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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49화 (24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49화

25장 일이 점점 커지네?(4)

진료실에서 진찰을 하던 군의관이 강대철 이병의 명치 부위를 살짝 눌렀다.

“아아악…….”

강대철 이병이 고통에 신음을 흘렸다. 군의관이 강대철 이병의 안색을 살피고는 입을 열었다.

“뭘 얼마나 허겁지겁 먹었기에 이렇게 체한 거야? 평소에 잘 못 챙겨 먹는 거야?”

“그, 그게…….”

“됐다. 이등병이 군대에서 잘 챙겨 먹고 다니는 게 더 이상한 거지.”

군의관은 강대철이 이등병이고 하니 적응하느라 제대로 못 먹고 다니다가 급체를 하게 된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너 온 김에 링거 한 병 맞고 가라.”

“링거 말입니까?”

“그래, 싫어?”

“아, 아닙니다. 놔 주십시오.”

강대철 이병 역시도 지금 부대로 올라가는 것보다는 링거라도 맞으며 여기서 한숨 푹 자는 게 낫겠다 싶었다.

“알았다. 저쪽에 가서 누워.”

그사이 구진모 일병도 진료를 마치고 강대철 이병을 기다렸다. 그런데 강대철 이병이 링거를 맞고 있다고 하자 안으로 들어갔다.

“뭐냐? 갑자기 왜 링거?”

“군의관님께서 맞고 가라고 해서 말입니다.”

“그래? 얼마나 걸리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구진모 일병이 뒤에 앉아 있는 의무병에게 물었다.

“아저씨, 이거 얼마나 걸려요?”

“그거 아마 세 시간은 맞아야 할 겁니다.”

“세 시간이나요?”

구진모 일병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바로 올라가 쉬고 싶은데 강대철 이병을 데리고 돌아가려면 세 시간을 꼼짝없이 기다려야 했다.

“하아……. 3시간을 기다려야 해?”

“죄, 죄송합니다.”

그때 옆에 충성 부대 4중대 4소대 임찬규 병장이 누워 있었다.

“너 1중대 1소대냐?”

구진모 일병이 고개를 돌리자 임찬규 병장이 바라보고 있었다.

“어? 임 병장님.”

“구 일병. 잘 있었냐.”

“그런데 왜 여기 계십니까?”

“어어, 아파서 있지.”

“말년이라고 꾀병 부리는 거 아닙니까?”

“자식이……. 꾀병이 뭐냐? 그냥 안전빵으로 와 있는 거지. 그보다 왜?”

“아니, 후임을 데리고 가야 하는데 링거를 맞지 뭡니까. 3시간이나 걸린다고 하던데…….”

“그래? 그럼 내가 데리고 갈게. 넌 먼저 올라가.”

순간 구진모 일병의 얼굴이 환해졌다.

“저, 정말 그래 주시겠습니까?”

“그래! 걱정 말고 올라가.”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내무실에서 쉬어야 하는데 내려온 거 아니야. 일병이 다 그렇지.”

“네, 뭐…….”

“아무튼 저 녀석 데리고 올라가면 되지?”

“네.”

“알겠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구진모 일병이 강대철 이병에게 갔다.

“너, 링거 다 맞고. 저기 있는 임 병장님하고 같이 올라와.”

“알겠습니다.”

그렇게 구진모 일병이 자대로 올라갔다. 임찬규 병장이 누워 있는 강대철 이병을 보다가 자세를 똑바로 하고 앉았다.

“그런데 너 신병이냐?”

“네? 아, 네. 그렇습니다.”

“요즘 군대 좋아졌네. 신병 놈이 여기 왜 왔냐?”

“……밥 먹다가 체해서 왔습니다.”

“으구, 너도 눈칫밥 먹냐?”

“그게…….”

강대철 이병이 얼버무리자, 임찬규 병장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됐다! 안 봐도 뻔하지 뭐. 이등병 때는 원래 그래. 잘해도 눈칫밥, 못해도 눈칫밥. 눈칫밥을 하도 먹어서 익숙해질 때쯤 되면 일병 다는 거고.”

“그, 그렇습니까?”

“그보다 너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냐?”

“이제 두 달째입니다.”

“와, 까마득하네.”

“뭐가 말입니까?”

“네 앞날이.”

“네…….”

강대철 이병은 단답형으로 말했다. 딱 봐도 자신을 놀려먹으려는 타 소대 고참과 계속 이야기를 해봐야 좋을 게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임찬규 병장이 강대철 이병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야,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네?”

“나한테도 물어봐 줘야 할 것 아니야.”

“아…….”

강대철 이병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병장님께서는 언제 들어오셨습니까?”

“그게 병장에게 할 소리냐. 얼마 남았냐고 물어봐야지.”

“죄, 죄송합니다. 그럼 제대까지 얼마 남으셨습니까?”

“나? 후후후, 글쎄. 얼마나 남았으려나?”

잠시 운을 떼던 임찬규 병장이 이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한 25일 정도 남았나?”

순간 강대철 이병은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250일도 아니고 25일이라니. 민간인이 되기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니까 괜히 배가 아팠다.

그런 강대철 이병의 속내를 읽은 것일까.

임찬규 병장이 뿌듯한 얼굴이 되었다.

“부럽지?”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부럽지?”

“네, 뭐 좀 부럽긴 합니다.”

“그럴 줄 알았어. 사실 너 말고 우리 소대 애들 다 부러워해. 솔직히 부러운 게 당연한 거 아니겠냐? 이 엿 같은 군대를 탈출하는 건데. 안 그래?”

“……네.”

“그건 그렇고 솔직히 말해봐, 너 집에 가고 싶지?”

“네?”

“짜식이, 놀라긴. 군인 중에 집에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안 그래?”

대화 상대가 필요했던지 임찬규 병장이 강대철 이병을 살살 구슬렸다. 그러자 강대철 이병이 나직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집에 가고 싶지는 않지만 일단 여길 벗어나고 싶긴 합니다.”

강대철 이병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임찬규 병장은 다른 의미로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이등병 때는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나도 너 때는 아주 미치는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너 그거 아냐?”

“네?”

“우리 집은 말이야. 부대에서 보여!”

“네?”

강대철 이병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부대에서 집이 보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왜? 내 말이 거짓말 같아?”

“솔직히 조금 믿기 어렵지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사방으로 산밖에 보이지 않는데 말입니다.”

“자식이! 너 절에 가봤냐?”

“아뇨, 전 교회에 갑니다.”

“그럼 내일 종교 행사지?”

“네.”

“그럼 절에 한번 가 봐. 절 뒤쪽으로 공터가 하나가 나와. 그 뒤에 보면 울타리가 있거든 거기가 보통 담배 피우고 그러는 곳이기도 한데. 거기서 제일 가까이 있는 아파트가 바로 우리 아파트다.”

“아, 그렇습니까?”

“내가 진짜 저 아파트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저 울타리 하나만 넘으면 우리 집인데 넘어 말아? 이번 주만 참자, 이번 주만 참자. 내가 그렇게 백 주를 넘게 참았어! 그렇게 참고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내가 제대를 코앞에 뒀네. 이야, 참…….”

임찬규 병장은 감회가 새롭다는 듯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강대철 이병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넘어? 그러니까, 거길 넘으면 탈영도 가능하단 소리잖아!’

강대철 이병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벼, 병장님. 거기가 정확히 어디입니까?”

“거기? 왜? 너도 가서 한번 보게?”

“네. 저도 한번 보고 싶습니다.”

“인마, 너 그러다가 탈영하는 거 아니야?”

“아, 아닙니다.”

“하긴 탈영은 아무나 하나. 딱 봐도 너같이 어리버리한 녀석은 탈영도 못 해요.”

강대철 이병이 멋쩍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임찬규 병장이 말했다.

“그러니까, 절 공터 쪽으로 가다 보면, 아니다. 그냥 담배 피우는 곳 어디인지 물어보면 돼. 그럼 알려줄 거야.”

“그렇습니까?”

“그리고 거기 울타리 엄청 높다. 괜히 탈영한다고 넘지 마라. 예전에 거기 탈영하려고 했던 놈이 있었는데 기를 쓰고 올라가더니 못 내려가더라. 무섭다고! 괜히 헛수고하지 말고!”

“저 탈영 안 합니다.”

강대철 이병이 피식 웃었다. 그때 군의관이 들어왔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아무것도 아닙니다.”

임찬규 병장이 곧바로 누웠다. 군의관은 강대철 이병 링거 상태를 확인하며 말했다.

“조용히 있어.”

“네.”

강대철 이병이 누워서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역시 탈영밖에 없어. 탈영!’

강대철 이병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반짝 빛나고 있었다.

7.

강대철 이병은 링거를 다 맞고 부대에 올라갔다. 내무실에 들어가자 김우진 상병이 다가왔다.

“뭐야, 강대철. 너 어디서 뭘 하다가 이렇게 늦게 올라와!”

“링거 맞고 왔습니다.”

“링거? 어디 봐봐.”

강대철 이병이 팔뚝을 보여주었다. 그곳에 주삿바늘 자국이 선명하게 있었다.

“자식이 뭐가 그리 아파서 링거까지 맞고 와. 생긴 거답지 않게 은근 비리비리하다 너?”

다른 때 같았으면 발끈했을 테지만 강대철 이병은 그저 멋쩍게 웃고 말았다.

그 때 김일도 병장이 근무 편성표를 보며 말했다.

“대철아, 많이 아프냐?”

“아, 아닙니다. 링거 맞아서 괜찮습니다.”

“너 이번에 경계근무조던데 할 수 있겠어?”

“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일도 병장이 보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구진모 일병을 불렀다.

“진모야.”

“네.”

“너 오늘 근무 없지?”

“네, 없습니다.”

“그럼 네가 대철이 대신 근무 좀 서라.”

“제가 말입니까?”

구진모 일병이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김일도 병장은 그런 구진모 일병의 표정을 보고 역시 인상을 썼다.

“인마, 그냥 해. 일병 왕고 되었다고 개기냐?”

“아닙니다.”

“그럼 잔말 말고 서.”

“알겠습니다.”

구진모 일병이 몸을 돌려 강대철 이병을 노려봤다.

“아, 강대철 저 녀석 때문에 오늘 완전히 꼬였네.”

구진모 일병이 구시렁거리며 내무실을 나섰다. 강대철 이병은 그런 구진모 일병의 구시렁거림을 듣고 또다시 맘이 불편해졌다.

‘아씨, 이놈의 군대. 빨리 도망치든가 해야지.’

그렇게 토요일이 지나고 일요일 아침이 되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종교 행사에 갈 사람을 모았다. 강대철 이병은 이번에 교회 줄이 아닌 절에 가는 줄에 섰다.

“어? 강대철 너 이번 주는 절에 가게?”

김우진 상병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강대철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병 강대철. 네, 그렇습니다.”

“너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고 하지 않았냐?”

“아, 아닙니다.”

“그래? 그럼 뭐…….”

김우진 상병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다. 그렇게 각자 종교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강대철 이병은 자대배치를 받고 처음으로 절에 갔다. 그것도 김일도 병장과 함께 말이다.

“강대철 너 솔직히 말해봐.”

“네?”

“오늘 절에 피자 나온다는 이야기 들었지? 그래서 교회 대신 절에 가는 거지?”

“네? 아, 그렇습니다.”

“자식 그럴 줄 알았어. 만날 교회만 가던 녀석이 절에 간다고 해서 혹시나 했네.”

김일도 병장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강대철 이병은 절이 가까워지자 힐끔힐끔 위치를 확인했다. 절 주변을 살펴보는데 그 뒤쪽에 아파트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어? 진짜 아파트야?’

순간 강대철 이병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와, 잘하면……. 진짜 잘하면…….’

그렇게 생각하며 법당에 쭉 앉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강대철 이병이 앉은 위치가 중앙 쪽이었다. 그곳에 앉아 어떻게 빠져나갈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때 누구 하나가 슬그머니 일어나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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