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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26화 (226/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226화

22장 진지하게 진지 공사?(7)

“후후후, 알겠습니다. 그래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저도 좀 보태겠습니다. 계좌번호 불러주시면…….”

-이보게, 매제!

한대만의 목소리가 갑자기 굵직하게 들려왔다.

“네?”

-자넨 형님을 뭐로 보고 그러는가!

“아,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내가 다 준비한다고 했으니까. 걱정 말고 몸만 와!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참, 형님.”

-왜?

“김 중위님은 괜찮으십니까? 아무런 말씀 없으셨어요?”

-우리 소희 씨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이 될 사이인데 서로서로 잘 지내야지. 안 그래?

“하하하, 그렇습니다.”

-그래, 다른 것은 됐고! 내가 다 준비할 테니까 걱정 말고. 준비되는 대로 또 연락하자고.

“네.”

오상진이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날짜를 검색했다. 조금 전 말한 날짜까지 딱 2주 정도 남은 상태였다.

“으음, 2주 남았네. 지금 휴가 신청해도 되겠지? 뭐, 그날 큰 훈련도 없고 말이지.”

오상진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17.

오상진은 자신의 휴가 날짜와 함께 다른 소대장들의 휴가 날짜까지 종합해 중대장실로 향했다.

“중대장님 이번 저희들 휴가 날짜 일정입니다.”

“그래? 어디 보자.”

김철환 1중대장은 휴가 날짜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2소대장이 양보를 했네.”

“네. 와이프랑 얘기가 잘 된 모양입니다.”

“뭐야? 안 될 것처럼 말하더니.”

“듣기로 와이프한테 엄청 혼이 났다고 하는데 자세한 사정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간에 진즉에 이러면 될 것을…….”

김철환 1중대장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런 모습에 오상진이 멋쩍게 웃었다.

“그건 그렇고 상진이 너도 휴가를 잡았구나.”

“네.”

“자식, 여자 친구랑 가기로 했냐?”

“네. 그리고 그쪽 형님도 함께…….”

“뭐? 벌써 가족까지 소개받았어?”

“네? 아, 뭐…….”

오상진은 차마 얘기를 할 수 없었다. 그러면 모든 것을 다 얘기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야, 언제 그렇게까지 진행되었냐? 그럼 이번 년에 국수 먹을 수 있는 거냐?”

“하하하, 무슨 이야기가 벌써 그쪽으로 빠지십니까?”

“가족 소개받았다며, 그럼 끝난 거 아니야?”

“그, 그건 아닙니다.”

“뭐야?”

“아무튼 그렇게 되었습니다.”

“자식, 너 중대장에게 뭐 숨기는 것 같다.”

“제, 제가 말입니까? 아, 아닙니다.”

“어쭈! 말까지 더듬고!”

오상진은 땀을 삐질 흘리며 속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중대장님. 나중에…… 나중에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다 말해줘.”

“무, 물론입니다.”

“알았어. 어쨌든 휴가 날짜는 다들 이렇게 가는 거지?”

“네.”

“좋아. 그리고 지금 회의해야 하니까, 간부들 다 집합시켜.”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중대장실을 나오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어쨌든 일단 시간은 벌어놓아서 다행이었다. 그다음은 어떻게 설명을 하느냐였다.

“에이, 어떻게든 되겠지.”

오상진은 고개를 흔들며 행정반으로 향했다.

18.

김철환 1중대장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자, 중대장이 간부들을 부른 이유는 다음 주부터 추계 진지 공사가 있기 때문이다.”

“아, 진지 공사…….”

“그렇구나. 벌써 추계 진지 공사 할 때가 왔구나.”

추계 진지 공사 얘기가 나오자 소대장들은 티를 안 내려고 했지만 표정이 모두 좋지 않았다.

“저희 1중대가 맡은 구역이 이번에도 뒷산입니까?”

“맞아! 언제나 그랬듯 중요한 요충지를 맡았지.”

김철환 1중대장이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순간 장재일 2소대장은 ‘그건 아니죠. 그냥 제일 멀고, 어려운 곳이죠’라고 말할 뻔했다.

“뭐 매년 똑같은데 새삼스럽게 물어봐? 아무튼, 이번 추계 진지 공사도 열심히 해보자.”

“알겠습니다.”

“그런데 하필 지금 추계 진지 공사입니까?”

“휴가 갔다 와서 가면 좋은데 말이죠.”

“그래도 휴가 가기 전에 깔끔하게 끝내놓고 가야 맘 편하지 않겠습니까.”

소대장들끼리 얘기를 늘어놓았다. 김철환 1중대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휴가 가기 전에 끝내놓고 가면 너희들도 좋지 않겠냐? 딱 보니까 앞으로 일주일 안에는 휴가 가는 사람 없네. 그럼 이때 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 아무튼 진지 공사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가자! 오케이?

“아, 중대장님 그래도…….”

“야, 나라고 진지 공사 하고 싶겠어? 그런데 위에서 하라는데 어떻게 해? 까라면 까야지.”

“와, 더워 죽겠는데 꼭 지금 해야 합니까?”

“가을이잖아. 매년 춘계, 추계로 나눠서 하는 거 몰라? 알면서 물어!”

“지금이 무슨 가을입니까. 한낮 기온이 아직도 30도가 넘는데 말입니다.”

그러자 오상진이 나섰다.

“그래도 달력은 9월의 끝자락입니다. 어차피 내정된 계획이고, 해야 하지 않습니까.”

4소대장이 한마디 했다.

“그런데 진짜 올해는 날씨가 미쳤습니다. 이렇듯 가을이 다가오는데 기온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말입니다.”

“맞습니다. 미친 날씨입니다.”

장재일 2소대장은 그들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 이유는 해수면의 온도 상승과 이상기온으로…….”

“닥쳐!”

“네…….”

장재일 2소대장이 곧바로 시무룩해졌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돌려 다시 회의를 진행했다.

“아무튼 다들 이러저래 불만을 가지고 있는데 어차피 해야 할 것 맘 좋게 끝내면 얼마나 좋냐. 안 그래?”

“네.”

“맞습니다.”

오히려 부소대장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때 4소대장이 손을 들었다.

“죄송하지만, 중대장님 질문 있습니다.”

“질문?”

“네, 저기…….”

4소대장은 눈치를 살피며 뭔가 머뭇거렸다.

‘괜히 이런 말 물었다고 무식하다고 하지 않을까? 그래도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건데……. 욕 듣지는 않겠지.’

4소대장이 눈알을 굴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물었다.

“뭔데? 뭐가 궁금해.”

“저기 그러니까, 왜 매년 진지 공사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헐…….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네. 죄송합니다.”

4소대장이 곧바로 의기소침해졌다. 김철환 1중대장이 한심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오상진을 봤다.

“1소대장.”

“네.”

“자네가 말해봐. 왜 우리가 매년 진지 공사를 하는지.”

오상진이 곧바로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 진지 공사를 하는 이유는 일단 ‘내가 싸울 진지는 내가 구축한다’라는 취지에서 생각하면 편할 겁니다. 일종의 개보수 작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언제든지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고, 무엇보다 장병들의 전투력 유지도 겸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장재일 2소대장이 거들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장병들이 그냥 손발을 놀게 두지 않겠다는 거지.”

“에? 그런 겁니까?”

“나쁘게 말하면 그렇다는 거고. 좋게 말하면 1소대장이 한 말이 맞는 거지.”

“아…….”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한심한 눈으로 장재일 2소대장을 바라봤다.

“쯧쯧, 2소대장 생각하는 거라곤. 인마, 아무리 그래도 소대장이라는 놈이 그렇게밖에 생각 못 해?”

“…….”

김철환 1중대장은 장재일 2소대장이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매번 김철환 1중대장에게 핀잔을 들었다. 장재일 2소대장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쳇, 매번 나만 갖고 그래.’

그러나 어쩌겠는가. 한 번 찍힌 나무 계속 찍히는 것을 말이다. 물론 장재일 2소대장도 말을 곱게 하지 않는 편이긴 했다.

“됐고. 어차피 할 노가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나.”

“노가다 말입니까?”

4소대장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오상진이 나섰다.

“노가다라면 노다가지만 우리 군대에서는 전투력 보존이라는 좋은 말이 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오상진의 설명에 4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뭔가가 이해되는 분위기였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누구와 달리 1소대장이 설명을 잘해줬다.”

순간 장재일 2소대장이 움찔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무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덧붙여 말하면, 전시 시 진지를 구축해야 하는데 장병들이 진지를 구축할 줄 모른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아!”

이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으며 입을 뗐다.

“아무튼 그런 것이다. 계속 회의를 이어가자!”

“네.”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1중대가 맡는 구역이 정확하게 어디입니까? 다시 한번 지정해 주시죠.”

김철환 1중대장이 4소대장을 봤다.

“4소대장 지도 좀 펼쳐봐라.”

“네.”

4소대장이 부대 지도를 펼쳤다.

“여기 잘 보면 우리 부대 뒷산에 진지를 구축해 놨을 것이다.”

“여긴 맨 꼭대기 아닙니까. 하아, 애들 죽어나겠습니다.”

“그래도 해야지. 안 그래?”

“네.”

“일단 월요일부터 시작이니까 흙벽돌부터 준비해 놓자.”

“네.”

“그리고 우리가 맡을 곳은…….”

김철환 1중대장의 주도하에 다음 주 월요일부터 진행될 추계 진지 공사의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18.

회의를 마친 오상진은 내무실로 향했다.

“얘들아, 드디어 진지 공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아, 추계 진지 공사 벌써 시작합니까? 아직 밖은 덥습니다.”

“우리가 언제 그런 것을 따지고 했냐? 일정표가 내려오면 거기에 따라 움직이는 거지. 안 그래?”

김우진 상병의 투덜거림에 김일도 병장이 한마디 던졌다.

“이번에도 일주일 합니까?”

“그렇게 잡혀 있다.”

“와, 또 땀을 한 바가지 흘리겠네.”

“미리 냉장고에 물 얼려 놓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준비해야 할 거야.”

“네.”

구진모 일병이 대답했다. 김우진 상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마디 했다.

“하아……. 이놈의 진지 공사는 왜 하는지 모르겠네. 괜히 잘 만들어진 것을 뜯어내고 또 하고.”

소대원들의 불만을 듣고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이놈들아. 그건 말이야. 위에서 너희들 노는 꼴을 못 봐서 그런 거다. 알겠냐!”

오상진이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소대원들이 손뼉까지 쳐가며 공감을 했다.

“와, 진짜! 그게 정답이네.”

“아무튼 병사들 노는 꼴을 못 본다니까.”

“놀면 이것 역시 전투력 손실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니까.”

장병들이 이것저것 불만을 늘어놨다. 그것을 지켜보던 오상진은 짐짓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것들이! 여기 소대장이 있다는 것을 잊었냐? 나도 그 윗대가리 중에 하나거든?”

“어? 소대장님 계셨습니까?”

“아, 계셨구나.”

“전 가신 줄 알았습니다.”

“이것들이 죽으려고!”

오상진은 눈을 부라리며 버럭 고함을 쳤다. 하지만 오상진과 소대원들 모두 장난을 치는 것이었다. 그만큼 오상진과 1소대원들의 관계가 엄청 좋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다른 쪽으로 봐서는 버릇없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해서 그렇다고 볼 수 있었다.

“자자, 어쨌든 미리미리 준비들 해놓고. 일도는 장비들 점검하고, 이상 없는지 확인해 놓고.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지시를 내린 후 내무실을 나갔다. 김일도 병장이 자리에 털썩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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