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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36화 (236/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36화

23장 첫 휴가(6)

“내가 물 뿌릴 테니까, 넌 빗자루로 바닥 물기 정리해.”

“네.”

강대철 이병이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빗자루를 잡았다. 노현래 이병이 주변 세면대와 바닥에 물을 뿌렸다.

“물 뿌리니까, 그쪽에 좀 나와 줄래.”

“네.”

강대철 이병은 또다시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러던 중 노현래 이병이 꼬인 호스를 풀다가 그만 강대철 이병의 얼굴에 물이 튀었다.

“아, 차가워!”

“어? 물 튀었어?”

“아, 진짜…….”

강대철 이병은 얼굴에 묻은 물을 닦아내며 짜증을 확 내버렸다.

“미안해, 대철아.”

노현래 이병은 미안함에 머쓱하게 웃으며 사과했다. 하지만 강대철 이병은 인상을 팍 쓰며 짜증을 냈다.

“물 좀 잘 뿌리시지 말입니다. 이게 뭡니까!”

“미안! 많이 튀었어?”

“보면 모르십니까?”

강대철 이병이 전투복에 튄 물을 털어내며 살짝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순간 강대철 이병이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 노현래 이병이 낮은 목소리로 타일렀다.

“대철아.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성질내는 건 좀 그렇잖아?”

하지만 강대철 이병은 귓등으로 들었다.

“제가 언제 성질을 냈다고 그럽니까.”

그때 이해진 상병이 들어오며 그 소리를 들었다.

“뭐야? 왜 이렇게 큰 소리가 나?”

순간 강대철 이병이 입을 다물었다. 노현래 이병 역시 움찔하며 말했다.

“이 상병님, 아무것도 아닙니다.”

“뭘 아무것도 아니야. 소리가 밖에까지 다 들렸는데. 무슨 일이야?”

노현래 이병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 제가 강대철 이병 얼굴에 물을 뿌려서…….”

“고작 그걸로 목소리를 높여! 너 고의로 뿌린 거야?”

“아닙니다. 실수입니다.”

“야, 강대철.”

“이병 강대철.”

“실수라는데 왜 지랄이야!”

“여기 보십시오. 물 잔뜩 묻었습니다.”

강대철 이병이 항변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실수라잖아. 고참이 실수할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후임이 물 좀 맞았다고 선임에게 그딴 식으로 따져!”

이해진 상병의 호통에 강대철 이병이 약간 주눅 든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이해진 상병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야, 그리고 화장실에서 물청소하는데 바짓단이 왜 그 모양이야. 왜 내리고 있지?”

이해진 상병의 계속된 지적에 강대철 이병의 입술이 튀어나왔다.

“어라, 이 녀석 봐라. 내가 말도 안 되는 것으로 트집 잡는 것 같아?”

“아닙니다.”

“네 표정은 그게 아닌데.”

“왜, 또 저한테만 그러십니까.”

“내가 너한테 왜 그러는 것 같아? 네가 제대로 했으면 굳이 이랬을 거 같아? 나도 너에게 이러는 거 피곤해.”

그때 김일도 병장이 확인차 화장실에 들렀다.

“뭐야? 웬 소란이야.”

“어, 충성. 오셨습니까?”

김일도 상병이 이해진 상병을 보며 말했다.

“해진아, 살살해. 너 상병 달더니 엄청 무서워졌다. 네 목소리 밖에까지 다 들려.”

“아, 죄송합니다.”

“뭐, 그럴 이유가 있었겠지.”

김일도 병장이 힐끔 강대철 이병을 보며 말했다.

“그래, 무슨 일이야? 뭐 때문에 해진이가 잔뜩 화가 났을까?”

이해진 상병이 곧바로 김일도 병장에게 보고했다.

“현래랑 강대철이 청소하는 현래가 실수로 물 좀 튀었다고 이 녀석이 성질을 내지 뭡니까.”

강대철 이병이 당황하며 말했다.

“성질까지는 아닙니다.”

“아니긴, 너 인마. 얼굴에 물 튀었다고 또 현래에게 큰소리쳤잖아.”

“아닙니다.”

강대철 이병이 항변에 봤지만 이미 자신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해진 상병의 말을 들은 김일도 병장은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강대철 이병을 바라봤다.

“그래, 그동안 많이 참았지, 많이 참았어. 난 또 정말로 네가 변한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 버릇 어디 가겠냐. 이래서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잖냐.”

그 말을 들은 강대철 이병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와, X발! 상병이나 되어서 치사하게 이걸 일러?’

김일도 병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강대철.”

“이병 강대철.”

“너, 영창 다녀온 지 얼마나 됐어?”

강대철 이병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 말이야. 그동안 어떻게 참았냐? 자기 맘대로 성질 내지도 못하고 말이지. 어? 표정 썩네? 왜, 꼬아? 그럼 성질 꼴리는 대로 쳐봐. 이번에는 해진이 치지 말고, 날 쳐봐! 자, 자, 치라고. 병장 치고, 쿨하게 두 번째 영창 가자!”

“아닙니다.”

“뭘 아닌데?”

“아닙니다.”

“아, 녀석! 자꾸 안이라고 하네. 여기 안이긴 하네. 화장실 안! 그래서 아닙니다. 하는 거야?”

순간 이해진 상병이 뭔 소리냐며 김일도 병장을 바라봤다. 노현래 이병도 마찬가지였다. 김일도 병장 본인도 살짝 민망했던지 말을 돌렸다.

“아무튼 그동안 불만이 가득했겠네.”

“아닙니다.”

“아니긴 인마.”

김일도 병장이 오히려 더 나서서 강대철 이병을 잡았다. 그럴수록 강대철 이병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같은 시각.

오상진은 청소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차 움직였다. 이곳저곳 청소를 확인하다가 2소대 앞에 왔다. 2소대원들은 내무실에 모여 있었다.

“이 녀석들이 하라는 청소는 안 하고!”

오상진이 불쑥 2소대 내무실로 들어갔다.

“너희들 청소는 안 하고 뭐 하고 있어.”

순간 2소대원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

“충성.”

“뭐하고 있었냐고 소대장이 묻잖아.”

“그, 그러니까, 신병이 초코파이를 먹고 싶다고 해서 말입니다.”

김승곤 일병이 말을 하면서도 뭔가를 숨기는 것 같았다. 게다가 지금은 대대 전체 청소 중이었다. 그런데 갓 전입 온 신병에게 초코파이를 준다? 말이 되지 않았다.

“이 녀석들 봐라. 지금 청소하라는 소리 못 들었어? 그런데 한가하게 초코파이를 먹어? 너 청소 구역 어디야?”

“아, 저어…….”

김승곤 일병은 말하지 못했다. 오상진이 힐끔 신병을 봤다. 볼이 빵빵해질 정도로 입에 초코파이를 잔뜩 넣고 우물거리고 있었다.

“뭐야? 설마 억지로 먹이는 거야?”

“아, 아닙니다. 신병이 초코파이를 다 먹어야 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뭐? 초코파이를 다 먹는 걸 왜 기다려? 진짜 신병에게 억지로 먹이는 거야?”

“그게 아닙니다.”

오상진이 김승곤 일병을 지나 신병에게 갔다.

“신병.”

“이병 이은호.”

“너 초코파이 억지로 먹고 있냐?”

“아, 아닙니다. 제가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확실히 먹고 싶다고 했어?”

“네.”

“정말이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말을 믿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오상진은 김승곤 일병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너, 이거 누가 시켰어?”

“네?”

김승곤 일병은 무척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누가 시켰냐고!”

“…….”

김승곤 일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오상진이 질문을 달리 했다.

“분대장 누구냐?”

“박대기 병장입니다.”

“당장 데리고 와!”

김승곤 일병이 잔뜩 인상을 쓰며 뛰어나갔다. 그리고 밖에서 강인한 상병을 만났다.

“강 상병님, 분대장님 못 보셨습니까?”

“박 병장? 담배 피우고 있지 않을까?”

“아, 알겠습니다.”

“왜 그래?”

“1소대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오 소위님이?”

그때 하영웅, 하영진 쌍둥이 일병들이 나타났다.

“갑자기 박 병장님은 왜 찾습니까?”

“잘 모르겠네. 축구 때문에 그러나?”

강인한 상병이 볼 차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그러자 하영웅 일병이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체육대회 때 축구 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그때 진짜 멋졌는데 말입니다. 우리 내년에도 축구 하겠지 말입니다.”

“야, 난 내년에 전역이야.”

“와, 부럽다.”

“부럽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청소나 해. 너희들 청소 다 했어?”

“아, 지금 합니다.”

“네, 하러 갑니다.”

하영운 일병과 하영진 일병이 다른 곳으로 갔다. 강인한 상병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 너희들은 열심히 축구 뛰어라. 난 밖에 나가서 필드를 뛸 테니.”

강인한 상병은 어느새 비장한 얼굴이 되었다.

그사이 김승곤 일병은 담배를 피우고 있는 박대기 병장을 발견했다.

“박 병장님.”

“그 자식 다 먹였어?”

“그게…….”

“아직 다 안 먹었어? 아놔, 이은호 이 자식 내가 죽이든가 해야지.”

박대기 병장이 거칠게 담뱃불을 끄며 말했다.

“그것이 아닙니다.”

“뭐야? 뭔데?”

“그게…….”

“김승곤. 똑바로 말 안 해?”

“1소대장님께서 오라고 합니다.”

“1소대장? 갑자기 1소대장님이 왜? 잠깐, 너 인마…… 들켰냐?”

“네.”

김승곤 일병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순간 박대기 병장의 손이 올라가며 김승곤 일병의 뺨을 때렸다.

짜악!

그 충격에 김승곤 일병은 눈에서 번개가 번쩍이는 느낌이었다.

“이런 병신같은 녀석이.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해서 1소대장에게 들켜!”

“죄송합니다.”

“그래서 내가 시켰다고 말했어?”

“그건 아닙니다.”

“그럼 왜 날 불러?”

“그냥 분대장님 데리고 오라고 해서 말입니다.”

박대기 병장은 짜증이 잔뜩 묻어난 얼굴이 되었다.

“아, 진짜! X같네.”

박대기 병장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2소대 내무실로 향했다.

박대기 병장이 내무실에 들어서자 매서운 눈초리로 서 있는 오상진이 보였다.

오상진은 박대기 병장에게 곧장 물었다.

“박대기 병장. 네가 초코파이 억지로 먹이게 시킨 거야?”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런 걸 시킬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솔직히 말해.”

“진짜 아닙니다.”

그때 박대기 병장이 오상진에게 당하는 모습을 장재일 2소대장이 보고 다가왔다.

“1소대장 지금 뭐하십니까?”

“잘 오셨습니다. 2소대장, 지금 신병이 초코파이 먹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다들 청소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신병이 청소하지 않고 초코파이 먹었다고 뭐라고 하는 겁니까?”

“그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딱 봐도, 지금 신병에게 억지로 초코파이를 먹이는데 이걸 그냥 둡니까?”

순간 장재일 2소대장의 표정이 굳어지며 박대기 병장을 노려봤다. 박대기 병장이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장재일 2소대장이 다시 오상진을 봤다.

“확실합니까?”

“네?”

“1소대장이 보셨습니까?”

“그건 아닌데…….”

“와, 지금 보니까. 내가 2소대 제대로 관리 못 한다고 까는 겁니까?”

“그 얘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1소대장. 우리 소대 일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그러니 신경 끄시죠.”

오상진은 담담한 눈빛으로 장재일 2소대장을 바라봤다. 지금 장재일 2소대장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어느 정도 눈치챈 듯했다. 그런데 그걸 오상진이 지적해서 야단을 친다는 것이 싫어 괜히 억지를 부리는 것 같았다.

“야, 이은호!”

“이병 이은호.”

이은호 이병은 거의 울상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장재일 2소대장은 오히려 이은호 이병을 야단쳤다.

“이런 X신 같은 녀석아! 내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니라고 했지.”

“죄송합니다.”

“도대체 뭔 짓을 했기에 남의 소대장이 와서 지적을 하게 만들어?”

일이 이렇게 되자 오상진은 살짝 난감해졌다. 장재일 2소대장이 고개를 홱 돌려 박대기 병장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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