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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53화 (253/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53화

25장 일이 점점 커지네?(8)

물론 사단장은 그냥 물어본 것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육사와 3사, 학사 간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감히 사단장에게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젠장 육사 안 나온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3중대장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사단장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각 중대장들과 일일이 얘기를 나눴다. 곽부용 소령이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사단장님, 저희가 다과를 좀 준비해 봤습니다. 드시면서 천천히 말씀을 나누시죠.”

“그렇지, 다과가 있었지. 자자, 어서들 먹자고.”

“네.”

사단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사이 3소대장과 4소대장이 얘기를 나눴다.

“사단장님이 전부 한 명씩 호명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 우리들 차례까지 오는 거 아닙니까?”

“아마도 그럴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러자 장재일 2소대장이 그들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야, 아무리 그래도 사단장님이 우리 소대장들까지 챙기겠냐? 중대장 선에서 끝내겠지.”

“하긴 그건 그렇습니다.”

3소대장과 4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쓸데없는 소리 말고 다과나 먹자고.”

“네네.”

오상진도 앞에 놓인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때 사단장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런데 여기 오상진 소위가 누구지?”

쿨럭쿨럭!

오상진이 깜짝 놀라며 먹고 있던 빵을 뱉어내며 기침을 했다. 그리고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소위 오상진!”

오상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잔뜩 긴장한 얼굴로 서 있었다. 사단장이 오상진의 얼굴을 바라봤다.

“으음, 자네가 오상진 소위였군. 알았네, 자네 얼굴 기억하지. 자주 보자고.”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힘차게 대답을 한 후 자리에 앉았다. 사단장은 그런 오상진을 다시 한번 본 후 옆의 간부와 대화를 했다.

“그래서 말인데…….”

그런 것도 모르고 오상진은 긴장한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언제 또 자신을 부를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끝인가?’

오상진이 속으로 생각하며 슬쩍 사단장을 봤다. 사단장은 연신 다른 간부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4소대장이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와, 저는 사단장님께서 1소대장 부르는 거 보고 뭔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자 장재일 2소대장이 바로 끼어들었다.

“야, 사단장님이 시간 남아도냐? 소위 나부랭이와 따로 얘기를 나눌 만큼 한가해 보이냐고. 그나마 얼굴을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해야지.”

“아, 그런 겁니까?”

“당연하지. 우리들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분이야.”

“아…….”

4소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힐끔힐끔 사단장을 바라봤다. 그런데 장재일 2소대장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4소대장이 슬쩍 물었다.

“그런데 2소대장님은 어디 불편하십니까?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사실 말이야. 조금 전 사단장님, 좀 너무하지 않냐?”

“무슨 행동 말입니까?”

“아니, 조금 전 말이야. 육사만 챙기는 것!”

“아…….”

4소대장의 표정도 굳어졌다. 장재일 2소대장은 4소대장의 표정을 살피곤 신이 나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이거 따지고 보면 육사 출신들이 자기들끼리 끌어주고 밀어주고 하는 거잖아.”

“에이, 그런 것이겠습니까?”

4소대장이 애써 부인을 했다. 하지만 장재일 2소대장은 아니었다.

“내가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여? 저기 3중대장님, 5중대장님, 7중대장님 표정들 봐봐. 완전 똥 씹은 얼굴이잖아.”

장재일 2소대장의 말에 4소대장의 시선이 방금 말한 중대장들에게 향했다. 다들 이 자리가 불편한 듯 표정이 굳어 있었다.

“에이, 설마 그런 거로…….”

“아니야. 아까는 솔직히 사단장님이 밉더라.”

장재일 2소대장은 계속해서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자 가만히 있던 3소대장이 입을 뗐다.

“저도 이번에는 2소대장님 말씀에 좀 공감했습니다. 솔직히 육사 라인 챙기는 것을 보고 좀 서운했습니다.”

“그렇지? 봐봐, 3소대장이 그렇다고 하잖아.”

장재일 2소대장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4소대장 역시도 조금 불편하긴 했다.

“그래도…….”

4소대장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물론 실제로 사단장은 육사 라인만 챙길 의도는 전혀 없었다. 단지, 그렇게 보였을 뿐이었다.

13.

“이야, 오늘 1소대장 계 탔네.”

“무슨 계 말입니까?”

“사단장님 계 말이야. 그래서 어땠어? 사단장님께 호명 받은 기분 말이야.”

“아, 그때는 정말 떨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하긴 나도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으니까.”

김철환 1중대장도 사단장의 호명을 받았을 때 심장이 요동쳤었다. 고작 그 정도로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평소 사단장을 볼 기회가 없는 건 중대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사단장님이 왜 저를 찾으신 겁니까?”

“왜긴 왜야. 내가 말했잖아. 사단장님이 너 좋아한다고.”

“전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인마, 내가 그런 농담을 왜 하겠냐. 그것보다 너 이 자식 부럽다!”

김철환 1중대장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정작 오상진은 왜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왜 그러십니까? 뭐가 부럽다는 거죠?”

“와, 답답한 녀석! 인마! 내가 소위 때는 사단장 얼굴로 보지 못했어. 그런데 사단장님께서 이번에 너의 이름을 직접 호명했고, 얼굴까지 기억한다고 그러잖아. 게다가 나가실 때 너 얼굴 자주 보자고도 했고. 그게 무슨 의미인 줄 몰라?”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하신 말씀이겠죠.”

오상진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김철환 1중대장은 달랐다.

“사단장님이 시간이 남아돌아서 여기까지 온 줄 아냐? 그리고 또 너를 직접 호명하고 그런 말씀을 하셨겠냐고!”

“그럼…….”

“그래, 인마! 네가 엄청 맘에 드셨다는 거지. 이런 이런, 너 잘하면 사단장님 라인 되겠다.”

김철환 1중대장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입을 뗐다.

“그런데 어쩌죠? 전 이미 라인이 있습니다.”

“뭐? 라인이 있어? 무슨 라인? 나도 모르는 라인이 있었던 거야?”

김철환 1중대장이 다소 놀란 얼굴이 되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겁니까?”

“그래 몰라, 인마! 자식이 나도 모르는 라인에 들어가고.”

김철환 1중대장은 진심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아, 진짜! 전 김철환 중대장님 라인 아닙니까.”

“뭐?”

김철환 1중대장은 서운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입가에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이 자식이 진짜! 중대장을 들었다 놨다 해.”

“전 처음부터 중대장님 라인이었습니다. 그걸 모르셨다니까 오히려 제가 서운하려고 합니다.”

“알았어, 인마! 나만 믿어. 앞으로 이 형이 쭉쭉 나갈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14.

이틀이 지난 후 추석날 아침이 밝아왔다. 추석날 아침이라고 특별하지도 않았다.

빰빠빰빠빰빠빠빠.

기상나팔 소리와 함께 불침번이 깨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십시오.”

그 소리에 이등병들은 벌떡 일어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가시지 않은 졸음을 억지로 떼어냈다. 서둘러 이불을 정리하곤 전투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반면 병장은 아직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등병들이 환복을 시작하고 나서 5분 후에야 미적미적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곤 마찬가지로 전투복을 입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일 먼저 나갈 준비를 마친 건 병장이었다.

“야, 뭐하냐? 빨리 나가자!”

이등병들은 전투화 끈을 묶다가 후다닥 뛰쳐나갔다. 연병장에 모이고 당직사령이 나왔다. 인원보고를 마친 후 당직사령이 말했다.

“뒤로 돌아!”

당직사령의 구령에 대대원 전체가 뒤를 돌았다.

“전방을 향해 함성 5초간 발사!”

“와아아아아아아!”

“뒤로 돌아!”

그 이후 도수체조부터 시작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일정을 다 소화했다.

그런데 최강철 이병의 도수체조 동작이 버퍼링이 걸린 듯 어정쩡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이해진 상병이 한마디 했다.

“강철아, 박자가 한 박자씩 늦다.”

“이병 최강철. 아, 그렇습니까?”

“너 아직도 도수체조 못 외웠냐?”

“그게 아니라, 사실 제가 몸치입니다.”

“몸치였냐?”

“네.”

이해진 상병은 곧바로 납득을 한 모양이었다. 도수체조가 끝나고 아침 구보를 할 참이었다.

모두 오늘은 추석날이니 아침 구보는 하지 않겠지 속으로 생각했다. 하나, 당직사령은 융통성이 제로인 3중대장이었다.

“이제 아침 날씨도 선선하니 아침 구보 한번 할까?”

“아…….”

대대원들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3중대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 오늘 추석이라서 싫어? 그럼 구보 생략할까?”

순간 대대원들의 입가가 환해지며 대답했다.

“네에!”

“자식들이 아무리 그래도 구보를 생략하면 쓰나. 다들 상의 탈의!”

그러자 주위에 있던 소대원들이 구시렁거렸다.

“뭐야? 추석날인데도 아침 구보야?”

“당직사령이 3중대장이잖아. 저 사람은 에누리 없어. 무조건 돌리잖아.”

“하아……. 진짜 융통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됐어! 쓸데없는 소리 말고 구보나 하자.”

이렇듯 대대원들은 추석날 아침에도 기어코 구보를 한다며 투덜거렸다.

그렇게 아침 점호를 모두 마친 후 대대 식당으로 향했다.

최강철 이병이 잔뜩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오늘 추석날인데 특별식 나옵니까?”

“특별식 나오지 당연히.”

“오오, 뭡니까?”

“아마도 떡만둣국이겠지.”

“네? 떡?”

순간 최강철 이병은 실망한 표정이었다.

“작년에도 떡만둣국이었거든. 군대라서 그런지 메뉴는 쉽게 바뀌지 않아.”

“아, 그렇습니까?”

“왜? 싫어?”

“아, 아닙니다.”

최강철 이병이 식당에 들어서며 확인을 했다. 배식병들의 손에는 큰 국자가 들려 있었고, 그것으로 커다란 통에 담긴 떡만둣국을 퍼서 식판에 담아 주었다. 물론 만두는 따로였다. 각자 서너 개씩만 주었다.

“역시 떡만둣국이네. 내 예상은 빗나가질 않아.”

이해진 상병이 웃으며 말했다.

“설마 설날에도…….”

“맞아! 매년 설날이나 추석 때는 저렇게 줬어.”

“아…….”

최강철 이병은 실망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고개를 끄덕이곤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김 한 봉지와 떡만둣국을 담아 자리로 갔다. 그런데 밥 먹는 자리에 오상진이 앉아서 떡만둣국을 먹고 있었다.

“어? 소대장님.”

“어, 왔냐?”

“아침 일찍 어쩐 일이십니까? 그리고 왜 여기서 식사를 하십니까?”

“아, 오늘 추석이라 제사상 차리는 것 때문에 왔지.”

“아! 이번 년에도 식당에서 제사를 지냅니까?”

“그렇다는데.”

“역시, 제사를 지내네.”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상진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김 봉지를 뜯지도 않고 손으로 비볐다.

“이렇게 해서 김 가루로 만든 후 만둣국에 뿌리며 최고지 말입니다.”

김일도 병장의 하는 행동을 지켜보다가 최강철 이병도 똑같이 따라 했다. 아니, 식당에 있는 대대원들 대부분이 그러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장병도 있었다.

오상진도 그렇게 김 가루를 만들어 뿌린 후 수저로 휙휙 휘저은 후 한 숟갈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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