“후, 훈련 잡혀 있습니까?”

“뭐야? 소대장이 그것도 몰라? 시가전 모의 훈련이잖아.”

“아, 맞다.”

장재일 2소대장이 그제야 기억이 난 모양이었다.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야? 소대장이 되어서 훈련 날짜도 기억 못 하고.”

“죄, 죄송합니다. 중대장님 그 훈련 미루면 안 됩니까?”

“뭐? 미뤄? 잡힌 훈련을 어떻게 미뤄! 그리고 지금 그게 소대장이 되어서 할 소리야?”

장재일 2소대장은 융통성을 발휘해 달라고 부탁한 거지만 있는 그대로 해석하자면 충성 대대 내 훈련을 미루고 파견 근무를 가고 싶다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었다.

“제정신이야? 요즘 잔소리 좀 안 들었더니 살 만해? 그런 거야?”

“아닙니다.”

2소대장이 곧바로 시무룩해졌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나가! 너 이번 모의 시가전 훈련 한번 지켜보겠어.”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장재일 2소대장은 또 한 번 김철환 1중대장에게 찍혔다.

“아무튼 2소대장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 파견 근무 요청 공문을 확인했다.

“그보다 어느 소대를 보내지? 두 개 소대를 보내라고 했는데……. 상진이를 보내? 아니지, 너무 1소대만 끼고 돈다며 반발할 수도 있고.”

김철환 1중대장이 중얼거리며 훈련 일정표를 확인했다. 그런데 파견 근무 날짜에 큰 훈련이 잡히지 않은 소대는 1소대와 4소대뿐이었다. 3소대도 같은 날 2소대와 훈련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 1소대랑 4소대네? 에이, 오상진 안 보내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보내야겠네. 하긴 1소대는 현재 인원도 부족하고, 밑에 애들 가르치려면 아직 시간도 필요하고. 그동안 일도 있었으니까. 머리도 식힐 겸 보내야겠다.”

김철환 1중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1중대 행정반으로 향했다. 행정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자, 주목!”

간부들의 시선이 일제히 김철환 1중대장에게 향했다.

“너희들도 소식은 들었지? 우리 중대에 파견 요청이 왔다. 그래서 2개 소대를 보내려고 한다.”

김철환 1중대장의 말에 3소대장과 4소대장의 눈빛이 반짝였다. 반면 장재일 2소대장만 표정이 썩어 있었다. 이미 안 된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중대장이 추후 일정 등 곰곰이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니까 불만 없었으면 한다. 1소대장.”

“네.”

“그리고 4소대장.”

“네.”

“두 소대가 이번 파견근무로 간다. 일정은 1소대장이 관리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다들 일 봐.”

김철환 1중대장이 얘기를 한 후 행정반을 나갔다. 4소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뻐했다.

“와, 파견 갑니까? 저 정말 파견 가고 싶었습니다.”

3소대장이 많이 아쉬워하는 얼굴로 말했다.

“아, 저도 가고 싶었지 말입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저희 소대 시가전 모의 훈련이 잡혀 있지만 않았어도 한번 욕심내 보는데 말입니다.”

3소대장이 그 얘기를 하자 장재일 2소대장이 입을 뗐다.

“뭐야? 3사는 또 차별이야?”

순간 3소대장이 움찔했다.

“설마…….”

그러다가 3소대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그건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1소대랑, 4소대만 가잖아.”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2소대와 3소대가 시가진 훈련 잡혀 있는데 말입니다.”

“그럼 1소대와 4소대는?”

“두 소대는 지난번에 시가전 모의 훈련 하지 않았습니까.”

“젠장. 일정을 누가 짠 거야?”

장재일 2소대장이 투덜거렸다. 그러자 3소대장이 어이없다는 듯 장재일 2소대장을 바라봤다.

“2소대장님이 그렇게 짜지 않았습니까.”

“내가?”

장재일 2소대장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신이 짠 것이 맞았다. 1소대는 인원이 부족하다는 것도 있지만, 솔직히 불편해서 뺐고, 4소대는 말을 안 들어서 싫었다. 그래서 만만한 3소대를 묶어서 훈련 일정을 올린 것이었다.

‘아, 제기랄! 내가 그랬네. 그때 내가 왜 그랬지?’

결국 제 꾀에 넘어간 장재일 2소대장이 똥 씹은 얼굴로 한마디 했다.

“어쨌든 좋겠다. 부럽다 젠장.”

그러자 4소대장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이, 우리가 어디 놀러 갑니까? 파견 가지 않습니까? 눈칫밥 먹으러 말입니다.”

“뭐? 눈칫밥?”

“네. 다른 대대에서 눈칫밥을 먹어야 하지 않습니까?”

“장난해? 파견 가면 꿀 빠는 건데. 그것도 해안경계면 낮에는 자고 밤에는 그냥 가만히 지키기만 하면 되는 것을. 좋겠다. 보름간 꿀 빨고 오겠네.”

장재일 2소대장이 투덜거렸다. 그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3소대장을 봤다.

“3소대장, 담배나 피우러 가자.”

3소대장도 행정반에 있기가 애매했다.

“네. 담배 피우러 가시죠.”

그렇게 둘이 행정반을 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4소대장이 오상진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1소대장님 파견 근무가 정말 꿀 빠는 겁니까?”

“조금 그렇죠.”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오상진은 회귀 전 파견 근무를 몇 번 갔었다. 그 당시 주로 해안경계초소 파견 근무를 나갔는데, 가장 좋았던 것은 소대원들 관리만 잘하면 되지 그 외는 어떤 터치도 없었다. 자신 위로 선배도 없고, 다른 중대라 일일이 간섭도 없었다. 그저 주어진 임무만 잘하고, 소대원들이 사고만 치지 않으면 정말 좋은 일이었다.

“사실 가 봐야 압니다. 가 봐야 아는데……. 일단 눈치 보는 사람이 적죠.”

“아……. 그래서 꿀이라고 하는 겁니까?”

“예. 그리고 다른 훈련도 없이 오직 해안 경계근무만 서면 됩니다.”

“아하!”

“그래도 우리는 통제를 잘해야 합니다. 괜히 거기서 사고 치면 아주 난리 납니다.”

“에이, 그거야 저희가 철저히 하면 되지 않습니까. 우리 소대도 그렇고 1소대도 폭탄이 제거되지 않았습니까.”

“뭐, 그렇죠.”

오상진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4소대장은 파견 근무를 나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파견 근무 가고 싶었는데 이제 소원풀이 한번 합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니, 왜 파견 근무를 가고 싶어 합니까?”

“사실 파견 갔다 온 다른 중대 소대장들이 자랑을 하길래 호기심에 말입니다. 그리고 파견 근무는 ROTC 출신에게는 잘 주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에이, 우리 중대장님 그런 거 없습니다. 그리고 육사 출신이다 그런 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이렇듯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고, 따로 불러서 말씀을 하시겠죠.”

“하긴 그렇겠죠?”

4소대장이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궁금한 게 또 있는지 곧바로 물었다.

“파견 근무가 2주 후라고 했죠?”

“네.”

“그럼 미리 애들에게 준비하라고 해야겠습니다.”

“네. 미리 얘기는 해두면 알아서 준비할 겁니다. 그들 나름대로.”

“네, 알겠습니다. 자식들 좋아하겠네. 그럼 저 먼저 가 보겠습니다.”

4소대장이 전투모를 챙겨서 행정반을 나갔다. 그런 4소대장의 들뜬 모습을 보고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때였다.

깨톡!

“응?”

오상진이 깨톡을 확인했다.

-상진 씨, 뭐 해요?

한소희에게서 온 깨톡이였다. 오상진은 순간 답장을 보내지 않고 생각했다.

“아, 맞다. 이건 또 어떻게 얘기해야 하지?”

오상진 본인도 파견 근무를 가면 그곳에서 맘 편히 쉬다가 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한소희가 보낸 깨톡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깨톡으로 답장하지 않고, 전화를 걸었다.

-네, 상진 씨! 지금 통화 가능해요?

“네. 소희 씨는요?”

-저도 괜찮아요. 그런데 제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요?

그 말에 갑자기 수화기 너머로 친구들의 야유소리가 들렸다.

-야아아아아, 뭐야.

“학교에요?”

-네. 친구들이 때문에 좀 시끄럽죠?

“아뇨, 괜찮습니다. 그보다 소희 씨.”

-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순간 뭔가를 눈치챈 수화기 너머 한소희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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