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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41화 (241/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41화

24장 부대 꼴 잘 돌아간다(5)

“이야, 1소대장님께서 사주시는 음료수 오랜만에 먹어봅니다.”

강인한 상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긴, 축구 대회 이후로는 처음이니까.”

“네. 그렇죠.”

두 사람은 잠깐 축구대회 때의 일을 생각했다. 그러다가 강인한 상병이 먼저 입을 열었다.

“참, 하실 말씀이 뭡니까?”

“아, 너희 내무실에 신병 있지?”

순간 강인한 상병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 예에…….”

“소대장이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지?”

“네.”

“솔직히 소대마다 사정이 있는 것은 안다. 너도 상병이고, 곧 있으면 병장 달지?”

“다음 달에 답니다.”

“그래, 미리 축하하고! 아무튼 이래저래 위에 눈치도 보고 그러는 것은 알아. 그런데 인한아, 이건 아니잖아! 안 그래?”

“네, 그렇긴 합니다. 저도 박 병장 심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강인한 상병은 오상진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줄 알고 편안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오상진도 모르고 있던 것이 있었으니.

‘아, 박 병장! 뒤에는 박 병장이 있었구만.’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 병장 말고 또 커버쳐 줄 사람 없어?”

“아시지 않습니까. 박 병장 장난 아닌 거. 최 병장 제대하고 나서 박 병장 거의 1인 독재 체제입니다. 2소대장님도 박 병장에게 전권을 다 실어줘서 아무도 못 건드립니다.”

“좋아, 2소대장이야 그렇다 치고! 부소대장은? 별 얘기 없어?”

“김 하사님 말입니까?”

“그래. 얘기해 보지 그랬어.”

“김 하사님도 요새 힘이 없습니다.”

“그래?”

“저희 소대장님과 김 하사님 사이 별로 안 좋지 않습니까.”

“하긴…….”

오상진도 알고 있었다. 잠깐 말이 끊어졌다가 오상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인한아. 네가 좀 신경을 써라.”

“네. 알겠습니다.”

“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우리 소대에도 이런 비슷한 일 있었던 거 아니?”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우리 소대에 백혈병 판정받고 제대한 김희철 이병 말이야.”

“아! 알고 있습니다.”

“그때 희철이 아픈 거 못 알아차리고 그대로 방치했으면 진짜 큰일 났을 거다. 희철이도 희철이겠지만 소대가 발칵 뒤집혔을 거야.”

오상진이 적당히 겁을 주니까 강인한 상병의 표정도 굳어졌다.

“그럼 은호도 어디 아픈 겁니까?”

“그건 모르는 일이지. 그런데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 소대장이 이렇듯 말하는 거야. 약한 애들은 오히려 더 잘 챙겨줘야지. 이승호 이병 관심병사 아니야?”

“원래라면 그런데. 2소대장이 막았습니다.”

“아니, 왜?”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관심병사 되려고 꾀부리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럼 그 부분은 내가 중대장님께 말해서 관심병사가 되게 할 테니까. 그동안 네가 신경 좀 써라.”

“네. 알겠습니다.”

“미안하다. 이런 얘기 할 사람이 너희 소대에서 너밖에 없다. 그렇다고 소대장이 나설 수는 없잖아. 2소대장이 있는데.”

“아닙니다. 저에게 이렇듯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중간에서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래. 믿을게.”

“네.”

“아 참, 이승호 이병에게 물어보니까. 영운이랑 영진이가 편한 것 같더라.”

“은호가 그럽니까?”

“그래, 둘이 잘해주나 보더라.”

“아, 쌍둥이가 원래 후임들을 엄청 잘 챙겨 줍니다.”

“그 녀석들 원래 착하잖아.”

오상진의 쌍둥이 칭찬에 강인한 상병이 바로 말했다.

“저도 착합니다.”

“그래, 넌 착한 편이고, 그 녀석들은 착하고.”

“뭐, 그렇긴 합니다.”

“아무튼 너희 셋이 잘 좀 돌봐줘. 어느 신병이 처음부터 잘하겠냐. 특히 이승호 이병 같은 경우는 좀 더 관심과 시간이 필요해. 부탁 좀 할게.”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얘기를 끝냈다고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강인한 상병이 다시 불렀다.

“참, 오 소위님.”

“말해.”

“또 축구 시합 없습니까?”

“왜? 발이 근질근질해?”

“네, 지난번 그 드림팀으로 다시 한번 축구하고 싶지 말입니다.”

“참, 이근호 병장은 곧 제대잖아.”

“그래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근호 병장은 빼고 가시죠.”

“왜?”

“언제까지 제가 투톱입니까? 원톱 한번 해야죠.”

“자식! 알았다.”

오상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그곳을 떠났다. 강인한 상병은 음료수를 든 손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것 참…….”

33.

다음 날 오상진은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오상진이 바쁘게 걸음을 옮긴 곳은 병사 식당이었다.

“어디 보자.”

오상진이 두리번거리다가 한 곳에 하영운, 하영진 일병과 이승호 이병이 나란히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일단 괜찮아 보이네.”

오상진은 이승호 이병을 바라보았다. 일단 표정이 밝아 보였다.

‘다행이네. 내 말이 전달된 것 같아서. 그래, 저렇게 웃으니까 좀 낫네.’

오상진은 다시 몸을 돌리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힘들다, 힘들어.”

그렇게 행정반에 도착하자 이해진 상병이 A급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서 있었다.

“어, 해진아. 아침은 먹었어?”

“네. 대충 때웠습니다.”

“자식이 아무리 휴가 나간다고 해도 제대로 아침은 먹어야지.”

“제대로 먹었습니다.”

“그럼 중대장님께 휴가 신고는 드렸어?”

“방금 끝내고 왔습니다.”

“알았다. 잘 다녀와라. 밖에서 사고 치지 말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

“알았다. 어서 가 봐라.”

“네, 충성!”

이해진 상병이 경례를 하고 행정실을 나갔다. 그리고 위병소에 도착해 휴가증을 보여주고, 일지를 작성한 후 위병소를 통과했다.

이해진 상병이 기분 좋게 위병소를 통과할 무렵, 위병소 근처엔 낯선 사내가 서 있었다. 그 사내는 위병소를 빠져나오는 이해진 상병을 발견하곤 곧장 다가갔다. 그러곤 이해진 상병의 옆을 지나며 자신의 어깨를 의도적으로 부딪혔다.

“악! 뭡니까?”

“아, 죄송합니다.”

이해진 상병은 뭔가 이상했지만 아파하는 사내의 모습에 깜짝 놀라 곧바로 사과를 건넸다.

그 사내는 이해진 상병의 얼굴을 보고, 시선을 아래로 향해 이름을 확인했다. 그곳에 이해진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 이해진? 이 녀석이네.’

사내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숨기며 말했다.

“아, 거참. 조심 좀 하쇼.”

“네, 죄송합니다.”

그 후 이해진 상병은 택시를 잡아탈 생각으로 곧장 대로변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사내는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형님 찾았습니다.”

이해진 상병은 위병소를 통과하자마자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택시를 탈 만도 했지만 이해진 상병은 돈을 아낄 요량으로 버스를 탔다. 그 뒤로 검은 양복 차림의 한 사내가 따라붙었다.

이해진 상병은 몇 번의 버스를 갈아타고 나서야 한 아파트 단지에 내렸다. 버스의 문이 닫히기 전 검은 양복 차림의 사내도 그를 따라 후다닥 내렸다.

사내는 이해진 상병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뒤따라 걸었다.

이해진 상병이 105동 앞에 도착을 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사내도 곧바로 따라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 나란히 타고 이해진 상병이 7층을 눌렀다.

‘아하, 7층에 사는구나.’

사내가 눈으로 확인한 후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것도 잠시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홱 돌려 사내를 봤다. 사내는 순간 움찔했다.

“몇 층 가세요?”

“아, 10층이요.”

이해진 상병이 다시 고개를 돌려 10층을 눌러줬다. 사내는 애써 태연한 척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와, 들킨 줄 알았네.’

7층에서 이해진 상병이 내렸다. 사내는 힐끔 이해진 상병이 향하는 곳을 확인했다.

‘어, 왼쪽? 그럼 705호에 사는구나.’

아파트는 계단식이라 엘리베이터 한 대를 두 호수가 나눠 쓰는 구조였다. 5, 6호 라인이라 왼쪽이 5호, 오른쪽이 6호였다.

사내는 10층에서 다시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 1층으로 내려갔다.

“좋았어! 확인 끝!”

사내는 아파트를 한 번 올려다본 후 입구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벤치에 가서 앉았다. 이제 이해진 상병이 다시 나오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첫날 이해진 상병은 집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물론 첫날은 가족들과 보낸다고 그럴 수 있다고 쳤다. 그러나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이해진 상병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어! 휴가 나왔잖아. 그럼 당연히 친구들도 만나고 가시나들도 만나고 해야지! 집돌이야 뭐야?”

사흘 내내 아무것도 못 한 사내는 질린 듯 말을 내뱉었다.

그 시각, 이해진 상병은 집에서 나름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랜만에 늦잠도 자고, 온종일 게임을 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밤만 되면 헤드셋을 몰래 착용하고 방문을 잠갔다.

똑똑!

“해진아, 자니? 해진아!”

이해진이 대답이 없자, 어머니는 고개를 갸웃했다.

“일찍 잠을 자네.”

그러면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 있다가 소리쳤다.

“내버려 둬! 군대에서는 원래 일찍 자!”

“아, 그래요?”

어머니는 고개를 갸웃하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해진 상병은 자신의 방에서 문을 잠근 채 컴퓨터로 그동안 밀렸던 야한 영상을 보는 것으로 알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밖에서 대기하던 사내는 안 나와도 너무 안 나오는 이해진 상병을 기다리다 지칠 대로 지쳐 버렸다. 사내는 결국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형님!”

-왜? 오늘은 움직이냐?

“오늘도 안 움직입니다.”

-그 녀석 징하네. 도대체 며칠 째냐?

“오늘로 4일째입니다.”

-집에서 안 나온 것이 확실해? 이미 나왔는데 못 본 거 아니야? 후문 확인해 봤어?

“나오는 문은 지금 지키고 있는 한 곳뿐입니다.”

-새벽에 나간 거 아니야?

“아닐 겁니다. 제가 새벽에도 계속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래?

“네, 집 밖으로 안 나온 게 분명합니다.”

-흠…….

“그런데 형님, 이 자식 이대로 휴가 끝날 때까지 집에서 꼼짝도 안 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럴 리가 있겠냐.

“아니면 제가 집으로 직접 찾아가 볼까요?”

-이 자식이 장난해? 우리가 사주받고 두드려 패러 왔다고 광고할 일 있냐?

“너무 안 나와서 그럽니다.”

-기다려 봐, 인마! 내일은 주말이니까 움직이겠지.

“만약 내일까지 안 움직이면 어떻게 합니까?”

-일단 있어 봐! 대철이 말로는 휴가 2주 동안 받았다고 하니까.

“와, 그럼 저는 다음 주까지 이러고 있어야 합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너도 인마, 대철이 때문에 지금 편하게 밖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거잖아. 이 정도는 해줘야지. 안 그래?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대철이 그 자식 맘에 안 듭니다.”

-구시렁거리지 말고, 잘 지켜보고 있어!

“네, 형님.”

그다음 날 다행히도, 점심이 지난 시각 이해진 상병이 아파트를 나섰다.

“나왔다. 아, 저 자식! 드디어 나왔네.”

사내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형님, 나왔습니다.”

-거봐, 내가 주말에는 나온다고 했지? 오케이, 넌 거기까지 하고, 다음 일은 종식이에게 맡겨라.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상병은 집 근처 당구장으로 향했다. 사내는 그가 들어간 당구장 간판을 찍어서 누군가에게 보냈다. 잠시 후 종식이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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