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246화
25장 일이 점점 커지네?(1)
그렇게 김철환 1중대장이 대대장실로 향했다. 대대장실 입구에 선 김철환 1중대장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휴대폰에는 박은지가 쓴 기사의 링크까지 잘 걸어놨다.
“좋아!”
김철환 1중대장은 모든 준비를 하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들어와.”
김철환 1중대장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조용히 한종태 대대장 앞으로 가서 섰다.
그때 한종태 대대장이 고개를 들었다.
“야, 휴가 나가서 다쳤다는 애. 너희 중대라며!”
“네.”
“그런데 왜 바로 보고를 안 해?”
“저도 오늘 아침에서야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보고를 받고 바로 연락을 드릴 참이었습니다.”
“자식이 이런 일이 있으면 빨리빨리 연락을 했어야지. 내가 사단장님께 얘기를 듣는데 한참을 머뭇거렸다.”
“아, 사단장님께서 직접 연락을 주셨습니까?”
“그래! 갑자기 연락받고 당황했잖아. 그보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생긴 거야?”
사단장 이야기가 나오자 김철환 1중대장은 아차 싶었다. 그런데 한종태 대대장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생각보다 크게 질책을 받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면 벌써 기사를 보신 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철환 1중대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중대 관리를 제대로 못 해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1중대장! 이게 어떻게 네 잘못이야. 대대장도 그 기사 봤다. 다짜고짜 두드려 패면 무슨 수로 버텨! 애는 괜찮아?”
“다행히 괜찮다고 합니다. 팔이 금이 좀 갔다고 하지만 워낙에 운동을 좋아하고 건강한 친구라 크게 다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역시 이래서 전투 체육을 해야 한다니까.”
한종태 대대장이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작전과장이 말했다.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 것 같습니다. 나라를 지키는 애들이 무슨 죄입니까. 진짜 군인이기 때문에 주먹 한 번 못 휘두르는 것은 마음 아픕니다. 법을 바꾸든가 해야지. 무슨 방법이 없는 겁니까?”
작전과장 역시 분통을 터뜨렸다.
“그런데 이거 헌병대에서 제대로 수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걸 헌병대에서 무슨 수로 조사를 해. 헌병대 그놈들은 군 내부 조사도 바빠서 죽으려는 판인데.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 봤니?”
“그럼 경찰이 조사를 해야 하는데, 그들이 제대로 하겠습니까?”
“그건 그러네.”
한종태 대대장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그러다가 슬쩍 말을 꺼냈다.
“그건 또 모르겠다. 사단장님께서 직접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은 보면 말이야. 우리 사단장님이 이런 것을 또 좋아하시잖아. 매스컴에 관심을 받는 것을 말이야.”
“아, 그렇습니까?”
“그래. 그 양반 정치권에서 슬슬 입질이 오는 것 같던데 말이야. 이번 건으로 데뷔할지도 모르겠는걸.”
“네? 사단장님 아직 임기 채우려면 멀었지 않습니까?”
“지금 사단장 자리가 중요해? 이참에 정치가의 길로 들어서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지.”
“그러니까 이번 이슈를 발판삼아 정치의 길로 들어선다, 이 말입니까?”
“그렇지. 아마도 조만간 묻지 마 폭행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하라고 지시 내릴 거야. 아니지, 국방부에 가서 강하게 건의하시겠지! 우리 사단장님 꿈이 워낙에 크시니까.”
한종태 대대장은 확신을 가지고 말했고 작전과장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철환 1중대장은 한발 물러나 두 사람의 대화를 그저 조용히 듣기만 했다.
36.
그다음 날 한종태 대대장이 예견한 대로 기사가 터졌다.
-국방부에서 이번 ‘상병 묻지 마 폭행’에 대해 강력한 조사를 촉구했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나라를 지키는 우리 국군장병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일선 경찰들이 최선을 다해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중부 경찰서의 이강진은 기사를 확인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와, 무슨 일이 이렇게 커졌지?”
“그러게 말입니다.”
이강진의 옆에 앉은 후배가 대꾸했다. 그런 후배를 보며 이강진은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동생인 이해진 때문에 생긴 일이기 때문이었다.
“아, 괜히 내가 미안해지네. 내 동생 때문에 너희들이 고생이다.”
“에이,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형님 동생이면 제 동생이나 마찬가지죠. 막말로 내 동생이 이런 일이 당했다면 저도 가만히 안 있습니다. 그런 생각 하지 말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가 그놈들을 확실하게 잡읍시다, 형님!”
“고맙다. 아무튼 내 동생 깐 놈! 절대 다른 놈들에게 못 넘겨! 무조건 내가 잡을 거야.”
이강진은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때 이강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바로 정보원1에게서 온 것이었다.
“응? 이놈이 무슨 일이지?”
이강진이 휴대폰 통화 버튼을 눌렀다.
“나다, 무슨 일이야?”
-뉴스 봤습니다, 형님.
“뉴스? 뭔 뉴스?”
-왜 그러십니까. 형님과 관련된 뉴스인데.
순간 이강진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나, 나랑 관련된 뉴스?”
-그 뭐냐. 형님 동생이 어떤 놈들에게 다구리당했다면서요. 이 뉴스 형님 동생 얘기 아닙니까?
“누가 그래?”
-아닙니까? 저는 그렇게 들었는데.
“하아, 맞다.”
이강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하다 하다 정보원들에게까지 소식이 전해졌네.’
괜히 울컥해진 이강진이 휴대폰에 대고 언성을 높였다.
“그런데 왜 전화했어? 지금 너 나 놀리려고 전화했냐?”
-와, 설마. 제가 형님을 놀리려고 전화했겠습니까? 걱정이 돼서 했죠.
“얼씨구나, 잘도 걱정했겠다. 속으로는 고소해 했으면서…….”
-헉, 그걸 어떻…… 아니, 진짜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 들었다. 그보다 내 동생인 건 어떻게 알았어! 기사에는 내 이름도 동생 이름도 없었는데.”
-형님! 왜 이러십니까? 제가 괜히 정보원 노릇을 하겠습니까?
“됐고! 무슨 일로 전화했어? 본론만 말해.”
-에이, 성격도 급하시기는…….
“끊는다.”
-아, 아닙니다. 아무튼 우리 형님은……. 사실 제가 CCTV에 나온 놈들 중 한 놈을 본 것 같습니다.
순간 이강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야? 확실해? 어디서? 장소 말해봐!”
이강진이 급하게 말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 정보원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있었다.
-이야, 역시 우리 형님. 급하긴 급하셨나 보네요. 이거 좀, 제가 이런 느낌을 좀 음미를 해봐야겠습니다.
“죽을래!”
-에이, 얼마 만에 제가 유리한 고지에 있는 건데 말입니다. 그래도 좀 즐기고!
“야, 장난치지 말고 빨리 말해.”
-형님 저 정보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맨입으로 되겠습니까?
순간 이강진의 얼굴이 사악하게 변했다. 눈빛이 매섭게 바뀌며 조용히 말했다.
“너 인마. 이제 좀 살 만하다, 이거지? 어떻게 먼지 나게 한번 털어줄까?”
-아, 또 왜 이러십니까.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이강진이 굳었던 얼굴을 풀었다. 그래도 정보원1은 정말 뛰어난 정보원이었다. 함부로 잃을 수도 없었다. 이강진이 빠르게 과장이 된 것도 저 정보원의 정보 덕분이었다.
“그래, 알았다. 원하는 게 뭔데?”
-앗! 지금은 생각 안 납니다.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보다 지금 술 한잔 사 주십시오.
“알았다. 어디서 볼까?”
이강진이 전화를 끊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그다음 날 이강진과 동료들은 어느 PC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야, 찾아봐.”
“네.”
같이 온 형사들이 PC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강진은 카운터로 가서 형사 수첩을 보여줬다.
“중부 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잠시 볼일 좀…….”
그때 주변을 대충 훑어보던 이강진의 눈에 한 녀석이 들어왔다. 이강진은 곧장 자신의 수첩을 품속에 집어넣고 그 녀석에게 갔다.
한편, 그 녀석은 스타를 하며 잔뜩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아, 병신같은 녀석. 거기서 앞마당부터 먹어야지. 무슨 드랍질이야. 컨도 발컨이면서…….”
녀석이 중얼거리자 뒤에서 이강진이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네가 더 발컨인데.”
“뭐야, X발!”
녀석이 고개를 확 돌리자 이강진이 씨익 웃고 있었다. 딱 봐도 뭔가 느낌이 싸했다.
“너, 뭐야?”
“내가 뭘까?”
순간 녀석은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곧바로 옆으로 몸을 후다닥 날렸다. 하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이강진이 녀석을 붙잡았다.
“아무튼 너희들은 내 예상에서 벗어나지를 않아요.”
“놔! X발! 놓으라고!”
이강진이 녀석의 뒤통수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야, 여기 PC방이야. 다른 사람 게임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나가자!”
그렇게 세 명 중 한 명이 검거되었다.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검거된 한 명을 통해 나머지를 잡는 일은 생각보다 더 쉽게 진행됐다.
“형님 어디십니까?”
-우리? 술 마시고 있지. 너도 올래?
“네, 어디로 가면 됩니까?”
한 놈이 휴대폰을 이강진에게 건넸다.
“어디래?”
“한신포차라고 합니다.”
“그래? 자식 방금 한 행동 때문에 넌 내가 좀 봐준다.”
이강진이 씨익 웃으며 동료들에게 말했다.
“한신포차란다. 가자.”
그렇게 두 놈 역시 한신포차에서 체포를 당했다. 경찰서로 온 두 사람 중 형님 되는 녀석이 가장 먼저 잡힌 녀석에게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야, 감히 우리를 팔아!”
딱!
이강진이 방금 으르렁거렸던 놈의 뒤통수를 냅다 후려갈기며 말했다.
“시끄러워, 인마! 그보다 너희 세 명이지 군인 다구리 놓은 놈들이?”
“저희 아닙니다.”
“아니야? 그럼 군인 불러와서 삼자대면시킨다.”
그러자 세 녀석이 일제히 고개를 푹 숙였다. 이강진이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솔직히 말해라. 그래야 이 형님도 잘 봐주지. 안 그러냐?”
이강진의 말에 세 녀석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이강진이 피식 웃었다.
“좋아, 내가 지금부터 묻는 말에 잘 생각해서 답해라. 너희 셋이서만 했냐? 아니면 위에 또 누가 있냐?”
“그, 그게…….”
“신중히 대답해라. 만약 거짓말하는 거 들키기만 해봐. 내가 너희 다 평생 감방에서 썩게 만들어버릴 테니까.”
그러자 형님쯤 되는 녀석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저희가 했습니다.”
녀석은 나중에 조직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이 뒤집어쓰는 게 맞다고 여겼다. 하지만 다른 두 사람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남은 두 명이 눈을 크게 떴다. 두 녀석은 당황스러움과 억울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형님을 바라봤다.
이강진은 바로 눈치를 채고 형님과 두 녀석을 분리했다. 그리고 이강진은 두 녀석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너희들 억울하지? 그냥 지시받고 군인 밟으라는 말만 듣고 한 건데 너희들이 다 뒤집어쓰게 생겼잖아. 안 그래?”
“…….”
“…….”
두 녀석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이강진이 슬쩍 말했다.
“잘 생각해라. 이대로 억울하게 뒤집어쓸 거야? 너희 이러면 평생 취직도 못 해. 인생에 빨간 줄 그어진 거랑 아닌 거랑 얼마나 다른 줄 알아? 그냥 사회의 낙오자로 남게 될 거야. 그러고 싶어?”
이강진의 말에 두 사람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자 한 녀석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