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231화
22장 진지하게 진지 공사?(12)
“그런데 상진 씨, 진짜 이 수영복 고르면 나중에 엄청 후회할 텐데 괜찮아요?”
“그, 그래요? 그럼 소희 씨가 맘에 드는 것으로 고르세요. 전 다 좋으니까.”
“어머! 얼굴 빨개지는 것 봐.”
한소희는 그런 오상진을 놀렸다. 오상진은 붉어진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놀리지 마요.”
“왜요?”
한소희는 그런 오상진이 너무 귀엽기만 했다. 만약 다른 남자가 저랬다면 아마 꼴불견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상진이고 남자 친구여서 그런지 모든 것이 귀여워 보였다. 한마디로 콩깍지가 단단히 쓰인 모양이었다.
“제건 다 골랐고요. 이제 상진 씨 것 골라요.”
“저는 이거요.”
오상진이 사각 트렁크 수영복을 골랐다. 그러자 한소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의 손에 들린 수영복을 보여줬다.
“헉!”
오상진이 눈을 번쩍 떴다. 한소희의 손에 들린 수영복은 바로 삼각이었다.
“난 이게 좋던데…….”
당황하는 오상진을 보며 한소희가 배시시 웃었다.
그렇게 파격적인 커플 수영복 패션이 완성됐다.
23장 첫 휴가(1)
1.
오상진이 아침 일찍 일어나 휴가를 떠날 준비를 했다. 신순애가 안방에서 나오며 오상진을 발견했다.
“어? 이렇게 일찍 어디 가니?”
“일어나셨어요? 제가 어제 말씀드렸잖아요. 휴가라고.”
“그래? 어디 놀러 가는 거야?”
“네, 놀러 가려고요.”
“여자 친구?”
신순애가 슬쩍 물어봤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여자 친구랑요.”
신순애가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오상진을 바라봤다.
“언제 한번 데리고 와. 얼굴 좀 보게.”
“알겠어요. 엄마. 그럼 저 다녀올게요.”
오상진이 가방을 챙겨 일어나자 신순애가 다가와 말했다.
“빠진 것은 없고?”
“네, 다 잘 챙겼어요.”
“그래, 그럼 조심해서 다녀와.”
“네, 엄마.”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몸을 돌려 현관을 나서려는데 신순애가 급히 불렀다.
“아들!”
“네?”
“2박 3일로 간다고 했지?”
“네.”
“방은 두 개지?”
“네?”
순간 신순애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챈 오상진이 조용히 말했다.
“잘 다녀올 테니까 걱정 마세요. 엄마.”
“그래도 혹시라도 말이야. 결혼 전에는…… 아니다. 조심해서 다녀와라.”
“무슨 하실 말씀 있어요?”
“아니야. 그냥…… 조심하라고.”
“엄마도 참! 내가 앤가.”
“이 녀석아. 네가 나이 80을 먹어도 엄마에게는 애야.”
“네네, 알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올게요.”
“오냐.”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대답한 후 현관문을 나섰다. 그리고 조금 전 신순애의 말을 곱씹었다.
‘엄마도 참, 무슨 그런 걱정을 하고 그러실까.’
오상진은 솔직히 신순애에게 저런 잔소리를 듣는 것이 조금은 낯설었다. 회귀 전에는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잔소리였다. 물론 그땐 삶에 찌들어 제대로 돌아보지 않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오상진이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오상진은 괜스레 밀려오는 죄송스러움에 씁쓸한 얼굴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1층에 내려보니 입구에 검은색 승합차가 서 있었다. 차창 문이 열리며 한대만이 고개를 내밀었다.
“매제!”
“어? 형님!”
오상진이 바로 달려갔다. 그 뒤 창문이 열리며 한소희가 환한 미소로 불렀다.
“상진 씨.”
“소희 씨 왔어요? 김 중위님도 오셨습니까.”
“그래.”
김 중위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진이 차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 그런데 이 차는 어디서 나셨습니까? 설마 놀러 가려고 차를 바꾼 것은 아니죠?”
“아니야. 친구한테 빌린 거야.”
“아.”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뒷문이 열리며 한소희가 말했다.
“상진 씨, 어서 타요. 타서 얘기해요.”
“그래요.”
오상진이 차에 올라타자 곧바로 출발을 했다. 한대만 옆 조수석에는 김소희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따뜻한 눈빛으로 한대만을 바라보았다.
“우리 대만 씨 어제 잠도 많이 못 잤다면서요. 하루 종일 운전해서 어떻게 해요?”
“하하, 괜찮습니다. 끄떡없습니다.”
그 소리에 오상진이 슬쩍 눈치를 살피더니 말했다.
“다음 휴게소에부터는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돌아가면서 운전하면 되죠.”
한대만이 눈 밀러를 바라보며 말했다.
“허허허, 역시 매제는 사람이 참 된 사람이야!”
차량은 서울 지역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올랐다. 그런데 가는 내내 한소희가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저 피곤한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소희 씨, 어디 안 좋아요?”
“그냥 잠을 좀 못 잤어요.”
“잠을 못 잤어요? 아니, 왜?”
오상진의 물음에 한소희가 수줍은 얼굴로 말했다.
“남자 친구와 첫 여행을 간다고 하니 좀 긴장이 되더라고요.”
한소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오상진은 순간 가슴이 ‘쿵쾅’ 하고 뛰었다.
앞 좌석에서 한대만과 김소희의 꽁냥거리는 것보다 더 가슴이 설렜다. 오상진이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여기 든든한 어깨 빌려드릴 테니, 기대서 자요.”
“아니에요. 상진 씨 심심할 것 아니에요.”
“아닙니다. 저도 졸려요. 우리 같이 기대서 자요.”
“그럼…… 그럴까요?”
“네.”
한소희가 살며시 오상진의 어깨에 기대어왔다. 오상진이 고개를 돌리자 한소희의 머리에서 프레지아 향의 샴푸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샴푸 냄새 좋다.’
오상진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한소희가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오상진을 절로 미소 짓게 했다.
‘내 여자 친구는 잠자는 모습도 예쁘네.’
오상진이 한소희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있을 때 차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왔다. 뜨거운 햇볕이 한소희의 얼굴로 향하자 한소희의 눈꺼풀이 움찔했다.
오상진이 황급히 손바닥으로 햇볕을 가리며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그러자 한소희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렇게 차가 달리고 달려서 첫 번째 휴게소에 도착했다.
차가 서자 한소희가 어떻게 알았는지 슬그머니 눈을 떴다.
“어? 우리 도착했어요?”
“아뇨,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그래요? 얼마 정도 왔어요?”
“글쎄요. 아마 반 정도 온 것 같은데요. 소희 씨는 잠은 좀 잘 잤어요?”
“네. 우리 남자 친구의 배려 덕분에 편히 잤어요.”
“다행이다.”
오상진이 씨익 웃었다.
한소희가 모를 줄 알았는데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한대만이 주차를 한 후 뒷좌석을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 여기서 간단히 점심이라도 먹고 가자.”
“네.”
차에서 내린 커플은 각자 자신들의 짝과 함께 이동했다. 바로 식당 코너로 들어간 오상진과 한소희는 쭉 메뉴판을 훑었다.
“소희 씨, 뭐 먹을래요?”
“으음…… 저는 불타는 돈가스로 할게요.”
“그래요? 저거 매울 것 같은데…….”
“괜찮아요. 저 매운 거 잘 먹어요.”
“알겠어요. 그럼 저는 순두부찌개로 할게요.”
오상진과 한소희가 주문을 마치자, 한대만과 김소희 커플도 뒤따라 주문을 마쳤다.
“자, 그럼 자리 잡고 기다릴까?”
“네.”
번호표를 들고, 자리로 가서 앉았다. 간단히 점심을 때운 후 밖으로 나와 주전부리를 확인했다.
“어? 이게 뭐지? 떡하고 소시지가 꼬치에 끼워져 있네.”
한소희가 그걸 발견하고 말했다. 오상진이 소떡소떡을 보며 피식 웃었다.
‘소떡소떡은 이때부터 있었구나.’
오상진이 입을 열었다.
“아, 소떡소떡이네요.”
“소떡소떡?”
“네. 소시지, 떡, 소시지, 떡 이렇게 꽂혀 있으니까요.”
“아, 그렇구나. 소떡소떡.”
“하나 먹어볼래요? 이거 은근히 맛있다고 하던데.”
“그래요? 배가 부르긴 한데…….”
“누가 그러던데 밥 배 따로, 간식 배 따로라고요.”
“어멋! 누가 그런 맞는 말을 해요?”
한소희가 살짝 눈을 흘기더니 기분 좋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종업원을 봤다.
“하나 주세요.”
“네.”
종업원이 소떡소떡 하나를 건넸다. 오상진은 돈을 지불한 후 같이 돌아섰다.
“어머나, 맛있네.”
“그쵸.”
오상진는 환한 미소와 함께 차량으로 돌아갔다. 그 뒤로 편의점에서 물과 음료를 산 한대만 김소희 커플로 왔다.
“다 샀어?”
한대만이 물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형님. 차 키 주십시오. 여기서부터는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괜찮아. 내가 할게.”
“아이, 형님은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소희 씨가 안 좋아합니다.”
“응? 누구 소희?”
“김 중위님요.”
“에이, 우리 소희 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물론 그럴 분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여자 친구 입장이라고 해도 계속 혼자서 운전하면 마음 상할 것 같습니다.”
“그런가? 그래! 이번에는 매제가 운전해.”
한대만이 흔쾌히 차 키를 건넸다. 오상진이 차 키를 받아 들고 운전석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조수석에는 한소희가 앉았다.
한대만과 김소희는 뒷좌석에 앉자마자 딱 붙어서 꽁냥거렸다.
“이야, 운전 안 하고 이렇게 딱 붙어 있으니 좋네.”
“그러게요. 진작 이렇게 갈 걸 그랬어요.”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백미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다시 출발!”
그렇게 차량은 휴게소를 떠나 다시 남해로 향했다. 약 2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남해 톨게이트를 지났다. 다시 30여 분을 더 달리자 눈앞에 남해 바다가 보였다.
“바다다!”
오상진의 작은 외침에 조수석에서 다시 잠이 들었던 한소희가 눈을 떴다.
“어머나, 진짜네. 바다다.”
한소희가 환한 얼굴로 바다를 보며 탄성을 내뱉었다.
“우와!”
한소희는 차창을 열었다. 곧바로 바람이 한소희의 얼굴에 부딪혔다. 머릿결이 휘날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우와, 좋다.”
오상진은 그런 한소희를 보며 방긋 웃었다.
“소희 씨, 남해 와봤어요?”
“아뇨, 처음이에요.”
그러자 뒤에서 잠을 자고 있을 줄 알았던 한대만이 입을 열었다.
“매제, 우리 동생은 함부로 여행을 못 가. 집이 엄해서.”
“아! 그래요?”
순간 한소희의 볼이 살짝 붉게 물들었다. 오상진은 펜션으로 향하던 차량을 돌려 바닷가로 향했다.
“우리 펜션 가기 전에 바닷가에 들러서 구경 좀 하고 갈까요?”
“네, 좋아요.”
“그거 좋지!”
오상진이 바닷가 근처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리자 바다 냄새가 코로 들어왔다.
한소희가 살며시 모래에 발을 내디뎠다. 오상진은 그런 한소희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한소희의 모습을 찍었다.
찰칵찰칵!
한소희는 뭔가 신기한 듯 표정이 밝아지며 모래를 바라봤다. 그 모습 역시 휴대폰 사진에 고스란히 찍혔다.
“정말 애기 같네.”
오상진 눈에도 이미 콩깍지가 쓰여 있었다. 그때 한대만이 입을 열었다.
“자, 커플끼리 사진 하나씩 찍자!”
“네, 좋아요.”
각자 커플끼리 다정하게 서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 네 명이 한꺼번에 찍기도 했다.
“어, 저기 아이스크림 판다.”
“먹을래요?”
“네.”
아이스크림도 나란히 손에 들고 바다 구경을 했다. 짧은 바다 구경을 마치고 다시 차에 올라 펜션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