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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57화 (25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57화

25장 일이 점점 커지네?(12)

“우와! 언니, 언제 이렇게 준비를 했대?”

“그냥 조금 한 거야.”

“하긴, 우리 언니 음식 솜씨는 알아줘야지.”

그때 주혁이가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우물거렸다.

“맛있다. 근데 왜 엄마는 이렇게 맛있게 못해?”

“뭐, 뭐? 얘는 지금 뭐라는 거니? 엄마도 요리 좀 하잖아.”

신지애가 당황하며 말했다. 그러자 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엄마가 요리를 해? 이상하네, 그럼 저번에 김치찌개에 왜 김치가 안 들어갔을까?”

“어, 어머나! 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진짠 줄 알겠다. 주혁아, 거짓말하면 안 돼요. 어서 밥이나 먹어.”

그러자 주혁이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거짓말 아닌데…….”

그 모습에 식탁에 앉아 있던 식구들이 일제히 웃었다.

“하하하!”

“알았어. 어서 먹기나 해.”

식구들의 웃음에 오상진도 기분이 좋았다. 그때 신순애가 잘 구워진 굴비를 가져왔다.

“자! 오늘은 굴비 먹고, 내일 한우 먹자.”

그러자 오상희가 바로 말했다.

“어? 엄마! 오빠가 한우 사 왔다며. 그럼 한우부터 먹자! 나 내일 연습 있단 말이야.”

“상희야, 갈비를 해 먹으려면 찬물에 담가서 핏물을 몇 번 빼고 먹어야 해. 안 그럼 비려서 못 먹어.”

“뭐야? 난 바로 먹는 줄 알았잖아.”

오상희가 투덜거렸다. 그 모습에 오정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휴, 넌 사촌 동생도 있는데 제발 철 좀 들어라.”

“내가 뭐!”

오상희가 식탁에 앉았다.

“주혁이가 보고 있다. 창피하지도 않냐.”

“뭐 어때!”

“알았다, 알았어. 하긴 네가 뭐 그런 것에 신경이나 썼냐. 잔말 말고 굴비나 먹어봐.”

오정진이 굴비의 살을 한 점 떼서 오상희 밥에 올려 주었다.

“뭐, 오늘은 굴비로 만족해 주지.”

오상희는 새침하게 말하고 굴비가 올려진 밥 한 숟갈을 한입 가득 먹었다. 그러곤 맛이 있는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수저질을 했다.

“굴비도 먹을 만하지?”

“뭐, 괜찮은데? 근데 이게 다야?”

그 모습에 주위에 있던 식구들이 또 한 번 웃었다. 그렇게 오상진은 오랜만에 왁자지껄 배부르게 밥을 먹었다.

식사가 끝나고 오상진은 불뚝 튀어나온 배를 두드리며 거실로 가서 앉았다. 그때 문자가 ‘띵동’ 하고 왔다.

-상진 씨, 엄마가 고맙다고 전해 달래요.

오상진은 문자를 확인하고 씨익 웃었다. 그 모습을 보던 신지애가 과일을 가져오며 말했다.

“뭘 그렇게 기분 좋게 웃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뭐가 아니야, 혹시 너 연애하니?”

“아, 네.”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신지애가 눈을 크게 떴다.

“뭐야? 진짜 연애하니?”

“네, 진짜 연애해요.”

“하긴 우리 상진이도 연애할 때가 되었지. 잘 되었다.”

두 사람은 환하게 웃었다.

부엌에서 과일까지 다 먹은 애들은 피곤한지 방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지키던 오상진도 슬그머니 방으로 올라갔다.

부엌에는 신순애와 신지애 자매만이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은 굴비 하나에 소주 한 병을 놓고 마시고 있었다.

“언니.”

“응?”

“정말 잘됐다. 정말 보기 좋아.”

“으응…….”

“나 있잖아. 형부 그렇게 되고, 정말 맘이 좋지 않았거든. 때론 형부 원망도 했어. 모든 짐을 언니 혼자 짊어지게 하냐며 말이야.”

“…….”

신순애는 말없이 소주잔을 기울였다. 신지애가 곧바로 소주를 따라줬다.

“그래도 언니가 이렇듯 다시 잘되어서 너무 좋다.”

신지애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신순애 역시 눈물이 맺히며 입을 열었다.

“상진이가 고생했지. 장남으로서 짊어질 게 많았으니까.”

“그건 그래. 그래도 언니는 자식 농사 잘 지어서 다행이야. 고생 많았어, 언니.”

“어디 나 혼자 했니? 자기들이 알아서 커준 거지. 그 점에 대해서는 애들한테 정말 고맙게 생각해.”

신순애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어느새 눈시울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신지애가 신순애의 두 손을 맞잡았다.

“언니…….”

그렇게 자매는 기나긴 밤 많은 대화를 나눴다.

술 한 잔 기울이면서…….

26장 은혜는 갚아야지(1)

1.

일요일 오전, 오상진은 한가로이 거실에 앉아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신순애와 신지애는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부엌에 앉아, 믹스커피 한 잔에 하하 호호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맞아, 언니 그때는 그랬지.”

그렇게 얘기하고 있을 때 오상진이 물었다.

“이모.”

“왜?”

“이모부는 언제 오신대요?”

“맞다. 그러고 보니 지금쯤 올 때가 되었는데…….”

신지애가 오상진의 말을 듣곤 시계를 확인할 때였다.

띵동-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오상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이모부 오셨나 보다.”

“왔어?”

오상진이 곧바로 인터폰 화면을 확인했다. 1층 현관 앞에 서 계신 이모부의 얼굴이 보였다. 오상진은 바로 1층 현관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이모부 오셨어요.”

“그래?”

부엌에서 신순애와 신지애가 급히 뛰어나왔다. 신순애는 아예 현관문을 열고 기다렸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모부가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신순애를 발견하고 환한 얼굴이 되었다.

“처형!”

“제부 왔어요?”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서로 반갑게 인사했다. 이모부의 손에는 과일 상자와 휴지가 들려 있었다.

“이거 받으세요.”

“아니, 뭘 이런 걸 사 오고 그래요. 그냥 빈손으로 오지.”

“어떻게 빈손으로 옵니까. 첫 방문인데…….”

그러곤 이모부는 넓은 집을 두리번거렸다.

“이야, 처형 집 좋네.”

오상진 역시 반가운 마음으로 이모부를 바라봤다.

‘후후, 이모부는 하나도 변하지 않으셨네.’

이모부는 인자한 인상에 뱃살이 불룩 나온 아저씨였다. 머리가 살짝 벗겨진 것이 푸근한 옆집 아저씨를 보는 듯했다.

“왜 이제 오셨어요? 지애랑 같이 오시지 그랬어요.”

“죄송합니다, 처형. 저도 서울에 겸사겸사 온 겁니다. 이렇듯 신세 지게 돼서 미안합니다.”

“무슨 소리예요, 신세라뇨……. 언제든지 와요. 괜찮으니까.”

“감사합니다.”

신순애와 얘기를 나누던 이모부는 환한 미소를 짓고 서 있는 오상진을 발견했다.

“어? 가만, 너는…… 상진이?”

“네, 맞아요. 이모부. 상진이에요.”

“이야, 오상진! 반갑다. 이게 몇 년 만이야. 진짜 많이 컸네. 이모부가 밖에서 봤다면 몰라볼 뻔했다.”

“이모부는 하나도 변하지 않으셨네요.”

“에이, 나이 들어서 변하면 큰일 나지. 다만 머리만 조금 더 벗겨진 정도?”

그러면서 이모부는 자신의 머리를 쓰윽 만졌다.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에이, 머리도 그대로세요.”

“아니야. 많이 빠졌어.”

이모부가 웃었다. 오상진은 그런 이모부를 뚫어지라 응시했다.

‘우리 이모부 지금 보니 많이 늙으시긴 했네.’

이모부도 무척이나 착하신 분이었다. 이모 신지애가 회귀 전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까지 돌아가시고, 마음 기댈 곳을 잃은 오상진과 동생들을 살뜰히 챙겨 주실 때, 이모부는 옆에서 항상 묵묵히 힘이 되어주셨다.

만약 그때 이모부가 조금이라도 꺼려 했다면 이모가 그렇게까지 오상진과 동생들을 챙기지 못했을 것이다. 조카를 챙겨 주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오상진은 이모부에게도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디 다녀오셨어요?”

오상진이 하루 늦게 찾아온 이모부에게 물었다. 이모부는 슬쩍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근처에 아는 분들이 있어서 인사하고 왔어.”

“아, 그러셨어요? 그래도 저녁에 오셔서 여기서 주무시지.”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는데 친구 놈하고 거하게 술 한잔해 버렸지. 그대로 뻗어버렸다.”

“아, 네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2층에서 오정진과 오상희, 그리고 주희, 주혁이 내려왔다.

“이모부 오셨어요?”

“어? 너희들은 정진이와 상희니?”

“네.”

“이야, 너희들도 많이 컸네. 조그마할 때 봤는데…….”

이모부의 눈빛에 살짝 아련한 감정이 어렸다. 예전 생각이 난 모양이었다.

“이모부가 자주 와서 챙겨 줬어야 했는데 사는 게 바빠서 그러질 못했다. 미안하고 염치없구나.”

그때 신순애가 이모부의 팔을 툭 쳤다.

“제부, 그게 무슨 소리예요.”

“맞아요. 당신 주책이야.”

“미, 미안. 그보다 다들 점심 안 먹었지?”

“당신 온다고 기다렸지.”

“아빠, 우리 배고파요.”

“나도.”

주희, 주혁이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모부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그래, 잘됐다. 오랜만에 이모부가 맛난 고기 사줄게. 고기 먹으러 가자.”

“고기 좋죠.”

“아싸!”

주희와 주혁이가 신나 했다. 그런데 그때 신순애가 이모부를 말리며 말했다.

“제부, 그러지 말고 집에서 먹어요. 어제 상진이가 사온 한우로 갈비찜 만들었어요.”

“그래요, 여보. 집에서 먹어요.”

“에이, 무슨 소리! 오랜만에 가족이 만났는데 외식해야죠. 나가요, 나가.”

하지만 이모부는 신순애의 말을 듣지 않고 가족들을 데리고 나가려 했다.

“자자, 애들아 가자!”

잔뜩 기분이 좋아 보이는 이모부의 모습을 보자 오상진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엄마, 이모. 나가요.”

신지애도 이모부를 말릴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결국 져주기로 했다.

“하긴 이모부가 너희들을 끔찍이 생각했지.”

“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이모부가 현관을 나서며 고개를 돌렸다.

“처형, 여보, 뭐 해? 어서 안 나오고.”

“나가요.”

“배고프다는 사람 어디 가셨나?”

“당신도 참. 그만 좀 재촉해요. 그래도 옷은 챙겨 입고 가야죠.”

그렇게 오상진네 가족과 이모부네 가족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아파트 근처 돼지갈빗집으로 향했다.

“여기 맛있어?”

“네, 괜찮아요.”

“그럼 여기로 가자!”

이모부가 들어가고 나머지 일행들이 뒤를 따랐다. 얼마 가지 않아 숯불이 나오고 돼지갈비가 나왔다.

“마음껏 먹어! 알았지?”

“네.”

이모부는 인자한 얼굴로 주희와 주혁, 그리고 오정진과 오상희를 챙겼다.

“이거 먹어봐. 원래 갈비는 뼈에 붙은 살이 맛있는 거야.”

“아직 덜 익었어요, 이모부!”

오상희가 뼈에 붙은 갈비를 뜯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그랬니? 그럼 좀 더 익혀서 먹자.”

정작 본인은 고기 한 점 먹지도 않으면서 자식과 외조카를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보다 못한 오상진은 잘 익은 갈비 한 점을 이모부의 밥 위에 올려주었다.

“이모부도 좀 드세요.”

“어? 나? 먹고 있어.”

“아까부터 봤는데 한 점도 안 드시더만.”

“에이, 이모부는 너희들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지.”

이모부는 또다시 허허 웃음을 흘렸다. 오상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다가 예전 생각이 떠올랐다.

‘하긴, 예전에도 이모부는 이모와 함께 이렇듯 종종 우리에게 밥을 사 주시곤 했지.’

오상진이 이모부를 바라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문득 머릿속으로 스치는 것이 있었다.

‘맞다. 이모부 펜션이 언제부터 힘들었지?’

회귀 전, 이모부가 운영하던 펜션 사정이 엄청 힘들어졌던 적이 있다. 당시 한동안 연락까지 되지 않아 무척이나 걱정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당시 이모부 가족이 엄청 힘들었는데도 그런 사정은 숨기고 오상진과 오정진, 오상희를 정말 살뜰히 챙겨 주었기에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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