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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58화 (258/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58화

26장 은혜는 갚아야지(2)

‘지금 생각해도 고마웠지. 이번에는 상황이 다른 만큼 내가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드리고 싶은데…….’

오상진이 다시 이모부를 바라보았다.

“이모부.”

“왜? 고기 부족해?”

“아뇨. 저는 충분해요. 그보다 제주도에서 하시는 펜션은 잘 되고 있어요?”

“으응? 펜션? 물론이지. 잘 되고 있어. 저번에 확장도 했고…….”

이모부는 오상진의 물음에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보고 오상진은 느꼈다.

‘잘되지 않는구나.’

그래서 오상진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손님은 많이 오고 그래요? 저번 성수기 때 많이 바쁘셨겠다.”

“그, 그럼. 요즘도 예약 손님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하하하.”

이모부가 크게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맞은편에 있던 큰딸 주희가 불쑥 끼어들었다.

“아빠, 거짓말하지 마. 무슨 예약 손님이 많아? 지난달에 겨우 한 팀 받아 놓고선!”

“주, 주희야!”

“맞잖아, 계속 적자라며!”

이모부가 급히 주희의 입을 막았다.

“이 녀석이 별소리를 다 한다. 적자는 무슨, 아직 펜션 확장한 것이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서 그래.”

이모부가 당황하며 말했다.

“상진아, 펜션 잘되고 있어. 너무 걱정 마.”

“네, 이모부.”

오상진이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아, 지금쯤이구나. 이모부가 힘들어지신 것이.’

이모부는 제주도에서 자그마한 펜션을 운영 중이었다. 오픈 직후 처음 3년 정도는 괜찮았다. 아기자기 예쁘게 꾸며놓은 덕에 성수기는 물론이고 비성수기에도 이모부의 펜션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과유불급이었을까,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이 화를 불러왔다. 펜션이 잘되다 보니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요량으로 펜션 확장 사업에 들어간 것이었다.

집 담보와 그 외 은행대출, 투자까지 받아 무리하게 확장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공사 시기가 늘어졌고, 그 시기에 다른 고급펜션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서서히 힘들어졌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힘들어지며 계속해서 적자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벌어놓았던 자금들마저 바닥이 난 상황이었다.

“언제 한번 펜션에 놀러 갈게요.”

“그, 그래. 놀러 와!”

그때 신지애가 슬쩍 말을 꺼냈다.

“상진아, 추석이고 하니까 밥부터 먹자. 나중에, 으응, 나중에 얘기하고.”

신지애가 적당히 말을 돌렸다. 오상진도 그 뜻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때부터 이모부와 이모 신지애의 표정이 살짝 굳어 있었다. 오상진은 괜한 말을 꺼내서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나 싶었다.

그렇게 식사를 다 마친 후 돼지갈빗집을 나왔다. 물론 계산은 이모부가 했다.

“맛있게 먹었냐?”

“네. 배 터질 것 같아.”

주혁이가 말했다. 이모부가 오정진과 오상희를 봤다.

“너희들은?”

“저희들도 배불리 먹었어요.”

“그럼 됐다.”

이모부는 뿌듯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오상진과 오상희를 따라 불렀다.

“정진이와 상희 이리 와봐.”

“네.”

오상희가 환한 얼굴로 이모부에게 뛰어갔다. 오정진도 쭈뼛거리며 다가갔다. 이모부는 지갑을 꺼내 두 사람에게 용돈을 줬다.

“자, 용돈이다.”

오상희는 이모부가 건네는 용돈을 받고 신나 했다.

“우와, 용돈이다! 감사합니다, 이모부.”

“그래, 그래. 자, 정진이도.”

“괜찮아요. 저 용돈 많아요.”

“받아, 인마. 이모부가 주는 거야.”

오정진이 슬쩍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지못해 용돈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이모부.”

“그래, 그래. 넌 지금처럼만 공부해. 알았지?”

“네.”

“상희는……. 아니다. 넌 그냥 그렇게 예쁘게만 커!”

“그리고 상진이 너는 스스로 돈을 버니까, 용돈 필요 없지?”

“네. 그럼요, 이모부.”

“그래.”

이모부가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옆에서 오상희가 10만 원을 확인하고 폴짝폴짝 뛰었다.

“우와, 용돈이 10만 원이야. 대박! 역시 우리 이모부는 통이 크시다니까.”

“당연하지. 우리 조카들 용돈 주는 건데 많이 줘야지. 더 못 챙겨줘서 미안해.”

그러면서 이모부가 너털웃음을 흘렸다.

“껄껄껄…….”

하지만 그 모습을 보는 오상진은 살짝 걱정이 되었다.

‘분명 이 시기에 많이 힘드실 텐데……. 무슨 용돈을 10만 원씩이나 주시고 그러지.’

이모부는 자신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베푸는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에효, 이모 속이 말이 아니겠네.’

오상진이 속으로 생각을 했다. 그러다 오는 길에 은행을 봤던 걸 떠올리곤 볼일이 있다며 대충 둘러대면서 식구들을 먼저 보냈다.

식구들 몰래 은행에 들어선 오상진은 ATM기에서 어느 정도 현금을 찾았다. 그리고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 신순애의 옆으로 얼른 다가갔다.

“엄마, 이거요.”

오상진은 신지애와 이모부 몰래 봉투를 건넸다.

“응? 이게 뭐니?”

“주희랑 주혁이도 용돈 챙겨 드리세요.”

신순애는 고마운 얼굴로 말했다.

“엄마가 챙겨도 되는데…….”

“뭐, 어때요. 그냥 이거 엄마가 주는 거로 해요.”

신순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곧바로 동생 신지애에게 다가갔다. 신지애 주머니에 몰래 봉투를 찔러 넣으며 말했다.

“이거 내려갈 때 차비에 보태.”

“언니, 뭐야?”

“뭘 뭐긴 오랜만에 동생에게 언니가 차비라도 챙겨 주려는 거지.”

“아니야, 됐어.”

신지애가 주머니에서 돈을 빼려고 하자 신순애가 억지로 손을 붙잡고 빼내지 못하게 했다.

“받아둬. 그냥!”

그리고 곧바로 주희와 주혁에게도 다가가 자신이 주려고 했던 용돈을 줬다.

“감사합니다. 이모.”

“감사합니다.”

그렇게 신순애는 환한 얼굴로 두 조카의 얼굴을 살짝 감싼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엄마가 항상 말하겠지만 공부 열심히 해.”

“네.”

2.

식구들이 도착한 곳은 아파트 주차장이었다. 신순애는 신지애의 손을 꼬옥 잡으며 말했다.

“집에 올라가서 차라도 마시고 가지.”

“언니, 아니야. 예약한 비행기 시간이 다 되어서. 담에, 담에 또 올라올게. 아니다, 언니가 제주도에 한 번 와.”

“그래, 언니가 한번 내려갈게.”

“알았어. 잘 지내.”

“너도 이것아!”

신순애가 신지애의 손을 부드럽게 감쌌다. 신지애의 눈빛이 따뜻하게 변했다.

“언니…….”

“아이고, 너무 오래 붙잡아도 실례다. 어서 가.”

“으응, 갈게요.”

“처형 갈게요.”

“이모부, 이모.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그렇게 이모부 가족이 탄 차량이 떠났다. 신순애와 오상진은 차량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파트로 올라갔다.

“가요, 엄마.”

“그, 그래…….”

신순애는 아파트로 향하면서도 이모부의 차를 몇 번이고 돌아보며 확인했다.

3.

이모부 가족은 차에 올라탄 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먼저 이모부가 얘기를 꺼냈다.

“처형 집 좋더라. 펜트하우스지?”

“으응. 그렇다네.”

“얼마 전까지 처형 힘들다고 하지 않았나?”

“나도 그렇게 들었지. 그런데 언니가 자세히 말은 안 하는데 상진이가 돈 좀 마련했나 봐. 대출도 좀 끼고 해서 샀다고 하네.”

“상진이가? 군인이 무슨 돈이 있었어? 펜트하우스면 제법 비쌀 텐데…….”

“주식이라도 한 모양이겠지.”

“주식?”

“그렇지 요새 젊은이들이 한창 주식을 한다고 하던데, 상진이도 그런 거 한 게 아닐까? 상진이가 나쁜 짓 할 애는 아니잖아.”

“어이구, 그래도 우리 처형. 아들 하나는 확실히 잘 뒀어.”

두 사람은 설마 오상진이 복권에 당첨되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건 그렇고 강 사장님하고 만난 건 어떻게 됐어요?”

그러자 이모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만나기는 했는데…….”

“왜요?”

“그냥 집에 가서 얘기해.”

“잘 안됐어요?”

“집에 가서 얘기하자니까. 애들도 있는데.”

“……그래요.”

신지애도 대충 짐작이 되었다. 분명 강 사장하고 만난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선 차량은 곧바로 주유소에 들렀다.

“여보, 5만 원만 줘봐.”

“서울 올라갈 때 돈 챙겨 줬잖아요.”

“그게 지금 남아 있겠어? 그리고 조카들 용돈도 줬잖아.”

“진짜…… 돈 좀 아껴서요.”

“알았어.”

“가만히 있어 봐요. 언니가 챙겨 준 것이 있는데…….”

“처형이?”

신지애가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확인을 했다. 봉투가 그리 두툼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내용물을 확인한 신지애의 눈이 커졌다.

“어머나 세상에…….”

“왜?”

“언니가 차비 하라고 준 돈이 있는데……. 백만 원이나 챙겨 줬어요.”

“뭐? 백만 원?”

“응, 그것도 10만 원짜리 수표로 챙겨 줬어. 봉투가 얇아 한 10만 원 넣어준 줄 알았지.”

“아이고, 처형이 무슨 돈이 있다고…….”

이모부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짐짓 진중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그 돈 받아도 되려나 몰라.”

“언니가 챙겨 주는 걸 어떻게 안 받아요. 그리고 우리 사정도 뻔한데…….”

“이 사람아, 우리 사정이 뭐? 예전 처형 사정보다는 훨씬 낫지!”

이모부가 한마디 했다. 그러자 신지애가 입을 뗐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어허, 이 사람이!”

이모부가 버럭 했다. 신지애는 뒤에 탄 아이들을 힐끔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이모부가 운전을 하면서 말했다.

“집에 도착하면 처형에게 고맙다고 꼭 전해드려.”

“당연하죠.”

신지애는 10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꺼내 이모부에게 건넸다. 그리고 남은 돈을 도로 봉투에 넣은 후 손에 꽉 쥐었다.

‘고마워, 언니.’

4.

집에 도착하고 나서 오정진과 오상희는 각자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갔다. 오정진은 신순애를 붙잡았다.

“엄마.”

“왜?”

“혹시 이모 집에 무슨 일 있어요?”

“갑자기 그건 왜 물어봐?”

“아니, 이모부랑 이모 표정이 좋지 않아서요.”

오상진의 말에 신순애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요새 경기가 안 좋잖아. 펜션에 손님들이 많이 없는가 보더라고.”

“아니 왜요? 제가 알기로는 펜션을 확장했다고 들었는데.”

“그게 문제래. 그때는 장사가 잘돼서 그랬는데, 지금은 잘 안 되나 봐. 그런데 투자한 곳에서 투자금 회수한다고 난리란다. 그래서 지금 펜션을 정리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하더라.”

“그래요?”

신순애가 오상진의 눈치를 살짝 봤다. 왜냐하면 오상진이 돈이 하나도 없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상진이 현재 돈이 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신순애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상진아…….”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그냥 엄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엄마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그러니?”

“이모 도와드리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 그렇게 하세요. 엄마 하나뿐인 가족인데.”

신순애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우리 아들……. 그래, 네 맘은 고마운데 그게 아니야.”

“네? 그, 그럼요?”

오상진이 넘겨짚은 건데 그게 아니라니 살짝 당황했다.

“이모 큰딸 있지?”

“주희요?”

“으응. 주희가 공부를 좀 하나 봐. 그래서 이모는 서울에서 공부를 시키고 싶어 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아, 우리 집에서 같이요?”

“너만 괜찮으면 엄마는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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