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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59화 (25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59화

26장 은혜는 갚아야지(3)

“주혁이는요?”

“주혁이는 아직 중학생이고, 아직은 부모 곁에 두고 싶은가 봐. 주희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어 하고, 공부도 좀 하니까. 게다가 펜션에서 주희 학교까지 멀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신순애가 오상진의 눈치를 봐 가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어른들이 논의해서 결정할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집주인인 오상진에게 말도 없이 주희를 살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오상진이 다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한창 힘들 것 같은 이모부 내외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주희를 데려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상관이 없는데. 엄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저야 집에 자주 오는 편도 아닌데. 어차피 2층에 손님 방 하나 비잖아요. 거기 주희 줘도 되고, 아니면 내 방 빼서 주희 줘요.”

“네 방을 빼 주면 넌 어디서 자려고?”

“내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닌데요 뭘. 가끔 정진이 방에서 자도 되는 거니까요.”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아니다. 손님방이 낫겠네요. 주희도 화장실을 써야 하는데 정진이하고 함께 쓰면 불편할 거 아니에요.”

“하긴. 그렇겠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해도 괜찮겠어?”

“저는 상관없어요.”

“고맙다, 아들.”

“뭘요. 알았어요. 엄마 저 준비하고 출발해야 해요.”

“알았어. 어서 준비하고 나와.”

“네.”

오상진이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겉옷을 벗고 준비를 하려는데 휴대폰을 ‘지잉’ 하고 울렸다.

“누구지”

오상진이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한소희였다. 오상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네, 여보세요.”

-상진 씨, 뭐해요?

“지금 집에 있어요. 조금 이따가 부대 복귀하려고요.”

-칫. 벌써요?

“소희 씨는 지금 집이에요?”

-네, 조금 전에 이모가 오셔서 얘기 좀 나누고 좀 전에 갔어요.

“저희도 좀 전에 친척들 갔어요. 모처럼 사람들 모이니까 정신이 없네요.”

-전 매번 명절 때마다 정신이 없어요.

“어떻게요. 그보다 제가 보고 싶어서 전화 한 거예요?”

오상진의 물음에 한소희가 피식 웃었다.

-그럼요. 상진 씨는 안 보고 싶어요?

“저야 당연히 보고 싶죠. 그런데 어떡하죠? 저 이제 부대 복귀하는데…….”

-이잉, 그래도 다음 주에는 보니까. 아 참!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요.

“뭔데요?”

-경자 이모가 그러는데 전에 봐뒀던 건물 경매요. 다음 주에 들어간대요.

“아, 그래요?”

-네. 상진 씨 말 전했더니 이번에는 확실하게 낙찰받을 생각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금액이 생각보다 많이 나와도 괜찮은 거죠?

“그럼요, 괜찮아요. 저희 엄마도 이제 서서히 일하고 싶어 하세요.”

-네, 알았어요. 그렇게 전달할게요. 그리고 우리 다음 주에는 꼭 볼 수 있는 거죠?

“그럼요. 꼭 봐야죠.”

-알았어요. 아, 이모에게서 연락이 갈 수 있어요. 이모에게 상진 씨 번호 알려줬으니까, 모르는 번호라도 연락이 오면 꼭 전화 받아요.

“알았어요.”

그렇게 몇 번 더 일상적인 대화를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4.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화요일 오후.

오상진의 휴대폰으로 모르는 번호가 연락이 왔다. 오상진이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어? 오상진 씨?

“네, 맞습니다. 누구세요?”

-아, 저 강경자예요. 소희 이모…….

“아, 네에.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호호호, 그럼요. 잘 지냈죠. 다름이 아니라, 말씀하신 건물 경매를 낙찰 받았어요.

“정말요?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요. 건물 가격은 27억 4천이에요. 이대로 두 번 정도 더 유찰시켰으면 20억 초반대까지 낮출 수도 있었는데 좀 아쉬워요.

“아닙니다. 그 정도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이번에야 급하다고 하시니까 서둘러 낙찰받았는데 다음번에는 절 믿고 맡겨 주세요. 제가 최대한 싸게 가져올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계약금으로 10%를 준비하셔야 해요.

“아, 10%로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법원 서류를 보내드릴게요. 확인해 보시고, 바로 계약금 10%를 입금하셔야 해요. 안 그럼 낙찰이 취소되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보다 이모님 고생하셨는데 사례는 어떻게 챙겨 드릴까요?”

-무슨 사례는 무슨……. 소희 얼굴 봐서 그냥 해드리는 건데…….

“에이, 그래도 고생하셨는데 그럴 수야 없죠.”

-그럼 알아서 챙겨줘요.

강경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한소희 부탁이라 사례금을 어찌 받아야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오상진이 저렇게 말해주니 오히려 고마웠다.

“알아서요? 하하.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모님.”

-호호호, 아니에요. 법원 등록하는 거나 명의이전 등등, 제가 다 준비할 테니까, 걱정 말아요.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알았어요. 나중에 소희랑 한번 봤으면 좋겠네. 호호호.

“아, 네에……. 그럼 계약할 때 뵙겠습니다.”

-그래요.

오상진은 전화를 끊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또다시 시간이 흘러 토요일 날 오상진은 한소희와 만나서 강경자를 보러 갔다.

“이모!”

“소희야.”

커피숍에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강경자를 만났다. 오상진도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상진 씨?”

“네. 오상진이라고 합니다.”

“어서 와요. 차는?”

“저는 커피면 됩니다.”

“저도요.”

“알았어요.”

이모가 일어나려는데 오상진이 벌떡 일어났다.

“아뇨,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어멋, 호호호. 그래 주시겠어요?”

“네.”

오상진이 커피를 주문하러 갔다. 그사이 강경자는 한소희에게 물었다.

“얘, 너 남자 하나는 잘 물었다.”

“이모는, 제가 개에요. 잘 물게!”

한소희는 기분은 좋은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능력 있어! 어떻게 군인인데 돈이 그렇게 많아? 무슨 재벌집 아들이야?”

“아니에요. 그냥 평범한 집 아들이에요. 그냥 뭐…….”

한소희는 차마 오상진이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강경자는 눈빛을 반짝이며 계속해서 질문을 했다.

“군인인데 그렇게 돈이 많아? 그럼 뭔가 부업으로 다른 일을 하나? 아니면 유산이라도 물려받은 건가?”

강경자는 혼자 오만가지 상상을 다 했다. 한소희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모, 진정해. 나중에 말해줄 테니까. 오늘은 계약 마무리만 해요.”

“기집애, 벌써부터 자기 남친 챙기네. 알았어.”

때마침 오상진이 주문한 음료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건물매매 계약서를 곧바로 작성했다.

“여기 사인하고, 도장 찍으시면 돼요. 네. 잘했어요.”

강경자는 다시 한번 계약서를 확인한 후 가방에 넣었다.

“나머지는 내가 처리해 줄게요.”

강경자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때 오상진이 주머니에서 슬쩍 봉투 하나를 꺼냈다.

“이모님 이것은 제가 준비한 사례금입니다.”

“어머나, 봉투가 두툼하네.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강경자는 입꼬리를 씰룩씰룩 올리며 좋아했다.

“챙긴다고 챙겼는데…….”

강경자가 슬쩍 봉투 안을 확인해 보니 제법 되었다.

“호호호, 괜찮아요. 괜찮아. 원래는 소희 얼굴 봐서 그냥 해드리려고 했는데…….”

“아닙니다. 그래도 챙길 건 챙겨야죠.”

“어머나, 소희야. 네 남친 센스가 있다.”

“그럼요.”

한소희가 흐뭇한 얼굴로 오상진을 바라봤다. 강경자는 곧바로 봉투를 자신의 가방에 넣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건 그렇고. 상진 씨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그러자 곧바로 한소희가 끼어들었다.

“이모, 그건 나중에 물어보기로 했잖아.”

“왜?”

그러다가 갑자기 강경자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군인이라고 하던데 혹시 무서운 일 하시는 거예요?”

번듯해 보이긴 했지만 스포츠머리에 다부진 체격이 조직폭력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 아닙니다.”

오상진이 땀을 삐질 흘렸다. 한소희는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얼른 말했다.

“사업해, 개인 사업!”

“사업? 아, 그렇구나. 개인 사업자.”

강경자가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뭔가 생각이 났는지 다시 질문했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 경매 물건에 투자할 생각이에요?”

“아, 그게…….”

오상진이 우물쭈물하자 곧바로 한소희가 끼어들었다.

“모르죠. 건물 한두 개 더 살지. 이모가 한번 보고 괜찮은 곳 있으면 소스 좀 줘요.”

“나야 좋지. 경매 물건이 없나? 매입자가 없어서 그러지. 요즘에 IMF의 여파로 인해 괜찮은 건물이 많이 나왔어. 그럼 이모가 한 번 더 쭉 훑어본 후 말해줄게.”

“알았어요.”

“그래.”

강경자가 대답을 하고 시계를 확인했다.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나 다음 상담자가 있어서 가 봐야겠다.”

“그래요, 이모 조심히 가세요.”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십시오. 담에 또 뵙겠습니다.”

“어머나, 그래요. 담에 꼭 봐요.”

강경자가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오상진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살짝 멋쩍은 얼굴로 물었다.

“저 개인 사업자인가요?”

“미안해요, 상진 씨. 경자 이모가 워낙에 입이 싸서……. 그냥 개인 사업자라고 둘러댄 거예요. 상진 씨 군에 있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상진 씨 화난 건 아니죠?”

“화 안 났어요. 그리고 뭐 건물 하나 있는데 이제 개인 사업자라고 해도 되겠죠.”

오상진이 별일 아니라는 듯 웃어넘겼다. 한소희도 이렇듯 생각해 주는 오상진이 고마웠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우리 건물 구경이나 하러 갈까요?”

“네.”

오상진과 한소희는 손을 잡고 이제 오상진의 소유가 된 5층짜리 건물을 구경했다.

5.

며칠 후.

오상진은 돼지갈빗집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오상진이 시계를 확인했다. 저녁 7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엄마가 아직 안 오셨나?”

오상진이 혼잣말을 한 후 가만히 서서 건너편 5층짜리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 건물의 이름은 한울빌딩이었다.

“후후…….”

오상진은 웃음을 살짝 흘린 후 몸을 돌려 돼지갈빗집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곧바로 점원이 나왔다.

“어서 오세요.”

“네.”

“몇 분이세요?”

“두 명요.”

“두 명요? 자리 안내해 드릴게요.”

“혹시 일행분이 있는데…….”

“아, 그래요? 찾아보시겠어요?”

점원의 말에 오상진이 고개를 쭉 돌려서 확인을 했다. 하지만 신순애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 안 왔나 보네요.”

“그럼 일행분이 알아보시게 저쪽 창가 자리로 가서 앉으시겠어요?”

“네, 상관없습니다.”

직원을 따라 맞은편 건물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일행 오면 그때 주문할게요.”

“네.”

직원이 가고 오상진은 홀로 앉아 맞은편 건물을 바라봤다. 언제보다도 뿌듯한 느낌이었다. 지금은 아직 입주를 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곧 내부 리모델링을 한 후 입주자를 받을 생각이었다.

“한울이라…….”

오상진은 건물 이름을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한울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한은 진실한, 또는 가득하다는 뜻이 담겨 있고, 울은 울타리 우리 터전을 의미하는 순수 우리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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