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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60화 (26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60화

26장 은혜는 갚아야지(4)

“내가 생각해도 잘 지었단 말이야.”

오상진은 뿌듯한 얼굴로 빌딩을 바라봤다.

과거에는 이렇듯 자신이 건물주가 될 것이라고 꿈도 꾸지 못했다. 빠듯한 군인 월급으로는 건물은커녕 이름 있는 아파트 한 채 구입하기 어려웠으니까. 그저 말년에 받게 될 군인 연금 하나만 믿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차저차해서 과거로 돌아와 살다 보니 건물주 소릴 듣게 생겼다.

그때였다.

“뭐 하고 있니?”

뒤늦게 도착한 신순애가 멍하니 창밖을 보는 오상진을 보며 물었다.

“어? 엄마 왔어요?”

“그래. 그런데 웬 돼지갈비니?”

“엄마 몸보신 좀 시켜드리려고요.”

“몸보신은 무슨. 안 그래도 네가 사다 준 비타민, 로얄젤리, 오메가3까지, 엄마 너무 건강해졌어.”

“당연히 건강해야죠. 앞으로 식당 운영하시려면 지금도 불안한데.”

“됐어, 엄마 이제 괜찮으니까 더는 환자 취급하지 마.”

신순애가 살짝 인상을 썼다. 하지만 오상진은 예전처럼 다시는 엄마를 일찍 잃고 싶지 않았다.

“환자 취급은요. 엄마가 건강하셔야 제가 좋죠.”

“말은 고맙긴 한데…….”

그때 타이밍 좋게 숯불이 나왔다.

“잠시만요. 뜨거우니까 조심하세요.”

숯불이 놓아지고, 각종 반찬류가 쫙 깔렸다. 오상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튼 엄마. 건강하셔야 해요.”

“알았어.”

신순애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갈비가 노릇노릇 구워지고 오상진이 열심히 가위질을 했다. 어느 정도 배가 차고 신순애가 물었다.

“근데 왜 여기서 보자고 한 거야? 고기 먹자고 부른 건 아닐 테고.”

“우리 엄마 눈치도 빠르셔라.”

“이제 엄마도 좀 알자.”

신순애의 물음에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창가 너머 건물을 가리켰다.

“엄마 저곳이에요.”

“저곳? 아니, 저 건물?”

“네. 저기 1층에서 엄마가 국밥집을 할 거예요.”

“그러니? 오면서 보긴 했는데…… 계약은 했어?”

“네.”

“그보다…….”

신순애는 현재 돼지갈빗집 식당을 쭉 훑었다. 사람도 많고 장사가 잘되고 있었다.

“여기 장사가 잘되네.”

“엄마, 사실 여기로 하고 싶었는데 장사가 워낙에 잘되어서 권리금이 세요.”

“하긴 그렇겠다.”

신순애도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인 후 건너편 건물을 봤다.

“그럼 저기 권리금은 얼마야? 그보다 저기는 장사가 되려나?”

신순애는 걱정이 되었다. 저 건물은 아직 아무도 입주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지나가던 직원이 그 소리를 듣더니 끼어들었다.

“저기 저 건물 공실 된 지 꽤 됐어요. 말을 듣기에는 저 건물 주인이 부도가 나서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나? 아무튼 경매에 들어갔다고 들었어요. 지금 건물 주인이 바뀌었나 모르겠네. 혹시 저기 들어가세요?”

“네.”

“잘 알아보고 들어가셔야 할 텐데…….”

아줌마가 오지랖을 떨며 걱정했다. 신순애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어머, 그래요?”

신순애는 곧바로 오상진을 바라봤다.

“상진아, 저긴 좀 그렇다는데? 잘 알아보고 계약한 거 맞지?”

식당 일을 오래 해온 신순애는 문제 있는 건물에서 장사를 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열심히 하면 손님이야 늘어나겠지만 하루아침에 주인이 바뀌어서 월세를 올리거나 하면 골치 아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오상진이 걱정할 것 없다며 웃었다.

“아, 내가 그 얘기를 안 했구나. 저 건물 말이에요. 실은 제가 샀어요.”

“뭐? 네가 사?”

“네. 제가 저 건물 주인이에요.”

“아니, 무슨 돈이……. 아니지, 돈은 있구나. 그런데 저걸 어떻게 산 거야?”

신순애는 놀라서 물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대부분 권리금을 높게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운 좋게 경매에 나온 건물을 사버렸죠. 그리고 엄마도 가겟세 낼 생각을 하면 매출에 엄청 신경 쓸 것 아니에요. 엄마 허리도 다 낫지 않았고, 무리할까 봐 아예 사버렸어요.”

“어휴, 뭘 그렇게까지 하니? 엄마는 크게 바란 것도 아닌데.”

“에이, 엄마! 노후 대비에요. 돈 그냥 은행에 넣어 놓으면 뭐해요. 건물주라도 한번 해보고 그래야죠. 투자에요, 투자!”

“그래?”

신순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오상진이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건넸다.

“그러니까 마저 드세요.”

오상진은 자연스레 넘어가고 싶었다. 그런 오상진의 마음을 알아챈 신순애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신순애는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그런데 아들.”

“응?”

“엄마 임대료 싸게 해줄 거야?”

“으음, 생각 좀 해보고요.”

“그래, 누구 아들인데 엄마에게 임대료 많이 받을까? 그렇지?”

“일단 계약서부터 작성하죠, 엄마!”

“어멋! 계약서까지 작성하게?”

“당연하죠. 엄마도 엄연히 임대인인데 계약서 작성해야죠.”

“우리 아들 되게 빡빡해졌네?”

“자자, 우선 드시기나 하세요. 그 얘기는 차차 하고요.”

그렇게 오상진과 신순애는 맛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때 한 남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계산대에 있는 아주머니를 보고 말했다.

“뭐 해? 뭘 그렇게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어.”

“어? 당신 왔어?”

“왜? 뭔데?”

“잠깐 거기 나와봐요.”

아내의 손짓에 남자가 옆으로 물러났다.

“왜 그러는데?”

“있잖아요. 저기 저 남자 있죠.”

“응.”

“저 남자가 앞에 건물을 샀대요.”

“에이, 저 건물이 얼마짜리인데 사! 농담도 잘해.”

“그렇지? 내가 잘못 들은 거지? 하긴 저 젊은 나이에 건물주라니, 말도 안 되지.”

아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방금 오상진과 신순애가 먹었던 자리를 정리했다. 그런데 그때 맞은편 건물에 불이 들어왔다.

“어멋! 여보, 여보!”

“왜?”

“저 건물에 불이 들어왔어요. 진짜 아까 그 젊은이가 샀나 봐요.”

“진짜? 돈 많은가 보네. 젊은 사람 같은데 뭐해서 돈 번 거지? 로또라도 당첨되었나?”

사장 남편은 한참을 불이 들어온 한울빌딩을 바라봤다.

6.

오상진이 먼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불을 켜며 말했다.

“엄마 여기에요.”

“오오, 밖에서 본 것보다 훨씬 넓네? 앞에 저 가게보다 넓은 건가?”

신순애가 아직 설비가 들어오지 않은 가게를 보며 중얼거렸다.

“엄마가 어느 정도 쓰실지 말씀해 주세요. 아니면 1층 다 쓰실래요?”

“1층 다? 그냥 간단하게 국밥집만 할 건데 1층을 다 쓰기에는 너무 넓지 않니?”

“그래요? 넓으면 넓을수록 좋지 않아요?”

“그것도 아니야. 괜히 넓으면 손님 없을 때 휑해 보여. 그냥 적당히 테이블 여덟 개 놓고 해야 엄마도 일하기 편할 것 같은데.”

“으음, 그러면 대충 이 정도면 될 것 같고……. 사실 엄마가 부족하다고 하면 옆방까지 틀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는 없겠네요.”

“그건 안 해도 될 것 같다.”

신순애는 말을 하고는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이쯤에 부엌을 놓고. 저쪽에 계산대 테이블은 아마 이렇게 놓고, 저쪽 위주로 놓으면 될 것 같네.”

오상진의 눈이 커졌다. 신순애가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가게 내부를 보자마자 바로 견적을 내버렸다.

“그리고 상진아, 이쯤에 한 두세 명 누울 수 있는 쉬는 방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가능할까?”

“리모델링 업자한테 이야기해 볼게요.”

“구청 허가 같은 거 다 신경 써야 해. 지난번에 일한 집은 불법 건축물이라고 벌금 엄청 물더라.”

“에이. 그런 건 걱정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그보다 또 뭐가 필요해요?”

“이쪽은 창고를 써야 할 것 같은데. 냉장고는 이쪽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고.”

“이야, 우리 엄마. 완전 대단해. 알아서 척척이네.”

오상진이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말했다. 그러자 신순애가 살짝 눈을 흘겼다.

“엄마가 주방일만 몇 년인데.”

“어쨌든, 엄마가 다 아니까 나중에 인테리어 업자 오면 그때 엄마가 같이 얘기해요.”

“에이. 뭘 그렇게까지 해.”

“그래도 엄마가 운영할 식당인데 엄마 입맛에 맞게 해야죠.”

“그냥 네가 잘 들었다가 나중에 잘 설명해 줘.”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이후로도 신순애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조곤조곤 말했고 오상진은 하나라도 빼먹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 세웠다.

“이제 다 봤죠?”

“그래.”

“일단 인테리어 업체 정해지면 공사 진행할게요. 대신 엄마도 종종 와서 공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해 주셔야 해요.”

“그래. 알았어.”

오상진과 신순애가 다시 건물을 나섰다. 그러다가 신순애개 고개를 돌려 빈 건물을 바라봤다.

“그런데 나머지는 어떻게 할 생각이니?”

“임대 내야죠.”

“어휴, 이거 다 임대 내주면……. 우리 아들 부자네.”

“부자는요. 그동안 못했던 효도도 하고, 우리 정진이도 법대도 보내고, 상희는 좋은 곳에 시집보내야죠.”

오상진이 별생각 없이 말을 했지만 그 얘기를 듣는 신순애는 약간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마치 일찍 떠난 오상진의 아버지를 대신해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 아들 진짜 다 컸네.’

오상진이 차를 끌고 왔다. 조수석에 신순애가 앉았다.

“오늘 자고 갈 거지?”

“아뇨, 잠깐 외출한 거라서 바로 들어가 봐야 해요.”

“그러니? 그럼 여기 근처에 내려줘. 엄마 택시 타고 갈게.”

“무슨 소리에요. 아들이 차가 있는데 뭐한다고 택시를 타요.”

그렇게 신순애를 아파트 입구에 내려줬다.

“엄마 올라가세요.”

“그래, 아들.”

오상진이 차를 타고 떠났다. 신순애는 멀어지는 오상진의 차를 바라보다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몸을 돌렸다.

7.

신순애게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한 아줌마가 신순애의 뒤에 나타났다. 그때 신순애에게서 돼지갈비 냄새가 풍겼다.

‘음? 갈비 냄새인데.’

그렇게 속으로 생각을 하며 힐끔 신순애를 바라봤다. 고급스럽지 않은, 수수한 옷차림이었다. 그 아줌마는 신순애를 위아래로 훑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아줌마 고깃집에서 일하나?’

아줌마가 손으로 살짝 코끝을 훔쳤다.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정수현 엄마가 나타났다.

“어머, 수현이 엄마.”

아줌마가 정수현의 엄마를 보며 알은체를 했다. 그러자 정수현의 엄마도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성진이 엄마. 어디 갔다 와?”

“이 앞에 사람 좀 만나느라. 수현이 엄마는 어디 가요?”

“나 쓰레기 버리러 나왔지.”

두 사람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정수현 어머니가 신순애를 보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어머나, 혹시 정진이 어머니 아니세요?”

“아, 네에. 저희 정진이를 아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정진이 반 친구 정수현 엄마 돼요.”

“아, 수현이 어머니 되시는구나. 반가워요.”

신순애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정수현 어머니는 최대한 정중하게 말을 했다.

“저희 딸이 정진이에게 많이 신세를 지고 있어요.”

“신세는요.”

“아니에요. 정진이하고 공부를 하더니 성적이 많이 올랐더라고요.”

“아, 그래요? 다행이에요.”

“그런데 어디 다녀오시나 봐요?”

“네, 큰아들 좀 만나고 왔어요.”

“아, 그 군에 계시다는 큰아들분?”

“예. 그럼 저 먼저 가 볼게요.”

엘리베이터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기 뭐해서 신순애는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리고 가만히 성진이 어머니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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