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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35화 (235/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35화

23장 첫 휴가(5)

27.

점심은 횟집에서 싱싱한 회를 먹었다.

“어후, 잘 먹었다.”

한대만이 배를 통통 건드리며 말했다. 그러자 오상진이 여행 지도를 보며 말했다.

“근처에 남해 독일 마을이라는 곳이 있대요.”

“어? 그래? 그럼 거기 갈까?”

“좋아요.”

네 사람은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남해 독일 마을로 갔다.

남해 독일 마을은 1960년대 대한민국의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로 떠나야 했던 파독 광부 간호사들이 은퇴 후 귀국하여 정착한 마을로, 독일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옮겨놓은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 예쁜 카페와 공방이 즐비해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했다. 정통 독일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는데, 오상진과 일행은 마을을 구경하며 독일 정통 소시지와 맥주를 먹기로 했다.

“이야, 독일 소시지는 이렇게 생겼구나.”

“우리가 알고 있던 소시지랑 차원이 달라요.”

김소희 중위가 놀라며 말했다. 오상진 역시 신기하게 바라봤다. 간단히 맥주와 소시지를 먹고 사진도 찍고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자, 내일이며 다시 복귀하는데 말이지. 오늘은 일찍 각자 커플들끼리의 시간을 가져볼까?”

한대만가 그렇게 얘기를 하자 김소희 중위가 눈치를 주며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 쳤다.

“아, 왜요?”

“무슨 소리예요!”

“내가 뭘?”

그러자 김소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그렇게 하고도 부족했어요?”

“소희 씨! 전 항상 배가 고픕니다.”

한대만은 정말 비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순간 김소희 중위는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이 남자가 미쳤나 봐!”

김소희 중위가 저만치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녀를 한대만이 쫓아갔다.

“소희 씨! 소희 씨!”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한소희는 오빠의 저런 모습이 창피하기만 했다.

“내가 진짜…… 창피해 죽겠어.”

“왜요? 전 보기 좋은데요.”

“저 모습이요?”

“네. 알콩달콩하잖아요.”

“상진 씨…… 변태예요?”

“네에?”

한소희가 오상진에게서 멀어졌다. 오상진은 곧바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펜션으로 돌아온 커플들은 각자의 방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오상진과 한소희는 침대에 누워 편안히 쉬고 있었다.

“상진 씨.”

“네?”

“우리 영화 볼래요?”

“영화요?”

“네. 제가 노트북을 챙겨왔거든요.”

한소희가 말을 하면서 노트북을 꺼내왔다.

“아니, 이건 언제 챙겼어요?”

“그냥 혹시나 해서요.”

“아, 좋죠! 그런데 장르는 뭐가 있어요? 소희 씨 액션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액션 좋죠. 그리고 멜로도 좋아해요.”

“아…….”

오상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소희는 지금 분위기에는 멜로가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오상진이 팔베개를 하면서 노트북을 켰다. 그런데 또다시 옆방에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정말 징글징글하다.”

한소희가 잔뜩 인상을 쓰며 말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본 아이덴틴 이라는 액션 영화를 클릭했다.

“지금은 액션이 제격인 것 같네요.”

“저도 그리 생각해요. 역시 상진 씨랑 통한다니까요.”

“우리 이어폰 꽂을까요?”

“좋죠!”

그렇게 옆방에서는 그들만의 전투가 벌어지고, 오상진과 한소희 영화 속 전투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오상진과 한대만은 짐들을 챙겨서 차에 실었다.

“내가 운전할게.”

한대만이 운전석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오상진은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한대만이 뺨이 홀쭉해진 상태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형님. 얼굴이 많이 상하셨는데요?”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어제 너무 무리하신 거 아니에요?”

“괜찮아, 괜찮아. 남자가 이 정도는 기본이지 뭐.”

한대만이 손을 들어 괜찮다고 했지만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다리가 휘청거렸다.

“혀, 형님!”

오상진이 화들짝 놀라며 한대만에게 뛰어갔다. 그 와중에도 한대만은 끄떡없다며 웃어 보였지만 오상진은 한대만에게 운전을 맡길 수가 없어서 대신 운전대를 잡고 서울로 올라왔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오상진의 집이었다. 오상진이 김소희 중위를 먼저 내려주고 한대만과 한소희까지 데려다준 뒤, 차를 두고 택시를 타겠다고 했지만 한대만이 그렇게 고생할 필요 없다고 만류해서 오상진의 집에서 헤어지는 것으로 했다.

“소희 씨 잘 들어가요.”

“네.”

“형님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김 중위님도 부대에서 봬요.”

“그래, 매제도 푹 쉬어.”

“고생했어요. 오 소위.”

“네.”

그렇게 작별 인사를 하고 오상진이 집에 들어와 짐을 풀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한소희에게서 문자가 왔다.

띠동!

오상진이 문자를 확인했다.

-상진 씨! 다음에는 꼭……♡♡

오상진은 뒤에 있는 하트 문자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네, 소희 씨.

오상진이 답장을 보낸 후 씨익 웃었다.

그렇게 회귀 후 추억 가득한 첫 휴가가 끝이 났다.

28.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는 길에 오상진은 김철환 1중대장을 만났다.

“여~ 오상진!”

“충성!”

“휴가 잘 다녀왔어?”

“네. 그렇습니다.”

“그래? 너 얼굴 좋아졌다.”

“아, 그렇습니까?”

“여자 친구랑 다녀온 거야?”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어쩌다 보긴 무슨. 노렸으면서. 그래서, 좋았냐?”

“네, 좋았습니다.”

“자식, 뭐가 그리 좋았는데?”

김철환 1중대장이 살며시 물었다. 오상진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아, 또 왜 그러십니까.”

“어? 오상진! 요새 좀 서운하네. 몰래 연애하면서 아무 말도 안 해주고.”

“그러니까 말씀을 안 드리는 거죠. 사실 그건 프라이버시 아닙니까.”

“우리 사이에 언제부터 프라이버시를 챙겼다고 그래?”

오상진이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중대장님!”

“농담이야, 농담! 그냥 너 보기 좋아서 한 소리야. 그건 그렇고 이제 곧 추석이더라.”

“벌써 추석이 다가옵니까?”

“아침에 달력 봤는데 9월 말이야.”

“올해는 좀 빨리 온 것 같습니다.”

“그러게. 나도 10월쯤인 줄 알았는데, 달력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럼 한동안 부대가 좀 바빠지겠습니다.”

“그것보다 올해는 사단장님께서 방문하실 것 같은데…….”

“네?”

“매년 그랬잖아. 설날 때도 그렇고, 추석 때도 그렇고 사단장님 부대 한 바퀴 싹 도시잖아.”

“사단장님께서 오신다고 합니까?”

“아니, 아직 딱히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는데 매년 그랬으니까. 올해도 그럴 거다, 하는 거지. 그리고 대대장님이 그쪽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계시잖아.”

“아하, 그럼 대대장님께서 무슨 소식을 들으신 모양입니다.”

“정확하게 말씀은 안 하시는데 아마도 그렇겠지. 나도 사단장님께서 우리 부대는 꼭 방문하실 거라고 생각하고.”

“왜 그렇습니까?”

“너 몰라? 사단장님이 너 좋아하시잖아.”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 예전에 멧돼지 잡고 표창장 받았잖아. 소문에 말이야, 사단장님께서 술자리를 가질 때마다 네 얘기를 하고 다니신단다.”

“에이, 설마 그런 일 가지고 절 보러 오시겠습니까.”

“너 몰랐어? 사단장님 그런 거 엄청 좋아해. 워낙에 정치적인 분이잖아.”

“에이, 안 오실 겁니다. 그러지 마십시오.”

“아니야, 내 촉이 맞을 거야. 이거 참 소대장 잘못 들여서 고생길이 훤하네.”

김철환 1중대장이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중대장님은 말씀을 또 그렇게 하십니까?”

“농담이야, 농담! 아, 그리고 이번 주 금, 토, 일은 내 휴가인 거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나 없다고 사고 치지 말고. 부대 관리 잘해.”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대대장님 전달 사항이야. 부대 청소 좀 하라고 하신다.”

“갑자기 말입니까?”

“갑자기는 무슨 갑자기야. 내가 아까 그랬잖아, 사단장님 오실지도 모른다고.”

“이야기가 그렇게 된 겁니까?”

“그럼 내가 찍어 맞혔겠냐? 아무튼 우리 대대장님, 이런 쪽으로는 촉이 좋아.”

“대대장님 지시 사항이면 바로 청소 시작하겠습니다.”

“그래.”

오상진은 김철환 1중대장과 대화를 마치고, 행정반에 들어갔다.

“좋은 아침입니다.”

“휴가 잘 다녀오셨습니까?”

“네.”

오상진은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곤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가방을 내려놓고 다이어리를 들었다.

“아, 그리고 중대장님의 지시 사항을 전달하겠습니다. 오늘 대대 전체 청소를 하라는 대대장님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헐!”

“청소입니까?”

“네. 각 소대는 구역 정해서 청소 좀 합시다.”

순간 장재일 2소대장이 인상을 썼다.

“왜 갑자기 청소를 합니까?”

“조금 전에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대대장님 지시 사항이라고.”

그러자 장재일 2소대장이 멋쩍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대장도 아니고 대대장 지시 사항이라면 군말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 청소하러 가야지. 암, 대대장님께서 말씀하셨는데 당연히 청소해야지.”

“그럼 우리 담당 구역은 어디입니까?”

4소대장의 물음에 오상진이 다이어리를 펼쳤다.

“도로변 배수로 청소. 연병장. 그 외 내무실, 화장실. 평소에 하던 곳 위주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 특히 배수로 낙엽은 꼭 치워야 합니다. 3소대장님, 그쪽 담당이시죠?”

“네, 일러두겠습니다.”

“자, 그럼 오늘 하루도 힘차게 보냅시다.”

오상진이 활기찬 목소리로 말을 한 후 자신도 1소대 내무실로 향했다.

“오늘은 부대 대청소를 하기로 했다.”

“네? 갑자기 말입니까?”

“오늘 다른 훈련 잡혀 있지 않았습니까?”

“정신교육이 잡혀 있었는데 내일로 미뤄졌다.”

“아, 그렇습니까?”

“그래. 어쨌든 추석도 다가오고, 대대장님 지시 사항이니까. 불만 가지지 말고 맡은 구역 깨끗이 좀 하자. 일도야.”

“병장 김일도.”

“알아서 애들 배치시키고 다 끝나면 검사받고.”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나가고 김일도 병장이 지시를 내렸다.

“자자, 청소하러 가자. 진모는 창고에서 싸리빗자루 좀 꺼내오고.”

“네.”

1소대원들이 어슬렁어슬렁 움직였다. 김일도 병장이 노현래 이병은 불렀다.

“현래야.”

“이병 노현래.”

“넌 대철이랑 화장실 청소 좀 해야겠다.”

“네, 알겠습니다.”

노현래 이병이 대답을 했다. 강대철 이병은 화장실 청소라는 말에 살짝 인상을 구기며 투덜댔다.

“아, 진짜 또 화장실 청소야.”

그 중얼거림을 노현래 이병이 들었다.

“왜? 화장실 청소 싫어?”

“솔직히 좋지는 않습니다. 더럽지 않습니까.”

“야, 우리 화장실 청소하는 게 좋은 걸 수도 있어.”

“네?”

“다른 사람들은 땡볕에 밖에서 빗자루질해야 해. 어쩌면 배수로 청소를 해야 할지도 몰라.”

“그게 차라리 낫지 않습니까? 그냥 대충대충 치우면 될 것 같은데 말이죠.”

“대철아, 갑자기 대청소를 하라고 하는 건 대충대충 끝내라고 하는 것이 아니야. 막말로 열심히 한다고 티가 확 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대청소까지 하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투덜거리지 말고 어서 가자.”

“네, 알겠습니다.”

강대철 이병이 터벅터벅 화장실로 갔다. 청소도구함에서 호스와 빗자루를 꺼냈다. 수도꼭지에 호스를 꼽은 노현래 이병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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