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251화
25장 일이 점점 커지네?(6)
‘젠장, 이런 것 하나 제대로 못 하고……. 아니지, 그 사람이 혹시 날 물 먹이려고? 에이, 설마…….’
한종태 대대장의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신교대 대대장은 파벌상 한종태 대대장의 반대편에 선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 문제는 나중에 풀 문제이고, 조용히 처리한다고 했으니 말이 새어 나가지 않게 입단속을 단단히 시켜야겠어.’
한종태 대대장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동안 임규태 소령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아무튼 강대철 이병은 군인 신분이니 저희 헌병대에서 조사가 진행될 것입니다. 다만 군인의 신분으로 행한 일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밖에서 저지른 일에 대한 조사까지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 그건 그냥 덮고 가는 건가?”
“그럴 순 없죠. 아마 이번 폭행 사주 사건 이외의 부분은 제대 후 밖에서 제대로 된 조사를 받고 검찰에 넘어갈 것입니다. 우선 저희 헌병대에서는 이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최대한 조용히 처리할 예정이고요.”
임규태 소령의 확답에 한종태 대대장의 표정이 한결 풀어졌다.
“임 소령이 그렇게만 해주면 정말 고맙겠네.”
“뭐, 저도 군대 이미지에 타격이 있으면 안 좋은 건 마찬가지니까요. 그보다 대대장님께서는 요새 잘 지내시죠?”
임규태 소령은 처음 자신을 보고 한종태 대대장의 표정이 굳어진 걸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보통은 몰래 사고를 친 장교들이 그런 표정을 지었다.
게다가 한종태 대대장은 앞선 부대에서 비위 사실이 발각되면서 준장 승진에서 밀리고 충성대대로 좌천되어 왔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번 떠본 것이다.
그러나 한종태 대대장도 군대 짬을 허투루 먹지 않았다. 임규태 소령이 한번 떠보는 거라 확신하고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어허, 이 친구. 언제 적 얘기를……. 설마 임 소령 내 뒷조사하는 건가?”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왜 대대장님 뒷조사를 합니까. 저 그렇게 한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것을 물어봐.”
“그냥 충성대대에서는 잘 지내시나 해서 물어본 것뿐입니다.”
한종태 대대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무리 자신의 계급이 높다고 해도 헌병대 소령은 함부로 건드릴 존재는 아니었다.
헌병대는 군대 내 경찰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네. 그보다 김국한 준장님께서는 잘 계시지?”
“아, 기무사령관님 말씀입니까?”“
“그, 그래.”
“말도 마십시오. 요새 심심하다면 골프 치러 가자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서 죽겠습니다.”
임규태 소령이 웃는 얼굴로 앓은 소리를 했다. 마치 자신의 인맥이 이 정도라는 걸 자랑이라도 하듯 자세 또한 여유가 넘쳐 흘렀다. 그 모습을 보며 한종태 대대장은 부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자식, 줄을 잘 타서는……. 부럽다, 부러워. 나도 그 줄을 탔어야 했는데.’
그런 한종태 대대장의 사정도 모르고 임규태 소령은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았다. 한종태 대대장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그 얘기를 들었다. 그러다가 임규태 소령이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했다.
“어이구.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적당히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던지 임규태 소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 지금쯤이면 끝났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좀 더 이야기하지 않고.”
“아닙니다. 담에 또 하시죠. 차 잘 마셨습니다.”
임규태 소령이 전투모를 착용하고 대대장실을 나갔다. 임규태 소령의 뒷모습을 보며 한종태 대대장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제기랄…….’
9.
임규태 소령이 대대장실을 나와 헌병대 차량으로 향했다. 밖에는 이미 헌병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강대철 이병 확보했습니다.”
“그래?”
임규태 소령이 차량에 탑승을 했다. 차량 뒤쪽에 강대철 이병이 살짝 긴장한 눈빛으로 앉아 있었다. 그를 보며 임규태 소령이 말했다.
“네가 강대철 이병이냐?”
“네, 그렇습니다.”
그때 헌병대가 양쪽 문을 열고 탑승했다. 뒷좌석 중앙에 앉은 강대철 이병의 양옆으로 헌병대가 앉는 꼴이 되었다.
“차 출발하겠습니다.”
운전병이 말하고 헌병 차량이 출발했다.
“대철아.”
차가 출발하고, 임규태 소령은 정면을 보며 따뜻한 목소리로 강대철 이병을 불렀다.
“이, 이병 강대철.”
“너에게 몇 가지 해줄 말이 있다.”
“…….”
“너도 알다시피 지금 상황이 좀 좋지 않아. 그쯤은 너도 알고 있지?”
“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네가 우리에게 협조만 잘하면 나도 최대한 널 신경 써 주마. 무슨 말인지 알지?”
“그게 정말입니까?”
“나라고 앞길 창창한 너를 붙잡고 이러고 싶겠어?”
“아, 네에…….”
“어지간하면 내가 묻는 말에 똑바로 답하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고. 그럼 아무 문제 없어. 서로 피곤하지도 않고 말이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빙빙 돌려 말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라는 거다.
그리고 다행히 강대철 이병은 그 요지를 놓치지 않았다.
“제,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좋게 끝납니까?”
“물론 어느 정도 벌은 받아야지. 그렇지만 그 형량을 최대한 낮출 거야. 네가 협조만 잘하면…….”
“알겠습니다, 협조 잘하겠습니다.”
“그래그래. 네가 군대에 있는 이상 어렵지 않을 거야. 물론 제대하고 밖에 나가면 모르겠지만…….”
임규태 소령은 뒷말을 흐리며 말했다. 강대철 이병은 그 뒷말을 듣지 못한 채 살짝 안심하며 대답했다.
“네, 열심히 협조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임규태 소령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이후로 강대철 이병은 앞서 헌병대로 간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처럼 다시는 1중대 1소대로 복귀를 하지 않았다.
10.
헌병대에서 강대철을 데려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오상진은 곧장 김철환 1중대장실로 향했다.
“대철이는?”
“조금 전에 헌병대 차로 이송됐습니다.”
“그래?”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은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물론 오상진도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고생했다. 이제 진짜 끝이지?”
“네, 아마도 끝일 겁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벌써 몇 명째 보내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1소대에 진짜 마가 꼈나? 막말로 굿 한번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에이,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오상진은 솔직히 아니라고 말은 했지만 두렵긴 했다. 솔직히 이 이후에 벌어질 일은 오상진 본인도 모르는 일이었다.
과거 회귀하기 전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충성대대에 오래 몸담지 않았지만 전출 전까지 영창에 가는 병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시 1소대는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의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나지도 않았고 당연히 군사재판도 받지 않았다. 또한 그들이 자리를 지켰으니 강대철 이병이 신병으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오상진이 과거로 회귀하면서 이에 관련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하아, 나의 개입으로 인해 과거가 바뀌었어. 그렇다면 이 일에 대한 페널티가 오는 건가? 그래서 이런 식으로 자꾸 안 좋은 일만 생겨나는 것인가?’
오상진은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했다. 그저 우연히 일어난 일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꼭 자신의 회귀로 인한 나비 효과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떨치지 못했다.
그때 김철환 1중대장이 입을 뗐다.
“어쨌든 사건도 해결됐고, 1소대에 또 인원 부족 현상이 일어났네. 다시 신병 받아야겠다.”
오상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후, 싫습니다. 강대철 같은 애가 또 들어오면 어떻게 합니까?”
“야, 그렇다고 안 받을 수도 없잖아. 인원이 모자라는데.”
“그건 그렇지만…….”
“인마,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고 있어. 중대장이 신경 써서 뽑을 테니까 걱정 말고. 알겠지? 만약에 강대철 같은 놈이다 싶으면 바로 2소대로 보내도록 할게.”
“2소대는 또 무슨 죄입니까?”
“무슨 죄는 무슨 죄야. 중대장한테 찍힌 소대장 잘못 만난 죄지.”
“정말 그런 일이 있더라도 제가 떠안겠습니다.”
“짜식이 큰소리는. 제2의 강대철이 와도 감당할 수 있겠어?”
“그건…… 좀 그렇지 말입니다.”
“그렇지?”
“하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그냥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애가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오상진이 너스레를 떨었다. 김철환 1중대장도 소리쳤다.
“내 말이!”
11.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김철환 1중대장이 회의를 마치고 내려오며 오상진과 마주쳤다.
“아, 1소대장.”
“네.”
“잠깐 중대장실로 따라와.”
김철환 1중대장을 따라 중대장실로 갔다. 김철환 1중대장은 자신의 자리로 가지 않고 몸을 홱 돌렸다.
“상진아, 진짜 큰일 났다!”
“네?”
오상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강대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그러고 있는데 김철환 1중대장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사단장님 진짜 오신단다.”
“하아, 또 뭐라고……. 저 엄청 놀랐지 말입니다.”
“야, 이것보다 더 놀라운 일이 뭐가 있다고.”
“지난번에도 사단장님 올 것 같다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결국에는 안 왔지만.”
“그때는 예비 차원에서 그런 거고. 이번에는 진짜야! 아예 오시는 날까지 확정되었다고!”
“그렇습니까? 언제입니까?”
“내일!”
“네? 내일 말입니까? 그렇게 빨리 말입니까?”
오상진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너에게 말하는 거 아니야.”
“하…… 그럼 청소 다시 해야 합니까?”
“그럼 뭐, 사단장님 보고 오지 말라고 할까? 아니면 대대장님 앞에 일주일 전에 청소했는데 괜찮지 않겠냐고 말할까?”
“뭐, 그건 아니지만…….”
“아니면 내가 직접 사단에 내려가서 사단장님께 일주일 후에 다시 방문해 주십시오. 이렇게 말할까?”
“정말 그러시겠습니까?”
오상진이 눈을 반짝이며 말하자, 김철환 1중대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게 죽으려고. 그냥 확, 막!”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오상진이 두 팔을 들며 항복을 선언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단장 방문은 불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하루 전날에 통보하는 건 좀 너무했지만 그런 거로 따지고 들면 군 생활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중대마다 난리니까. 우리도 다시 청소하자! 지난번에 청소했다고 해서 좀 기대했는데 아까 보니까 엉망이더라.”
“에이, 지난번에 한 청소가 아직 남아 있겠습니까? 다시 해야죠. 그래도 지난번에 한 번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훨씬 수월할 겁니다.”
“아무튼 우리 중대 구역 모두 합심해서 깔끔하게 정리하도록. 다른 소대장들에게는 네가 전파하고.”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행정반으로 가서 소대장들에게도 사단장의 방문 소식을 전달했다.
갑작스러운 비상사태에 소대장들은 조금 전 오상진이 김철환 1중대장에게 보였던 반응을 똑같이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