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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34화 (23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34화

23장 첫 휴가(4)

“그, 그럼 혹시…….”

오상진이 살짝 기대하자 한소희가 짓궂게 말을 바꿨다.

“그런데 상진 씨. 이런 생각 하고 여행 온 거 아니죠?”

“그, 그럴 리가요. 소희 씨는 침대에서 자요. 전 바닥이 편합니다.”

“쳇! 무슨 남자가……. 그래도 오빠가 큰맘 먹고 줬는데 사용은 해봐야죠.”

“네?”

오상진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런 오상진의 눈빛에 민망했던지 한소희가 괜히 콘돔 상자 안을 살폈다.

“그런데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저도 많다고 생각하는데……. 형님께서는 그 정도도 모자라다고 하던데요.”

“어머나! 진짜 그래요? 도대체 얼마나 하길래.”

“그러게나 말입니다.”

한소희도 약간 붉어진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여기 방음은 잘 되겠죠?”

“잘 돼야죠.”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상진이 멋쩍게 웃어 보였다.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길 10여 분.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오상진은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났다.

“후아, 안 되겠다.”

한소희도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네? 왜 그래요?”

“소희 씨!”

오상진이 뜨거운 눈으로 한소희를 내려 보았다. 한소희가 침을 꿀꺽 삼켰다.

‘버, 벌써?’

한소희의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러다가 한소희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가, 가만……. 속옷! 맞아, 속옷을 갈아입어야 해. 이대로는 안 돼.’

한소희가 다가오는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상진 씨. 우리 일단 씻어야죠?”

오상진이 움찔했다.

“그, 그래야죠.”

“먼저 씻으실래요? 아니다, 제가 먼저 씻을게요.”

한소희가 말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씻어요?”

“그럼요. 씻어야죠. 고기 냄새 뱄을 텐데.”

“하하. 그렇죠. 씻어야죠.”

오상진이 살짝 무안해진 틈을 노려 한소희가 조용히 세면도구와 수건 등을 챙겨서 샤워실로 들어갔다. 오상진은 가슴이 크게 요동쳤다.

“와, 숨 막혀! 왜 이렇게 긴장되지?”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오상진이 화들짝 놀랐다.

“매제, 매제.”

한대만의 목소리였다. 오상진이 재빨리 문을 열었다.

“소희는?”

“지금 씻고 있습니다.”

“잘 됐다. 아까 그거 줘봐.”

“네? 어떤…….”

“콘돔 있잖아. 콘돔! 그거 내 거랑 바뀌었어.”

“네? 그거라면 여기…….”

“후우, 다행이다. 자, 이거.”

“응? 똑같은데 뭐가 다르죠?”

“똑같은 거 아냐. 이게 더 비싸고 좋은 거야.”

“……네?”

“흐흐. 아무튼 그런 게 있어.”

한대만이 몸을 돌려서 가려는데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씨익 웃었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

“매제.”

“네?”

“파이팅!”

오상진은 벙 찐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침대로 와서 다시 앉았다.

“후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한대만 때문에 잠깐 긴장이 풀어졌다가 다시 가슴이 콩닥대며 뛰기 시작했다.

잠시 후 샤워실 문이 열리고 한소희가 젖은 머리카락을 털며 나타났다.

“어. 그럼 저도 씻겠습니다.”

오상진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밖으로 나갔다. 한소희가 오상진을 불렀다.

“사, 상진 씨…….”

하지만 오상진은 한소희가 부르는 것을 듣지 못했다. 한소희는 약간 서운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여기서 씻지.”

오상진은 1층에 있는 샤워실을 이용했다. 샤워를 하면서 온갖 잡다한 음흉한 상상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왜 이래? 오상진 정신 차려!”

그렇게 스스로를 다잡아봤지만 이미 한소희의 생각으로 가득했다.

“아, 몰라. 몰라.”

오상진은 찬물에 몸을 씻고는 방으로 돌아갔다. 한소희는 침대에 기댄 채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표정이 어두웠다.

‘응? 소희 씨 표정이 왜 저렇지?’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한소희에게 가는데 어디서 야릇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응? 이 소리는…….’

바로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오상진이 어색해하며 말했다.

“이 집 참 방음이 별로네요.”

한소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침대 끝자락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한소희가 말했다.

“왜 거기 앉아요? 이쪽으로 오세요.”

“아, 네에.”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한소희 옆으로 가서 기댔다. 한소희가 살며시 침대 속으로 들어가서 누웠다. 오상진도 들어갔다. 그 상태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눈만 끔뻑거리고 있었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고, 이 어색함을 참지 못한 오상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소희 씨, 우리 그냥 얘기나 나눌까요?”

“그, 그럴까요?”

막말로 이런 분위기에서는 어떤 것도 되지 않았다. 옆방에서는 희미하게 신음 소리가 들리는데 꼭 모텔방에 온 기분이라 분위기를 전혀 잡을 수도 없었다. 한소희는 자신보다 더 긴장한 것 같았고 말이다.

“아니다. 그러지 말고 우리 밤 산책이나 나갈래요?”

“바, 밤 산책요?”

“네. 아까 보니까, 밤 풍경 참 좋더라고요.”

오상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한소희는 방긋 웃으며 답했다.

“좋아요.”

두 사람은 가볍게 옷을 챙겨 입은 후 방을 나섰다. 그리고 나란히 밤거리를 거닐었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밤바다로 나갔다.

주위는 아무도 없고, 오로지 철썩철썩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둘을 비추는 은은한 달빛뿐이었다.

“소희 씨, 우리 여기 앉을래요?”

“네, 좋아요.”

두 사람은 밤바다를 바라보며 모래에 나란히 앉았다. 오상진의 어깨로 한소희의 머리가 기대어졌다.

“아, 좋다.”

한소희는 이렇게 편안하고 기분 좋은 느낌은 처음이었다. 뭔가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전 가족들하고만 여행을 가 봤지. 남자 친구랑 여행은 처음이에요.”

“저도 그래요.”

“에이, 거짓말.”

“진짜예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전 장남으로서 어떻게든 버텨야 했어요. 그리고 홀로 저희를 키우시는 어머니의 가계를 최소한으로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 당시 학생이었던 전 할 수 있는 것이 공부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육군 사관 학교를 선택했고, 그곳에서도 공부만 하느라 주위를 둘러볼 여력이 없었어요. 그런데 군대에 오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는데…….”

오상진은 미래에서 과거로 회귀했다는 말을 차마 입에 꺼내지 못했다.

“아무튼 전 달라지기로 했어요. 그 과정에서 소희 씨를 만나서 전 정말 행복한 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당신 같은 예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는지…….”

오상진이 진심으로 말했다. 가만히 듣던 한소희가 고개를 들어 오상진을 똑바로 쳐다봤다.

“소, 소희 씨…….”

“…….”

한소희는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가만히 바라보던 한소희가 오상진의 얼굴로 가까이 다가갔다. 두 사람의 입술이 살포시 포개졌다.

그리고 오상진이 눈을 감았다.

26.

밤 산책을 마친 오상진과 한소희가 다시 펜션에 돌아왔다. 2층으로 조심스럽게 올라왔는데 오른쪽 방은 조용했다.

“조용히 들어가요.”

“네.”

두 사람은 한층 더 가까워진 표정으로 방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또다시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다.

“사, 상진 씨…….”

“소희 씨…….”

두 사람의 눈이 뜨겁게 마주쳤다. 다시 얼굴이 천천히 가까워졌다. 그런데 그때 또다시 옆 방에서 야릇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특히 한소희는 짜증까지 났다.

“진짜 내가 못 살아! 이 오빠를 진짜…….”

한소희의 모습에 오상진이 ‘풉’ 하고 웃었다.

“왜 웃어요?”

“아뇨, 그냥 귀여워서요.”

“하아……. 아무튼 저 옆방은 완전 음란마귀로 가득하네요.”

“오늘은 그냥 자죠.”

“아무래도 그래야겠네요.”

그러면서 한소희가 오상진의 품 안으로 파고 들어왔다. 오상진이 팔베개를 해주며 등을 토닥였다.

“아, 이런 자세도 좋다.”

“그러게요. 저도 좋네요.”

“정말요?”

“그럼요.”

“그런 이대로 자도 되죠?”

“네.”

한소희는 더욱 오상진의 가슴 쪽으로 얼굴을 가져갔다.

“이야, 우리 상진 씨 심장 소리 들린다. 엄청 빨리 뛰네요.”

“차, 착각일 겁니다.”

“착각 아닌데.”

“착각 맞을…… 걸요?”

“어쨌든 제가 이러고 있으니까 두근거린다는 거잖아요. 아이, 좋아라.”

그렇게 한소희는 그 자세 그대로 잠이 들었다. 오상진은 한소희의 향긋한 샴푸 냄새를 맡으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오상진이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거실에 앉아 있다가 오른쪽 방문이 열리며 피골이 상접한 한대만이 나타났다. 하룻밤 사이에 엄청 늙어버린 모습이었다.

“혀, 형님. 괜찮아요?”

“매제, 나 어제 하얗게 불태웠다.”

“도대체 어제 얼…….”

오상진은 차마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못했다. 눈치 빠른 한대만이 알아서 답해 주었다.

“아, 몇 번 했냐고?”

“그, 그건 아니지만…….”

“몰라 어제 세어보지도 않아서 모르겠다.”

한대만이 걸어와 옆에 앉았다.

“매제 어제 어땠어? 조용하던데. 진도는 확실하게 뺐어?”

“어…… 예에.”

오상진이 눈알을 굴리며 답을 하지 못했다.

“뭐야? 제대로 못 했어?”

“뭐, 그냥 잘 잤습니다.”

“확실하게 피임은 한 거지?”

“예!”

“그럼 됐다.”

오상진의 어깨를 몇 번 두드리는 것으로 얘기는 끝이 났다. 한대만이 자리에서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았다.

“1층 가서 커피 마실 건데 같이 갈래?”

“네.”

오상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가 오른쪽 방문을 보며 물었다.

“김 중위님은요?”

“우리 소희 씨는 아직 자고 있지. 동생은?”

“아, 소희 씨도 아직 자고 있어요.”

“하긴 그 녀석 아침잠이 많으니까. 우린 내려가자고.”

“네.”

한대만과 오상진은 1층에서 커피를 마시며 두 사람이 일어나길 기다렸다.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두 사람이 일어났고,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남해에서 유명한 다랭이 마을로 가 볼 겁니다.”

“다랭이 마을요?”

“응! 작은 논들이 계단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풍경이 예술이래.”

“아, 그렇습니까?”

“그렇지. 가 보자고.”

한대만은 남해 구경거리를 많이 조사해 온 모양이었다. 다랭이 마을로 가서 경치를 구경하고 이것저것 체험도 했다.

“아, 저쪽에 괜찮은 카페가 있네. 커피 한잔하고 다른 곳에 갈까?”

“네. 좋아요.”

근처 카페로 가 외부 의자에 앉았다. 오상진이 가서 커피를 주문했고 그사이 다른 사람들은 계단식으로 된 논들을 내려다보며 다시 한번 감탄했다.

“우와, 예술이다.”

“그쵸!”

“대만 씨, 정말 아름다워요.”

김소희가 엄청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한대만도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커피를 가지고 온 오상진도 한소희 옆에 앉았다.

“상진 씨 저기 좀 봐요. 여기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정말 좋아요.”

“그렇네요.”

한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그런데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머! 여기 커피 맛있다. 고소하고!”

“진짜네요.”

김소희 역시 깜짝 놀라고 있었다. 그러자 오상진이 슬쩍 말했다.

“아마도 좋은 경치를 보고 있으니 커피가 더 맛있나 봅니다.”

“그럴지도요.”

한소희가 조용히 말하며 다시 경치를 바라보았다. 그때 잔잔한 바람이 불며 한소희의 머리카락을 휘날리게 했다. 그 모습을 보는 오상진은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그녀의 옆모습을 사진으로 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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