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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42화 (242/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42화

24장 부대 꼴 잘 돌아간다(6)

“여기냐?”

“그래.”

“고생했다.”

“와, 저 자식 진짜 징글징글하다. 무려 5일 만에 집 밖에 나왔어.”

“후후, 고생했다. 뒷일은 내게 맡기고 넌 가서 좀 쉬어.”

“그래, 수고해라.”

사내는 종식이에게 인수인계를 한 후 드디어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종식이라는 사내가 당구장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이해진 상병이 친구들과 당구를 치고 있었다. 종식도 3구를 달라고 한 후 혼자서 툭툭 당구를 쳤다.

그렇게 이해진 상병과 친구들은 약 2시간 동안 당구를 쳤다. 그 시간 동안 혼자서 당구를 치고 있는 종식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당구장 사장님이 같이 치자고 해서 3구를 쳤다. 하지만 종식의 시선은 이해진 상병에게 쏠려 있었다.

이해진 상병이 큐대를 놓더니 말했다.

“야, 재미없다. 술이나 먹으러 가자.”

“벌써 술 먹게?”

“뭐 어때! 술은 낮술이 최고지!”

이해진 상병이 일행들을 데리고 고깃집으로 들어갔다. 뒤따라온 종식은 고깃집 간판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 녀석들 벌써부터 고깃집이야.”

종식이 인상을 쓰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형님.”

종식이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마치 씨름부라도 되는 듯 덩치가 어마어마한 8명의 사내가 있었다.

“야, 뭘 이렇게 많이 데려왔어?”

“형님이 데리고 올 수 있으면 가능한 다 데리고 오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와, 덩치가 왜 이렇게 좋냐?”

“모두 고등학교 때 운동 좀 한 녀석들입니다.”

사내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래?”

종식은 덩친 큰 녀석들에게 말했다.

“어이! 너희들 담에 할 일 없으면 우리 회사로 와라.”

“네, 형님!”

그러면서 종식이 슬쩍 중얼거렸다.

“눈치 없이 애들을 뭐 이렇게 많이 데리고 왔어. 그건 그렇고 이 녀석들 고깃집으로 다 데리고 가면 도대체 얼마야? 아무래도 안 되겠다.”

종식이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형님, 종식입니다.”

-오냐, 무슨 일이야?

“이해진 그 녀석, 친구들이랑 고깃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래? 뭐 그런 것까지 일일이 보고하고 그래?

“아, 그게 식당 들어가려면 애들도 사 먹이고 그래야 하는데…….”

-그래서 뭐? 나보고 밥값이라도 달라는 거야?

“그것보다는 용돈 좀 주실 수 있나 해서 말이죠.”

-이 녀석이! 나에게 돈 맡겨놨냐?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네가 나에게 용돈 타갈 짬이야?

“그건 아니지만…….”

-끊어!

전화가 끊어지고 종식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 젠장…….”

종식은 욕지거리를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눈치도 없는 사내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했다.

“형님께서 말한 그 자식, 어디 있습니까?”

그러자 종식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야, 너랑 저기 제일 날씬한 애 있지? 저 녀석만 빼고 다 보내.”

“네?”

“숫자가 너무 많으니까, 보내라고!”

“아, 아까는 다 데리고 오라고 했지 않습니까?”

“인마! 네가 이렇게 많이 데리고 올 줄 몰랐지. 아무튼 다 보내!”

“네에.”

사내는 고개를 갸웃하며 녀석들에게 갔다. 그리고 모여 있던 덩치 큰 사내들을 돌려보냈다. 그들 중 날씬한 두 명만 빼고 말이다. 종식이가 남은 녀석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정도는 내가 감당해야지.’

그러곤 이해진과 친구들이 들어간 고깃집으로 갔다. 구석진 자리를 잡은 후 조용히 말했다.

“저기 보이지? 저 녀석들이니까, 시선 떼지 말고 조용히 고기 먹자. 알겠냐?”

종식의 말에 사내가 이해진 상병과 친구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살펴보며 물었다.

“형님, 저 녀석들 중에서 이해진이 누굽니까?”

“왼쪽에 앉은 애.”

“아, 네에. 알겠습니다.”

사내가 고개를 끄덕인 후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종식이가 머리를 한 대 툭 쳤다.

“아얏! 왜 그러십니까?”

“야, 인마! 그렇게 뚫어지라 쳐다보면 눈치채잖아. 저기서 눈치 못 채게 지켜보란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고기 내가 사는 거니까, 알지? 적당히들 먹어라.”

“적당히…… 네.”

종식이 눈치를 주자 사내는 곧바로 시무룩해졌다. 종식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생돈 나가게 생겼네!’

그러면서 종식이는 이해진 상병을 노려봤다.

‘너 때문에 생돈 깨지게 생겼는데 이자까지 쳐서 가만 안 둔다.’

34.

한편, 그 시각 오상진과 한소희는 오랜만에 데이트를 즐겼다. 모처럼만에 만난 한소희는 여전히 예뻤다. 몸매야 원래 명품 몸매였고. 그저 볼 때마다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했다.

“역시 우리 소희 씨는 언제 봐도 예뻐요.”

“정말요?”

“그럼요. 전 거짓말 자체를 못하는 사람입니다.”

“에이, 알겠어요.”

한소희가 배시시 웃었다. 그러다 한소희가 시계를 확인하더니 재빨리 말했다.

“어? 영화 할 시간 다 되었어요. 우리 어서 들어가요.”

“네.”

한소희가 오상진의 팔짱을 꼈다. 그 모습이 이제는 매우 자연스러웠다.

두 사람은 팝콘과 음료수를 사서 영화관에 입장을 했다. 그때 그 두 사람을 발견한 한소희 대학교 친구가 있었다.

“어? 저기 한소희 아냐?”

“어라? 그러네, 남친이랑 영화 보러 왔나 봐.”

그녀들은 재빨리 다른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대에에박! 방금 한소희 남친이랑 영화관에 나타났어.

-진짜? 거기 어디야?

-여기 강남 CJV! 그런데 한소희 이 기집애 맨날 학교에서는 얌전한 척하더니 주말만 되면 남친이랑 아주 재미나게 노나 봐.

-야, 우리 이번 기회에 한소희 남친 뜯어먹을까?

-그거 좋지!

-그런데 남친 군인이라고 하지 않았어? 군인 월급 얼마 안 될 텐데.

-그럼 한소희 그 기집애가 사겠지! 얼마나 존심 상하겠냐? 남친이 돈도 못 버는 군바리라면 말이야. 안 그래?

-이야, 그거 재미나겠다. 모이자!

-그래! 빨리 영화관으로 날아와.

-오케이!

문자를 다 보낸 주희에게 때마침 음료수를 들고 나타난 안경 쓴 남자 선배가 다가왔다.

“주희야, 음료수 사 왔어. 어서 들어가자!”

실실 웃으며 음료수를 건네는 안경 쓴 남자 선배의 모습을 보자 주희는 한숨이 나왔다.

학교에선 나름 괜찮다고 생각해서 영화를 보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던 건데, 한소희의 남자 친구를 보다가 안경 쓴 선배를 보니 비교가 되어도 너무 비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주희는 손으로 머리를 짚은 후 도도하게 말했다.

“미안, 오빠! 나 갑자기 일이 생겨서 오늘 영화 보는 건 힘들 것 같아요.”

“뭐? 갑자기 왜? 내가 무슨 실수 했어? 아니, 음료수 네가 원하는 맛이 아니야?”

“그게 아니라, 내가 지금 급한 약속이 생겨서 그래요.”

“급한 약속? 그래도 나랑 먼저 약속했잖아.”

“너무 급해서 그래요. 담에 꼭 영화 같이 봐요.”

안경 쓴 선배가 시무룩해지며 중얼거렸다.

“영화 표까지 다 끊어 놨는데…….”

“오빠! 오늘 영화 보고 평생 저 안 볼 거예요?”

“그, 그건 아니야.”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가줘요. 진짜 급한 일이 생겨서 그래요. 오빠!”

“으응, 알았어. 그런데 주희야.”

“네?”

“혹시 남자 만나는 건 아니지?”

“하아. 오빠!”

“아, 아니야. 그럼 나중에 연락해!”

주희가 짜증을 낼 것처럼 굴자 안경 쓴 선배가 지레 겁을 먹고는 후다닥 도망쳤다.

그러면서도 안경 쓴 선배는 뭔가 많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아, 저 찌질이. 내가 좀 상대해 줬더니…….”

주희가 이마에 손을 올리며 중얼거렸다.

그사이 오상진과 한소희는 영화를 감상했다. 2시간의 상영 시간이 끝나고 상영관 밖으로 나오며 한소희가 말했다.

“전에 봤던 영화보다는 액션이 조금 아니었어요. 그쵸?”

“네, 맞아요.”

“예고편에서는 잔뜩 기대하게 만들던데. 예고편에 속은 기분이에요.”

한소희의 얼굴에선 실망감이 떠나질 않았다. 모처럼 만의 데이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액션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는데 영화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그때 뒤에서 한소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한소희, 소희야!”

“응?”

한소희는 갑작스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히죽 웃고 있는 김주희를 발견한 순간 한소희의 얼굴이 굳어졌다.

김주희는 한소희의 곁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너도 이 영화 봤어?”

“어, 너는 여기 웬일이야?”

“나도 친구들이랑 영화 보러 왔지.”

주희의 시선이 오상진에게 향했다.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죠? 지난번에 학교에서 봤는데…….”

“아, 네에. 안녕하세요.”

하지만 오상진은 기억을 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둘이 데이트하러 나오셨어요?”

“네.”

“어머, 휴가 자주 나오시나 봐요.”

그러자 한소희가 끼어들었다.

“휴가 아니야. 우리 오빠, 장교라서 주말에는 볼 수 있어.”

“아, 그랬지.”

“아무튼 너는 볼일 봐라. 우리는 데이트 할 테니까. 안녕!”

한소희는 손을 흔들며 재빨리 김주희와 헤어질 생각이었다. 그러자 김주희가 바로 막아섰다.

“야, 한소희 이러는 건 아니지. 정식으로 네 남친 소개시켜 주고 그래야지~”

“야, 소개는 전에 학교에 왔을 때 했잖아.”

“그때는 그냥 인사였고, 정식 소개는 아니지.”

“야, 그때가 정식 소개였어. 그리고 내가 왜 너희들에게 내 남친을 소개시켜 줘야 해?”

“한소희 네가 그러면 좀 서운하다.”

오상진은 분위기가 서먹해지려고 하자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소희 씨. 전 괜찮으니까. 그러지 말고…….”

오상진의 말에 김주희가 냉큼 나서며 뻔뻔하게 말했다.

“상진 씨라고 했나요?”

“네.”

“그럼 저 밥 한 끼 사주세요. 소희 친구인데.”

“야! 장난해!”

한소희가 눈을 부릅떴다. 김주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뭐야, 친구들끼리 서운하게 그런 말을 해.”

김주희의 말에 한소희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오상진이 답했다.

“네, 그러시죠. 나중에 제가 밥 한 끼 대접하겠습니다.”

“에이, 나중에 밥 산다고 하고 안 사는 사람들도 많던데. 그러지 말고 말 나온 김에 지금 사주세요.”

“지금요?”

“네. 지금 밥 먹으러 갈 것 아니었어요?”

“그렇긴 한데…….”

“오늘 사주실 거죠?”

오상진이 슬쩍 한소희 표정을 살폈다. 잔뜩 굳어진 얼굴을 보니 안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지금 상태에서 거절할 수도 없었다.

“네, 뭐…….”

“좋아요, 사주신다고 했어요.”

김주희가 환한 얼굴로 뒤를 향해 소리쳤다.

“얘들아!”

그때 어디 숨어 있던 4명의 여자가 더 나타났다. 한소희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야?”

“뭘? 아까 말했잖아. 친구들이랑 영화 보러 왔다고.”

“너희들끼리 본 거야?”

“어!”

“그러니까, 너희들 전부 내 남자 친구에게 밥 사달라고 하는 거고?”

“친구끼리 뭐 어때? 지난번에 유진이 남자 친구도 우리에게 밥 사줬는데 네 남자 친구가 밥 사주는 게 어때서?”

“이해가 안 돼서 그래. 왜 내 남자 친구가 너희에게 밥을 사줘야 하는데?”

한소희는 계속해서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하지만 김주희는 또 한 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린 친구잖아. 안 그러니?”

“…….”

한소희는 김주희의 저런 뻔뻔한 태도에 최대한 인내력을 발휘하며 참았다. 그런데 이런 쪽으로 눈치가 없는 오상진이 슬쩍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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