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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40화 (24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40화

24장 부대 꼴 잘 돌아간다(4)

“주말 잘 보내고 있냐?”

“어? 충성!”

김일도 병장이 바로 일어나며 경례를 했다.

“그래.”

오상진은 밝은 얼굴로 내무실 분위기를 살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뭔가 어두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뭐야? 무슨 일 있어?”

“아무 일도 없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곧바로 대답했다. 오상진은 자신이 착각했나 싶은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행이고, 참 해진아.”

“상병 이해진.”

“너 상병 휴가 신청해야지!”

“아, 맞다.”

“자식, 알면서 모르는 척하고 말이야.”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해진 상병은 정말 깜빡하고 있던 것이었다. 하마터면 휴가 신청을 안 할 뻔했다.

“아무튼 휴가 언제 쓸지 내일까지 정해서 나한테 알려줘.”

“네, 알겠습니다.”

“오냐, 그럼 다들 휴가 잘 보내고.”

“네.”

오상진은 내무실을 나와서 다시 행정반으로 향했다. 잠깐 확인할 서류가 있어서 부대에 들렀던 참이었다. 오상진이 나가고 김일도 병장이 입을 열었다.

“오오, 이해진. 상병 휴가 이제 가는 거야?”

“에이, 상병 단 지가 언제인데, 이제 가야지 말입니다.”

“상병 휴가가 며칠이었더라?”

“10일짜리 아닙니까. 거기다가 포상휴가까지 있지 않습니까? 그것까지 합해서 가면…….”

“우와. 거의 2주 동안 휴가네. 자식 부럽다.”

“2주 동안 밖에 있으면 거의 민간인 다 되어서 복귀겠네.”

김우진 상병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가 슬쩍 이해진 상병에게 다가가 물었다.

“휴가 때 뭐할 거냐? 여자 친구랑 놀 거지?”

“여자 친구 없습니다.”

“너 여자 친구 안 만들고 뭐 했냐?”

김일도 병장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야, 숙제다. 너 이번에 나가서 여자 친구 만들고 들어와라! 2주 안에 무조건 사귀는 거다!”

이해진 상병이 피식 웃었다.

“2주 안에 제가 여자 친구 만들면 바로 김 병장님에게 다리 놓아 달라는 말씀이시죠?”

“정답!”

그러자 주위에 있던 소대원들이 깔깔 웃었다. 그렇게 휴가 얘기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구석에 앉아 있던 강대철 이병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이해진 너 휴가를 간다 이거지? 이곳에서는 상병인 줄 모르겠지만 밖에서는 너 아무것도 아니야. 두고 봐, 너!’

강대철 이병은 속으로 살벌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마치고 김우진 상병에게 갔다.

“김 상병님, 저 집에 전화 좀 하고 와도 됩니까?”

“전화? 그래, 다녀와라.”

“감사합니다.”

강대철 이병이 내무실을 나갔다. 김우진 상병이 내무실을 나서는 강대철 이병의 등을 보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야, 우리가 너무 뭐라고 했나?”

그러자 옆에 있던 구진모 일병이 물었다.

“네? 무슨 말씀입니까?”

“아니, 강대철이 집에 전화하러 간다고 하잖아.”

“에이, 설마 그런다고 집에 이르겠습니까?”

“그건 모르는 일이지. 내로남불이라고 지가 저지른 짓은 생각도 안 하고 집에 전화해서 고참들이 괴롭힌다고 얘기할 수 있지.”

“아,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조심해야 합니까?”

“됐어! 그냥 해. 여차하면 내가 한 대 맞는다.”

“오오, 김 상병님. 멋지십니다.”

“그래? 방금 좀 멋있었냐?”

“그렇습니다.”

내무실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줄 모르고 강대철 이병은 공중전화 박스에 있었다.

“아, 진짜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지.”

강대철 이병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지금 5번째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제발 받으십시오.”

그때 수화기 너머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

“형님 접니다.”

-누구?

“대철입니다.”

-강대철이? 너 군대 갔잖아.

“아, 예! 저 군대에 있습니다.”

-인마, 군대에 있는데 전화해도 돼?

“주말이라 괜찮습니다.”

-왜 전화했어?

“지금 바쁘십니까?”

-너 인마, 형이 전화를 잘 안 받으면 뭐하겠냐? 오랜만에 재미 좀 보고 있는데. 눈치 없이!

“죄송합니다, 형님! 제가 다음에 다시 전화 걸겠습니다.”

-됐어, 인마. 그런데 무슨 일이야?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부탁? 군대에 있으면서 내게 부탁할 것이 뭐가 있어?

“그게…….”

강대철 이병이 살짝 말을 흐렸다. 그러자 눈치를 챈 형님이 입을 열었다.

-왜? 고참 녀석 중에 맘에 안 드는 놈 있어?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뻔하지, 인마. 네가 군대에서 전화할 이유가 뭐겠냐? 그래서 내가 가서 잘근잘근 밟아주기만 하면 돼?

“형님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네가 밖에 있을 때 나한테 잘한 것도 있고, 그 일 때문에 도망치듯 군대에 간 것도 있고 하니까. 내가 이번에는 도와줄게.

사실 강대철 이병은 폭행 사건이 있었는데 모든 것을 다 뒤집어쓰고, 도망치듯 군대에 온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밖에서는 그 건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감사합니다, 형님.”

-인사는 됐고. 누구냐? 이름 불러봐.

“이해진이라고 합니다.”

-이해진?

“네. 조만간 휴가를 나갈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어! 휴가 날짜 정확하게 나오며 다시 얘기를 해줘. 그러면 그때 맞춰서 부대 앞으로 사람 한 명 보내 놓을 테니까. 확실히 이해진이지?

“네. 맞습니다.”

-알았다. 걱정하지 말고,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까.

“감사합니다, 형님.”

-그보다 군대 X같네. 우리 대철이 이렇게 만들고.

“말도 마십시오. 요새 군대 장난 아닙니다.”

-야, 이 자식아. 예전에는 더 했어.

“어? 형님께서도 군대 다녀오셨습니까?”

-……끊는다.

뚜뚜뚜뚜…….

강대철 이병은 잠시 수화기를 바라보았다. 그때 뒤에서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다음 전화할 대기자였다.

“야, 빨리 나와.”

“아, 네네. 끝났습니다.”

강대철 이병은 황급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나왔다.

32.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한 오상진은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아, 어제 먹은 중식이 잘못되었나? 왜 이렇게 속이 안 좋지?”

오상진은 자신의 배를 만지며 중얼거렸다. 오늘 일과에 대해 얘기를 하기 위해 다가오던 박중근 하사가 물었다.

“어디 많이 불편해 보이십니다.”

“아, 박 하사. 속이 좀 좋지 않습니다.”

“그럼 오전에 잠깐 의무대에 다녀오십시오. 특별한 일도 없는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걱정 말고 다녀오십시오.”

“네.”

오상진은 잠깐 박중근 하사에게 일을 맡겨 두고 의무대로 향했다.

의무대에는 한 대위 후임으로 후배 고영훈 소위가 내려와 있었다. 같은 학교 후배인 고영훈 소위는 같은 한의사과였다.

오상진이 의무대에 도착을 하고 진료 신청을 하자 곧바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어? 오 소위님, 어서 오십시오.”

오상진과 고영훈 소위는 이미 서로 아는 사이였다. 한대만에게 소개를 받고 대면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영훈 소위 역시 한대만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무슨 일이 있으면 오상진에게 물어보라고 얘기를 들은 상태였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어제 뭘 잘못 먹었는지 속이 안 좋네.”

“체하신 겁니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오상진이 인상을 쓰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다가 고영훈 소위가 슬쩍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오 소위님 부대에 체한 사람이 많습니다.”

“응? 무슨 소리야?”

“아니, 이등병 하나가 체해서 왔는데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내려왔습니다. 지금 저쪽에 누워서 링거 한 병 맞고 있습니다.”

“이등병?”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입원실 쪽을 바라봤다.

“어느 중대에 몇 소대야?”

“1중대 2소대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오상진의 눈빛이 반짝였다.

“잠깐만…….”

오상진은 고영훈 소위의 말을 듣곤 진료를 받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진료 아직 안 끝났는데…….”

오상진이 입원실 쪽으로 가자 그곳에 링거를 맞고 있는 이등병이 있었다. 오상진도 익히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너는…….”

이승호 이병이 그 소리에 슬쩍 눈을 떴다. 오상진을 발견하고 움찔했다.

“추, 충성.”

이승호 이병이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 경례를 하려 했다. 오상진은 곧바로 이승호 이병을 말리며 말했다.

“됐어, 뭘 일어나. 그냥 누워 있어. 체했다며, 무슨 일이야?”

“아, 제가 밥을 좀 잘못 먹어서…….”

이승호 이병이 오상진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밥을? 또 애들이 억지로 먹였어?”

“그건 아닙니다.”

“뭔데?”

“아침을 먹는데 밥을 좀 느리게 먹었더니…….”

이승호 이병은 계속해서 오상진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 모습에 오상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됐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네가 밥을 늦게 먹으니까 밥 빨리 먹으라고 닦달했겠네. 그렇지?”

“…….”

이승호 이병은 입을 다물었다. 그것만 봐도 오상진은 바로 이해가 되었다. 밥을 천천히 먹는 애에게 눈칫밥을 주니 체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승호.”

“이병 이승호.”

“네가 솔직히 말을 하면 소대장이 도움을 줄 수도 있어. 솔직히 말해봐.”

“제가 너무 부족해서 고참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참들이 많이 괴롭혀?”

“괴롭히는 것은 아닌데, 하아…….”

한숨을 내쉬는 이승호 이병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것을 본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됐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울지 말고.”

“저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이승호 이병은 막막했다. 벌써부터 고참들에게 찍혀서 말이다. 오상진이 가만히 생각을 했다. 그래도 2소대 애들 중 친한 녀석들이 있었다.

‘강인한 상병이랑, 하영운, 하영진 쌍둥이 일병을 불러서 얘기 좀 해야 하나?’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이승호 이병에게 물었다.

“혹시 내무실에서 친한 고참은 있어?”

“그게, 쌍둥이 일병님들이 좀 잘 챙겨 주십니다.”

“아, 영운이랑, 영진이?”

“네.”

“강 상병은?”

“강인한 상병님 말씀입니까?”

“그래.”

“강 상병님은 딱히…….”

이승호 이병이 말을 흐렸다. 그도 그럴 것이 강인한은 상병이었다. 굳이 이등병을 신경 쓰지 않았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았다. 소대장이 좀 신경 쓸 테니 너도 씩씩하게 버텨봐라. 이왕 군대에 들어왔으니까. 그대로 도저히 못 버티겠다 싶으면 소대장을 찾아오고. 소대장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래, 쉬어라.”

오상진이 이승호 이병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후 입원실을 나갔다. 그리고 고영훈 소위에게 이승호 이병 잘 부탁한다고 말을 한 후 의무대를 나섰다. 자신이 체한 것은 안중에 없었다.

“하아, 어떻게 하지? 2소대장에게 말해야 하나?”

하지만 2소대장에게 말했다가 또 말다툼을 할 것 같았다. 괜히 나섰다고 말이다.

오상진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부대에 올라왔다. 복도를 걸어가는데 때마침 맞은편에 강인한 상병이 다가왔다.

“어? 충성.”

“그래, 강 상병! 너 잘 만났다.”

“네?”

“지금 잠깐 시간 좀 낼 수 있냐?”

“네, 괜찮습니다.”

“그럼 나랑 얘기 좀 하자.”

“네.”

강인한 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진은 강인한 상병을 데리고 PX로 갔다. 오상진은 시원한 음료수 하나를 사서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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