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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44화 (24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44화

24장 부대 꼴 잘 돌아간다(8)

“뭐야? 저 블랙카드가 그렇게 대단한 거야?”

“뭔데, 말 좀 해봐.”

주희가 조용히 말했다.

“저 카드 아무나 발급해 주는 카드 아니야.”

“에이, 가족이니까 해주는 거 아니야? 오상진 가족 중에 잘 나가는 사람이 있는 거겠지.”

“멍청아! 저건 가족들에게 발급도 안 돼. 개인에게만 되는 거야. 그것도 엄격한 심사를 통해서 말이야.”

“야, 그럼 한소희는? 그 기집애도 재산이 20억 넘어?”

“아,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김주희는 신경질을 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 자존심이 무척이나 상했다. 그러다가 김주희의 눈빛이 바뀌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뭐야? 저 군인 아저씨? 돈이 그렇게 많았어? 갑자기 뺏고 싶어지네.’

김주희의 눈빛이 다른 의미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34.

오상진은 허겁지겁 이해진 상병이 있는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침상에 누워 있는 이해진 상병을 발견했다.

“야, 이해진 무슨 일이야?”

“어? 소대장님.”

이해진 상병은 오상진을 발견하고 곧바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오상진은 그걸 보고 손을 뻗어 만류했다.

“괜찮으니까 누워 있어. 그런데 어떻게 된 거야?”

이해진 상병은 붕대 감은 팔을 슬쩍 쓰다듬었다. 여러 곳에 타박상을 입었고, 뺨에는 시퍼런 멍이, 입술은 터져서 피딱지가 앉아 있었다. 그때 응급실 담당 의사가 다가왔다.

“보호자 되십니까?”

“네.”

“팔은 부러져서 깁스는 하셔야 할 것 같고, 그 외 타박상이 좀 많습니다. 다른 곳은 다행히 이상 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해진아, 자세히 말해봐. 어떻게 된 거야?”

오상진이 물으려고 할 때 헌병대가 나타났다. 그러고는 곧장 이해진 상병에게 다가갔다.

“이해진 상병 맞습니까?”

“네.”

“폭행 사건 맞습니까?”

“네.”

이해진 상병이 오상진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민간인과 접촉은 했습니까?”

“아닙니다. 일방적으로 맞았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그리고 휴가 나가서 사고 치지 말라고 부대에서 교육 안 받았습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오상진이 나섰다.

“내가 이해진 상병 부대 소대장이다.”

오상진이 품속에 넣어 두었던 소대장 명찰을 보였다. 그러자 헌병대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충성.”

“소대장님께서는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그건 안 되지! 우리 소대 애가 일방적으로 맞았다는데.”

“그래도 소대장님께서는 나서시면 안 됩니다. 일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 일은 우리 헌병대에 맡겨 주십시오. 그리고 밖에 부소대장이 와 있습니다. 그분과 대화를 나누시죠.”

“뭐?”

오상진이 눈을 부릅떴다. 곧이어 헌병대 부소대장이 나타났다. 중사인 부소대장이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뭡니까? 보호자 됩니까?”

오상진이 중사를 보며 말했다.

“여기 있는 이해진 상병의 소대장입니다.”

“아, 소대장님 되십니까?”

헌병대 부소대장이 이해진 상병을 노려봤다.

“자식이 잔머리 쓰네. 인마, 아무리 소대장을 불러도 소용없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오상진이 나서서 물었다. 헌병대 부소대장이 오상진을 봤다.

“아무리 소대장님이라고 해도 이 일은 관여하실 수 없습니다.”

“제가 이해진 상병 소대장입니다. 그런데 관여를 못 한다니 말이 됩니까?”

“지금부터 헌병대에서 자체 조사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잠시 물러나 계시죠.”

오상진은 당황했다. 헌병대에서 저런 식으로 나와버리면 오상진도 어쩔 수는 없었다. 그때 이해진 상병의 친형이 나타났다.

“해진아.”

“형!”

오상진이 나타난 이해진 상병의 형을 바라봤다.

“안녕하십니까. 이해진 상병 소속 부대 소대장 오상진입니다.”

“아, 소대장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해진 상병의 친형은 인상이 좋은 사내였다.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고 이해진 상병에게 갔다.

“해진아 몸은 어때? 어떻게 된 거야?”

“아, 형. 그게…….”

“입 다무십시오. 그 얘기는 직접 헌병대에 가서 말씀하시죠.”

헌병대 한 명이 말했다. 그러자 이해진 친형인 이강진이 눈을 크게 떴다.

“전 중부경찰서 강력계 과장 이강진입니다. 그리고 이해진은 제 친동생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형사님이라고 해도 동생분은 군인입니다. 저희 헌병대에서 자체 조사를 할 예정이니 빠져 주시기 바랍니다.”

이강진은 어이가 없었다.

“이봐요. 자료는 제대로 가지고 와서 조사를 하는 겁니까? 당신들 바로 이곳으로 온 것 아니오!”

헌병대 부소대장이 나섰다.

“그건 맞습니다. 일단 신병을 확보한 후 조사하면 됩니다.”

“조사야 하면 되지만, 왜 이렇게 강압적인 겁니까? 내 동생이 뭘 잘못했습니까?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하지 않습니까.”

“형사라면 아시지 않습니까. 가족이 중간에 끼면 안 됩니다. 더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헌병대 부소대장이 살짝 협박을 했다. 그러지 이강진이 피식 웃었다.

“헌병대가 강력계 과장에게 협박을 하시네? 경찰이 물로 보이나?”

이강진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자 헌병대 부소대장이 움찔하며 놀랐다.

“아, 아니, 제 말은 이 일은 헌병대 소관이니까 나서지 말라는 뜻으로……. 그리고 이런 건 일방적일 수 없다. 분명 쌍방 폭행일 수 있다 하는 거죠.”

“아닙니다. 전 절대로 손을 쓰지 않았습니다. 방어만 했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그러자 헌병대 부소대장이 입을 열었다.

“그건 헌병대에 가서 조사하면 나올 일이다. 넌 조용히 있어.”

헌병대 부소대장은 어떻게든 이해진의 입을 틀어막으려 혈안이 되어 있었다. 괜히 밖에서 입을 잘못 놀렸다가 골치 아파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자 보다 못한 이강진이 나섰다.

“내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얘는 절대 다른 사람을 함부로 건드릴 놈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헌병대로 가서 조사를 해보면…….”

그때 이강진에게 전화가 왔다.

“아, 잠시만요.”

이강진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그래, 나다. 어떻게 됐어? 찾았어? 좋았어! 바로 보내.”

이강진이 전화를 끊고 헌병대 부소대장에게 말했다.

“CCTV 영상 확보했다고 하니까. 그걸 보고 말하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CCTV 영상을 확인했다. 휴대폰이라 화면은 작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구분은 가능했다. 이강진은 영상을 다 확인한 후 씨익 웃었다.

“이것 좀 보시죠?”

“이게 뭡니까?”

“일단 보시죠.”

이강진이 헌병대에게 보여주었다.

먼저 이해진 상병 앞을 가로막는 누군가가 있었다. 이해진 상병이 옆으로 피해 가려는데 다른 한 명이 나타나더니 이해진 상병을 골목길로 밀어 넣었다.

화면 전환이 되면서 골목길에서 이해진 상병이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덩치 큰 세 놈에게 말이다. 다른 한 명은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며 망을 보고 있었다.

그때 어떤 나이 많은 사람이 발견하고 휴대폰을 꺼내자 망을 보던 사내가 세 명의 덩치에게 뭔가 말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유유히 사라졌다.

화면이 좀 작고, 화질이 안 좋았지만 어떤 상황인지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어험…….”

“원본 영상은 저희가 가지고 있으니까 요청하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보다 이 정도만 봐도 내 동생이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한 것은 맞죠? 절대 민간인에게 손댄 적은 없습니다.”

이강진이 묻자 헌병대 부 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인했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따로 헌병대에 나와서 조사는 받으셔야 합니다.”

오상진이 나서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데리고 가겠습니다.”

“네, 그럼.”

헌병대가 가고 오상진이 다시 이해진 상병을 보았다. 이강진이 이해진 상병을 보며 구박했다.

“야, 형이 그렇게 가르쳤냐? 병신같이 얻어 처맞기나 하고!”

“아, 형!”

이해진 상병이 눈짓을 주자 그제야 이강진이 깜짝 놀랐다.

“아, 죄송합니다. 소대장님 계신 걸 깜빡하고…….”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오상진이 말을 한 후 이해진 상병을 봤다.

“해진아, 이제 말해 줄래? 어떻게 된 일이야?”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게 말입니다.”

이해진 상병은 그 당시 가게 안 상황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야, 이제 상병이면 언제 병장 달고 제대하냐?”

“하하하, 상병이라……. 앞날이 깜깜하지?”

친구들의 놀림에도 이해진 상병은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반격을 날리기까지 했다.

“치수야, 넌 다음 달에 군대 간다며. 그럼 이등병이겠네? 깜깜하다. 나 제대할 때쯤이면 일병 달겠네. 쯧쯧, 난 제대하는데 고작 넌 일병이라니…….”

이해진 상병이 소주 한 잔을 마시고는 다른 친구를 봤다.

“상호야! 넌 5급 받아서 상근으로 빠졌다며! 어떻게 상근이 감히 현역병이랑 말을 섞으려고 해? 너 그러다가 몰매 맞는다.”

이해진 상병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두 친구는 이해진 상병의 발언에 감히 토도 달지 못했다.

“이익…….”

“나쁜 새끼!”

“그러니까, 육군 상병 앞에서 깝치지 말란 말이야.”

이해진 상병은 뿌듯한 얼굴로 잘 익은 삼겹살을 집어 먹었다.

“에이, 삼겹살 맛 떨어지네.”

“술맛도 확 떨어진다. 야, 그런데 저 사람들 왜 우리를 째려보지? 해진이 너 아는 사람이야?”

치수가 말을 하다가 구석 테이블을 가리켰다. 이해진 상병과 상호도 시선을 돌렸다. 그때 테이블에 앉은 사내들과 살짝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사내들은 이내 시선을 거두고 밥을 먹었다.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아니, 모르는 사람인데.”

“그래? 말은 안 했는데 아까부터 자꾸 우리 쪽을 힐끔거리더라.”

“아무래도 우리가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서 그런갑다.”

“우리가 얼마나 시끄럽게 했다고! 시끄러운 걸 따지면 저쪽이 더 시끄럽게 했는데.”

치호가 다른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내가 군바리처럼 보이나?”

“그래, 맞아! 네가 군바리 티 내서 그래.”

“아니거든.”

“나 지금 완전히 민간인처럼 보이거든.”

“민간인 같은 소리 하네. 너 군인 물 빠지려면 한참 걸리겠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술이나 마시자.”

그렇게 약 두 시간가량 더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음 행선지를 정하려는데

‘지잉’ 하고 울렸다. 어머니의 휴대폰을 들고나온 이해진 상병이었다.

“여보세요?”

-야, 이해진! 너 휴가 나왔다면서.

“어? 형이야?”

-그래, 인마! 너 언제 들어와?

“나 친구들이랑 늦게까지 놀 건데.”

-군바리가 늦게까지 논다고? 빠져 가지고 어서 들어와!

“아, 왜?”

-형, 오늘 집에 들어간다.

“그게 무슨 상관인데.”

-모처럼 형이 집에 들어간다는데 당연히 형의 얼굴을 봐야지. 어디 동생 놈이 휴가 나왔는데 지 맘대로 놀고 다녀!

“지난 며칠간 나 집에 있었잖아. 왜 그때 안 들어오고!

-인마, 형이 노냐? 민중의 지팡이가 나라 좀 지키느라 바빴던 거지! 됐고, 잔말 말고 집에 들어와!

형 이강진이 전화를 끊었다. 전화기를 바라보며 이해진 상병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친구들을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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