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252화
25장 일이 점점 커지네?(7)
“자,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사단장님 오신다는데. 지금 중대장님들 난리입니다. 우리 중대뿐만이 아니라, 다른 중대도 다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4소대장이 힘없이 일어났다. 3소대장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바로 3소대원들에게 전하겠습니다.”
“네. 자, 최대한 빨리 처리한 후 멋진 중대 모습을 보여 줍시다.”
오상진은 소대장들을 격려해 주곤 1소대 내무실로 갔다.
다들 추석을 앞두고 개인정비 및 작업에 열중이었다.
“야, 다들 하던 일 멈추고 주목한다.”
“주목!”
“이번 주말 추석인 거 다 알고 있지?”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소대 내무실 포함해 부대 주변 대청소를 한다.”
“네? 또 청소입니까?”
“어쩔 수 없다. 내일 사단장님께서 방문하신다고 했다.”
“에이, 또 말입니까?”
“지난번에도 그러셨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지난번에도 그랬다가 오지 않았지 않습니까.”
소대원들이 모두 부정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오상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진짜다. 그런데 애들아, 요새 소대장이 좀 많이 풀어줬지? 그래서 지금 이렇듯 구시렁거리는 거지?”
오상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순간 소대원들이 움찔했다.
“아, 아닙니다. 당연히 청소해야죠.”
김일도 병장이 일어났다.
“어서들 안 일어나고 뭐 해? 소대장님께서 직접 말하지 않았어! 어서 청소하러 가자.”
“네, 알겠습니다.”
소대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청소를 준비했다. 김일도 병장이 예전에 했던 대로 지시를 내렸다.
“전에 해봐서 알지? 자자, 인원들 데리고 각자 맡은 구역으로 가서 청소를 실시한다. 움직여!”
“넵!”
소대원들이 하나둘 청소구역으로 나갔다. 1중대 1소대 중 몇 명은 차량이 들어오는 대로변으로 나갔다. 그들 중 최강철 이병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대로변을 쓸고 닦았다.
‘와, 사단장이 무슨 대수라고 이렇게까지 청소를 해야 하지?’
최강철 이병은 이런 일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왜 이런 뻘짓(?)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창 대로변을 쓸고 있으니 부사관 하나가 대로변 옆 화단에 난 잡초도 뽑으라고 지시했다.
“무슨 잡초까지 뽑으라는 거야?”
솔직히 시간이 지나면 또 나는 게 잡초였다. 제초제를 쓸 게 아니면 그냥 내버려두는 편이 나아 보였다.
하지만 병사들은 구시렁거리면서도 하나둘 씩 자리를 옮겨 잡초를 뽑았다. 심지어 이해진 상병도 다친 한쪽 팔을 대신해 다른 손으로 잡초를 뽑고 있었다.
“이 상병님 쉬셔야 하지 않습니까?”
“나도 쉬고 싶은데 사단장님 오신다잖아. 하나의 손이라도 더 거들어야지.”
“안 그래도 궁금하던 참인데 말입니다. 사단장님 오신다는 꼭 이래야 합니까?”
“하긴, 넌 이등병이라 잘 모르겠네. 사단장님 오신다 하면 다른 이유 다 필요 없어. 그냥 이렇게 하는 것이 맞아. 그냥 그렇게 알아둬.”
“네. 그런데 사단장이면 계급이 어떻게 됩니까?”
“아마 투 스타겠지?”
“투 스타가 높은 겁니까?”
“이 자식 봐라. 너 군대 입대한 지 얼마나 됐는데 아직 계급 체계도 몰라?”
“죄송합니다.”
“잘 들어! 우리나라 군인 중 가장 높은 계급이 바로 포 스타! 즉 별 네 개란 말이지. 현재 별 네 개 달고 있는 장군은 우리나라에 8명이 있어.”
“어? 8명밖에 안 됩니까?”
“그래, 육, 해, 공, 해병. 그 외에…….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아무튼 그건 네가 나중에 찾아봐.”
“네.”
이해진 상병이 말하려다가 귀찮다는 얼굴로 말했다.
“어쨌든 그 밑이 바로 쓰리 스타! 별 세 개. 즉, 군단장이라는 말이야. 우리나라에 군단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
이해진 상병의 물음에 최강철 이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아, 미쳐. 그것도 찾아봐. 아무튼 군단장이 쓰리 스타야. 너 군단에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있는 줄 알아?”
“그것도 잘…….”
“군단은 대략 2만에서 4만 명 가량이 속해 있어.”
“그렇게나 많습니까?”
최강철 이병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그런 최강철 이병을 보며 이해진 상병이 설명을 이어갔다.
“참고로 우리는 수도 사단이라 군단에 속해 있지 않고, 바로 대통령 직속부대에 속해 있다는 것만 알아둬.”
“대통령 직속부대 같은 것도 있었습니까?”
“그래 인마! 아무튼 군단이 존재하고 그 밑에 사단, 여단, 대대, 중대 이렇게 나뉘어. 사단은 투 스타, 즉 별 두 개. 여단은 대령이 맡을 때도 있고, 원 스타가 맡을 때도 있어. 물론 사단도 간혹 원 스타가 맡을 때도 있어. 대대야, 중령 계급이고. 무궁화 두 개. 이제 알겠어?”
이해진 상병의 설명에 최강철 이병은 대충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해진 상병님은 그런 것까지 알고 있고 대단하십니다.”
“너도 군대 오래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돼. 그보다 너 대대장님 얼굴은 제대로 봤니?”
“멀찍이서 몇 번 봤습니다.”
“그래? 하긴 우리 대대장님 얼굴 보기 힘든 분이시지. 아무튼 우리 같은 대대가 몇 개 모여야 사단으로 불리는 거야. 사단은 한 지역을 관리하고, 아무튼 바로 그런 분이 사단장이야. 알겠어?”
“네.”
“그리고 네가 군 생활하면서 사단장님 얼굴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 것 같냐? 아니지, 별 달고 있는 장군을 몇 번이나 보겠어? 아마 거의 없을 거야.”
“아…….”
“네가 사단에 따로 방문한다 해도 사단장님 얼굴 보긴 힘들테고.”
이해진 상병이 한마디 툭 던졌다. 그만큼 별을 단 장군을 보기 힘들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었다.
“그럼 이번에 사단장님 오시면 만나 뵐 수 있다는 겁니까?”
“그래 인마! 운이 좋으면 악수를 할 수도 있고!”
“악수는 좀…… 부담스럽지 말입니다.”
“아무튼 우리가 스타를 언제 볼 수 있겠냐? 영광으로 알아야지.”
“그래도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좀…….”
“그래서 군대는 계급사회라는 거야. 나중에 너도 좀 더 군 생활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러니 지금은 아무 말 말고 열심히 청소나 하자.”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이해진 상병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 풀을 뽑기 시작했다. 그런데 잘 안해본 일이라 그런지 손목이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천천히 풀을 뽑으려니까 옆에서 지켜보던 이해진 상병이 입을 뗐다.
“어쭈, 최강철!”
“이, 이병 최강철.”
“이등병이 손이 보이네. 나보다 풀 적게 뽑으면 알아서 해라.”
“아, 아닙니다.”
이해진 상병의 한마디에 최강철 이병의 손이 후다닥 빨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이해진 상병이 피식 웃었다.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1중대 행보관 김도진 중사가 차에 잔뜩 꽃을 싣고 나타났다.
“야, 이거 내려라. 그리고 화단에 듬성듬성 빈 곳 있지? 그곳에 이 꽃을 심어. 알았지?”
“꽃도 심습니까?”
“왜? 이 참에 나무도 좀 심어 볼까?”
“아, 아닙니다!”
그렇게 1소대는 때아닌 화단 미화 작업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별 두 개가 선명하게 찍힌 진짜 1호 차가 충성대대로 입성을 했다.
12
사단장은 깨끗한 충성대대를 보며 매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허허, 부대가 참 깨끗하군.”
이 한마디로 한종태 대대장을 비롯해 여러 참모들, 특히 각 중대장들은 뿌듯한 얼굴이 되었다.
한종태 대대장은 급히 사단장 앞에 가서 섰다.
“충성! 사단장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정말?”
사단장이 장난식으로 물었다. 그러자 한종태 대대장이 당황했다.
“지, 진심입니다.”
“하하핫, 충성대대장 당황한 것 좀 봐. 농담일세.”
“아, 네에…….”
“아무튼 고생했어.”
“감사합니다. 일단 자리를 옮기도록 하시죠.”
“그러지.”
한종태 대대장은 사단장을 안내해 중대 식당으로 향했다. 이미 그곳에서는 완벽한 직사각형 형태의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었다. 물론 이곳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사단장과 비서실장 그 외 참모들과 충성대대 장교들뿐이었다.
사단장이 중앙 상석에 앉았다. 한종태 대대장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사단장님 얼굴 뵈어서 좋습니다.”
“나도 우리 대대장 얼굴 봐서 좋아. 그건 그렇고 충성대대장, 여기서는 좀 잘하자. 알았지?”
“자, 잘하고 있습니다.”
“정말 잘하고 있어?”
“물론입니다.”
사단장의 시선이 작전과장인 곽부용 소령에게 향했다. 곽부용 소령은 이번 달에 소령으로 진급을 했다.
“곽 소령!”
“소령 곽부용.”
“자네가 보기에는 어때? 한 대대장 잘하고 있나?”
“아, 예에. 잘하고 계십니다.”
“그래? 잘하는 거 맞아?”
“네. 그렇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사단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정면을 바라봤다.
“그런데 여기서 1중대장이 누구야?”
“대위 김철환!”
김철환 1중대장이 손을 들었다. 사단장이 손을 든 김철환 1중대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
“자네 몇 기지?”
“네, 육사 56기입니다.”
“아, 그러면 누구 기수지?”
사단장이 옆에 앉은 비서실장을 봤다. 비서실장 중령 이관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보다는 아마 김 소령이 잘 알 겁니다.”
“김 소령?”
“소령 김학래.”
참모진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아, 김 소령. 자네가 1중대장이라 잘 아나?”
“네, 두 기수 아래입니다.”
“오호, 두 기수 아래면 잘 알겠군.”
사단장의 말에 김학래 소령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1학년, 2학년만 봤지만, 그 2년만 봐도 충분했습니다. 확실히 뛰어난 모범생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슬쩍 부끄러운 듯 입을 뗐다.
“선배님께서 절 너무 잘 봐주신 듯합니다.”
“아니야. 항상 각 학년 대표를 맡았었지.”
“선배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두 선후배는 서로를 챙겨 주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사단장은 뿌듯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김철환 1중대장 옆에 앉은 2중대장에게 시선이 갔다. 2중대장 육사 출신으로 김철환 1중대장보다 한 기수 아래였다.
“육사 57기입니다.”
사단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넨 1중대장보다 한 기수 아래구만.”
“네. 그렇습니다.”
“1중대장이 잘 챙겨 주나?”
“네. 항상 저희들의 모범이 되시는 선배님이셨습니다.”
사단장은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좋은 후배가 들어왔구먼.”
사단장이 이번에는 3중대장을 바라봤다. 그를 보며 물었다.
“그럼 자네는 몇 기인가?”
“저는 3사 36기입니다.”
“으흠, 자넨 육사가 아니었나?”
“네, 3사 나왔습니다.”
“오, 그래? 그랬구만.”
사단장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러다가 옆의 4중대장을 봤다.
“그럼 4중대장은?”
“전 육사 57기입니다.”
“오오, 57기였어? 자네는 여기 2중대장과 동기구만.”
“네, 그렇습니다.”
사단장의 표정이 밝아지며 4중대장에게 갔다. 순간 3중대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니, 육사 출신이 아닌 중대장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