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239화
24장 부대 꼴 잘 돌아간다(3)
“고마워요, 오빠! 오빠가 아니었으면 저 오디션 못 붙을 뻔했어요.”
“어어, 그, 그래…….”
오상진이 당황하며 말했다. 그사이 한소희가 눈을 매섭게 뜨며 김세나를 노려보았다.
다행히 김세나는 오상진에게 오래 붙어 있지 않았다.
“그럼 이제 아이돌 준비 하는 거야?”
“네. 최종 결과 발표는 좀 남았는데 심사위원분이 미리 귀띔해 주셨어요. 전화 갈 거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요.”
“그런데 그 회사, 괜찮은 회사지?”
“그럼요! SN이에요.”
“SN이면 그 SN?”
“네!”
환하게 웃는 김세나를 보며 오상진은 기분이 묘해졌다.
김세나가 언제고 엔젤스로 데뷔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 시점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성덕(성공한 덕후)으로서 아쉬움일 뿐 다른 감정은 없었다.
“그럼 세나야. 이제 우리 가 봐도 될까?”
“네?”
“우리도 데이트를 해야 해서.”
“아, 네. 정말 고마웠어요. 오빠. 언니도요.”
김세나를 뒤로 하고 오상진과 한소희는 중대장의 집을 나섰다.
“우리 이제 뭐 해요?”
“영화 볼까요?”
“지금 차 엄청 밀릴 텐데.”
“그래서 말인데 자동차 극장 어때요? 그 쪽은 덜 막할 거 같은데.”
“저는 좋아요.”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그리고 차를 몰아 근방의 자동차 극장으로 향했다.
31.
일요일 오전의 부대는 종교 행사로 분주했다. 1소대 소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야, 종교 행사 가자. 다들 준비 끝났지?”
“네, 그렇습니다.”
“그래, 가자!”
김우진 상병의 인솔하에 각자의 종교 행사 장소로 이동했다. 여느 때와 같이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종교 행사를 거의 마무리한 후 소대원들이 모였다.
“다 모였냐?”
그때 강대철 이병이 손을 번쩍 들었다.
“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이해진 상병은 잠시 인원을 확인했는데, 아직 김우진 상병이 오지 않은 상태였다.
“빨리 갔다와!”
“네, 알겠습니다.”
강대철 이병은 후다닥 화장실로 뛰어갔다. 화장실에 도착한 강대철 이병은 볼일을 보지 않고 화장실 뒤쪽으로 돌아가 담배를 꺼냈다.
“하아, 진짜 담배도 마음대로 못 피우고 말이야.”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려고 하는데 저 앞에 예쁜 여자 한 명이 지나갔다.
“어? 뭐야? 괜찮은 애네.”
강대철 이병은 곧바로 담배를 끄고 그 여자애에게 달려갔다.
“저기요.”
“네?”
강대철 이병의 부름에 고개를 돌린 여자애는 화장을 한 얼굴이었지만 앳되어 보였다.
‘아가씨인 줄 알았는데……. 아니, 뭐 어때?’
강대철 이병이 실실 웃으며 말을 걸었다.
“저기 그쪽이 정말 맘에 들어서 그러는데 연락처 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아니면 주소라도 알려주시면 편지라도 쓰겠습니다.”
강대철 이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자애는 순간 당황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저, 저는…….”
그때 뒤에서 소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이 나타났다.
“은희야.”
“어, 엄마!”
은희의 어머니는 강대철 이병과 딸이 서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강대철 이병을 힐끔 바라봤다.
“뭐죠?”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강대철 이병이 당황하며 말했다. 어머니는 은희를 보며 물었다.
“뭐라고 그러디?”
“나 맘에 든다고 그러던데.”
“뭐야?”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강대철 이병을 바라봤다.
“아니, 무슨 중학생에게 뭐하는 짓이에요.”
“네? 주, 중학생이요?”
강대철 이병은 더욱 당황했다. 약간 앳돼 보이기는 했지만 중학생일 줄은 몰랐다.
‘젠장, 무슨 중학생이 벌써부터 화장을 해…….’
강대철 이병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중학생인 줄 몰랐습니다.”
“딱 봐도 중학생인데 왜 몰라요?”
“저, 정말 몰랐습니다.”
그때 지나가던 병장이 그 광경을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 이 사람이 우리 애가 맘에 든다고 하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군인이 중학생한테 맘에 든다는 둥, 전화번호 달라는 둥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 겁니까?”
“예?”
병장은 그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 강대철 이병을 쳐다봤다.
“정말이야?”
“…….”
강대철 이병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병장은 강대철 이병을 한번 흘겨본 후 은희 어머님께 깊이 사과를 했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에휴, 다신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엄마, 이제 가자…….”
병장의 진심 어린 태도에 은희 어머님은 화가 살짝 누그러진 듯했다. 이런 상황이 불편하기만 했던 은희는 어머니를 살짝 잡아끌었고, 모녀는 그 자리를 피했다.
“죄송합니다. 그럼 살펴 들어가십시오.”
병장은 자리를 뜨는 모녀의 뒷모습을 향해 다시 한번 사과를 했다. 그러곤 강대철 이병을 보며 물었다.
“너 몇 소대야?”
“1소대입니다.”
“따라와.”
병장을 따라가는 강대철 이병의 얼굴은 똥 씹은 표정으로 변했다. 그렇게 둘은 1소대가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 시각.
1소대원이 모여 있는 곳으로 김우진 상병까지 도착했다.
“다 모였냐?”
“강대철 이병이 아직 안 왔습니다.”
“강대철? 이 자식 어디 갔냐?”
“아까 화장실 간다고 갔습니다.”
“아직 안 왔어?”
“네.”
“아놔, 이 자식……. 사고 치는 것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 그러겠습니까?”
“그건 모르지. 요즘 들어 또 맘에 안 들기 시작하던데.”
김우진 상병이 잔뜩 인상을 구기고 중얼거릴 때 병장과 강대철 이병이 다가왔다.
“혹시 1소대입니까?”
“네, 맞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김우진 상병이 나섰다. 강대철 이병은 병장 뒤에서 잔뜩 인상을 구긴 채 서 있었다.
‘아 저 자식, 진짜 사고 쳤나?’
김우진 상병이 속으로 생각하며 병장을 바라봤다. 병장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김우진 상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놔! 그분 지금 어디 있습니까?”
“저기 아래에 계십니다.”
김우진 상병은 곧바로 모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저기, 어머님!”
어머니는 딸과 함께 걸어가다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 어머니는 김우진 상병이 아는 사람이었다.
“어? 집사 누님?”
“어? 우진아, 네가 왜?”
김우진 상병의 등장에 깜짝 놀랐던 은희 어머님은 그 뒤로 보이는 강대철 이병을 보곤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저 애 너희 부대 애였어?”
“아, 예에. 죄송합니다. 누님이 한번 용서해 주세요. 얘가 아직 잘 몰라서 그렇습니다.”
은희의 어머니는 김우진 상병이 워낙에 넉살이 좋아 매번 교회에 올 때마다 친분을 유지하던 집사님이었다.
“그런데 우리 누님, 딸이 이렇게 컸나?”
“크긴 뭐가 커! 아직 애기지.”
김우진 상병이 봐도 딸이 예쁘게 잘 컸다.
“아무튼 누님,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워낙에 아는 게 없는 놈이라…….”
“내가 우진이 너 봐서 그냥 넘어가는 거야!”
“네네, 누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강대철 이병에게 한마디 쏘았다.
“제대로 좀 해요. 알았죠.”
“죄송합니다.”
어쨌든 김우진 상병이 나서서 잘 마무리를 한 후 강대철 이병을 바라봤다.
“하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등병 녀석이 정신 못 차리고……. 강대철 넌 진짜 생각이 있냐, 없냐?”
“죄송합니다.”
“죄송해서 될 일이야? 난 진짜 네가 이해가 안 된다. 왜 그렇게 사니?”
“…….”
강대철 이병이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은 무슨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었다.
“너 화장실 간다고 하고 담배 피웠지?”
“그게…….”
“진짜 넌 답이 없다. 종교 행사 와서 이런 짓이나 벌이고……. 솔직히 상병인 나도 안 한다. 너 때문에 창피하다. 진짜!”
강대철 이병은 얼굴을 빨개지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렇게 부대로 올라가면서도 강대철 이병은 짜증이 났다.
‘와, 나 진짜. 요즘 왜 이렇게 일이 꼬이지?’
하지만 부대에 도착을 한 다음에도 잔소리는 끝나지 않았다.
김일도 병장도 종교 행사를 갔다 온 후 먼저 내무실에 도착해 있었다. 잠시 후 김우진 상병이 데리고 간 교회팀이 도착했다.
“어? 왔어? 종교 행사는 잘했냐?”
김일도 병장의 물음에 강대철 이병이 움찔 놀라며 김우진 상병을 봤다. 김우진 상병은 그런 강대철 이병을 못 보고 바로 보고를 했다.
“말도 마십시오. 강대철 저 녀석이 또 사고를 쳤습니다.”
“뭔 사고?”
“아니, 세상에 교회 다니는 분 중에 제가 알고 있는 집사 누님이 있습니다. 그 누님이 딸이 있는데 저 자식이 그 딸에게 대시를 하지 뭡니까.”
“뭐? 딸이 몇 살인데?”
“이제 중2입니다. 중2!”
김일도 병장이 힐끔 강대철 이병을 봤다.
“야, 대철아. 아무리 그래도 중2는 너무했다.”
“저, 전 화장을 해서 몰랐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끼어들었다.
“화장을 해서 몰랐다고 하는 게 중요해? 미성년자만 아니었으면 괜찮다는 소리네.”
“그게 아닙니다. 화장을 해서 성인인 줄 알았습니다.”
강대철 이병이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요새 애들은 다 화장을 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이해진 상병은 아니었다. 이때다 싶어서 바로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김 병장님. 화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이등병이 벌써부터 민간인에게 접근해서 그런 짓을 벌였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강대철!”
“이병 강대철.”
“너 일병까지 며칠 남았냐? 아니지, 몇 달 남았지?”
“그게…….”
강대철 이병이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바로 김일도 병장이 입을 열었다.
“까마득하지?”
“네.”
“그래 인마. 아직 일병도 달지 않은 이등병 녀석이 그런 짓거리를 하지? 난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
강대철 이병은 차마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 뒤로 다른 선임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와, 진짜 대범해. 역시 강대철이야.”
“난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아. 어떻게 이등병 녀석이…….”
“강대철이지 않습니까. 저 녀석 성격 어디 갑니까?”
“차차 나아지나 했더니 요즘 들어서 또 본래의 성격 나오기 시작합니다.”
“하아, 진짜 널 어떻게 하면 좋냐.”
“뭘 어떻게 합니까? 소대장님께 말해서 빨리 전출 보내야지 말입니다.”
전출이라는 단어에 강대철 이병이 움찔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대철 이병을 두고 선임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그래, 그래야겠다.”
“그것이 정답이지 말입니다.”
“전 이제 강대철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냥 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강대철 이병은 또 한 번 왕따가 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강대철 이병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꾹 다물었다. 김일도 병장이 그런 강대철 이병을 보며 말했다.
“너 다음 종교 행사 때 나 따라 절에 와! 가서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마음의 정화를 시켜야겠어.”
“저, 저는 절에는…….”
“이 자식이, 내가 좋게좋게 말하니까, 내 말이 우습지!”
“아닙니다.”
그때 1소대 내무실로 트레이닝복 차림의 오상진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