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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56화 (256/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56화

25장 일이 점점 커지네?(11)

“으음, 어디 보자.”

오상진이 내비로 주소를 찍었다. 대략 30분 안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가 볼까.”

오상진이 차를 몰고 갔다. 약 20분이 조금 지나 한소희 집 앞에 도착을 했다. 오상진은 휴대폰을 꺼내 곧바로 문자를 보냈다.

-소희 씨 집 앞에 도착했어요.

-네. 잠시만 기다려요.

오상진의 문자에 금방 답을 해주곤 후다닥 내려간 한소희는 밖에 세워진 오상진 차를 발견하고 뛰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아까 전화로 말했잖아요.”

“칫. 솔직히 말해봐요. 선물은 핑계고, 나 보고 싶어서 왔죠?”

“당연하죠. 우리 소희 씨 보고 싶어서 왔죠. 그리고 선물도 정말 사 왔어요.”

“선물요? 어디 있어요?”

“트렁크에 있습니다.”

“그래요?”

선물 이야기를 하는데도 한소희는 시큰둥했다. 대신 오상진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만큼 보고 싶었다는 마음의 표현인 것 같아 오상진은 살짝 미안해졌다.

“네. 그보다 미안해요. 소희 씨. 추석 때 같이 보냈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래도 부대에 있다 보니까 시간을 낼 수가 없었어요.”

“조금 서운하긴 하지만 이해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래도 명절이고 주말인데 이렇듯 잠깐 얼굴 보는 것이 다네요. 정말 미안해요.”

오상진은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한소희도 약간 서운함을 느꼈긴 했지만, 사실 자신도 집에서 꼼짝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 워낙에 아버지가 가부장적이라 추석 때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친척들이 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한소희는 괜스레 으름장을 놓듯 말했다.

“칫, 이번 한 번만 봐줄게요. 대신에 다음 주에는 우리 찐하게 데이트하는 거예요.”

“알았어요.”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때 한소희의 휴대폰이 울렸다. 바로 어머니에게서 온 전화였다.

“엄마?”

“네? 어머니…….”

“아, 잠깐만요.”

한소희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왜?”

-너 어디야? 언제 나간 거야?

“잠깐 집 앞에 나왔어.”

-너 명절 때 개인 플레이하면 아빠가 난리 치는 거 몰라?

“잠깐 나온 거야. 지금 들어가!”

-얼른 들어와!

그렇게 전화를 끊고 한소희가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

“상진 씨, 아무래도 저 지금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네.”

오상진이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었다. 그곳에서 선물을 꺼냈다. 양손 가득 제법 무거워 보였다. 한소희는 선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뭘 이렇게 샀어요?”

“별거 아니에요. 한우랑 굴비 좀 샀어요.”

“에이, 뭐하러 이런 걸 다 사와요. 그냥 샴푸 세트나 뭐 그런 거 사오시지. 저희 한우랑 굴비 선물 많이 들어와요.”

한소희는 가격대가 꽤 나갈 것 같은 선물들에 미안함을 느껴 타박하듯 말한 것이었다.

“아, 그래요? 괜히 한우랑 굴비 샀나?”

오상진의 중얼거림에 한소희 냉큼 빼앗아서 들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한소희는 오상진이 나름 신경 써서 사 온 것일 텐데 타박하듯 말해버린 자신의 말이 살짝 후회스러웠다.

“어서 가요.”

“문 앞까지만 들어다 줄게요. 그거 생각보다 무거워요.”

“괜찮아요. 저 보기보다 힘세요. 상진 씨 먼저 가는 거 보고 들어갈게요. 어서 가요.”

“알겠어요.”

오상진이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차창을 열어 손을 흔들었다.

“소희 씨, 저 가요.”

“네.”

한소희는 오상진이 떠나는 것을 보고 몸을 돌렸다. 집에 들어가자 현관에서 한소희의 어머니가 지키고 서 있었다.

“너 어디 갔다가 오는 거니!”

“잠깐 집 앞에 나간다고 했잖아.”

“손에 든 거는 뭐니?”

“아, 누가 선물을 줘서.”

“선물? 어머! 이게 뭐니?”

한소희의 어머니는 한우 세트와 굴비 세트를 보고 눈을 반짝였다. 그러자 사촌 언니가 쪼르르 따라 나와 말했다.

“얘, 남자 친구 만나고 오는 길이에요.”

“뭐? 남자 친구? 이거 남자 친구가 준 거야?”

한소희가 사촌 언니를 노려봤다.

“어, 그렇게 됐어.”

“얘는 이걸 받아놓고 그냥 보냈어? 집에 잠깐 들어와 차라도 먹고 가라고 하지.”

“어딜 들어와. 친척들도 다 있는데.”

그러자 사촌 언니가 다가와 깐족거렸다.

“뭐 어때? 이럴 때 겸사겸사 얼굴도 보고 그런 거지.”

그러면서 선물을 힐끔힐끔 확인했다.

“뭘 사 왔대? 과일인가?”

사촌 언니가 선물 하나를 들어서 부엌으로 갔다.

“가벼운데?”

그러면서 식탁에 놓고 풀었다.

“어? 굴비네.”

그때 주방에서 일하던 아주머니가 굴비를 보며 말했다.

“어머, 굴비 좋은 거 샀네.”

“어? 이거 좋은 거예요? 한 10만 원 하나?”

“에이, 10만 원 주고는 이런 거 못 사요. 제가 보기에는 한 50만 원은 줬을 것 같은데요?”

“5, 50만 원요? 말도 안 돼요.”

그런데 굴비 오른쪽 아래에 상표가 붙어 있었다. 그곳에는 ‘프리미엄 영광굴비’라고 되어 있었다.

“어디 백화점이래?”

사촌 언니가 백화점을 확인하더니 살짝 놀랐다. 강남에 있는 백화점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인터넷에 검색을 했다.

“아니야, 내가 확인해 볼 거야.”

확인해 보니 프리미엄 영광굴비가 45만 원에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다.

‘헐, 비싼 거 샀네.’

사촌 언니가 속으로 놀랐다. 곧이어 한소희 또 선물 하나를 들고 식탁에 올렸다.

“그건 뭐야?”

사촌 언니가 나서서 곧바로 포장을 풀었다. 한우 세트였다.

“어머, 한우 세트네.”

그러다가 슬쩍 가격을 확인해 보니 이것 역시 50만 원 정도 했다.

‘헉, 무슨 추석 선물에 백만 원이나 써. 이 남자 돈 많은가 보네.’

사촌 언니가 힐끔 한소희를 바라봤다.

“소희야.”

“응?”

“남자 잘 물었다, 너?”

“왜?”

“아니, 그렇다고.”

사촌 언니가 횅하니 부엌에서 나갔다.

‘기집애 남자 하나 잘 물어서는……. 아, 얄미워!’

한소희가 피식 웃었다. 그 옆으로 한소희 어머니가 다가왔다. 선물을 쭉 확인하더니 입을 뗐다.

“어휴, 뭘 이런 걸 다 사 왔다니. 만나거든 잘 먹겠다고 말해.”

“알았어.”

한소희의 어머니는 이런 선물을 받아온 딸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최상급 굴비와 한우 세트를 보자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졌다. 친척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자랑할 게 생긴 것이니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 사위 될 사람이 이렇게 선물을 주네요, 호호호’ 하며 당장에라도 자랑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며 한대만이 들어왔다.

“아버지, 어머니.”

어머니가 현관으로 나왔다.

“넌 왜 이렇게 늦게 오니.”

“차가 좀 막혔어요.”

그런데 한대만의 손엔 보자기에 잘 싸인 무언가가 있었다. 어머니가 그것을 보고 물었다.

“손에 든 것은 뭐니?”

그러자 한대만이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아, 이것이 또 대단하죠. 어머니 예비 며느리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입니다.”

“아, 뭘 또 번거롭게 이런 것을 만들고 그랬다니.”

“에이, 예비 며느리가 솜씨 좀 보여드리고 싶었나 봐요. 자자, 어서 확인해 보세요.”

“어이구, 올해는 우리 자식들 때문에 잘 먹겠네.”

어머니는 흐뭇한 얼굴로 음식을 들고 부엌으로 갔다. 한대만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자식들?”

한대만의 시선이 식탁 위로 향했다. 그 앞에 미소를 짓고 있는 한소희가 있었다.

“이거 매제가 보낸 거야?”

“응. 그런데 저건 오빠 여친 솜씨?”

한소희가 대답을 하면서 어머니가 들고 있는 찬합을 힐끔 봤다.

“무슨 음식을 다 하고 그랬대.”

“야, 원래 명절은 정성이지.”

“정성은 무슨. 우리가 언제 음식 만들어 먹었다고.”

“거 참, 고생한 사람 성의가 있는데…….”

“누가 뭐래?”

“그건 그렇고 엄마 표정을 보아하니, 거의 넘어온 것 같지 않냐?”

한대만이 씩 웃었다. 어머니야 오래전부터 자식들이 원하는 결혼을 하게 하겠다며 선언한 상태였다. 물론 며느리나 사윗감의 기준은 있겠지만 자식들이 좋다면 딱히 반대할 느낌은 아니었다.

“엄마야 항상 우리 편이지. 문제는 아빤데.”

한소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저 멀리 거실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버지를 쳐다봤다. 그러자 한대만이 피식 웃었다.

“그 걱정은 너나 하시지.”

“응? 뭐야? 그 자신만만한 표정은?”

“다 그런 게 있다.”

“뭔데? 무슨 꿍꿍이인데?”

“후후후…….”

한소희가 캐물었지만 한대만은 그저 웃음만 흘릴 뿐이었다.

18.

한소희와 한대만이 모처럼 입씨름을 하던 그 시각 오상진도 집에 도착했다.

“저 왔어요.”

“어, 왔니?”

신순애가 나왔다. 양손 가득 들고 온 것을 보며 말했다.

“뭘 이렇게 많이 사 왔니.”

“손님이 왔다고 해서요.”

오상진이 말을 하고는 거실로 시선이 갔다. 그곳에는 중학생쯤 되는 남자애와 고등학생 여자애가 보였다.

“어어……. 그러니까, 네가 주희고, 네가 주혁이구나.”

오상진이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으며 물었다.

“아, 네에…….”

“나야, 상진 오빠!”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안녕하세요.”

“너 엄청 어렸을 때 보고, 몇 년 만이야. 정말 몰라보겠다.”

제주도에 살고 있으니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더욱 그랬다.

“아마 거의 10년 만이지?”

오상진의 말에 두 사람은 아직 어색한지 웃기만 했다.

“와, 주혁이는 다 컸네.”

그러고 있는데 부엌에서 이모 신지애가 나왔다.

“상진아!”

“어? 이모!”

신지애는 오상진을 바로 끌어안았다.

“어머나, 세상에 너 이렇게 컸니?”

“저도 이모 못 알아볼 뻔했어요. 점점 더 젊어지시는 것 같아요.”

“얘는……. 안 보는 사이에 넉살 좋아졌네?”

오상진은 밝게 웃는 신지애를 바라봤다. 그러면서 옛 기억을 떠올렸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한창 방황하던 때에 오상진을 바로잡아주고 도와줬던 게 신지애였다. 그간 바빠서 찾아뵐 겨를이 없었는데, 이렇듯 명절에 다시 만나게 되니 정말 반가웠다.

“제가 또 한 넉살 하죠.”

“넉살은 무슨. 예전에는 입을 꾹 다물고만 있었는데.”

“아, 제가 그랬어요?”

“그랬지. 아이고, 그러고 있지 말고 어서 옷 갈아입고 나와. 밥 먹어야지.”

“알았어요.”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신지애는 부엌으로 쪼르르 달려가 언니 신순애에게 말했다.

“언니, 언니. 상진이 왜 저래? 정말 많이 달라졌다.”

“으응, 그게……. 상진이가 일이 좀 잘 되어서 그래.”

“하긴 이 아파트도 상진이가 산 거지?”

“맞아.”

“와, 언니! 부럽다, 아들 잘 둬서.”

신순애는 그저 웃기만 했다. 신지애가 거실에 있는 자신들의 자식들을 보며 한마디 했다.

“너희들도 봤지? 공부 열심히 해야 해. 상진이 오빠 봐봐.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이렇게 근사한 집도 사고 그랬겠니. 너희들도 열심히 공부해서 엄마한테 효도해라.”

“칫, 엄마는 또 그 소리…….”

“귀에 딱지 앉겠어.”

“그러니까, 엄마에게 꼭 효도하라는 거야.”

“알겠어. 알겠다고!”

“도대체 언제까지 할 거야.”

“너희들이 제대로 효도할 때까지.”

신지애의 말에 두 아이는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했다. 그사이 신순애는 저녁 준비를 다 했는지 소리쳤다.

“어서 내려와,저녁들 먹자!”

“네.”

오랜만에 집안이 북적북적했다. 다들 식탁에 앉아 준비된 음식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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