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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29화 (22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29화

22장 진지하게 진지 공사?(10)

조영일 일병이 원반형 물건을 건넸다. 김일도 병장이 그걸 들어 올리며 물었다.

“영일아.”

“일병 조영일.”

“이거 딱 보니 느낌이 지뢰 같지 않냐?”

“아까 서울 한복판에 지뢰가 묻혀 있을 리 없다고…….”

“그건 말이 그런거고. 얼핏 보면 지뢰 같지 않냐고.”

“자세히 보지 않고, 땅에 묻혀 있는 걸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까 저도 땅에 묻혀 있어서 속았지 않습니까.”

“그렇지?”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들어 누군가를 찾는가 싶더니 눈을 반짝였다.

“영일아.”

“일병 조영일.”

“분대장이 재미난 것이 떠올랐는데 한번 해볼래?”

“뭘 하실 생각이십니까?”

“딱 보면 모르겠냐? 이걸로 뭘 해야겠냐?”

“혹시 애들 속이실 거면…….”

“빙고.”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내가 한다는데 뭐 어때. 그리고 진지 공사도 힘들고, 이래저래 재밌는 것도 없는데 한 번쯤 추억거리를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지.”

그 말에 조영일 일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이 합류했다.

“너희들은 다른 것 없다. 그냥 모른 척만 해.”

“네.”

이해진 상병이 바로 답했다. 최강철 이병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그걸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김일도 병장이 눈빛으로 무언의 압박을 했기 때문이다.

“아, 알겠습니다.”

“목표는 현래다.”

“노현래 이병 말씀입니까?”

최강철 이병이 말했다. 김일도 병장이 최강철 이병을 봤다.

“원래는 널 하려고 했는데 넌 이미 알았잖아. 그러니 만만한 현래를 해야지.”

“킥킥킥, 현래라면 아마 깜빡 속아 넘어갈 것입니다.”

조영일 일병이 웃음을 흘렸다. 이해진 상병은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것으로 이번 일에 동참을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김 병장님은 분대장인데 이렇게 해도 됩니까?”

이해진 상병이 슬쩍 말을 꺼냈다. 김일도 병장이 순간 움찔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분대장이라고 해서 근엄하고 그런 고정관념을 버려! 그리고 저거 봐, 다들 힘내서 일하고 있잖아. 작은 이벤트라고 생각해.”

“과연 이게 이벤트로 끝날지 모르겠습니다.”

이해진 상병은 자신도 모르게 뭔가 불안감이 맴돌았다. 김일도 병장이 이해진 상병의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어차피 잠깐만 속이고 바로 말 테니까. 그냥 힘든데 한번 웃자!”

“네, 알겠습니다. 김 병장님께서 이미 그렇게 하신다면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뒤로 일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원반형 물건을 아까 묻혀 있던 곳에 다시 파묻었다. 그리고 김일도 병장이 노현래 이병을 불렀다.

“현래야.”

“이병 노현래.”

“이리 잠깐 와봐라.”

“네, 알겠습니다.”

노현래 이병이 달려왔다. 그사이 강대철 이병이 벽돌 지게에 흙벽돌을 가지고 올라왔다.

“어, 대철이도 왔네. 이리 와봐.”

“이병 강대철.”

강대철 이병도 뛰어갔다. 그들에게 삽을 쥐여 주며 말했다.

“여기 좀 파라.”

그러자 강대철 이병이 바로 말했다.

“전 벽돌 옮겨야 하는데 말입니다.”

“벽돌은 강철이한테 시키면 되고. 너도 여기서 참호를 파 봐야 하지 않겠냐.”

“아, 알겠습니다.”

강대철 이병은 바로 인정을 하며 삽을 들었다. 노현래 이병 역시 삽을 들고 땅을 팠다. 강대철 이병과 노현래 이병에게 김일도 병장이 은근슬쩍 얘기를 꺼냈다.

“땅 조심해서 파. 지뢰 나올지도 모르니까.”

“네? 지뢰 말입니까?”

“그래. 지뢰!”

“에이, 여기에 지뢰가 어디 있습니까?”

어느 정도 짬을 먹은 노현래 이병은 의심을 했지만 김일도 병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강대철 이병은 살짝 불안한 눈빛이 되었다. 그걸 캐치한 김일도 병장이 말을 이어갔다.

“인마, 여기도 6·25 때 격전지였다. 그러니 참호도 있고 말이야. 그때 지뢰가 엄청 깔렸었지. 너 우리 부대에 왜 여기에 있는 줄 몰라?”

“……?”

노현래 이병이 의문을 가졌다. 김일도 병장은 노현래 이병 역시 믿기 시작하는 것 같자 말도 안 되는 걸 풀어놓기 시작했다.

“여기가 말이야. 한때는 국군과 북한군이 서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곳이야. 나도 김대식 병장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우리 국군은 북한군을 맞이해 이곳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싸웠다더라고.”

김일도 병장은 제대한 김대식 병장까지 팔아가며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서히 믿기 시작했다.

“저, 정말입니까?”

“그럼 정말이지!”

“아무튼 치열한 격전지였던 만큼 지뢰도 있을 수 있어. 그리고 참고로 작년에도 지뢰 하나가 나왔어.”

“네? 진짜입니까?”

“현래 너 들어오기 전에 나왔지. 해진이가 이야기 안 해 줬냐?”

“저, 전 아무 이야기도 못 들었는데 말입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럼, 정말이지 이 자식들아, 내가 왜 거짓말을 해?”

노현래 이병과 강대철 이병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고 뒤에 서 있던 최강철 이병이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김 병장님도 대단하시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어떻게 저런 거짓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지?’

그런 줄도 모르고 김일도 병장이 장난을 쳐 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니 이곳을 조심스럽게 파! 대충 이 정도 크기로.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부르고.”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노현래 이병이 손을 들었다.

“그럼 만약에 지뢰를 밟으면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그대로 가만히 있어야지. 그리고 얼른 소대장님을 불러야지.”

“아, 그래야 합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노현래 이병은 제법 심각하게 김일도 병장의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반면, 강대철 이병은 어느 순간부터 김일도 병장이 허풍을 떤다는 걸 눈치챘다.

‘무슨 지뢰는 지뢰야. 말도 안 돼.’

본인 역시 허풍을 떠는 걸 즐기다 보니 후임들을 놀리고 싶은 김일도 병장의 속내를 알아버린 것이다.

하지만 설마하니 김일도 병장이 장난을 쳤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대철아. 조심해서 파자.”

“네. 알겠습니다.”

노현래 이병과 강대철 이병이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씩 웃던 김일도 병장이 최강철 이병과 이해진 상병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철이는 대철이 대신 벽돌 지게 들고 밑으로 내려가서 벽돌 좀 가져오고.”

“네, 알겠습니다.”

“해진이는 저쪽으로 가서 마저 일해.”

“네.”

김일도 병장은 일단 두 사람을 범행 현장에서 멀리 떨어뜨렸다. 혹시라도 중간에 알려주면 곤란하기 때문이었다.

“난 잠깐 소대장님에게 갈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말해라.”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도 사라지고 그곳에는 노현래 이병과 강대철 이병 두 사람만 남아서 열심히 삽질을 했다.

“흡! 찻!”

그렇게 열심히 삽질을 하던 노현래 이병이 땀을 닦을 겸 상체를 들었다. 그러다 균형을 잡지 못하고 한 발 뒤로 빼는데 ‘따각’ 소리가 들렸다.

순간 깜짝 놀란 노현래 이병이 입을 열었다.

“대, 대철아.”

“이병 강대철.”

“방금 무슨 소리 못 들었어?”

“무슨 소리 말입니까?”

“무슨 금속 같은 소리 났잖아!”

“저는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말입니다.”

강대철 이병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노현래 이병이 일하고 싶지 않아서 괜히 저런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노현래 이병은 잔꾀를 부리는 성격도, 그럴 수 있는 짬도 아니었다.

“내가 지금 뭘 밟았는데…… 확인 좀 해줄래?”

“뭘 밟았습니까?”

“지, 지뢰 같은데.”

“에이, 설마 지뢰겠습니까.”

김일도 병장의 말을 믿고 있지 않던 강대철 이병은 마지 못한 얼굴로 노현래 이병의 오른발을 확인했다. 그런데 살살 흙을 들어내 보니 진짜 지뢰 비슷한 것이 있었다.

“어?”

“왜, 왜 그래?”

“노현래 이병님 절대 움직이지 마십시오.”

“왜? 뭔데? 뭐야!”

노현래 이병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강대철 이병 역시도 깜짝 놀랐다.

‘지, 진짜 지뢰야? 에이 설마!’

그러면서도 왠지 지뢰인 것만 같았다.

‘어, 어떻게 하지? 도망칠까?’

강대철 이병이 뒤로 슬쩍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고 노현래 이병은 벌벌 다리를 떨면서 물었다.

“지, 지뢰야? 지뢰 맞아?”

“노 이병님. 놀라지 마십시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야, 농담하지 마.”

“농담 아닙니다.”

“그, 그럼 난 어떻게 해?”

“일단 가만히 계십시오.”

강대철 이병이 물러나며 말했다. 노현래 이병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어디 가려고?”

“아까 김 병장님 말씀 못 들으셨습니까? 만에 하나 지뢰를 밟으면 소대장님을 부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나 버리고 간다고?”

“제가 여기 있는다고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보다 터지기 전에 도움을 청하는 게……”

“그, 그래! 그게 맞겠다. 소, 소대장님! 어서 소대장님을 불러.”

“알겠습니다.”

노현래 이병을 안심시킨 뒤 강대철 이병이 오상진을 향해 뛰어갔다.

“소대장님! 소대장님!”

강대철 이병은 필사적으로 오상진을 불렀다. 오상진은 작업을 하다가 강대철 이병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대철이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일도 병장이 피식 웃었다.

‘후후, 자식! 걸렸구나.’

하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오상진의 눈에는 강대철 이병의 행동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소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지뢰입니다. 지뢰!”

“뭐? 지뢰? 무슨 말도 안 되는…….”

“지금 노현래 이병이 지뢰를 밟고 있습니다. 어서 가 보십시오.”

“현래가?”

오상진은 강대철 이병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지뢰일 가능성은 낮지만 노현래 이병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틀림 없다고 여겼다.

“어디야? 현래 어딨어?”

“저, 저쪽에 있습니다!”

오상진이 흥분하자 눈치를 보던 김일도 병장이 슬그머니 다가와 입을 열었다.

“저기 소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나중에. 나중에 하자.”

“아니, 그게 아니라 소대장님!”

하지만 오상진은 김일도 병장이 부르는 것에 답하지 않고, 강대철 이병이 달려왔던 곳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갔다.

김일도 병장이 당황했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본래라면 이쯤에서 장난을 멈추려 했는데 오상진이 저렇게 흥분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사이 오상진이 노현래 이병에게 갔다. 노현래 이병은 그 자리에 서서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노현래. 뭐야?”

“제, 제가 아무래도 지뢰를 밟은 것 같습니다.”

“지뢰? 진짜야?”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대철이가 보고 지뢰인 것 같다고 해서…….”

오상진의 시선이 강대철 이병에게 향했다. 강대철 이병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제가 확인을 해보니 원반형인 것 같았는데…….”

“원반형?”

오상진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박중근 하사도 소식을 접하고 달려왔다.

“소대장님! 무슨 일입니까?”

“그게…… 현래가 지뢰를 밟은 거 같다고 해서요.”

“지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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